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당신의 마우스는 무엇인가요? FPS 게이밍 장비의 세계

기획기사 | 전주한 기자 | 댓글: 24개 |


▲ 서든 챔스 결승에 진출한 퍼제. 선수들에게 게이밍 장비는 군인의 무기와도 같다

장인은 도구 탓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어떤 분야에 통달한 사람에게 도구란 그저 수단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하지만 e스포츠에서 도구란 단순한 수단을 넘어 자신의 실력을 보장하는 없어서는 안 될 파트너와도 같다.

처음 스타크래프트 경기장을 찾았을 때 유독 인상 깊었던 선수가 있었다. 바로 KT 롤스터 소속인 이영호였다. 압도적인 실력과 컨트롤도 무척 인상 깊었지만, 경기 전 자신의 연습 환경과 동일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공을 들여 '세팅'하던 모습이 매우 흥미로웠다. 수 백, 수 천 번의 게임을 했을텐데 일반인이라면 느껴지지도 않을 그 미세한 차이를 맞추기 위해 노력하던 모습에서 새삼 프로구나란 인상을 받았다.

이처럼 멘탈 스포츠이자 섬세한 컨트롤이 중요한 e스포츠에 있어 본인과 가장 잘 맞는 장비와 환경을 갖추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특히 FPS 유저에게 장비란 매우 민감한 문제이다. FPS 게임을 제법 한다는 유저 치고 아무 장비나 쓰는 유저는 극히 드물 것이다. 작게는 마우스부터, 크게는 모니터까지 타 장르 게임 유저라면 쉽게 이해하기 힘든 그들의 세계를 잠시 들여다보자.



■ 마우스 - 디지털 세계로의 아날로그 연결 수단



▲ 기자가 업무용으로 사용 중인 데스애더와 골리아투스 조합

FPS 유저들 뿐만 아니라 게임 좀 한다는 유저들이 가장 많이 신경쓰는 장비는 뭐니뭐니 해도 손의 연장선인 마우스일 것이다. 수시로 청소를 해야했던 볼마우스는 어느새 비약적인 발전을 거쳐 광 마우스 및 레이저 마우스로 대체됐다. 수 많은 마우스의 출시로 유저들의 선택 폭은 넓어졌지만, FPS 유저들이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은 DPI, FPS와 같은 내부 기능이다.

마우스를 선택할 때 대표적으로 확인하는 수치인 DPI는 Dots per Inch의 줄임말로 실제 마우스를 1인치 움직였을 때 화면상의 커서가 움직이는 픽셀 수를 뜻한다. 당연히 높은 DPI의 마우스는 같은 범위를 움직이더라도 세밀한 조정이 가능하기에 상탄 조절 등 샷의 정확성을 높이기에 유리하다. 간혹 CPI로 표시하는 경우도 있는데 DPI와 동일한 개념으로 생각하면 된다. DPI가 낮은 마우스라도 시스템 내부적으로 마우스의 이동 속도를 늘릴 수 있지만, 이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강제적으로 높인 수치이기 때문에 움직임의 정확도가 떨어진다.

이 외에도 마우스의 스캔율과 관련 있는 FPS, 응답률을 나타내는 폴링 레이트라는 수치도 존재하나, 최근 출시되는 게이밍 마우스들은 대부분 뛰어난 성능을 가지고 있어 크게 고려치 않아도 된다.



▲ FPS 마우스 계의 큰 형님 익스 3.0(좌), G1


또 하나 마우스에서 중요한 것은 크기와 형태, 무게이다. 손과 맞닿아 작업을 해야 하는 장비이기에 무엇보다도 사용자 본인에게 불편함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마우스의 경우 외국계 기업들의 제품이 대다수인 탓에 대체적으로 크기가 큰 편이지만 최근 들어서는 동양인의 체형에 맞춘 사이즈의 마우스들도 대거 등장하고 있다.

FPS 유저들에게 명기로 꼽히는 MS사의 익스플로러 3.0의 경우 DPI가 400에 불과했지만, 탁월한 그립감에 힘입어 큰 인기를 끌었다. 또한, 로지텍에서 출시된 G1의 경우 한국인의 손 크기에 맞는 아담한 사이즈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G1은 저렴한 가격으로 단숨에 국민 마우스로 등극, FPS 유저들이 자주 다닌다는 PC방에서는 어김없이 G1을 찾아볼 수 있었다. 이미 2012년도에 단종된 G1은 아직까지 인기가 이어지면서 마우스 판매 순위에서는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과거 인기를 끌었던 인옵, MX518 등의 마우스는 현재 새로운 세대의 마우스들에게 그 자리를 내주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유럽발 마우스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이는 유럽이 전통적인 FPS 강국이기에 특화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로지텍, 스틸시리즈 등이 전통적인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독일 로켓사에서 출시된 콘 퓨어가 국내 FPS 유저들을 상대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마우스 판매량 순위

1. 로지텍 G1
2. 레이저 데스애더2013
3. 로지텍 G400s
4. 조위기어 FK
5. 로지텍 G500s
6. 스틸시리즈 센세이
7. 조위기어 EC2 evo
8. 로지텍 G9X


■ 마우스 패드 - 사은용 패드 사용은 이제 그만!



▲ 마우스패드의 베스트셀러 스틸시리즈 Qck mass


마우스와 함께 가장 많이 사용하지만 한편으론 소홀해지는 것이 바로 마우스 패드이다. 실제로 컴퓨터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마우스 패드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지라 급할 때면 책 등으로 대용이 가능한 장비이기도 하다. 하지만 섬세한 컨트롤을 요하는 FPS 유저에게 마우스 패드란 핵심 장비중 하나이다.

마우스 패드는 대중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 되는 천 패드를 비롯해 강화 유리 패드, 플라스틱 패드, 금속 패드 등 다양한 소재가 존재한다. 젤리 패드를 좋아하는 개인 취향이 강한 유저도 분명 있을 테지만 논외로 하겠다. 마우스 패드는 보통 마우스와의 궁합을 고려해 선택하며, 재질에 따라 슬라이딩과 브레이킹의 정도가 차이가 있다. 슬라이딩은 마우스의 미끄러짐을 뜻하며 브레이킹은 마우스의 제동을 뜻한다. 슬라이딩이 좋다함은 마우스가 잘 미끄러진다는 얘기며, 브레이킹이 좋다 함은 순간적으로 마우스를 정확한 위치에서 멈출 수 있다는 얘기이다. 일반적으로 브레이킹이 우수한 제품들이 많이 선호되지만 슬라이딩을 중시하는 유저도 있는 만큼 개인차가 큰 제품 중 하나이다.

천 패드는 광 마우스 및 레이저 마우스와 모두 호환이 잘 되며, 다양한 천 소재와 제작 방식에 따라 폭 넓은 유저층을 만족시킬 수 있다. 타 재질의 패드에 비해 브레이킹이 좀 더 강하며 무엇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관리가 편해 대중적으로 쓰인다. 강화 유리 패드는 마모에 강하며 슬라이딩에 강하다. 하지만 가격이 고가이며, 유리인 탓에 자주 닦아야 하는 불편함이 따른다. 또한 일부 광 마우스의 경우 빛이 분산되어 커서가 튀는 스킵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금속 패드는 알루미늄, 마그네슘 등의 재질로 만들어지는 패드로 슬라이딩과 브레이킹의 장점을 조금씩 가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손에 땀이 많이 차는 유저들이 금속 패드를 찾는 경우가 있지만, 재질의 특성상 마우스 바닥 면, 특히 피트가 쉽게 마모되기에 서클 사용은 필수이다. 가격 역시 비싼 편이기에 대중적인 인기는 얻지 못하고 있다.

피트란 마우스 바닥에 돌출된 부분으로 마모를 방지하는 한편 재질과 형태에 따라 특유의 슬라이딩과 브레이킹을 만든다.

마우스 패드 판매량 순위

1. 스틸시리즈 Qck mass
2. 쿼드게이밍 fab
3. 코어패드 C1 미디엄
4. 레이저 골리아투스
5. 조위기어 N-TF
6. 스틸시리즈 5L
7. 스틸시리즈 Qck+ Na`Vi 한정판
8. 제닉스 스톰X 패드




▲ 마우스 피트에 부착하는 서클


한편, 마우스의 수명을 늘림과 동시에 브레이킹, 슬라이딩의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서클이란 것도 존재한다. 보통 마우스 피트에 스티커처럼 붙여 사용하는 것으로 마우스마다 피트의 모양이 다르기에 서클 역시 모양이 다양하다. 또한, 마우스의 무게를 조절하기 위한 무게추도 존재한다. 무게추의 경우 처음 제조시에 포함된 마우스도 있으며, 사용자에 따라 개조를 통해 무게를 조절하기도 한다.


■ 키보드 - 대세는 '딸각딸각' 기계식



▲ 인벤 e스포츠팀 모 기자도 사용중인 프라임 키보드


FPS 유저들에게 있어 키보드는 크게 중요한 장비는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동시 입력 가능한 키가 몇 키 정도 되느냐 정도일까? FPS 게임을 하다 보면 습관적으로 여러 개의 키를 누르게 된다. 대각선 방향으로 점프하면서 이동하며 발 소리를 죽이기 위해 걷는 키를 함께 누르고, 상황판을 확인해가며 수시로 뒤를 확인하고 총을 스왑하는 등 쉴 새 없이 여러 개의 키를 눌러야 한다. 그렇다 보니 FPS 유저들은 동시에 입력 가능한 키가 많으면서 키 입력 감이 확실한 키보드를 찾게 됐고, 자연스레 멤브레인 방식의 키보드 보다는 기계식 키보드를 선호하게 됐다.

최근에는 대중에게도 기계식 키보드가 많이 알려졌다. 멤브레인 키보드와는 달리 기계식 키보드는 동일한 제품이라도 키 입력 감이 달라진다. 이는 흔히 적축, 청축, 갈축 등으로 불리는 스위치 종류에 따른 차이로 이 분야에서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자랑하는 독일 체리사가 제조한 MX 스위치 종류에 따른 구분이다. 이러한 스위치의 종류와 키보드 자체의 기능에 따라 가격 역시 다양하다. 몇만원 대의 저렴한 기계식 키보드도 있는가 하면 수십만원을 넘는 고급형도 등장했다.

기계식 키보드 대부분이 체리사의 MX 스위치를 사용하고 있기에 유저들은 키보드 선택에 있어 외관을 많이 고려한다. LED 조명이 탑재된 것은 기본이며, 개중에는 액정이 포함된 제품도 있다. 특히, 키캡의 교체를 통해 자신만의 키보드를 만드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한편, 오랜 기간 FPS를 즐긴 이들에게 명기를 꼽으라면 최근 출시된 화려한 키보드가 아닌 예전 세진에서 출시한 키보드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세진 키보드는 저렴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탁월한 키 감과 높은 내구성으로 호평을 받았다. 무엇보다도 당시에는 흔치 않았던 동시 입력 가능 키가 많은 키보드였기에 프로게이머를 비롯한 많은 유저들로부터 오랜 기간 사랑을 받았다.

키보드 판매량 순위

1. 제닉스 테소로 M7 LED
2. 덱 헤슘 CBL-108
3. 엠스톤 그루브87 LED
4. 체리 G80-1867
5. 제닉스 테소로 듀란달
6. 엠스톤 그루브87
7. 제닉스 스톰엑스 K3 LED
8. 조위기어 셀러리타스
9. 더키 샤인3 LED


■ 헤드셋 - 당신의 귀는 안녕하십니까?



▲ FPS 유저라면 헤드셋 사용은 선택 아닌 필수


FPS 유저들처럼 사운드에 민감한 게이머가 또 있을까? 능숙한 FPS 유저는 발자국 소리만 듣고도 상대의 방향 및 자신과의 거리,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과거 FPS 모 커뮤니티에서는 우스갯 소리로 눈을 감은 채 소리만 듣고도 다가오는 상대를 먼저 제압해야 '초빡(FPS에서 실력이 가장 뛰어난 집단을 일컫는 말)'이라고도 했다. 이렇듯 정확한 상대의 위치를 파악하고, 먼저 쏘는 것이 중요한 FPS 게임에서 '사운드 플레이'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당연스레 FPS 유저들은 스피커가 아닌 헤드셋을 사용해 사운드에 좀 더 집중한다. 그렇다 보니 좋은 사운드 카드와 헤드셋을 고집하는 것은 FPS 유저의 숙명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내장 사운드 카드의 성능이 워낙 좋아져 별도의 사운드 카드 구매에 대한 부담감은 줄어든 편이다. 헤드셋의 경우에는 5.1채널이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데 이는 좀 더 세밀하게 소리의 발생지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임을 하는 시간이 곧 헤드셋을 착용하고 있는 시간인 FPS 유저들에게 있어 헤드셋의 착용감은 매우 중요하다. 얼마나 소리를 잘 잡아내느냐도 중요하지만 오랜 시간 게임을 즐겨야 하기 때문에 귀에 부담이 적은 제품인지도 무척 중요한 요소이다. 기자 역시 남들이 좋다는 헤드셋을 구매했지만, 불편하게 눌려 새빨개진 귀로 통증을 호소하다 결국 다른 제품을 새로 구매한 적도 있다.





헤드셋의 베스트셀러는 단연 플랜트로닉스 사의 오디오 355. PC방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이 제품은 저렴한 가격과 괜찮은 가성비로 압도적인 판매량을 자랑하고 있다. 고가의 5.1채널, 7.1채널 헤드셋과는 달리 2채널 헤드셋인 오디오 355가 선택되는 이유는 다수의 FPS 게임들의 사운드가 2채널로 지원되기에 채널 수에 따른 체감 차이가 크지 않은 것이 한 몫 한다. 다만, 착용감은 매우 좋지 않은 편으로 귀가 큰 편이거나 장시간 착용할 시에는 상당한 통증이 따르기도 한다.

한편, 2000년대 중반 아이스맷에서 출시한 시베리아의 경우 최고 수준으로 손꼽히는 착용감으로 FPS 유저들 사이에서는 it 아이템이 됐다. 5.1채널의 음질은 물론이거니와 보이스 채팅을 위한 마이크의 성능도 우수해 아이스맷이 스틸시리즈에 인수된 이후에도 시베리아의 인기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헤드셋 판매량 순위

1. 플랜트로닉스 오디오 355
2. 스틸시리즈 시베리아 v2
3. 스틸시리즈 시베리아 v2 프로스트
4. 오존 어택
5. 오존 레이지st
6. 제닉스 테소로 앤젤/데빌 7.1



■ 모니터 - 이유 있는 고집



▲ 이젠 쉽게 찾아보기도 힘든 CRT 모니터


예전에야 커다란 CRT 모니터가 일반적이었지만 이제는 어느 곳을 가더라도 날렵한 LCD 모니터가 대중적으로 사용된다. 아니 CRT 모니터는 이제 잊혀진 구시대의 산물과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아직도 CRT 모니터를 고집하고, 찬양하는 그룹이 있었으니 다름 아닌 FPS 유저들이다.

LCD 모니터가 거듭 된 발전으로 매우 빠른 반응 속도를 자랑하지만, 애초에 반응 속도란 것이 없는 CRT 모니터와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0.1초의 반응 속도가 중요한 FPS 유저들에게 CRT와 LCD는 근본적으로 비교가 불가능한 존재이다. 그렇다 보니 FPS 유저들이 많이 모이는 PC방에는 일부 좌석들을 FPS 유저 용으로 두어 아직까지 CRT 모니터를 쓰고 있다.

이렇듯 FPS 유저들에게 있어 컴퓨터 주변기기로 분류되는 장비는 소홀해 질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물론, 개인의 실력만 뛰어나다면 평범한 장비로도 괜찮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 그러나 뛰어난 실력을 가진 다른 유저들과 경쟁해 이기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최적화 된 자신만의 무기가 필요한 것이다.

PC방에 가더라도 자신의 장비를 가방 속에 넣어 가고, 컴퓨터 내부 설정과 레지스트리를 수정하며 미세한 차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FPS 유저들의 일련의 행위는 언뜻 과해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그들의 행동은 FPS 게임을 사랑하고, 그렇기에 최고가 되고 싶은 욕심에서 나오는 노력의 발현이다. 한때 그런 생활을 했던 한 사람으로서 그러한 노력과 열정에 박수를 건넨다. 마지막으로 오늘도 자신의 실력을 정진하기 위해 상탄을 조절하고, 끌어치기를 연습하는 수많은 FPS 유저들에게 건승과 킬링 스프리가 가득하기를 기원한다.

※ FPS 장비 판매량 순위는 '아이조아라샵'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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