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믿음킹'에서 진정한 '미드킹'으로, IM 박용우 인터뷰

인터뷰 | 허용욱 기자 | 댓글: 90개 |



LoL이 국내에 정착한 지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초창기에 데뷔했던 선수 중 지금은 은퇴한 숫자도 적지 않다. 하지만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선수가 있다.

온갖 비난에 시달리며 ‘퇴물’이라는 소리까지 듣던 그는 응원해주는 팬과 팀의 믿음에 보답하고자 오늘도 연습에 매진한다. 그리고 조용히 연습하는 그를 누구도 다그치지 않는다. 믿기 때문이다. ‘미드킹’ 박용우는 그 믿음에 대답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내에 리그오브레전드 리그가 처음으로 생겼을 때, 세계 최고의 미드 라이너였던 ‘프로겐’에게 솔로 킬을 따내며 큰 화제가 되었던 박용우. 하지만 팬들의 큰 기대는 오히려 부담으로 다가왔다.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고 한동안 부진했던 ‘미드킹’이었지만, 이 모든 것은 다시 도약하기 위한 준비 과정이었다.

최근 박용우는 팀의 중심에서 든든하게 버티면서 팀원이 빛날 수 있도록 완벽한 조연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든든한 그가 있기에 다른 팀원들이 활발하게 움직일 수 있었고, 그 결과는 IM #1의 롤챔스 스프링 본선 진출로 이어졌다.

숙소 근처 카페에서 만난 박용우는 밝은 표정이었다. 부담감을 이겨낸 것일까, 모든 것을 극복해낸 듯한 얼굴로 편안하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Q. 최근 팀 분위기가 좋아보입니다. 경기력도 올라온 것이 눈에 보입니다.

최근 강팀이 될 수 있는 조건들이 하나씩 갖춰지는 느낌이에요. 1, 2팀 모두 성장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KT 불리츠를 상대할 때면 ‘너무 강팀이라 힘들겠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두렵지 않아요. 열심히 하면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Q. 이렇게 기량이 다시 올라온 계기가 있나요?

일단 저를 믿는 많은 팬과 감독님께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가장 컸어요. 계속 격려해주고 믿는다고 말해주셔서 큰 힘이 됐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그 어떤 때보다 열심히 하기로 마음 먹었고 그 결과가 나오는 것 같아요.

또, 최근 메타가 저와 잘 맞아요. 부진할 당시 유행했던 AD 챔피언들은 잘 다루지 못해요. 하지만 요즘 유행하는 포킹형이나 서포터형 챔피언들은 자신 있어요. 스스로 부진했다는 생각보다 메타가 나와 맞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우연히 본 게시판에 팬 한 분이 이런 글을 남긴 걸 봤어요. ‘미드킹의 메타가 돌아왔다’. 어떻게 보면 별거 아닌 내용이었지만 저에게는 정말 큰 힘이 됐어요.






Q. 현재 유행하는 챔피언 중 가장 자신 있는 챔피언을 고르자면 어떤 것이 있나요?

룰루 같은 서포터형 챔피언이 가장 자신 있어요. 가장 최근까지 유행했고, 아직도 많은 팀이 사용하는 조합은 ‘폭딜’ 조합이에요. 순식간에 상대 챔피언을 처치하면서 4:5 싸움을 유도해요. 하지만 그 딜이 들어오는 한 타이밍만 넘기면 역전할 수 있어요. 그렇기에 서포터형 미드가 필요해요.

룰루가 대표적인 챔피언이에요. 궁극기과 실드를 활용하면서 한 타이밍을 버티면 오히려 상황이 역전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 외에 모르가나와 애니처럼 팀 전체에 도움을 주는 챔피언이 자신 있어요.


Q. 그렇다면 현재 메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솔직히 미드와 정글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아요. 다른 라인이 아무리 성장하더라도 미드와 정글이 잘 크면 답이 없어요. 이 부분은 라이엇 게임즈가 고쳤으면 좋겠어요.

이런 메타이기 때문에 제 입장에서는 정글러인 ‘라일락’ 전호진과의 호흡이 매우 중요해요. 솔직히 호흡이 잘 맞는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단지 오랫동안 같이 함께 했기에 억지로 맞춰가는 편이에요(웃음). 말은 이렇게 하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감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아요.


Q. 데뷔 초기에 정상급 미드 라이너로 기대를 받았지만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어요. 이유가 무엇인가요?

저에 대한 평가에 ‘거품’이 쌓였어요. 그 계기가 ‘프로겐’을 잡으면서 시작됐죠. 솔직히 아직도 제가 잘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그저 프로겐이 저를 얕봤고 아리가 너무 좋았어요. 그러나 그 플레이가 저에게는 큰 독이 됐어요. 잘한 것도 없는데 잘한다는 평가를 들으니 너무 큰 부담감으로 다가왔어요.

당시 우리 팀의 멤버가 너무 좋았기에 부담감이 더 커졌어요. LoL은 팀 경기이기에 멤버가 중요해요. 당시 우리 팀의 멤버는 올스타로 평가됐죠. 특히 ‘라일락’ 전호진과 함께라면 절대 패배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어요. 그러나 그만큼 부담감이 컸죠.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압박감이 너무 심하게 느껴졌어요. 거기에 모두 솔로 랭크를 즐긴 선수들이었기에 호흡이 전혀 맞지 않았어요. 결국, 우리가 자만했던 것 같아요.






Q. 하지만 너무 오랜 시간 부진을 겪었어요. 심적 문제가 있었나요?

데뷔한 첫 대회에서 16강 탈락을 하면서 자신감을 많이 잃었어요. 스크림에서는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두었지만, 대회만 나가면 너무 긴장했어요. 그런 상태가 2012년 윈터 시즌까지 이어졌어요.

윈터 시즌 준비를 정말 많이 했어요. 그래서 8강에 갔었고 CJ 블레이즈를 2:0으로 이기고 있었죠. 하지만 너무 자만했고 결과는 2:3으로 역전패를 당했어요. 만약 그때 이겼으면 모든 것이 달라졌을지도 몰라요.

그 뒤 NLB에서는 GSG에게 완패했어요. 자신감은 완전히 무너지고 팀원들도 바뀌어서 제대로 경기를 할 기회가 없었어요. 너무 힘들었죠. 그래도 끝까지 저를 믿어주신 감독님과 코치님, 그리고 팬 여러분이 있었기에 견뎠어요.


Q. 많은 1세대 프로게이머 동료들이 은퇴했어요. 부진할 당시 은퇴 생각도 했었나요?

부진할 당시 정말 많이 고민했어요. 하지만 저와 기존에 은퇴한 친구들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어요. 이미 은퇴한 모든 동료는 확실한 ‘커리어’가 있지만 저는 이룬 게 하나도 없어요. 이렇게 부진할 때 은퇴한다면 팬들에게 잊혀질 것이고, 앞으로 어떤 일도 잘할 자신이 없을 것 같았어요. 그래도 꿈으로 시작한 프로게이머이기에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은퇴하고 싶어요. 감독님과 팬들에게 너무 많은 빚을 졌어요. 이 모든 빚을 성적으로 보답하고 기억에 남는 프로게이머가 되었을 때 떠나려고요.






Q. 화제를 바꿔서 IM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게요. 형제팀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요?

원래 스크림을 하면 항상 저희가 졌어요. 그런데 최근 들어 2팀을 이기는 경우가 많아졌어요. 2팀에게 많이 배웠죠. 그만큼 좋은 친구들이 모인 2팀이에요. 그래서 당연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했어요. 하지만 대회에서 소심해지는 모습이 보이더라고요. 한 번의 실수를 자책하면서 끝까지 ‘멘탈’을 유지 못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 부분만 고치면 좋은 성적을 거둘 것 같아요. 원래 IM 2팀이 미드와 정글 중심의 팀이에요. 현재 메타와 잘 맞기 때문에 잘 할 거라고 믿어요.


Q. IM 1팀은 항상 바론 오더에서 불안한 상황이 많이 연출돼요. 이유가 무엇인가요?

이제는 고쳐졌어요(웃음). 저희 원딜 ‘바이올렛’ 임두성이 바론을 엄청나게 선호해요. 타이밍만 나오면 무조건 가자고 해요. 하지만 ‘라일락’ 전호진은 확실한 상황이 아니면 가지 않으려고 해요. 결국, 바론 앞까지 가지만 칠까 말까 고민을 하는 경우가 많고 이도 저도 아닌 상태가 되고 망하더라고요. 오더적인 문제였다고 생각했고, 그 부분은 이제 해결됐어요.






Q. 이제 롤챔스 스프링이 시작합니다. 현재 라이벌이라고 생각하는 선수가 있나요?

라이벌이라기보단 넘고 싶은 상대가 있어요. 당연히 ‘페이커’ 이상혁이에요. 개인 기량도 엄청나고 팀끼리 호흡도 정말 좋아요. 특히 ‘뱅기’ 배성웅과 이상혁의 호흡은 환상이에요. 저와 ‘라일락’ 전호진도 호흡을 잘 맞춰서 그들과 대회에서 경기해보고 싶어요.


Q. 마지막으로 많은 팬에게 한마디 부탁해요.

지난 시즌 본선에 올라가지 못했고, 그제야 롤챔스에 참가하지 못한다는 것이 매우 허전하다는 것을 느꼈어요. 그렇기에 이번 시즌 정말 많이 준비했어요. 현재 최고 성적이 8강인데 4강을 목표로 잡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특히 스스로 현재 최고의 전성기라고 느끼는 만큼 좋은 모습 보일게요.

또, 많은 선수가 커뮤니티 사이트를 본다고 알고 있어요. 성적이 나오지 않아 자신감이 없는 상태에서 상처 주는 글들을 보면 더욱 부진해지는 경우가 많아요. 글을 적으실 때 선수들 한 번씩만 생각해주시면서 잘할 수 있게 격려해주시면 큰 힘이 될 거예요. 물론 저희가 대회에서 부진하면 비판받는 게 당연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대회에서 보이는 것처럼 무기력한 팀은 아니에요. 특히 저희 IM은 아직 실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팀입니다. 아직도 발전할 수 있는 팀이라고 생각하시고 많은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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