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정의당, 넷마블의 입장 변화 환영..."게임업계 노동환경 개선 이뤄져야"

게임뉴스 | 김규만 기자 | 댓글: 33개 |



8월 8일(화),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는 정의당 이정미 의원실과 무료노동부당해고신고센터(이하 무료노동신고센터)가 주최하는 '넷마블 과로ㆍ공짜야근 증언대회 및 특별근로감독 촉구 기자회견'이 진행되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실제 넷마블에서 재직한 바 있는 피해자가 직접 참석해, 넷마블의 근무 실태와 그로 인한 임금체불 문제를 증언하는 자리를 가졌다. 또한, 박준도 무료노동신고센터 사무국장과 송예진 민주노총 서울본부 노동법률지원센터 노무사 등이 참석해 넷마블의 체불임금 상담 사례를 공유하고, 넷마블 퇴직자를 대상으로 한 임금체불 분석 결과에 대해서 발표하는 시간도 진행되었다.






▲ 정의당 김영훈 노동이당당한나라본부 본부장

본격적인 기자회견 진행에 앞서, 정의당 김영훈 본부장은 “불이 꺼지지 않는 오징어잡이 배, 구로의 등대 등으로 불리는 IT 노동자들의 절규는 어쩌면 요 근래 죽음으로 항거하고 있는 마필관리 노동자들의 삶과 같다고 생각한다”며, “40여년 전 전태일 열사가 바늘에 찔려가며 밤샘 노동을 하던 여공들을 위해 싸웠던 그 세월이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에 분노한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지난 6월, 2016년 사망한 넷마블 노동자의 죽음에 근로복지공단이 업무상 질병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장시간 노동이 사망의 원인이라는 점을 최초로 인정한 판결인 셈”이라며, “크런치 모드는 대박을 꿈꾸며 견뎌야 하는 것이 아니라, 철폐되지 않으면 병폐다. 이제는 넷마블이 약속대로 체불 임금을 온전히 지불하고, 관행처럼 여겨졌던 회사의 문화를 근본적으로 혁신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밝혔다.

정부에 대한 촉구도 잊지 않았다. 김영훈 본부장은 “업무상 재해로 인정된 사망자가 발생한 넷마블은 중대 재해 사업장과 다름이 없다”며, “장시간 노동이 2013년부터 3년 이상 지속된 관행이므로 이에 해당하는 3년 모두를 대상으로 근로감독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 즉각적인 글로 감독이 실시되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 "일상이 된 야근, 이러다가 한 명 죽겠다 싶었다"



▲ 넷마블 네오 과거 재직자 (요청으로 인해 모자이크 처리하였습니다)

정의당 김영훈 본부장의 인사말에 이어, 본격적인 증언 대회가 진행됐다. 이날 증언을 위해 자리한 개발자는 지난 2014년 1월부터 2015년 10월까지 넷마블 네오에서 근무한 과거 재직자로, 기본적인 게임 개발 과정부터 근무기간 중 야근, 크런치 일정 및 퇴사를 결심하게 된 이유 등을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다.

익명으로 이날 자리에 선 개발자는 넷마블 네오에서 게임 기획자로 근무해 오면서, ‘다함께 차차차2’개발에 참여했다. 게임을 개발하면서 최소 한 달에 한 번은 밤을 새웠다고 전한 그는 특히 빌드를 만드는 날이 다가올 때면 밤을 새울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빌드는 개발 도중 게임을 실행 가능한 형태로 묶어 테스트하는 것으로, 이러한 과정은 한달에 많게는 두 번, 출시에 이르러서는 그보다 자주 빌드를 만들게 된다.

개발 도중 ‘크런치 모드’에 돌입하게 되면, 매일같이 야근 및 주말에도 출근을 하게 된다. 크런치 모드는 일정 기간동안 팀원들에게 초과근무를 강제, 생산성을 높이는 것으로 보통 매일 10시까지 야근하고 주말에도 출근하는 것을 일컫는다. 보통 게임 출시를 몇개월 앞두고 크런치 모드에 돌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개발중인 게임의 출시 시기가 변경될 경우에는 이러한 크런치 모드가 연장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개발자는 자신이 재직하던 중 4~5개월을 크런치 모드로 지냈다고 밝히며, 출시를 목표로 했던 날까지 크런치 모드를 계속하다 출시 일정이 늦춰지면서 다시 크런치 모드에 돌입해야 했다고 전했다.

이토록 게임업계에서는 출시 일정이 변경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 편이다. 게임이 완성되지 못해서 변경되는 경우도 있지만, 최신 트렌드를 반영하고,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로 변경하기 위해서 출시 일정을 늦추는 경우도 빈번하다. 개발자는 넷마블 자회사의 경우 출시를 앞두고 넷마블 사업부의 테스트를 거쳐 수정 사항을 받게 되는데, 큰 수정사항의 경우 게임을 뒤집는 경우도 빈번하게 일어난다고 밝혔다. 예상치 못했던 작업 시간이 늘어나게 되고, 다시 출시 일정에 맞추기 위해서는 크런치 모드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어 개발자는 “게임 개발 초기에는 개발자들의 시간과 능력을 고려한 일정 배분으로 정시 퇴근이 가능하나, (넷마블)사업부에서 집중적으로 관리하기 시작하면 자체적으로 야근하지 않으면 소화할 수 없을 만큼 일이 몰리게 된다”고 전했다. 퍼블리셔에서 출시 일정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에, 출시가 중요한 인생의 목표인 개발자들은 어느 정도 무리한 요구가 오더라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출시 이후에도 사정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매출을 지속적으로 올리기 위해서는 잦은 업데이트가 필요한데, 빠르면 1주 내지 2주 간격으로 업데이트를 진행한다. 업데이트 적용은 출시와 비슷한 맥락에서 테스트를 통해 점검하게 되며, 이를 위해 또 철야 작업을 계속해야 했다는 것이 개발자의 설명이다. 개발자는 “예전같은 경우 업데이트 시각을 새벽으로 잡았기 때문에, 필요한 인원은 반드시 철야 작업을 해야만 했다”고 덧붙였다.

이직을 결심한 이유에 대해 개발자는 초과 업무에 비해 적은 연봉과, 야근에 대한 보상이 전혀 언급되지 않는 현실을 들었다. 그는 “게임이 성공할 경우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고 하지만, 이는 극소수 프로젝트의 극소수 인원에 한정되며, 인센티브라는 것이 명시되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경영자나 사업부에서 임의적으로 지출하는 것이기 때문에 언제 얼마나 받게 되는지 알 수 없다. 이는 야근에 대한 보상으로는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개발자는 지난해 있었던 넷마블 네오에서의 과로사에 대해서 퇴사 후 1년 정도가 지나 소식을 들었으며, 직접 아는 분은 아니었지만 같은 회사에서 일했던 만큼 더욱 안타깝게 느껴졌다고 언급했다. 그는 “다른 개발자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지만, 그 소식을 들었을 때 ‘터질 게 터졌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업무 강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특히, 출시 직전에는 업무 강도가 더 올라가고, 이를 감당하기 위해 일주일 동안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사람도 있었다. 당연히 건강에 안 좋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게임 개발은 협업을 기본 전제로 한다. 기획, 디자인, 프로그래밍 등 모든 작업이 맞물려 연계되어 이뤄지기에 다른 작업자들에게 민폐를 끼치면 안 된다는 강력한 책임감이 생기는데, 일정 조율이 잘못될 경우 해당 일정을 마무리하기 위해 장시간 노동을 어쩔 수 없이 해야 하고, 또 심적으로도 압박감을 가지게 된다.

이렇게 압박을 반복해 야근을 하다 보면 “이러다가 죽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것이 개발자의 입장이다. 그는 크런치 모드에 돌입했을 때 팀원들의 건강이 안좋아지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고 밝히며, 환절기에 급격하게 감기가 사무실 전체로 전염된다든지, 체중에 급격한 변화, 또 과민반응 등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또, 심할 경우 ‘번아웃 증후군’에 시달리기도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끝으로 개발자는 더 이상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진정에 참여하게 되었다고 밝히며, 그동안 장시간 초과근무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던 게임 업계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장시간 초과근무로 이득을 보는 것은 개발자들이 아니라 사업주들이며, 야근에 대한 보상은 받지 않는 것이 당연하게 생각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다행히 최근 언론 등의 조명을 받은 탓에 게임회사에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것으로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는다. 여전히 야근은 계속되고 있고, 야근이 당연하다는 인식을 개선하기는 한참 멀었다”고 전했다.

이어 개발자는 “넷마블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사실 게임업계 전반의 잘못된 문화”라며, “게임개발자도 노동자다. 근로기준법을 제대로 지켰다면 이러한 문제들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고, 연봉을 지급한다고 해서 무한정으로 일을 시켜서도 안 된다. 초과근무를 시키지 않기 위해 적절한 인원을 투입하고, 합리적으로 일정을 조율하면 된다. 게임 완성에 있어 야근은 필요조건이 아니다” 라고 말하며 발표를 마쳤다.



■ "회사에서 밤 새우면 교통비도 못 받아" - 넷마블 개발자들의 못다 한 이야기



▲ 박준도 무료노동신고센터 사무국장

전직 넷마블 네오 개발자의 증언에 이어, 박준도 무료노동신고센터 사무국장이 강단에 올라 전현직 넷마블 노동자들의 증언과, 그들이 직접 제공한 재료를 재구성한 상담 사례를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들은 왜, 2013년-2015년을 악몽으로 기억하는가?’를 발표 제목으로 정한 이유에 대해 박준도 사무국장은 “상담을 들어보면, 공통적으로 넷마블의 2013년에서 2015년 근무기록을 조사해 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다”며, “특히, 한 상담자로부터는 '넷마블이 매출 1조를 달성한 것이 2014년부터 2015년의 일인데, 그렇게 일해도 팀에 돌아온 것은 권고사직이었다'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2013년부터 2015년 사이를 설명하기 위해 박준도 사무국장은 지난 6월 조선일보에 실린 기사 일부를 소개했다. ‘넷마블 부활의 4가지 비밀’이라는 제목의 기사에는 ‘넷마블 경영진과 대다수 임직원이 주중 5일 밤샘 야근, 2일만 귀가를 밥 먹듯 했으며, 게임 출시 및 업데이트를 2~3주 남기고 크런치 모드를 운영하는 등 노력을 통해 1조 클럽에 가입할 수 있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같은 순간에 대해 경영자와 노동자가 느끼는 온도의 차이를 보여주는 대목이라는 것이다.




이어 박준도 사무국장은 한 상담자가 제공한 컴퓨터 로그 기록을 공개했다. 사내 메신저와 QQ(텐센트 메신저)등을 바탕으로 받은 업무지시, 상대방 회사(텐센트)와 주고받은 이야기 기록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해당 로그에는 2014년 10월 20일부터 10월 23일까지, 오전 11시에 업무를 시작해 다음날 새벽 여섯시, 이후 네 시간 뒤인 오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다섯시까지 근무하는 등 하루 네 시간을 제외하고는 작업이 계속 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개발자들끼리 주고받는 대화 또한 넷마블에서 야근이 얼마나 일반화되어있는지 말해주고 있다. 박준도 사무국장은 증언을 통해 재구성한 대화 장면을 공개하며, 밤 열두시에 퇴근하는 것을 ‘칼야퇴’라고 부르듯 일찍 퇴근하는 것이고, 이것이 동료들에게 미안한 것으로 여겨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서는 야근 교통비에 대한 증언을 소개했다. 평일에 10시까지 야근하면 1만 원, 12시까지 야근할 경우 1만 5천 원의 교통비를 지급받으며, 주말의 경우 4시간 일하면 3만 원, 6시간 일할 경우 5만 원의 교통비를 지급받는다. 밤을 새우고 야근을 할 경우에는 잠시라도 한 번은 나갔다 와야 한다. 사무실에 밤을 새울 경우 교통비 1만 5천원 마저도 받을 수 없기 때문인데, 박준도 사무국장은 선배 개발자들이 후배들에게 이런 부분을 알려주는 일도 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박준도 사무국장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전 현직 넷마블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월평균 노동시간을 공개하고 발표를 마무리했다. 현행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과로에 의한 산재로 인정받는 기준은 4주 평균 60시간으로, 이날 공개된 증언자들의 기록은 일 년에 최소한 한 번은 이러한 기준을 초과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2015부터 2016년 기록을 전달한 증인의 경우 격월로 4주 평균 60시간을 초과하는 업무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 근로시간은 늘고, 연장근로수당은 줄고 - 포괄임금 계약에 숨은 '꼼수'



▲ 송예진 민주노총 서울본부 노동법률지원센터 노무사

다음으로는 송예진 민주노총 서울본부 노동법률지원센터 노무사가 강단에 올라 넷마블 퇴직자들의 연장근로시간 체불임금을 산정하면서 발견한 몇 가지 문제점에 대해서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먼저, 문제가 된 것은 연장근로수당 지급 방식이다. 노동자가 정상적인 근로 외에 추가로 시간 외 근무를 할 경우, 사용자는 통상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도록 되어있으나, 넷마블을 이상한 계산 방식으로 수당을 연장근로수당 혹은 교통비 명목으로 지급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평일에 12시까지 야근하면 1만 5천 원이 교통비 명목으로 지급했다고 할 경우, 소정근로시간이 오전 10시에서 오후 7시라고 할 때 저녁시간을 제외하면 8시부터 12시까지 4시간 초과근무의 수당으로 1만 5천 원을 받은 것이 된다. 시간당 3,750원을 지급한 셈이다.

송예진 노무사는 “이는 노동자의 통상 시급에 못 미치는 금액일 뿐 아니라, 2016년 최저 시급에도 한참 못 미치는 금액”이라며, “넷마블은 지금까지 3천 원대의 수당을 지급하며 평일, 휴일 관계없이 전현직 노동자들에게 연장 근로를 강요한 셈”이라고 전했다.




다음은 연장 근무 입증 책임에 대한 문제다. 현행법상 사용자가 노동자의 근로시간을 기록할 의무나, 이를 기록하더라도 노동자에게 교부해야 할 의무가 정해져 있지 않다. 때문에 사실상 연장근로 여부는 노동자들이 직접 입증해야 하는데, 보통 교통카드 기록과 교통비 지급 내역 등이 사용된다. 하지만, 새벽에 퇴근하는 일이 많아 택시 영수증을 보관하는 일이 거의 없거나, 교통비 지급내역이 과거의 일이기 때문에 이를 토대로 연장근무를 입증하는 것은 어려움이 따른다.

만약 노동자가 새벽까지 초과근로를 했음에도 이를 입증할만한 자료가 없다면, 노동자는 더 이상 초과근무수당을 요구할 수도 없고, 사용자는 초과근무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없어진다. 사용자로서는 노동자들의 근무시간을 기록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수당 지급을 피하는 방법이 되는 것이다.




이어 송예진 노무사는 “이렇게 지난 2년 치의 교통카드 기록과, 택시 이용 기록을 확인한다 하더라도 포괄임금계약을 체결한 경우가 대부분, 연장근무수당을 청구하더라도 수당 전부를 받을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전했다.

포괄임금계약이란 업무 특성 등을 이유로 실제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 사용자의 임금 지급 편의와 노동자의 근로의욕 고취라는 명목으로 제한적으로 허용되는 제도다. 송예진 노무사는 “그러나 넷마블처럼 출퇴근 기록으로 근로 시간 산정이 용이한 경우에도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넷마블은 이를 악용, 매년 연봉 계약을 체결하면서 노동자들에게 인상된 연봉을 제시했지만, 자세히 보면 오히려 기본급이 줄어들고 법정 수당이 늘어났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설명했다.

이를 보다 자세히 설명할 수 있는 사례로, 송예진 노무사는 T사의 2014년과 2015년 연봉 구성 변화를 들었다. 이 둘을 비교하면, 연봉은 인상되었지만, 구성항목에서 기존 제수당이 15%에서 25%로 오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오히려 기본급이 줄어들고 수당이 인상된 것이다.




기본급이 낮아진다는 것은 연장근로수당 산정의 기초가 되는 통상 시급도 함께 낮아지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이전과 똑같이 연장근로를 하더라도 수당을 덜 받게 되는 것이다. 덧붙여 법정 수당이 늘어난 만큼, 사용자는 연장근로를 지시하게 되므로 이전과 비교해 노동자는 더 많은 연장근로를 해야 한다. 실제 T사의 사례를 비교해 봐도 법정 수당이 늘어나면서 연장 근로가 3시간가량 늘어났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넷마블에서는 근속연수가 늘어나면서 기본급은 낮아지고, 근로시간은 늘어났지만 받을 수 있는 연장근로수당은 점점 줄어드는 일이 반복적으로 일어난다는 것이 송여진 노무사의 설명이다.

이어 그는 “이는 사용자가 포괄임금계약을 악용하는 전형적인 사례로, 임금은 적게 지급하면서 일은 더 많이 시킬 수 있는, 공짜 야근과 과로사를 부추기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설명하는 한편, 퇴사자들의 연봉계약서를 확인한 결과 2016년을 기점으로 연봉 계약서상 법정제수당이 연봉의 25%로 맞춰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넷마블이 초과근무수당을 지급하지 않을 의도로 2016년 연봉 계약 이전에 소위 ‘가이드’를 정해 각 계열사에 전달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운 대목이라는 것이다.

끝으로 송예진 노무사는 이것이 비단 넷마블만의 문제는 아니며, 이미 수많은 직종에서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을 의도로 포괄임금제를 사용하고 있음에도 고용노동부가 이를 합법적인 근로계약 형태로 인정하며 사용자의 노동착취를 방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한, “넷마블은 이제 수당 지급 발표를 통해 책임에서 벗어나려고 하고 있다”며, “하지만 과로사는 현재 진행형이며, 앞으로도 이와 같은 일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확실한 체불 임금을 지급하는 것은 물론, 공짜 야근을 근절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하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 기자회견문 발표



▲ 조영주 한국IT산업노조 위원장(왼쪽), 김환민 게임개발자연대 사무국장(오른쪽)

모든 발표를 마친 뒤, 조영주 한국IT산업노조 위원장과 김환민 게임개발자연대 사무국장이 강단에 올라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전문을 발표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이날 공개된 기자회견문은 과로사 재발을 방지하고, 넷마블의 3년 치 체불임금 전액 지급을 위한 3자 논의 기구 제안과 그동안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고용노동부의 책임을 촉구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3자 논의 기구의 경우 체불임금 진정인 대표인 민주노총 남부지구협을 포함한 노동자 당사자 대표와 넷마블 그룹사 대표, 정의당 이정미 의원실이 참여해 약속 이행 보증 기구를 구성하는 것으로, 넷마블 측이 약속한 체불 임금 지급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수립 계획을 논의하고 결정하자는 취지다. 다음은 이날 발표된 기자회견문의 전문이다.

임금체불과 과로사에 대한 넷마블 입장변화를 환영하며,
노동자가 참여하는 게임업계 노동환경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8월 4일 넷마블 권영식 대표는 사내 게시판에 글을 올려 "넷마블게임즈와 해당 계열사는 지난 근로감독 이전 2개년에 대해 퇴사자를 포함한 전현직 임직원들의 초과근무에 대한 임금 지급을 9월 말까지 완료"하는 한편, 그 동안 업무연관성을 부인해오던 20대 노동자의 급성 심장사에 대해서도 "소중한 직원의 죽음에 매우 애석하고 유족들께도 거듭 애도와 사과의 뜻을 전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늦었지만, 넷마블이 체불임금과 노동자 과로사에 대해 책임 있는 태도를 보인 것에 환영의 뜻을 전한다. 넷마블의 이런 변화가 가능했던 것은 게임 산업 노동 환경을 용기 있게 고발했던 전현직 넷마블 노동자들과 민주노총 남부지구협의회 등 지역 시민사회단체의 활동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노동자들이 동료의 죽음을 사회적으로 알렸고, 고용노동부 수시감독 이후에도 1년치 체불임금만 내놓았던 넷마블이 결국 3년치 임금에 대한 법적 책임을 다하도록 압력을 가했다.

넷마블로 촉발된 장시가 노동문제와 임금체불 문제는 이미 사회 문제이며, 해당 기업에게만 문제해결을 맡길 수 없는 상황이다. 이행 과정에서 신뢰성이 보장할 수 있는 기구가 마련되어야 한다. 이에 '과로사 재발 방지, 3년 치 체불임금 전액 지급을 위한 3자 논의 기구'를 제안한다. 체불임금 진정인 대표인 민주노총 남부지구협을 포함해 노동자 당사자 대표, 넷마블 그룹사 대표, 정의당 이정미 의원실이 참여하여 제대로 된 약속 이행을 보증하는 기구를 구성하는 것이다. 넷마블은 체불임금 지급을 약속했지만 어떤 기준으로, 누구에게 어디까지 지급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회사 폐업으로 인한 이직 및 전환배치된 인원에 대한 체불 임금은 어떻게 되는지, 체불임금액 산정 기준은 어떻게 수립할 것인지 함께 논의하고 결정할 기구가 필요하다.

넷마블측이 노사발전재단과 현재 진행 중인 컨설팅보다 더 중요한 것은 노동자 당사자의 의견이다. 이들이 지금까지 장시간 노동으로 건강을 잃어가며 회사를 키워왔다. 예측 불가능한초과노동이 왜 발생하는지, 장시간 노동 관행을 바꾸기 위해서 개발 기간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가장 잘 아는 이들도 바로 노동자들이다. 탁상공론이 아닌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과로사 재발 방지 대책 수립과 약속 이행의 감시를 위해 노동자 참여는 필수조건이다.

고용노동부도 더 이상 미온적으로 허술한 방식으로 이 문제를 다뤄서는 안 된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월 노동자들과 시민사회단체의 요구에 따라 넷마블과 게임업체 근로감독을 실시하고도, 3년치 체불임금을 제대로 지급하도록 지도하지 못했다. 과로사 의혹이 2016년 첫 번째 사망 때부터 제기되었지만, 먼저 나서 실태를 조사하지도 않았고, 재발을 막기 위한 대응도 없었다. 고용노동부는 지금이라도 게임산업에 만연한 장시간 노동 문제 해결 대책과 숨겨진 과로사· 과로자살을 드러내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또한 장시간 공짜 야근이 원인이 되고 있는 포괄임금제에 대한 전면적 규제와, 과로와 관련한 산업안정 규정 정비 등 대안 마련에도 서둘러야 한다.

다시는 젊은 노동자의 희생이 일어나지 않고 게임업계에도 이제는 인간적인 노동환경이 자리잡을 수 있도록 넷마블은 전향적인 태도로 대화에 응해야 하며, 고용노동부 역시 관계부처로서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2017년 8월 8일

정의당 국회의원 이정미, 민주노총 서울남부지구협의회 무료노동신고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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