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다가올 진짜 VR 시대, 유니티라면 걱정 없다" 유니티 루카스 메이어 TD

인터뷰 | 윤홍만 기자 | 댓글: 1개 |
매년 유니티 엔진의 발전이 눈부시다. 작년 유니티는 테크 데모 아담을 공개하며 지금까지 쌓여온 퀄리티가 낮다는 편견을 종식했다. 이어서 본격화되는 VR 시대를 맞이하기 위한 준비로 VR 에디터를 준비했을 뿐 아니라 카르테 블랑시 콘셉트 영상을 통해 VR 에디터의 미래를 보여줬다. 단 1년 만의 발전상이다.

이 같은 유니티 엔진 발전의 선봉에 루카스 메이어 기술 디렉터가 있었다. 그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한다는 생각에 문득 유니티는 앞으로 어떤 변화를 맞이하게 될지, 그리고 업계 최대의 화두인 VR의 미래는 어떨지 궁금증이 일었다. 과연 그가 생각하는 유니티와 VR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지 루카스 메이어를 만나 자세한 얘기를 나눠봤다.



▲ 유니티 루카스 메이어(Lucas Meijer) 기술 디렉터



Q. 경력이나 현재 유니티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등 간단한 소개 부탁한다.

유니티에서 일한 지는 8년 정도 됐다. 당시에는 유니티도 굉장히 작았는데 15명~20명 정도 남짓한 직원들로만 이뤄진 회사였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부터 지금까지 굉장히 놀라운 여정을 겪은 것 같다. 8년 전에는 고객이 전혀 없어서 우리 제품을 써달라고 설득하기도 어려웠었다. 샌프란시스코 GDC 현장에서는 의자 2개 정도만 놓인 작은 부스에서 '우리 제품 좀 써주세요'하는 꼬마 같은 입장의 회사였는데, 8년의 시간이 지나 이제는 개발자라면 누구나 알만한 엔진 개발사로 자리매김했다.

그 기간 동안 처음에는 엔진 프로그래밍을 맡기도 했고 스크립팅 팀 리더를 담당하거나 엔지니어 파트를 맡기도 했었다. 그러다 다시 프로그래밍이 그리워져 현업에서 프로그래밍을 다시 하고 있다. 현재는 하는 일을 %로 구분한다면 엔진 프로그래밍이 70~80% 정도 되고 나머지는 오늘 같은 행사가 열리면 참가해 기술을 소개하며 지내고 있다.


Q. 유니티에 있으면서 자랑할 만한 기능을 추가했다거나 하는 업적이 있다면 좀 듣고 싶다.

초창기에 우리 엔진을 무료화하자고 설득한 일을 들겠다. 당시 우리 엔진은 1,000달러 짜리와 150달러짜리로 나누어져 있었는데 150달러짜리 제품을 무료화하자고 했었다. 당시 이용자가 적어서 무료화를 통해 이용자가 늘어나면 장기적으로는 구매자도 늘어나 수익이 발생할 거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리스크가 큰일이었지만 회사도 이해해서 무료화를 했고 그런 리스크를 감당한 덕에 지금과 같은 방대한 커뮤니티와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Q. 최근 유니티 엔진이 5.6으로 업데이트됐다. 이전 버전과 비교해 어떤 점들이 달라졌나?

아무래도 이번같은 대규모 행사에서는 핵심적인 기능에 대해서만 강조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눈에 띄지 않는 기능들도 개선되곤 하는데, 사실 5.6의 핵심은 바로 아티스트들이 좀 더 편하게 개발할 수 있도록 한 부분이었다. 이를테면 라이트 익스플로러 기능을 들 수 있는데 씬에 있는 라이트를 한 창에서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이다. 이걸로 아티스트들이 라이트를 좀 더 수월하게 찾고 수정할 수 있다.

사실 그동안 유니티는 프로그래머에게 도움 되는 기능을 업데이트하곤 했다. 그랬는데 이제는 아티스트로 관점을 옮긴거다. 이건 단순히 앞으로 프로그래머가 아닌 아티스트를 위한 엔진이 된다는 얘기는 아니다. 반대로 프로그래머에만 쏟았던 관심을 아티스트에게도 옮겨서 더 많은 개발자들이 손쉽게 엔진을 다뤘으면 하는 바람에서 한 결정이다.

프로그래시브 라이트 맵퍼에 대해서도 말하고 싶은데 이 기능을 통해 예전에는 테스트하는데 20분이 넘게 걸렸던 작업이 단 몇 초 만에 할 수 있게 됐다. 이 기능을 통해 단순히 작업 시간이 단축되는 거로 끝나는 게 아닌, 아티스트가 개발을 좀 더 즐겁게 할 수 있길 바란다.



▲ 유니티는 타임라인 기능을 추가함으로써 그래픽 기능을 더욱 강화했다


Q. 그 외 자랑하고픈 기능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나?

파티클 시스템을 개선한 걸 들겠다. 사실 큰 변화는 아니지만, 그동안 여러 작은 문제들이 있었는데 이번에 거의 다 개선했다. 이 역시 아티스트에겐 기쁜 점일 것이다.


Q. 유니티 2017에 추가될 기능으로 C# 잡 시스템을 언급했는데, 정확히 어떤 기능인가?

멀티쓰레딩과 관련된 기능이다. 게임 엔진 개발자나 게임 개발자들이 직면하는 문제 중 CPU를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을지 고민하는 문제가 있는데, 잘못 쓰면 병목 현상은 물론 끔찍한 버그가 발생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경우 어떤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했는지 확인하기도 어렵고 고치기도 어렵다.

하지만 앞으로 유니티 2017에 추가될 C# 잡 시스템을 통해서는 데드락같은 문제를 사전에 막을 수 있게 되고, 멀티쓰레딩 효율성이 개선됨에 따라 전보다 더 높은 성능을 낼 수 있다.



Q. 기능이 추가되는 건 좋은데 보통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면 최적화에서는 멀어졌다는 얘기를 하곤 한다. 어떻게 생각하나?

단순히 기능이 추가된다고 최적화에서 멀어진다는 건 좀 다른 얘기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C# 잡 시스템의 최우선 목표가 바로 최적화이기 때문이다. 또한, 일반적으로 제공되는 기능은 아니지만 5.6에서 내부 코드를 통해 C# 잡 시스템이 동작해 성능 면에서 큰 개선을 이루기도 했다.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C# 잡 시스템을 비롯해 엔진을 개선하는 속도에도 더 힘을 낼 생각이다.

사실 유니티가 최적화가 아직 멀었다는 얘기는 일종의 선입견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엔진을 사용하는 유저 중에는 엄청난 퀄리티의 게임을 개발하는 개발자도 있지만, 아이들이 재미 삼아 단순한 게임을 만드는 경우도 있다. 이 모든 게 유니티로 개발한 건데 후자인 단순한 게임들을 보고 유니티는 퀄리티가 낮다거나 최적화는 멀었다고 편견이 생기는 것 같다.

▲ 유니티로 개발해 뛰어난 퀄리티를 보여준 넥슨의 'AxE'


Q. 유니티 2017은 현재 유니티 엔진과 비교하면 얼마나 발전할까?

점진적인 개선이 이뤄지는데, 우선 유니티 2017.1에서는 타임라인 기능이 추가될 예정이다. 일종의 영상 편집 기능인데 앞으로는 게임 개발자뿐 아니라 영화 제작 같은 곳에서도 사용되지 않을까 싶다. 특히, VR 영상을 만들 경우 기존의 영화 제작자가 사용한 툴은 적합하지 않아 유니티 2017을 사용할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이런 점도 고려해 지금까지 영화 제작자들이 사용한 툴과 유사한 형태로 만들어 VR 영상을 만들 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Q. 최근 HTML5가 점차 인기를 얻고 있다. 플랫폼을 가리지 않는 범용성 때문인데 유니티 기술 디렉터로서 어떻게 생각하나?

우리도 관심을 갖고 있고 유니티에서도 웹GL을 통해 지원하고 있다. 장래성이 있는 플랫폼이긴 한데,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첫 번째로는 자바스크립트를 통해 실행하는데 자바스크립트는 빠른 속도를 보장하는 언어가 아니다. 그리고 브라우저를 통해 실행하는 만큼, 한 번 걸쳐서 하기에 속도가 느려진다. 물론 브라우저 부분은 구글이나 모질라 같은 쪽에서 개선하고 있는 편이지만 여전히 속도 문제가 있다. 전체적으로 볼 때 흥미로운 플랫폼이긴 하나 아직까지는 소수의 용도에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Q. 소수의 용도 예를 들자면?

웹사이트에서 특정 기능을 제공하거나 하는 식이다.


Q. HTML5로 게임을 개발한 사례도 많지 않나?

게임 개발에도 사용하고 파일 사이즈가 작다는 장점, 그리고 범용성이 있다는 점 등으로 유용하게 사용하는 사람도 분명히 있지만, 게임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한다.

▲ HTML5로 개발 중인 잔디소프트의 '매드니스'


Q. 유니티는 플레이메이커라는 에셋이 있지만 유니티 측에서 제공하는 에셋이 아니다. 비쥬얼 스크립팅 기능은 개발에 난이도를 낮추는데 큰 도움이 되는데 유니티에서 정식으로 관련 기능을 제공할 계획은 없나?

비쥬얼 스크립팅의 경우 결과물을 볼 때 때로는 말도 안 될 정도로 훌륭한 게 있지만, 터무니없이 끔찍한 경우도 있다. 어떨 때는 스파게티처럼 노드나 연결이 많아져서 아무리 봐도 이해할 수 없는 경우도 생긴다.

그래서 비쥬얼 스크립팅 기능은 굉장히 흥미롭게 보고 연구도 많이 진행하고 있는 분야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잘못 쓰면 끔찍한 결과를 불러올 수 있는 만큼, 한다면 제대로 한다는 마음으로 비쥬얼 스크립팅에 대해서는 좀 더 시간을 들이고 있다.

여담이지만 언급한 플레이메이커는 나 역시 굉장히 좋아하고 뛰어난 플러그인인 만큼, 코딩에 자신 없다면 사용해보길 바란다.



▲ 비쥬얼 스크립팅의 경우 잘못하면 아무리 봐도 이해할 수 없는 문제가 생긴다


Q. 최근 유니티 엔진도 VR/AR 콘텐츠 개발과 관련해 여러 기능이 추가됐고 추가될 예정인 거로 알고 있다. 유니티로 VR/AR 콘텐츠를 개발할 때 어떤 점을 장점으로 들 수 있나?

우선 아까 말한 것처럼 기존의 영화 제작자들이 사용한 툴로는 VR 콘텐츠를 개발하는데 애로사항이 꽃피는 만큼, 유니티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또한, 원하는 기능들이 이미 엔진에 다 포함된 만큼, 파이프라인이나 렌더러를 따로 개발할 필요가 없어 시간도 단축된다.

그 외에도 2가지 더 장점을 들 수 있는데 첫째로 유니티는 굉장히 많은 플랫폼을 지원한다. 이 말이 갖는 의미는 크다. 예를 들어 3년 후 어떤 VR HMD가 살아남고 대세가 될지 예측할 수 있는가? 쉽게 예측할 수 없다. 즉, 어떤 플랫폼을 고를지 힘들다는 얘기다. 하지만 유니티를 쓴다면 걱정 없다. 유니티는 지금은 물론이고 3년 후에도 있을 것이고 더 많은 기능을 제공할 거다. 거기에 더해 플랫폼과 호환성을 계속 확대할 예정이니 어떤 기기가 대세가 되든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거기에 최적화가 우리의 최우선 목표라고 한 바 있는데 VR 콘텐츠에서 최적화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따로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이런 점에서 유니티를 사용하면 성능은 물론 최적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Q. 기술 디렉터로서 VR 대중화를 막는 요소가 뭐라고 생각하나? 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개인적인 견해를 듣고 싶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개인적으로 대중화를 막는 요소 첫 번째는 유저들의 눈높이라고 생각한다. VR이 한창 대두됐을 때 유저들이 콘텐츠에 거는 기대가 굉장히 높았다. 가상현실 시대가 바로 눈앞에 왔다고 느낄 정도였다. 이런 기대 때문에 지금 VR 콘텐츠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이다. 그래도 이런 건 5~10년 정도 지나면 충분히 유저들이 원하는 기준에 맞춰질 거로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눈높이 외에도 시장과 개발자의 문제도 있다. VR HMD를 가진 유저가 적다 보니 시장도 적고 당연히 시장이 작은 만큼, VR 콘텐츠를 개발하려는 개발자도 적다. 그래도 다행인 건 이 문제 역시 조만간 해결될 거로 생각한다. 페이스북 등에서 VR 콘텐츠 개발에 대규모로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니티 역시 이와 관련해 적극적으로 VR 콘텐츠 개발을 지원할 예정이다.



▲ 시간이 지나면 양질의 VR 콘텐츠가 나오고 기기도 대중화됨으로써
본격적인 VR 시대가 올 것으로 루카스 메이어는 보고 있다


Q. 끝으로 한국에 온 소감 들려달라.

이번에 한국에 처음 왔는데 한국에 유니티 개발자가 이렇게나 많다는 사실에 우선 놀랐고 그들이 개발한 게임의 퀄리티와 기술력에 큰 감명을 받았다. 그런 개발자들의 모습을 보니 코펜하겐의 작은 창고에서 시작해 지금같은 성취를 이뤘음에도 겸손해지는 마음이었다. 앞으로도 유니티는 개발자를 위한 엔진이라는 길을 계속 개척해나갈 테니 더 많은 개발자들이 우리 엔진을 사용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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