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카피캣 열풍? 20년 노하우를 담은 '영웅의 군단'으로 정면돌파! 김태곤 총괄 PD의 화려한 귀환!

인터뷰 | 장인성 기자 | 댓글: 56개 |
"질려 질려, 양심이 찔려~ 빌보드 차트에서 빌려온 실력~ 들어본 멜로디~ 표절이 트렌드~ 그래도 팔리는 짝퉁 브랜드!" 유행 쫓기에 바쁜 대중 음악 업계를 풍자한 가수 '산이'의 노래다. 모바일 게임업계라고 뭐 다를까. 특히나 최근 들어 유독 착착 입에 달라붙는 가사에 내 가슴이 먼저 찔릴 지경이다.

트렌드를 쫓는 것이 꼭 나쁜 일은 아니다. 산업은 자기 복제와 참조를 통해 성장하기 마련이다. 스트리트 파이터 2 이후로 격투 게임의 전성 시대가 열렸고 리니지는 온라인 게임 시장의 문을 열었다. 유저들이 납득할만한 수준의 벤치마킹이라면 산업의 발전에 긍정적인 측면도 많다.

그러나 비슷한 게임들만 쏟아지는 추세가 이어지면 산업 전체의 활력을 저하시킨다. 업계를 발칵 뒤집어버릴만한 대작이 나와서 한번쯤 싹 교통 정리를 해주면 좋겠지만, 누구 말마따나 흥행에 보증수표가 있는 것도 아닌데 독특하고 재미있는 게임만 출시하라고 강요할 수도 없다. 그래서 최근 모바일 게임업계가 돌아가는 상황을 보고 있자면 한숨이 먼저 나온다.

4년의 개발 기간과 다섯번에 걸친 클로즈베타, 10만명 이상의 스트레스 테스트. 이런 계획을 짜서 보여주면 '지금 제 정신이냐?'는 질문을 받게 될 확률이 크다. 사실 기자에게 물어봐도 안할 것 같다. 지금 한국의 모바일 게임 업계가 돌아가는 상황을 감안하면 어리석은 짓이다.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는데 1개월마다 트렌드가 바뀌는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4년간의 개발이라니? 그러나 엔도어즈 김태곤 총괄 PD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이를테면 게임 개발자의 사명감 같은 것이 있다. 스타트업이나 작은 규모의 개발사에서 못한다면, 아무나 하지 못하는 일이라면 우리가 먼저 나서서 개척해야 한다는 책임감같은 것이다. 우리가 지켜온 스타일대로 온라인게임 못지않은 퀄리티와 콘텐츠를 갖춘 대작 모바일 게임을 선보여서 후발 주자들에게 이정표가 되고 싶다는 목표 의식도 있었다."



▲ 영웅의 군단으로 돌아온 엔도어즈의 김태곤 총괄 PD


대지약우(大智若愚)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노자(老子)에 나오는 말인데, 크게 지혜로운 사람은 평범한 사람이 보기에 오히려 어리석게 보일 수 있다는 뜻이다. 시세에 영합해 약삭빠르게 행동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만의 길을 연마하는 선각자들은, 아마 옛사람들이 보기에도 미련하고 어리석게 보였을게다.

모두가 발빠른 트렌드를 쫒아가고 있을때 김태곤 총괄 PD는 믿고 있는 길을 걸었다. 그래서 '삼국지를 품다'를 만드는데 3년이 걸렸고, '영웅의 군단'은 4년이 걸렸다. 플랫폼은 모바일이지만 지금까지 그가 지켜왔던 색깔은 여전하다. 오히려 20년이 넘는 경력동안 쌓여온 노하우가 차곡차곡 깔려있다.

실제 역사를 바탕에 깔고 있는 세계관, 매력적인 캐릭터들, 특색있는 파티 전투, 그리고 MMORPG. 출시되자마자 안드로이드 매출 10위권에 뛰어오르며 게이머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은 '영웅의 군단'은 김태곤 총괄 PD가 지켜온 고집때문에 탄생할 수 있었다.






Q. 요즘은 모바일 게임 만드는데 6개월도 너무 길다는 시절인데, 4년간의 개발은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 같다. 모바일 게임 개발을 해보니 어떤가?

"힘들다. PC 온라인 개발자 출신이니 처음부터 어려웠다. 모바일 게임 개발이 나쁘다는 의미는 아니고, 그냥 온라인과 여러모로 다르다. 지금은 재미있고 긍정적이라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예전에는 게임 하나 붙잡고 몇년이었는데 모바일은 공감대만 이끌어내면 훨씬 더 많은 시도를 해볼 수 있어 좋다.

개발에서는 어떤 게임을 만들까에 대한 고민이 더 컸다. 우리는 1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개발팀이 있는데 가벼운 캐주얼 게임을 만들면 이런 노하우와 실력이 의미가 없어진다. 그래서 오랫동안 꾸준히 즐길 수 있는 대작을 만든다는 전략을 선택했고, 이런 전략이 지금 모바일 게임 시장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블록버스터급 대작으로 만들면 베끼기도 힘들다. (웃음)"



Q. 출시하자마자 매출 상위권에 오르며 화제가 되고 있다. 현재 구글플레이 매출 10위인데, 게임을 만드는데 참여한 개발자들의 분위기도 좋을 것 같다.

"아무리 여러번 테스트를 해도 실제 출시하면 또 다른 법인데 다행히 큰 문제없이 출시되고 초반 반응도 좋아서 내부에서도 굉장히 고무되어 있다. 다만 여기에서 만족하지 않고 더 철저하게 준비를 할 시기라고 본다. 지금은 유저들이 우리가 준비해놓은 콘텐츠를 소모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유저들의 성장에 따라 콘텐츠를 차근차근 공개하고 또 준비도 해야하기 때문에 부담이 더 크다."


Q. 출시된지 며칠 지나지 않았지만, 말이 나온 김에 앞으로 어떤 콘텐츠들이 준비되어 있는지 궁금하다.

"대략적으로 소개해드리면 길드 단위로 뺏고 빼앗기는 광산전이 있다. 공성전과도 흡사한 느낌인데 길드끼리 벌이는 진검 승부의 전쟁이다. 적극적인 액션을 좋아하는 분들을 위해 준비한 콘텐츠라고 할 수 있다. 또 아직 확실히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마도 연금(가칭)' 이라고 영웅의 성능을 강화하거나 기존의 영웅들을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도 준비되어있다.

현재 만레벨을 50 정도로 보고 있고 유저들의 플레이 패턴을 감안해볼때 대략 한달 정도? 물론 개인의 차이는 있겠지만 한달 정도가 되면 많은 분들이 만레벨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 시점이 되면 로드맵에 따라서 콘텐츠들이 공개될 것이다. 처음부터 콘텐츠를 모두 공개하면 학습에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리니 순서대로 풀어나가려고 한다."




▲ 화려한 이펙트와 전략이 특징이다






Q. 현재 등급으로 6성 영웅이 최고인데, 언젠가 더 높은 등급의 상위 영웅이 등장하게 되나?

"일단은 고민중이다. 물론 나중에 바뀔 가능성도 있지만, 일단 현재는 6성을 넘기는 진화는 안하는 방향으로 고민하고 있다. 지금 나오지 않은 영웅들도 굉장히 많을 뿐더러, 각 영웅들의 특징과 매력을 살린다면 앞으로도 충분히 재미있는 동력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계속 진화가 된다면 나중에 나올 신규 영웅을 굳이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문제가 있다. 새로운 영웅이 추가되면 전략도 달라지고 각 영웅들의 장점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조합을 찾는 것이 전략의 묘미니까, 성장은 어느정도 제한이 있는 것이 좋다고 본다. 대신 무조건 좋은 영웅들만 추가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 키워놓은 영웅들을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들도 함께 추가될 것이다."



Q. 다양한 영웅들이 게임의 매력인데 의외로 게임 내에 화면 확대 등 영웅을 크게 볼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처음에는 줌인 기능이 있었는데 클로즈베타를 거치면서 유저들의 피드백을 받아 제외되었다. 방향 전환을 하다가 실수로 확대되는 등 원활한 플레이에 방해가 된다는 의견이 많았다. 대신 전투 중 컷인이 있고 동영상이 나오는 등 영웅의 매력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를 충분히 넣었다.

그리고 각 캐릭터별로 영웅을 소개하는 영상을 만들었다. 단순한 텍스트나 나레이션을 넣은 도감은 만들기는 쉬운데 직관적으로 와닿지 않는 것 같아서... 차라리 영웅의 특징과 성능 등을 영상으로 제공해서 멋진 모습도 감상하고 매력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었다."



Q. 콘텐츠들이 대부분 온라인 게임의 몰입도 높은 시스템들과 가까운 것 같다. 결국 엔드 콘텐츠는 유저들의 경쟁인가?

"PvP뿐 아니라 퀘스트와 던전, 다양한 매력의 영웅 등 충분한 콘텐츠를 제공할 것이다. 특정 콘텐츠를 꼭 강요할 생각은 없다. 그냥 게이머분들이 자유롭게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수준이다. 다만 친구나 적대 세력이 존재하고 서로 협동하고 경쟁하고... 결국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어떤 방식을 취하건 간에 커뮤니티로 모인다고 생각한다."



▲ 경매를 통한 아이템 구매 가능




▲ MMORPG인 만큼 필드도 존재한다.



Q. 영웅의 군단을 처음 접해보고 '아틀란티카' 등 김태곤 총괄 PD의 전작을 떠올리는 게이머들이 많은 것 같다.

"플랫폼과 상관없이 일관된 재미를 추구해왔으니 그런 것이 아닐까? 하나의 주인공에게 모든 콘텐츠가 집중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영웅들로 분산된 매력과 이런 영웅들을 하나하나 모아가는 재미. 거상, 군주도 그랬고 타임앤테일즈, 아틀란티카나 삼국지를 품다도 계속 이어지는 공통점이 있다. 아틀란티카를 떠올려주시는 분들이 많다면 반가운 일이다. 다 제가 만든 게임이라서 베낀 것은 아니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 (웃음)"


Q. 전략을 내세우는 대다수의 게임들이 초반에는 나름의 특징을 내세우지만 후반으로 가면 결국 숫자 싸움만 남는 경우가 많다. 영웅의 군단에서는 후반부의 밸런스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온라인 게임이나 RPG도 비슷하다. 처음에는 다양한 전략과 재미를 추구하지만 나중에 가면 장비나 레벨로 다 때워버리게 된다. 끝까지 초반의 재미와 느낌을 줄 수 있도록 유지하는 것은 개발자가 계속 노력해야한다. 그래도 노하우가 충분하기 때문에 전략을 추구하는 재미는 우리가 다른 곳보다 뛰어날 것이라는 자부심이 있다.

다만 고려해야할 부분도 많다. 모든 게이머가 처음부터 끝까지 치열한 전략이 유지되는 게임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게임이 오래될수록 게이머들이 흥미를 잃지 않으면서도 충분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줄타기가 필요하다. 말로 설명하기는 힘들고 유저들을 계속 의식하면서 개발을 진행하고 업데이트를 해야 한다."



Q. 굳이 표현하자면, 군주나 거상은 동양풍이었고 아틀란티카는 서양풍이었다. 영웅의 군단은 서양풍이라는 느낌이 강한 것 같다.

"전작들을 해본 분들이라면 알겠지만, 역사적인 색채가 우리의 매력 중 한가지이다. 한국적인 색채를 깔면서 이국적인 느낌을 준다. 아틀란티카는 세계 여행이 테마였고 다양한 문화와 역사를 넣었다. 삼국지를 품다는 중국이니 다시 아시아, 결국 동양이건 서양이건 일맥상통하는 흐름이 있다.

영웅의 군단에 나오는 지도를 보면 실제의 세계 지도와 비슷하다. 물론 게임이니 현실과 너무 비슷하면 안되겠지만, 적어도 게이머들이 어느 정도 연상할 수 있는 흐름은 있다. 모바일이라서 색깔이 더 옅어지긴 했는데 그래도 이런 흐름들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Q. 안드로이드로만 출시되어서 아쉬워하는 게이머들이 많다. iOS 버전은 언제쯤 등장할 예정인가?

"빠르면 한달, 늦으면 두달. 해외 시장을 생각해야 하니 애플도 당연히 지원할 것이다. 그리고 영웅의 군단은 화면이 클수록 멋진 게임이기 때문에 당연히 태블릿까지 지원할 예정이다. 일정에 따라 달라지니 확답을 드리기는 힘들지만 빠른 시일 내에 선보일 예정이다."

Q. 해외로의 진출을 고려하고 있다면 언제쯤인지 궁금하다. 흔하지 않은 모바일 대작 게임이니 기대하는 곳도 많을 것 같은데.

"해외 진출은 당연히 고려중이다. 모바일은 온라인 게임 시절에 비해 해외 진출의 환경이 너무 좋다. 그냥 구글 플레이에 내면 된다. (웃음) 물론 본격적인 진출을 위해서는 다양한 준비가 필요하지만 온라인 게임보다 훨씬 간단하다. 현재 영어 버전은 거의 마무리중이다. 다만 한국에서 그랬던 것처럼 면밀한 클로즈베타를 거치고 번역 및 감수까지 해서 진출할 예정이다. 본격적인 진출까지 최대 2~3개월 정도 감안하고 있다."


Q. 대작급 모바일 게임을 출시했지만 현재 모바일 게임 시장의 대세는 캐주얼인 것 같다. 모바일 게임에서 캐주얼이 유독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이런 추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가벼운 퍼즐 게임이 PC에 없었을까? 있었다. 다만 모바일에서 캐주얼 게임이 크게 흥행할 수 있었던 원인은 결국 모바일 플랫폼에 딱 맞는 재미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온라인에서 넘어온 콘텐츠와 노하우를 어떻게 모바일이라는 플랫폼에 맞게 녹여낼 수 있느냐가 문제의 핵심일 것 같다.

한국의 온라인 게임 업체들이 갖고 있는 조직력은 정말 뛰어나다. 그런데 간단한 아이디어의 게임은 세계 어디서나 만들 수 있다. 결국 노하우가 집적된 무게감있는 게임, 우리만 만들 수 있는 모바일 게임을 내놓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당장은 수익이 나쁠수도 있지만 끊임없이 가능성을 찾고 트렌드를 먼저 유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영웅의 군단이 그런 노력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Q. 스마트폰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게임들은 항상 최적화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영웅의 군단에서 최적화 문제는 없었는지 궁금하다.

"처음 게임을 개발하기 시작할때 아예 선언을 하고 시작했다. 내가 쓰는 스마트폰이 갤럭시 노트 1이니까, 여기에서 게임이 안 돌아가면 서비스를 안하겠다고. 최소 사양이 말뿐인 최소 사양이 아니라 진짜 게임이 가능한 수준으로까지 최적화를 했다. 물론 스마트폰 기종에 따라 로딩은 좀 달라질 것이다.

다만 스마트폰은 화면이 작아서 피로감이 크기 때문에 일부러 에너지를 도입했다. 적절한 시간동안 집중해서 즐기고 좀 쉴 수 있게, 꼭 넣자고 내가 고집을 부렸다. 돈을 벌자는 것이 아니라 정말 순수하게 게이머들의 피로감을 고려해서 도입한 것이고, 그래서 게임 내의 골드로 에너지를 구입할 수 있다. 안 피곤하고 계속 하고 싶으면 에너지를 사서 계속 하면 된다."



Q. 게임은 출시하기 전보다 출시한 뒤가 더 바쁘다. 영웅의 군단은 앞으로 어떤 길을 걸어가게 될까? 김태곤 총괄 PD의 목표가 궁금하다.

"돈을 벌겠다는 목표, 회사니까 없을수야 없지만 그런 목표로만 개발하지는 않았다. 더 쉬운 방법도 많지만 세계의 트렌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목표와 사명감을 갖고 개발했다. 카피캣과 흥행 공식만 답습하는 모바일 게임 시장의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싶다는 생각도 있다.

게임의 흥행을 누가 예측할 수 있을까? 다만 역량을 총동원해서 멋진 게임을 만들어내는 것까지가 우리의 역할이다. 성공은 노력을 하면 저절로 뒤에 따라오는 보상이겠고. 결국 유저분들의 선택이 트렌드를 만들어낸다. 영웅의 군단이 진짜 재미있는 시도인지 아니면 무의미한 실험으로 남을지는 유저분들이 직접 해보시고 솔직하게 평가해주셨으면 한다."





▲ 엔도어즈 김태곤 총괄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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