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게임장애, 우리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 게임문화 토론회

게임뉴스 | 정필권,김규만 기자 | 댓글: 14개 |



게임문화재단이 주관하고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한 '게임문화의 올바른 정착을 모색하기 위한 토론회'가 국립중앙도서관 국제회의장에서 9일 진행됐다.

한국게임학회 회장 위정현 교수가 좌장을 맡은 이번 토론회는 게임문화의 방향성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로 마련됐다. 게임이 문화적으로 성장하며 게임문화의 가치와 역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게임문화를 올바른 방향으로 정착시키기 위한 토론의 장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행사는 중앙대 전신건강의학과 한덕현 교수,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윤태진 교수,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소장 이장주 박사가 발제를 맡았다. 또한, 종합 토론에는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장근영 선임연구위원, 동의대 디지털콘텐츠공학과 전경란 교수, 인제대 상계백병원 김봉석 교수, 미디어아트 채널 '엘리스온'의 유원준 디렉터가 참여하여 각계각층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자리로 마련됐다.



▲ 한국콘텐츠진흥원 김영철 부원장

한국콘텐츠진흥원 김영철 부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국내 게임문화는 꾸준히 발전하고 있고, 놀이의 역할을 뛰어넘어 사회적 문화적 역할에 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세계보건기구가 게임중독의 질병 코드 등재를 신설한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고 지금까지의 상황을 정리했다.

이어서 김 부원장은 "질병코드 등재와 관련해서는 여러 반박이 제기되기도 했다. 청소년이 중독자로 낙인찍히는 것을 걱정하는 의견도 있고, 업계 종사자들의 우려 섞인 의견들도 나왔다. 의학계 또한 게임중독을 바라보는 시각이 양분된 등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되는 상황이다. 다양한 시각과 의견이 나오고 있는 만큼, 서로의 생각을 논하는 자리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정리한 뒤, 이번 행사가 다양한 관계자들의 의견을 듣기 위한 자리임을 강조했다.



■ 게임이용 장애, 어떻게 보고 있는가? - 중앙대 정신건강의학과 한덕현 교수



▲ 중앙대 정신건강의학과 한덕현 교수

첫 발표를 맡은 한덕현 중앙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먼저 DSM-5를 비롯하여, 많은 논의가 되고있는 ICD-11 초안 상 '게임 장애' 항목이 등재되기까지의 역사를 돌아보고, 게임 장애의 국제적 인식에 대한 현황을 공유했다.

'게임의 문제적 사용'에 대한 첫 공식 보고는 1996년 '킴벌리 영' 사례로 거슬러 올라간다. 과거 중독 또는 정신과 병력이 없었던 43세의 가정주부 킴벌리 영은 당시 6개월간 일주일에 60시간 이상 채팅방에 머물러 있었고, 이후 직업도 잃고 가정이 파괴되는 현상을 보였는데, 이와 비슷한 사례를 수집한 미국 정신의학회에서 발표하기에 이른다.

이후 수많은 연구가 진행되었지만, 아무것도 없는 분야에서 진단 기준을 만들어야 했던 정신의학회가 알콜 또는 마약 중독 진단에 활용되는 문항에서 알콜 대신 인터넷이라는 단어를 넣어 진단 기준으로 삼았다는 것이 한덕현 교수의 설명이다. 한덕현 교수는 "만약 당시 불안장애 진단 기준에서 불안장애를 빼고 인터넷을 넣었다면, 킴벌리 영은 불안 장애 판정을 받았을 지도 모르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연구가 계속되었지만, 문제는 '인터넷 중독'이라고 이야기하는 정의 자체가 상당한 이질성을 보인다는 것이었다. 어떤 학자는 하루에 7시간 이상 인터넷 사용을 기준으로 했으며, 어떤 연구자는 일주일에 50시간을 지단 기준으로 하기도 했다. 공통된 의견을 모을 수 없었기 때문에, 보편적인 진단 기준을 세우는 것 또한 어려운 일이었다.




기술의 발전을 연구가 따라가지 못하는 측면도 존재했다. "예를 들어 인터넷 게임 과몰입에 대한 연구가 나왔을 때도, 이미 우리나라는 스마트폰으로 넘어가 있는 상태였다"고 말한 한덕현 교수는 연구의 결과를 수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IT가 발전되어 적용이 어려워지는 상태가 계속됐다고 전했다. 유럽에서는 '문제적 인터넷 사용'이라는 단어 자체도 구식이 되어, 차라리 '전자기기의 병적 사용'이라는 단어가 낫지 않겠냐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미국 정신의학회가 해당 이슈에 고민한 흔적들은 '인터넷 게임 장애'라는 명칭이 나타나기까지의 역사에서 알 수 있다. 처음 '인터넷 장애'라는 명칭을 사용했을 때는 변수가 너무 많아 진단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니, 그나마 구체적인 '게임 중독'이라는 명칙을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독'이라고 부르기 위해서는 내성이나 금단증상, 갈망 등의 중요한 증상이 필요한데, 당시까지 만들었던 진단 기준으로 환자들이 이에 충족되는지가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아 이후 '인터넷 게임 장애'라는 이름으로 DSM-5에 등재하게 되었다.

인터넷 게임 장애는 미국 정신의학회 진단 분류로 DSM-5상 세션3에 포함되어 있다. 아직 정식적인 진단 기준으로는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 이유로 한덕현 교수는 일정한 진단기준이 없고, 술과 담배와 같이 물질 자체의 문제인지 아니면 이를 사용하는 행동과 경험의 문제인지에 대한 논란이 계속 일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동안의 연구가 모두 단면적이었으며, 문제를 가진 사람들의 공존 질환이 너무 많다는 문제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더욱이 학자들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은 것이 바로 '내성'과 '금단 증상'에 대한 부분이었다. 일반적으로 게임을 많이 하면 많이 할수록 재미가 없어지는데, 보통 이 경우 다른 게임을 찾거나 장르를 바꾸며 플레이하게 된다. 이 경우가 과연 '내성'의 기준에 부합하는 것인가에 대한 문제들이 계속 비판적인 도마에 오르게 된 것이다. 한덕현 교수는 ICD-11 초안에 등재된 '게임 장애' 항목을 설명하며, "중독에 가장 핵심 요소인 금당 증상과 내성을 제외한 채 발표한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ICD-11 초안에 등재된 게임 장애의 증상으로는 ▲게임과 여타 행동의 우선순위 지정 장애 ▲ 적절한 게임 플레이 시간 조절 불가 ▲게임과 관련된 부정적인 결과 무시 등을 포함한다. 또한, 게임 장애가 진단되기 위해서는 행동 패턴이 개인,가족, 사회, 교육, 직업 또는 기타 중요한 영역에서 심각한 손상을 초래할 정도로 심각해야 하며 적어도 12개월 동한 분명해야 한다.

현재까지도 미국을 포함한 해외 지역에서는 ICD-11의 '게임 장애' 항목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으며, 이를 찬성하는 학자들의 연구 논문은 물론 반대하는 입장의 논문 발표 또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추세다.


■ 누가 아직도 게임을 두려워 하는가? -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윤태진 교수



▲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윤태진 교수

윤태진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는 게임포비아의 역사를 돌아보며 '게임을 질병’으로 보는 새로운 '공포'의 등장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다. "게임 포비아는 뉴미디어 포비아와 신세대 문화 포비아 두가지 공포의 결합"이라고 설명한 윤태진 교수는 먼저 뉴미디어 포비아와 신세대 문화 포비아 두가지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이어나갔다.

'뉴미디어 포비아'는 새롭게 등장하는 매체에 대한 기존 매체가 갖는 공포를 뜻하며, 1800년대 로맨스 소설이 등장했을 때 신문이 소설에 가진 공포로 설명이 가능하다. TV가 처음 등장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당시에는 기존 매체가 된 신문과 책, 교과서 등이 TV의 부정적인 면을 강조했으며, 2000년 초 인터넷이 보편화될 당시에는 신문과 TV가 힘을 합쳐 인터넷의 병리적인 부분을 부각시키기도 했다.

'신세대 문화 포비아'는 기성세대가 익숙하지 않은 문화적 경향성에 대해 저속하고, 버릇없고, 전통을 해하는 것으로 바라보는 현상을 뜻하며, 기성세대는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윤리적, 교육적 담론을 전술적으로 활용한다는 것이 윤태진 교수의 설명이다. 1960년대 만화책에 대한 기성세대의 비판은 물리적으로 만화책에 대한 화형식으로 표출된 적이 있으며, 70년대에는 가요계 정화운동의 명목으로 소위 ‘퇴폐 가요’ 수백 곡이 금지되는 일도 있었다.




윤태진 교수는 또한 청소년 문화 혹은 새로운 매체에 대한 저항감은 이론적으로 존재했지만, 우리나라의 특성으로 ‘사행성’이 게임과 항상 같이 논의되었다고 설명했다. 사행성 이슈는 게임에 대한 거부감으로 연결되었으며, 이는 뽑기, 확률형 아이템이라는 단어가 이야기되는 현재에도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밖에 청소년의 일상과 연결, 전통문화 등이 게임 담론을 둘러싸고 있는 주요 단어다.

이어 윤태진 교수는 대중매체가 주로 활용하는 게임에 대한 4가지 의미화 방식과 함께, 그 안에 내재된 공포를 통해 어떻게 게임 포비아가 실체를 이루는지에 대한 설명을 이어나갔다.

첫 번째는 ‘정상성’과 게임을 꾸준하게 대비하는 것에서 발생하는 주변화의 공포다. 대부분의 미디어에서 정상적이지 않은 것이 게임이라고 의미화하는 흔적을 확인할 수 있는데, 그 예가 바로 사회성이 부족해 게임에 빠졌을 가능성이 있음에도 많은 기사들이 모자란 사회성의 원인으로 게임을 지목하는, 다시 말해 ‘비정상의 원인’으로 게임을 지목하는 일들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오는 '주변화의 공포'는 게임을 하면 사회규범이 요구하는 정상적인 방식에서 벗어난 생활양태를 가진것으로 걱정을 말한다.

두번째는 교육과의 대립을 통해 '미성숙의 공포'를 주입한다는 것이다. 게임을 정상적인 교육을 방해하는 훼방꾼으로 정의하고, 게임을 많이 하면 주의력이 분산된다거나, 시력, 성장발달 장애 등을 수반한다는 '공포 담론'을 생성하고 전파하게 된다. 윤재진 교수는 "우리나라의 교육열을 고려할 때, 가장 효과가 큰 공포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건강과의 대립'이다. 이는 공포 담론중 가장 빈도가 높은 주제로, 게임과 관련해서는 발육 부진이나 수면 방해, 시력 방해 등이 주로 언급되는 편이다. 이 때 대부분의 기사들은 나름대로의 과학에 근거하기 때문에, 이 때 언론의 권력과 과학의 권위가 합쳐져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는 것이 윤태진 교수의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윤태진 교수는 '현실적 유용성과의 대립'을 꼽았다. 게임은 현실적으로 유용한 면이 없다는 담론으로, 진짜 현실과 가상세계를 구별지으며 '가상은 쓸모가 없다'는 논지를 고착화한다. 윤태진 교수는 지난 2011년 미국 연방대법원이 판결을 통해 게임을 소설이나 영화, 연극과 같은 예술의 한 장르로 인정한 사례를 들며 "게임 또한 예술작품으로서 책, 연극, 영화와 마찬가지로 많은 사람들에게 공개되어야 하고, 예술 창조의 개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에서 해당 판결이 나왔다. 책과 게임이 (가상을 다룬다는 점에서)다를 이유는 없다"고 전했다.

다음으로 윤태진 교수는 이러한 공포의 담론속에서 새롭게 ‘게임의 질병화’라는 공포가 등장했다고 설명하며, 흔히 게임 중독자라고 지칭할만한 사례가 존재하는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후속 질문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게임의 발전과 함께 해당 질환을 가진 사람들의 숫자가 늘어났는지? 이러한 사람들이 실제로 게임 때문에 증상을 보이는지? 또한 게임을 질병화하는 시도가 과학적 개념으로서 유용한지와 함께, 그렇다고 한다면 앞으로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움직임으로 어떻게 나가야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 게임장애가 만들어낼 새로운 문제들 -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소장 이장주 박사



▲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소장 이장주 박사

세 번째 발제를 진행한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이장주 박사는 게임장애가 만들어낼 문제들에 관해서 이야기를 전했다. 이장주 박사는 발제를 시작하기에 앞서, "게임이 나오고 적응할 만하니까, 게임 장애라는 것이 새로 나왔다. 게임이라는 것이 나와서 '게임 포비아'를 느꼈는데, 왜 게임 장애가 병이라는 진단과 주장에 대해서 우리는 왜 공포를 느끼지 않는가?"라는 물음을 던졌다.

이장주 박사는 게임 장애를 정의하는 단어와 명칭에 대해서 먼저 접근했다. 이름의 종류는 크게 자연류와 인간류로 구분할 수 있다. 자연류는 이름과 무관하게 존재하는 자연물과 같은 대상을 의미하며, 인간류는 이름에 따라 속성이 변하는 것을 의미한다. 어떻게 부르냐에 따라서 속성이 달라지는 정치적인 용어라는 설명이다. 의학계와 미디어가 이를 혼동하기 때문에 문제가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이름을 어떻게 짓느냐에 따라서 속성이 변하는 점에서 '게임장애'는 '오리엔탈리즘'과 궤를 같이한다. 오리엔탈리즘은 서양을 정의해주는 타자로서 이차적이고 부정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그리고 문화에서 재생산되며 실제로 우리 사회에 영향을 미친다, 서양권에서 바라보는 동양의 미, 아름다움과 같은 것들은 결과적으로는 해당 문화권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본질적으로 서양의 시각에서 구성된 것이기 때문이다.

게임도 이와 마찬가지다. 이장주 박사는 지금의 상황을 '온라인에서 나타나는 오리엔탈리즘의 양상'이라고 표현했다. 게임 장애 문제를 확장시키면, 오프라인과 온라인,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인간류로 상대를 형성했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로 판단했다.

결과적으로 게임 장애라는 단어는 인간류의 네이밍이며, 객관적인 게임장애를 정의하기 어렵다. 나쁜 습관 또는 개인 취향과 같이 서로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새로운 현상에 대해서 어떤 방식으로 개념화를 하고 득실을 따져봐야 한다고 발언했다. 사람이 만들어낸 문화적 현상으로서의 네이밍이 앞으로 어떤 형상을 만들고, 어떤 비용을 청구할 것인지 논의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봤다.




그렇다면 게임 장애라는 정의로 말미암은 사회 문화적 비용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이장주 박사는 대표적으로 네 가지 면에서 새로운 문제들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했다. 첫 번째 문제는 '노시보 효과'다. 노시보 효과는 위약효과를 의미하는 플라시보 효과와는 반대로, 해가 없는 것이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오는 것을 의미한다. 게임 장애로 새로운 병리 현상들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두 번째 문제는 병적 이득이다. 수사를 받을 때 휠체어를 타고 가는 것이 이득이 있는 것처럼, 게임을 핑계로 병역을 회피하거나, 범죄의 원인으로 게임을 이야기하며 자기 범죄를 방어할 수도 있다. 병적 이득은 환자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게임 장애라는 병적 진단이 이루어진다면 환자 주변 사람들이 위로와 배려 등 3차 이득도 얻을 수 있다.

세 번째로 나오는 문제는 출구가 사라진다는 점이다. 정신장애는 완치라는 개념이 없고 확진을 내리기는 어렵다. 그리고 게임과몰입은 30대 이전에 대부분 사라진다. 만약 게임장애가 있다면, 청소년기의 병증이 계속해서 지속 및 유지가 된다. 치료로 말미암은 과도한 의료비지출, 직업 및 사회적 활동에 제약이 오는 것도 가능하다.



▲ 게임에서 운전을 못 하는 것이 운전면혀 결격 사유로 이어질 수도 있는 일이다

마지막은 부정적 이미지와 불필요한 자기 검열이 생기는 문제를 예로 들었다. 평범함으로 4차산업혁명은 불가능하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들, 관계가 있는 사람들은 치료대상으로 만들어서 어떠한 미래가 있는지를 반문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그리고 결국 게임을 만들되, 중독에 이를 정도가 되지 못하게 하라는 것은 실현 불가능한 목적이나 조건을 제시하면서 순환논리를 만드는 것밖에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발제를 정리하면서 이장주 박사는 의도가 좋다고 결과까지 좋은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의사들이 사회를 걱정하는 것은 의심하지 않으나, 어떤 비용과 역효과를 발생시킬 것인지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므로 게임장애가 불러올 파급효과와 경제성, 지속가능성까지 고려한 정책적인 결정이 필요하다고 정리하며 발제를 마무리했다.



■ 질의응답




Q. 게임장애가 도입되면 어떤 영향이 있겠는지 궁금하다. 어떤 식으로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지 설명해 달라

한덕현 교수 = 이렇게 공개적인 자리에서 질병 코드화 돼서 나간 뒤의 사회적 파장을 확실하게 말씀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다. 다만, 만들어질 때 제대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주장은 환자를 자주 보는 임상가로서는 하고 싶다. 임시로 만들고 난 뒤에 보자, 고치면서 가는게 좋지 않으냐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하여 작년 11월 열렸던 게임 중독 관련 심포지움에서 영어로 똑같이 답변했었다. 진단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서 관심의 주체, 치료의 주체, 도움을 받는 주체가 달라질 수 있다. 물질 중심이나 다른 것을 기준으로 만들어지면 정작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받지 못하고 다른 것들이 양산된다.

제대로 된 진단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제대로 된 진단 기준을 만들기 전까지는, 이론적으로 주장하는 사람들의 생각보다는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게다가 한번 만들어진 진단 기준을 고치기는 또 너무 어렵다. ICD는 카테고리가 매우 중요하다. 카테고리도 행위 중독 카테고리에 들어갈지, 충동 조절 관련해서 들어갈지 정해지지 않았다. 이런 상태에서 베타에 명시된 네 가지 진단기준으로 게임장애를 판단하는 것은, 임상가로서는 여러 걱정이 된다.

윤태진 교수 =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병이 아닌데 병으로 간주해서 문제를 일으켰던 경우도 있다. 낙인을 찍는 순간 사람은 배제의 논리를 작동시키기 시작한다. 곧바로 비정상적인, 메인스트림에 들어올 수 없는 사람이 된다. 건강한 사회라면 비정상인을 정상으로 합류시키기 위한 노력을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그 정도로 성숙한 사회 같지는 않다.

물론, 발제에서 말했던 것처럼 게임중독과 관련해서 고생스러운 경험을 겪고 있는 사람의 존재 자체를 부인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파급효과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그보다 걱정하는 것은 낙인의 효과다. 주류에 낄 수 없는 비정상적인 사람을 만드는 것이 장기적으로 어떤 해악을 끼칠지는 상상하기 어렵다.

이장주 박사 = 게임장애가 생긴다고 해서 게임장애를 만드는 환경은 좋아지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해결책과는 점차 멀어진다. 게임을 희생양 삼아, 책임을 던지기 보다는 다른 고민들이 필요하다고 본다. 우리가 이런 환경 속에서 무얼 하고 있느냐, 책임을 던지고서 자유로운 것 처럼 행동하는 것이 과연 사회와 아이들 미래를 만드는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를 만들어나가는 적극적인 주체로서 시민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물음을 던져야 하지 않을까.

위정현 회장 = WHO의 게임장애 등재가 이루어지면, 국내에서는 통계청에서 자료를 받아서 보건복지부가 의원입법을 통해 게임을 중독물질로 규정하는 시도를 할 것이다. 그다음 단계는 기금 조성이다. 이미 알콜 중독이나 강원랜드는 치료를 위한 기금을 강제로 징수하고 있다. 예상하건대, 이전에 말이 나왔던 것처럼 매출의 1~3%를 징수하기 위한 의견을 모을 것이다. 이게 실질적인 후유증 중에 하나다.

다음으로 대학 관련 문제도 있을 수 있다. 셧다운제 이후 게임학과의 커트라인이 떨어지고 부모와의 갈등이 증폭됐다는 조사도 있다. 한 번 떨어진 커트라인은 지금까지 회복되지 않았다. 게임장애가 등재되면 충격파는 더 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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