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인디의 열정과 감성을 담은 도전장! 탄막 회피 액션? 롤링 플래닛!

인터뷰 | 장인성 기자 | 댓글: 7개 |
한국에서 인디, 언더, 서브, 마이너를 추구하는 것은, 정말 슬프지만 바보같은 일이다. 특히나 게임 분야에서라면 더욱 그렇다. 세계에서 가장 열정적인 게이머들이 살고 있지만, 1%만 부족해도 날선 비판을 들이대고 심지어 즐긴 문화에 적합한 비용을 지불하는 것도 익숙하지 못하다. 세계 최고의 베타 게임 시장이라는 평가는 한국의 역설적인 시장이 만들어낸 씁쓸한 칭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정을 담보삼아 뛰어드는 사람들은 많고, 척박한 토양에서도 결국 꽃은 피어나기 마련이다. 비록 온실 속에서 애지중지 가꿔온 화초처럼 아름답지는 않겠지만 모진 풍파를 겪으며 피어났으니 훨씬 건강한 생명력을 뽐낼 수 있다. 살아남는 사람들은 비록 적을지라도, 현실이라는 체에 걸러지면서까지 끝까지 열정을 지킨 이들은 일당백의 실력을 자랑한다.

지난 2010년 세계적인 인디 게임 대회 '인디케이드'에서 한국의 인디 개발팀 '팀 아렉스'가 Jury상을 수상했다. 그들이 개발한 게임 '암중모색'은 '게임을 상호작용이 가능한 시(詩)로 변화시켰다(Groping in the Dark transforms a game into interactive poetry.)'는 호평을 받으며 주목을 받았다.

혹독한 평가와 저조한 매출, 게임 심의 규제라는 삼중고까지. 인디가 힘들다 못해 아예 죽어버렸다는 평가를 받는 한국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인디 게임이 나왔다는 것은, 정말 수식어 그대로 단단한 바위 위에 꽃이 핀 것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 인디케이드 수상작. 암중모색





인디에서 충분한 경험을 쌓은 팀 아렉스는 그들이 꿈꾸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게임 회사를 창업한다. 파비욘드더게임(Far beyond the game). '게임, 그 너머'라는 뜻을 위해 걸어갈 길은 앞으로도 멀겠지만, 일단 모바일에서 첫 발을 뗄 준비를 마쳤다.

"시작은 2003년이었어요. 팀 아렉스라는 아마추어 개발팀을 결성했고, 2007년도에는 50만 이상 다운로드를 기록한 런 도로시라는 게임이 나왔죠. 활동은 꾸준히 한 것 같아요. 2010년에 내놓은 '암중모색'이라는 게임은 인디케이드에서 심사위원 대상에 해당하는 Jury Award for Overall Excellence까지 받았습니다.

2010년에 창업을 하게 되었고 파툼이라는 PC 웹게임을 제작하고 있었는데 모바일 붐이 시작되었습니다. 원래 인디 출신이니 모바일 시장에 매력을 느꼈죠. 어떤 게임을 만들지 결정을 해야 했는데 시장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니 일단 리메이크 게임으로 결론이 기울었습니다."


인디의 감성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파비욘드더게임에서 처음 내놓는 도전장, 당연히 흔한 스타일은 아니다. '롤링 플래닛 for Kakao'. 달리기인지 슈팅인지 애매하지만 직접 해본 소감을 말하자면, 인디 게임 특유의 맛과 재미를 잘 살린 독특한 모바일 게임이다.

인디 게임에 관심이 많은 게이머라면, 어쩌면 이미 아는 게임일 수도 있다. 롤링 플래닛은 파비욘드더게임이 팀 아렉스 시절 제작해서 약 50만 이상의 다운로드를 기록할 정도로 유명했던 '런 도로시'의 리메이크 작이다. 롤링 플래닛이 간직한 인디 감성이 모바일 게이머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파비욘드더게임의 최윤석 이사와 바른손 게임즈의 원성연 실장을 만났다.




▲ 독특한 콘셉의 탄막 회피 게임, 롤링 플래닛!




▲ 파비욘드더게임 최윤석 이사(좌측)와 바른손 게임즈 원성연 실장


가장 먼저 궁금했던 점은 바로 인디 시절과 현재의 생활. 인디 시절부터 굉장히 주목받는 개발팀이었지만, 인디 시절과 정식으로 창업을 한 이후의 생활은 분명 다르지 않을까?

최윤석 이사: "엄청 힘듭니다. 인디 시절도 물론 힘들었지만. (웃음) 인디는 게임 개발하고 출시하고 그렇게 우리끼리만 즐거우면 되는데, 이제는 냉정하게 시장의 평가를 받아야 하잖아요. 수익도 봐야하고 예전에는 관심없던 이해관계도 생기고... 낯설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래도 인디 시절부터 저희가 지켜온 개발 체계와 분위기에 대해서 퍼블리셔인 바른손 게임즈 측에서 이해를 해주셨고, 또 경험이 부족한데 여러가지 측면에서 잘해주셔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퍼블리셔인 바른손 게임즈의 선택도 독특하다. 보통 처음에는 시장에서 한번쯤 성공했던 안전한 사례를 따라가기 마련인데, 파비욘드더게임의 '롤링 플래닛'은 처음 내놓는 게임치고는 너무 도전적인 스타일이 아닐까?

원성연 실장: "바른손 게임즈는 이미 시장에 있는 장르 못지않게 기존에는 없던 방식의 게임, 니치 마켓(틈새 시장)을 고려한 톡톡 튀는 아이디어의 게임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바른손 게임즈가 갖고 있는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게임이라면 더 좋구요.

대중적인 성공을 위한 게임들도 출시하면서 한편으로는 나름의 특징과 매력을 갖춘 좋은 게임들을 꾸준히 선보여서 바른손 게임즈의 영역을 확장해나가자는 전략입니다. 2014년에는 롤링 플래닛이 이런 전략의 시작이 될 것 같습니다."


런 도로시의 리메이크 게임이라고 하지만 '롤링 플래닛'은 원작과 많은 부분이 다른 것 같다. 얼핏 보면 대충 만든 느낌인데 실제로 해보면 신경 쓴 부분이 많은 게임이기도 하고... 일부러 이렇게 인디 게임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는 느낌이다.

최윤석 이사: "우주라는 배경에서 어떻게 우리 게임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갖춰나갈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캐릭터는 황도 12궁이 콘셉이지만 그냥 예쁜 것이 아니라 독특하다는 느낌을 줄 수 있도록 1등신으로 동그랗게 만들었구요. 게임 콘텐츠부터 캐릭터의 느낌까지 우리만의 개성을 추구했습니다.

파비욘드더게임의 개발팀 분들 모두가 마이너하고 독특한, 유머스러운 분위기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롤링 플래닛의 중요한 콘텐츠 중 하나인 펫은 우주 쓰레기가 콘셉인데, 예비군 개구리 마크나 마이크로 SD 카드, 버려진 우산 등 지구에서 우주로 버린 물체들이 펫으로 등장합니다."




▲ 원작인 런 도로시. 팀 아렉스 시절 만든 게임이다.







▲ 돌리고 피해라! 롤링 플래닛! 캐릭터 왼쪽의 버려진 신발과 교통용 라바콘이 펫이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별(?)을 피한다는 점에서는 슈팅게임 비슷한데, 또 둥그런 행성에서 뛰어다니니 달리기 게임 같기도 하다. 직접 해봐도 뭐라 장르를 표현하기가 애매한데, 개발자가 말하는 롤링 플래닛은 어떤 게임인가?

최윤석 이사: "아슬아슬하게 피하는 재미가 살아있는 순발력 넘치는 캐주얼 게임? 캐주얼 게임은 결국 단순하면서도 명쾌한 재미를 살려야 하는데, 총알을 피하는 원초적이면서도 긴박한 즐거움을 살리기 위해 우리 파비욘드더게임만의 독특한 장치들을 넣었습니다.

단순히 잘 피하는 걸로 끝이 아닙니다. 용기 점수라고 부르는데 탄이 떨어진다고 표시되는 곳을 미리 밟고 와야 정해진 것보다 높은 점수를 받습니다. 높은 득점을 위해서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니, 더욱 아슬아슬하고 긴박한 재미를 느끼게 됩니다."


한 20여년 전에 유행했던 플래시 게임 중에 뉴타입 게임이라고 있다. 사방에서 밀려드는 운석과 총알을 계속 피하는 게임이었는데, 총알을 피하는 난이도가 상당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롤링 플래닛의 난이도는 어떤지 궁금하다.

최윤석 이사: "내려오는 총알을 피하기만 하면 되니 진입 장벽은 굉장히 낮습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데, 상위로 가면 정말 어려워집니다. 탄막 슈팅 게임 못지않게 총알들이 쏟아져내리거나, 인공 위성이 갑자기 레이저를 쏘는 등 패턴도 다양해지고...

캐릭터에 따라 머리 위로 레이저를 쏴서 총알을 없애주는 등 다양한 능력과 기술이 있으니 위험한 고비마다 어떻게 위기를 헤쳐나갈지에 대해서도 고민을 좀 해야합니다. 단순한 방식의 게임이지만, 상위로 갈수록 고득점이 만만치 않을 겁니다."


게임 제목인 롤링 플래닛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요즘 유행하는 방식으로 좀 쉽고 편하게 갈 수도 있었을텐데...

최윤석 이사: "원작이 런 도로시였는데, 요즘 게임들은 제목에 런 자가 들어가면 모두 달리기 게임이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정말 단순하게 '우주에서 행성을 돌리는 게임'이니까 '롤링 + 플래닛"으로 결정했습니다. 게임 스크린샷만 봐도 딱 떠오를 정도로 직관적인 제목이라 좋다고 생각합니다."







▲ 캐릭터마다 다양한 스킬을 활용하는 것이 고득점의 비결!


솔직하게 말해서 첫인상이 확 끌리는 스타일의 게임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귀여운 엽기쪽에 가까운 느낌. 익숙한 방식의 게임도 아니고. 직접 해보니 분명히 매력있는 게임이지만 게임 자체를 알리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원성연 실장: "캐릭터성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동글동글한 1등신 캐릭터도 매력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게이머들의 시선을 한눈에 사로잡을만한 여성 캐릭터는 없지만... (웃음) 황도 12궁의 동물 캐릭터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캐릭터들의 매력을 잘 살리는 방향으로 마케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포스터도 보시면 알겠지만 하나도 안 심각하게 생긴, 어찌보면 웃기게 생긴 양이 다리를 꼬고 건방지게 앉아 있습니다. 틈새 시장을 노리는 콘셉과도 잘 맞아떨어지니 캐릭터의 매력을 살려줄 수 있는 콘셉만 잡으면 한국 시장에서도 충분히 통할만한 캐릭터라고 생각합니다."


게임 자체는 충분히 재미있지만 캐주얼인 만큼 금방 질리기 쉽다. 게이머들을 오래 붙잡아둘 수 있는 콘텐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텐데, 롤링 플래닛은 장기적으로 어떤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최윤석 이사: "행성별로 테마가 다르다거나 다른 캐릭터가 나오는 등 콘텐츠 자체의 확장도 있고, 게임 방식이 달라지는 모드 역시 준비중입니다. 캐릭터는 개, 소, 양, 사자, 곰, 토끼로 6종류가 현재 완성되어 있는데 오픈 이후 일정에 따라서 새로운 캐릭터도 바로 추가될 예정입니다.

행성을 돌리고 달린다는 콘셉은 유지하더라도 한쪽으로만 달릴 수 있는 일방향 모드나 총알이 내려오다가 사라지는 투명 모드, 몇레벨 이상만 도전할 수 있는 고급 난이도나 도전 모드 등도 기획중에 있습니다. 원형 탄막 회피 게임이라는 재미가 살아있는 독특한 모드들을 꾸준히 선보이고 싶습니다."


파비욘드더게임의 최초 모바일 게임이자, 바른손 게임즈의 2014년 첫 퍼블리싱 게임. 당사자들에게는 여러모로 부담이 갈 수 밖에 없는 타이틀이다. 인디 시절 5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으니 기대도 많을 것 같다.

원성연 실장: "남들과 똑같이 따라해서는 승산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선택하고 보니 다들 독특한 게임들이 많았다. 바른손 게임즈에서 대중적인 장르를 피하려는건 아닌데...(웃음) 롤링 플래닛을 필두로 해서, 2014년은 바른손 게임즈의 이름을 알릴 수 있는 해가 되기를 바란다."

최윤석 이사: "남녀노소 누구나 재미있게 즐길 수 있으면서도 새로운 스타일의 캐주얼 게임을 만들기위해 노력했다. 처음 시도하는 모바일 게임이니 부족한 부분도 있겠지만 독특한 즐거움을 드리기 위해 노력할테니 많이 기대해주셨으면 좋겠다."

※ 파비욘드더게임의 전작 '런도로시'와 '암중모색'은 공식 홈페이지에서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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