[연말결산 ⑤] 2016 국산 인디게임, 어디까지 왔나?

기획기사 | 윤홍만 기자 | 댓글: 16개 |



올해는 게이머들에게 있어 행복했던 한 해였다. 콘솔 게임으로는 '언차티드4'를 비롯해 '라스트 가디언', '파이널 판타지 15' 등 오랫동안 기다려온 게임들이 발매됐고, PC 게임으로는 블리자드의 신작 IP '오버워치'를 비롯해 '다크소울3', '기어즈 오브 워4' 등 굵직한 게임들이 줄줄이 출시돼 게이머들이 기쁜 비명을 내지르게 했다.

한편 PC와 콘솔을 아울러 다양한 게임들이 출시된 올해, 눈에 띄진 않았지만 꾸준히 성장을 한 분야가 있었다. 바로 인디게임 시장이다. 사실, 인디게임의 특성상 눈에 띄지 않는 건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국내외를 통틀어 다양한 인디게임이 모습을 드러냈고, 그들만의 리그라고 불리던 인디게임 시장의 저변이 확대되는 걸 느낄 수 있던 한 해였다.

그렇다면 과연 올 한 해 어떤 인디게임들이 출시됐고, 어떤 소식들이 인디게임 시장에서 들려왔을까. 올해를 마무리하는 이때 올해를 장식한 인디게임계 소식들을 정리해 보았다.


2016 인디게임 인디도 대작이 될 수 있단 걸 보여주다

흔히 인디게임이라고 하면 돈이 되지 않는 게임, 대작은 될 수 없는 게임이라고 속단하기 쉽다. 물론 어느 정도는 맞는 얘기이기도 하다. 수십, 수백억을 들인 게임들과 비교해 전체적인 퀄리티가 낮은 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인디게임이 대작이 될 수 없다는 건 아니다. 수십, 수백억을 들인 게임들 속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인디게임도 있었다.


올 중순 출시와 동시에 게임계에 신선한 충격을 준 게임이 있었다. 한국의 1인 개발자 소미가 개발한 그 게임, 바로 '레플리카'다. 어드벤처와 퍼즐 장르가 혼합된 '레플리카'에서 플레이어가 할 수 있는 건 화면 중앙에 고정된 스마트폰을 조작해 스마트폰의 주인에 대한 정보를 모으는 것뿐이다.

이렇듯 단순한 게임으로만 보였던 '레플리카'였지만, 이 게임의 진면목은 따로 있었다. 바로, 다른 게임에선 볼 수 없었던 심도 깊은 네러티브가 이 게임엔 녹아들어 있었고, 여기에 많은 이들이 빠져들었다. 게임을 재미를 주는 콘텐츠가 아닌, 이야기를 전달하는 매체로 선택한 소미의 '레플리카'는 이 같은 인기에 2016 중순 가장 핫한 인디게임으로 자리매김했고, 세계적인 인디게임 축제인 '인디케이드'에서 임팩트 어워드를 수상하기까지 했다.


'림보'로 일약 스타 개발사가 된 플레이데드의 신작 '인사이드' 또한 일반적인 메이저 게임과는 다른 방식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전달한다. 시놉시스를 제외하고 '인사이드'에는 이렇다 할 대사가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겪게 되는 상황을 통해서만 이야기를 유추해낼 수 있다. 어찌 보면 불친절하다고 느낄 법한 요소지만 '인사이드'는 사운드와 연출을 통해 이러한 단점을 장점으로 덮어버렸다.

그 덕분이었을까. '인사이드'는 올해 최고의 게임을 뽑는 GOTY(Game Of The Year)에서 9개 매체로부터 수상을 받으며 '다크소울3', '라스트 가디언'과 같은 대작 타이틀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 같은 '레플리카'와 '인사이드'의 호평에는 이제껏 메이저 게임과는 다른 방식으로 게임에 접근한 그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야기를 전달하는 매체로써 게임을 선택한 '레플리카'와, 이야기를 전달하는데 대사가 없어도 충분하다고 말하는 듯한 '인사이드'의 모습은 인디게임이 가져야 할 도전 정신이 무엇인지에 대한 그들 스스로가 내린 답이라고 볼 수도 있다.


언제까지 클리커만 할 텐가? 인디게임 장르의 변화

인디게임이라 하면 보통 소규모, 무자본으로 개발한다. 그렇다면 개발자가 가장 염두에 두는 건 뭘까.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개발 기간의 단축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그렇기에 많은 인디게임들이 그간 검증받은 게임을 답습해왔다. 대표적으로는 클리커 게임들이 있었는데, 올해는 인디게임계에서도 편중된 장르에서 탈피하는 모습들을 볼 수 있는 한 해였다.


나날이 스튜디오가 개발한 '샐리의 법칙'은 이런 클리커 장르 일색이던 모바일 게임에 신선한 화제를 몰고 왔다. 아빠와 딸을 각기 조종해 장애물을 돌파하는 이 게임은 유료임에도 그 독특한 플레이 방식과 감성적인 스토리로 덕에 2016년 구글 플레이 인디 게임 페스티벌에서 최우수상을 받으며 그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로플 스튜디오가 개발하고 '스텔라 폭스' 엄마 여우별과 헤어진 아기 여우별이 엄마를 찾아 나서는 여정을 그린 플랫포머 게임이다. 이 게임은 감각적인 아트워크가 인상적인 게임으로, 라인 드로잉을 통해 퍼즐을 풀어나가는 방식이다. 저마다의 특성이 있는 6개의 선을 이용해 다양한 미션을 해결할 수 있는 이 게임은, 독특한 아트와 게임 방식 등으로 인해 지난 7월 진행된 제4회 게임창조 오디션에서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플랫포머 게임 외에도 올해는 다양한 게임들이 클리커 장르에서 벗어나 저마다 개성 넘치는 특색을 선보여왔다. 이러한 변화는 올 초 클리커 장르로 인해 다소 정체됐던 국내 인디게임계에 활력소가 됐고, 그들의 성공을 본 후발 개발자들에게도 다양한 장르에 도전할 수 있도록 자신감을 불러일으켰다.


모바일에서만 인디? NO! 인디게임, 모바일을 넘다

내년부터는 모바일 외에도 PC와 콘솔에서도 국산 인디게임들을 만나볼 수 있을 듯하다. 그동안 한국 인디게임은 여러 제약으로 인해 모바일을 중심으로 생태계가 형성됐으나, 이제는 포화 상태에 치닫고 있는 모바일 시장으로 인해 그 시선을 PC와 콘솔로 돌리고 있다.


한대훈 대표는 이러한 움직임을 보이는 대표적인 개발자다. 그가 개발한 '스매싱 더 배틀'은 스팀을 통해 우선 출시됐으며 이후 모바일로도 출시돼 호평을 받았다. 아울러 그는 현재 후속작인 '오버턴'을 개발 중인데 이 게임은 VR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기술의 첨단을 달리는 VR과 인디게임은 어찌 보면 안 어울리는 조합일 수도 있다. 하지만, 외려 되묻고 싶다. 아직 미개척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VR 게임에 도전하는 것이야말로 인디게임의 도전정신에 어울리지 않을까?


인디게임 개발사 내꺼가 개발한 논타겟팅 온라인 액션 게임 '베르서스: 배틀 오브 글래디에이터(이하 베르서스)' 역시 모바일이 아닌 PC로 출시된 인디게임이다. 여타 인디게임에선 보기 힘든 고퀄리티의 비주얼과 호쾌한 액션을 보여준다. 개발팀이 PC 플랫폼을 선택한 이유가 아닐까. 시스템적으로 모바일보다 PC가 유리한 것도 있었을 테지만 그보다는 인디에서도 진짜배기 액션 게임을 선보이고 싶었다고 그들은 밝혔다.

지난 4월에 많은 유저들의 관심을 받으며 3일 만에 스팀 그린라이트에 성공한 '베르서스'는 이후 6월 20일 스팀 얼리액세스 버전으로 출시됐다. 현재 F2P(Free to Play)로 서비스 중인 '베르서스'는 런칭 이후 꾸준히 콘텐츠를 추가하며 스팀을 통해 세계시장의 문을 두들기고 있다.

물론 PC 및 콘솔 시장 도전에 나선 게임들은 이뿐만이 아니다. 1인 개발사 메구스타 게임즈의 '언소울드', PS4로 출시될 예정인 넥스트플로어 지하연구소의 'KIDO', 루트리스의 '사망여각' 등 다양한 게임들이 개발 중이며 출시를 앞두고 있다. 모바일이 아닌 플랫폼을 선택한 이들의 모습은 의문을 자아낼 수도 있지만, 이미 해외에서는 다양한 플랫폼으로 인디게임이 나오고 있으며 그에 따른 소비도 활발히 되고 있는 편이다. 향후 국내 인디게임계가 더욱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이렇듯 플랫폼을 넘어, 다양한 시장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인디게임 행사 인디게임의 저변을 넓히다

인디게임이라 하면 메이저 게임과 비교해 눈에 띄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올해 인디게임은 달랐다. 여타 메이저 게임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런 인디게임의 성장에는 인디게임을 위한 다양한 행사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올해로 3회를 맞은 '아웃 오브 인덱스'는 기존의 게임 행사와는 취지부터가 달랐다. 이 행사의 목적은 단순하다. 재밌는 게임도, 잘 만든 게임도 아닌 실험적인 게임을 찾고 소개하는 행사로 매년 독창적인 게임들이 공개됐다. 물론 인디게임과 실험적인 게임이 같은 의미는 아니지만, 메이저 게임이 선뜻 시도하지 못하는 실험 정신이 인디게임에는 녹아 들어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너무도 독특한 콘셉트로 인해 이게 정말 게임이 맞나 싶은 게임도 있었지만, 개중에는 '이걸 생각한 사람은 정말 미친 거 아니면 천재다'싶을 정도로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빛나는 게임들을 만나볼 수 있는 행사이기도 했다.




한편, 올해로 2회를 맞은 '부산 인디 커넥트 페스티벌(이하 BICFest)' 역시 올해 인디게임의 저변을 넓히는 데 큰 힘이 됐다. 인디게임을 위한 이번 행사는 아직 2회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정부의 지원 아래 부산 영화의 전당에서 개최된 이번 행사는 약 6천여 명의 관람객이 찾아올 정도로 놀라운 성장을 보여줬다. 특히 해외 유명 인디 개발자들도 자발적으로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14개국에서 100여 개의 인디게임이 출품된 이번 행사는 특히, 인디게임 시장을 국내에만 국한하지 않고 세계로 넓혔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큰 의의를 느낄 수 있었다.




끝으로 올해 처음 개최된 '대한민국 게임잼'은 한국콘텐츠진흥원과 문화체육관광부가 공동으로 주최한 행사로 인디게임의 모판이 되는 게임잼이 정부의 지원 아래 개최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 취업을 앞둔 예비 개발자부터 인디, 현업 종사자들이 한자리에 모인 게임잼의 모습을 보니 국내 인디게임은 아직 더 커질 수 있단 희망을 느낄 수 있었다.


한국 인디게임 올해보다 나은 내년이 되길…

지난 12월 7일,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해당 발의안의 주요 내용은 비영리, 청소년이용불가 요소가 없는 게임은 등급분류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거였다. 인디게임이라고 해도 영리 목적을 추구하는 게임이 대부분인 만큼, 현업 개발자에게 있어선 크게 와 닿지 않는 법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간 규제로 일관된 정부의 시선이 바뀌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컸다.




그동안에는 비영리 인디게임들도 무조건 등급분류를 받아야 했기에 국내 인디게임 시장이 성장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등급분류 개정안을 시작으로 업계의 발전을 막는 규제들이 점차 사라진다면 언젠가 한국에서도 세계에서 인정받는 굵직한 인디게임들이 우르르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전 세계적으로 가장 성공한 인디게임이라고 평가되는 '마인크래프트'는 어느 날 뚝 하고 하늘에서 떨어진 게 아니다. 자유로운 개발환경 속에 마르쿠스 페르손이 오랜 기간 노력을 기울여왔기에 탄생할 수 있었다. 단순히 등급분류가 있었다고 해서 '마인크래프트'가 안 나오리란 법은 없겠지만, 자유로운 개발 환경이 있었기에 이 게임이 나왔다는 걸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인디게임 시장은 게임 시장의 모판에 가깝다. 자본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오는 시장이다. 최근 한국 게임 시장에서는 이러한 다양한 시도가 사라졌다고 평가받는다. 이런 시기인 만큼, 이제는 게임 시장의 모판이 되는 인디게임 시장의 발전도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한국 인디게임은 어찌 보면 인제야 본격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규제에서 진흥으로 정부의 시선이 바뀐 만큼, 내년에는 더욱 다양하고 멋진 게임들을 만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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