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분토론] '어디로 가야하오?' 스타2 밸런스, 종족 대표 선수들의 생각은?

인터뷰 | 김홍제, 김지영 기자 | 댓글: 17개 |
모든 스포츠의 승부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공정함'이다. 실력을 겨룸에 있어, 시작부터 불균형하다면 공정한 승부라고 할 수 없다.

e스포츠와 비슷한 형태의 멘탈 스포츠 '바둑'도 마찬가지다. 프로 기사들의 승부는 1집, 0.5집 차이로 승부가 결정 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0.5집 차이로 승부가 갈리는 바둑에서는 그만큼 먼저 두는 흑이 유리하다. 그래서 이를 보완하기 위해 백에게 '덤'이라는 형태의 이점을 제공한다.

바둑의 덤은 최초로 일본의 본인방 기전에서 4집 공제를 채택한 것에서 유래되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프로 기사들에 의해 흑, 백의 유불리의 논쟁이 계속되었고, 오랜 경험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현재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6.5집을 공제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스타크래프트2는 조금 다르다. 아직 공허의 유산이라는 마지막 확장팩이 남아있긴 하지만, 최근 밸런스에 대한 문제 제기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선수들은 각종 인터뷰에서 스타2 밸런스와 패치 방법에 대한 많은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상황이다.

완벽한 5:5밸런스를 맞추기란 쉽지 않다. 아니,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에 가까운 밸런스라면 약간의 유, 불리는 선수들에 충분히 극복이 가능하다. 그러나 스타2는 최근 잦은 밸런스 패치로 인해 선수들이 극복해볼 기회조차 주어지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과연, 선수들의 생각은 어떨까? 인벤은 스타2 종족을 대표하는 선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이를 위해 프로토스 원이삭(SK텔레콤), 테란 정우용(CJ), 저그 한지원(IM)이 한 자리에 모였다.






Q. 스타크래프트2 밸런싱을 논하기 위해 세 종족의 대표 선수를 모셨습니다. 각 종족을 대표해 인터뷰에 임하는 소감을 한마디씩 부탁드립니다.

원이삭 : 최근 프로토스 선수들이 승자 인터뷰에서 현재 밸런스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는데, 팬들은 엄살이라고 생각하시더라고요. 팬들에게 질타를 받는 많은 프로토스 선수들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어요. 모두 사실인데 다들 언론 플레이를 한다고 알고 계세요(웃음). 오해를 풀고자 이 자리에 나오게 됐습니다.

정우용 : 저는 지금도 테란이 힘들다고 생각합니다(웃음). 저만의 생각이 아니라 다른 테란 선수들도 같은 입장이에요. 테란을 대표해서 허물없이 모든 것을 말하고 가겠습니다.

한지원 : 저는 최근 프로토스 너프 패치 이후로는 밸런스가 맞다고 생각해요. 다른 저그 선수들은 토스전이 힘들다고 하는걸 보면 저그 대 프로토스에서는 토스가 약간 좋은 것 같기도 하네요.

■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밸런스에 대하여


Q. 얼마 전까지 프로토스가 OP(Over Power)로 평가 받았죠. 이에 대한 각자의 생각은 어떤가요?

정우용 : 아직 맞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래더를 보면 지금은 프로토스가 패치에 적응하지 못해서 별로 없는데 곧 적응해나갈 겁니다.

한지원 : 전 OP까지는 아닌 것 같아요. 단, 광자포 러시는 OP가 맞아요(웃음). 정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저그 입장에서 괜찮은 밸런스라고 생각해요.


Q. 광자포 러시의 어떤 면이 지나치게 강력하다고 생각하시나요?

한지원 : 저그들은 광자포 러시를 막기 위해 선산란못을 하는데, 요즘엔 그래도 통해요. 말이 안 되죠.

정우용 : 그런데 생각해보면, 프로토스도 좀 불쌍한 면이 있는 것 같아요. 이번 시즌에 쓰였던 맵이 프로토스에게 굉장히 좋은 편인데, 그것 때문에 프로토스가 더 부각되어 보이는 걸 수도 있죠.

원이삭 : 저그의 말을 들어봤는데, 일단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오네요(웃음). 광자포 러시가 강하다고 생각하는데, 이게 없으면 저그의 부자 플레이를 막을 수 없어요.






Q. 테란 대 토스에서 점멸 추적자에 대한 논쟁도 뜨거웠었죠. 그에 대해 원이삭 선수와 정우용 선수의 생각이 궁금하네요.

원이삭 : 개인적으로 3월 1일 패치 전 단계가 제일 맞았다고 생각해요. 사기라는 소리를 들었던 대 테란전 점멸 추적자에 대한 해법은 IEM 8 쾰른에서 최성훈 선수가 보여줬죠. 충분히 극복 가능한 전략이었어요. 테란 선수들 입장에서 예를 들면, 저그가 산란못 없이 3부화장을 한 뒤, 테란의 전진 2병영을 막으려고 하는 거랑 비슷한 거라고 말할 수 있죠.

그리고 블리자드 밸런스 팀에게 하고 싶었던 말인데, 모선핵의 시간왜곡 마나량 증가, 시야 너프와 테란의 땅거미 지뢰 버프가 거의 동시에 이뤄진 게 말이 안됩니다. 일단 너프나 버프, 둘 중 하나만 건드려보고 상황을 지켜봐야 하는데, 동시에 두 가지를 해버리니 그 격차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정도죠.

정우용 : 최성훈 선수의 3병영 빌드가 점멸 추적자와 예언자에 맞춤은 맞아요. 하지만 리스크가 굉장히 큰 빌드에요. 빌드 자체가 점멸 추적자와 예언자에 대한 기반으로 짜여 있기 때문에 프로토스가 다른 플레이를 하면 힘든 상황이 나오죠.

그리고 결정적으로 3병영 플레이를 해도 점멸 추적자에 뚫릴 때가 있어요. 막기 위해선 완벽 대처를 하고 간절히 기도를 해야 해요. 아주 절박하게(웃음). 그리고 프로토스들이 테란한테 정찰을 자주 하라고 하는데, 스캐너 탐색과 사신으로는 한계가 있어요. 지금까지 프로토스들이 쉽게 이기는 경기를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던 부분도 있는 것 같고요.

IEM8 쾰른 최성훈 vs 정윤종 다시보기


Q. 그렇다면 현재 각 종족에서 최고 OP 유닛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원이삭 : 일단 테란은 땅거미 지뢰에요. 이번 패치가 이뤄지기 전에도 프로토스전에 대한 파훼법으로 종종 마인을 사용하기 시작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땅거미 지뢰가 너무 강력해져서 돌진 광전사와 고위 기사 테크 빌드가 아예 사라져버렸어요. 저그처럼 저글링을 던지면서 땅거미 지뢰를 제거해보려 했지만, 광전사를 던지면서 하기에는 광전사의 가격이 너무 비싸요.

정우용 : 이삭이 말처럼 고위 기사 테크 플레이가 엄청 힘들어진 것은 맞죠. 땅거미 지뢰가 강력해진 것은 인정해요. 근데 땅거미 지뢰가 아니면 딱히 해법이 없다는 점을 알려드리고 싶네요. 이점에 대해서는 프로토스와 테란이 함께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점멸 추적자 같은 경우는 딱히 유닛이 사기라기보다 점멸 추적자와 모선핵의 시간왜곡의 콤비 플레이가 너무 강력했던거죠. 시간왜곡의 마나 소모량은 늘었지만 여전히 강력합니다. 하지만 그동안 맵 자체가 점멸을 사용하기 좋아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다음 시즌에는 맵이 바뀌어서 지켜봐야겠네요.

한지원 : 저는 테란의 사신이요. 요즘 사신 때문에 앞마당을 가져가기도 힘들고, 최근엔 선 산란못을 강제당하기도 해요. 프로토스는 차원 분광기입니다. 이유는 후반에 200을 채우고 싸워야 할 때 차원 분광기가 와서 업그레이드 잘 된 광전사가 본진에 소환되는데, 막을 방도가 없어요. 가시 촉수로도 업그레이드가 잘 된 광전사를 막기에는 한계가 있고요.

원이삭 : 지원이 형 말대로 분광기 좋은거 인정해요. 하지만 안 쓰면 이길 수 없거든요. 차원 분광기의 가성비가 굉장히 좋은 편은 사실이지만, 프로토스도 후반 상황에서 광전사로 관문의 쿨타임을 소모했는데, 이득을 보지 못하면 저그의 주병력의 진군을 막기 힘든 고충이 있죠.

한지원 : 아~ 하나 더 있어요. 불멸자를 잊고 있었네요(웃음). 생각만 했는데 현기증이 나려 하네요. 불멸자 올인이 다 똑같아 보이지만, 더블 연결체 이후 2불멸자, 3불멸자, 분광기 견제 후 불멸자, 모선핵 더블 이후 멸자 모두 타이밍이 달라요. 프로게이머로서 극복해야 할 문제지만, 솔직히 너무 까다롭네요. 저그의 숙명일수도 있지만요.






Q. 그렇다면 팀 내에서 연습하면 어떤 종족이 제일 두각을 드러내나요?

원이삭 : 프로토스요. 프로토스끼리 공유도 많이 하고 대체로 잘하는 편인 것 같아요. 서로 공유를 많이 하다 보니 스타일이 비슷해지는 단점도 있긴 해요. 그리고 연습 게임에서는 테란이 좋지 않아요. 서로 스타일을 알면 테란이 힘든 것 같아요.

정우용 : 프로토스, 저그가 돌아가면서 상위권을 차지하죠. 테란은...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웃음).

한지원 : 저희는 테란이 적어서(웃음). 프로토스랑 저그가 강세에요.


Q. 최근 GSL 코드A 예선 통과 비율(7:8:9)이나 방송 경기만 보면 생각보다 괜찮은 밸런스 같은데, 그렇다면 괜찮은 밸런스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정우용 : 예선 결과로 밸런스를 말하는 것 자체가 오류에요. 예선은 선수들의 실력 차이가 나는 편이죠. 이번 예선에는 잘하는 테란 선수들이 예선에 있어서 그들이 올라오는 것은 당연했다고 생각해요. 예선 통과 결과가 아닌 코드A 비율을 보면 테란은 고작 9명뿐이에요.

한지원 : 저 같은 경우엔 괜찮다고 생각해요. 군단의 심장 초창기에 비하면 지금은 정말 괜찮아요.


Q. 최근 화두는 테란 대 프로토스죠. 프로토스가 많이 힘들다고 하는데, 해외에서 테란이 활약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요?

원이삭 : 스타크래프트2 밸런스 팀에게 들은 내용이 있어요. 한국만 유독 양상이 다르다는 거죠. 유럽, 북미 지역은 우리나라와 경기 양상이 조금 다르다는 겁니다. 한국이 제일 잘하는데 우리의 말을 들어줬으면 좋겠어요. 솔직히 말해서 외국 선수들은 한국 선수들에 비해 간절함이 부족하지 않나 생각해요. 한국의 프로게이머들은 정말 인생을 걸고 도전하지만, 외국 선수들은 즐기는 마인드가 더 많은 것 같아요.


Q. 그런데 만약, 한국 중심으로 패치가 이뤄진다면 유럽, 북미의 격차는 더 벌어지지 않을까요?

원이삭 : 그건 그쪽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그 선수들이 발전하고 극복해나갈 문제죠.


Q. 최근 패치에 가장 영향을 적게 받은 게 저그 대 테란인데, 조금씩 흐름이 변화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테란은 땅거미 지뢰 대신 화염 기갑병의 활용 빈도가 늘어나는 추세인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정우용 : 화염 기갑병의 재발견은 아니에요. 시도해 볼만한 것들을 이것저것 사용해보고 있는 거죠. 저그들의 땅거미 지뢰에 대한 대처가 좋아졌거든요.


Q. 저그 같은 경우 자유의 날개 시절부터 뮤탈리스크, 저글링, 맹독충이라는 틀 안에서 벗어나지를 못하고 있기 때문에 재미가 반감되기도 하는데,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정우용 : 저그가 군단의 심장 초창기에 바드라, 살모사 등 다양한 시도를 했었는데, 솔직히 테란인 제가 봐도 좋지가 않아요.

한지원 : 테란전에서 뮤탈리스크는 선택이 아닌 강제에요. 가장 큰 이유는 뮤탈리스크가 없으면 의료선을 도저히 막을 방법이 없고, 대규모 전투에서도 의료선을 잡아내지 못하면 항상 역전의 가능성을 제공하게 되거든요.





Q. 저그 대 프로토스 같은 경우 군단의 심장으로 들어오면서 저그들이 다시 퇴보하는 느낌을 받았어요. 예를 들어, 자유의 날개 초창기에 유행하던 바드라(바퀴, 히드라)를 주력으로 사용하면서 많이 패배했었죠. 어떻게 생각하세요?

한지원 : 초기에는 군단 숙주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죠. 그나마 익숙했던 게 바퀴와 히드라리스크를 중심으로 살모사를 추가하여 거신을 납치하고 힘싸움에서 제압하는 방식이었어요.

원이삭 : 군단 숙주가 사기라는 말이 많이 있었는데, 사기는 아니거든요. 저 같은 경우에는 군단 숙주 운영에 대한 해법이 있었어요. 그런데 최근 패치로 인해 공들여 만들 빌드를 아예 사용하지 못하게 됐네요. 극복 가능했던 부분들인데 잦은 패치로 인해 노력 자체가 물거품이 돼버리니 정말 허무해요.


Q. 해법으로 군단 숙주가 많이 떠오르고 있지만, 게임 양상이 지루하다는 평이 많습니다. 어떤 식으로 패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원이삭 : 군단 숙주 너프는 안 해도 되는 문제에요. 충분히 해법이 있어요. 폭풍함과 집정관, 고위 기사, 거신, 모선이 해법이죠. 앞서 말했다시피 저도 보여주지 못한 빌드가 있었는데, 3월 패치로 더 이상 쓸 수 없어요. 방송에서 보여주지 못한 게 너무 아쉬워요.



▲ 맵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CJ 엔투스 정우용



Q. 그렇다면 이번 패치의 가장 큰 문제점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정우용 : 패치 자체가 너무 성급했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밸런스에 있어서 맵이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패치 하시는 분들은 맵은 아예 생각하지 않고, 유닛 밸런스만 보고 패치를 하신 것 같아요. 특정 유닛을 쓰기 좋은맵이 있으면 프로는 이기기 위해 그 유닛을 쓰는 게 당연한 거잖아요? 그런데 무조건 사기다, 패치가 필요하다 이런 이야기만 나오는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원이삭 : 저도 우용이 형 말에 동의해요. 그동안 밸런스만 생각했는데, 맵에 대한 생각을 하지 못했었네요. 점멸 추적자가 좋았던 것도 맵이 가장 큰 이유 같아요. 점멸을 통해 본진을 타격할 수 있는 범위가 넓은 맵이 많았습니다. 패치보다 맵에서 수정을 해보고, 그래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 때 밸런스 패치가 되어야 좋을 것 같네요.

한지원 : 이삭이와 우용이의 말이 맞긴 하지만, 프로토스도 한 번쯤은 당해봐도 된다고 생각해요(웃음). 그 동안 너무 편하게 해왔어요. 그 동안 저그는 연습 때 스트레스를 엄청 많이 받았거든요. 예를 들면, 군단의 심장 초창기에 프로토스가 할 빌드가 너무 많았는데, 도무지 상대의 빌드나 움직임을 파악할 수가 없을 지경이었어요.

원이삭 : 지원이 형 말에 반박할 게 있어요. 군단의 심장 초창기 때는 당연히 게임에 적응하는 단계라 그런 거죠. 프로토스가 당해봐야 된다고 말씀하셨는데, 자유의 날개 때 무리 군주, 감염충, 타락귀를 생각해보시면 그런 말 못하실걸요?(웃음)

정우용: 맞아. 이삭아, 그땐 감염충만 나오면 테란도 저그를 이길 수가 없었어.

원이삭 : 자유의 날개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지금 생각해보면 스스로 반성할 부분이 정말 많아요. 자유의 날개 때는 의료선에 부스터도 없었는데 왜 그렇게 의료선 견제에 휘둘렸을까요..?

한지원 : 음... 다시 생각해보니 자유의 날개는 감염충 덕을 많이 본 것 같아(웃음).

원이삭 : 말이 나와서 말인데, 당시 블리자드 스타크래프트2 밸런스 팀 측에게도 감염충의 진균번식을 투사체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원래 그렇게 계획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당시 저그 선수들이 '그렇게 바뀌면 어떻게 이겨요~' 하면서 여론을 조성하더라고요. 오죽하면 여론 게임이란 말이 나왔겠어요?





Q. 그렇다면 밸런스 조율을 전적으로 패치로 의존하는 것은 옳은 방안이 아니란 말씀이시죠?

정우용 : 정말 OP 유닛이 있으면 건드리는 게 맞는데, 지금은 조금만 유리하다고 생각되면 '종족빨, 유닛빨' 이라는 말이 너무 쉽게 나오는 것 같아요. 굉장히 잘못된 부분이죠. 프로게이머들에게 극복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원이삭 : 맞아요. 프로리그 1라운드 때 (이)영호 형이랑 대결했을 당시 정말 공들여서 좋은 빌드 만들어서 선보인 건데, '프로토스 종족빨이다' 이런 말을 들으니까 정말 의욕이 떨어지더라고요. 잦은 패치로 인해 프로게이머의 노력이 조명받지 못하고 있어요.

한지원 : 힘든 시기는 돌고 돌기 마련이죠. 다 시간이 해결해줄 수 있다고 믿어요. 그리고 선수들이 더는 징징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우리 팀에선 징징대면 감독님께 엄청 혼나거든요. 노력하면 뭐든 극복할 수 있어요.


Q. 잦은 패치로 오히려 밸런스가 붕괴하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패치 내용의 문제일까요? 그렇다면 선수들에게 시간을 주는 것이 맞는 거겠죠?

원이삭 : 이번 패치를 계기로 정말 다음 패치를 기다릴 정도가 되었어요. 건드려도 정도껏 해야 하는데, 진짜 아무리 노력해봐도 극복이 힘들어요.

정우용 : 아직 더 지켜봐야 한다고 봐요. 예전에 예언자도 극복했고, 더 지켜봐도 심각하면 그때 다시 생각해봐야 할 문제겠죠?


Q. 만약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처럼 시간을 길게 주면 극복될까요?

원이삭 : 이번 패치 전까지만 해도 그렇다고 생각했었어요. 정말 5:5 황금 밸런스가 되어 간다고 생각했는데, 뜬금없이 패치를 해버렸죠. 이젠 잘 모르겠네요.

정우용 : 이런 악순환이 약 1년 정도 이어지고 있어요. 슬슬 적응하려고 하면 밸런스 패치가 이뤄지는 거죠. 화염 기갑병도 사기였을 시절, 저그들도 적응하려 할 때 너프됐죠.

원이삭 : 차라리 스타크래프트2 밸런스 팀에서도 메일로 문의 하는 것보다 이렇게 다 같이 모여서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게 훨씬 좋은 방법 같아요.

한지원 : 제 생각도 그게 제일 베스트인 것 같네요.


Q. 가끔은 전혀 거론되지 않았던 유닛이 뜬금없이 패치가 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요?

정우용 : 그게 차원 분광기와 예언자였죠.

원이삭 : 예언자는 원래 좋은 유닛이었어요. 근데 갑자기 뜬금없이 버프를 하더라고요. 정말 황당했어요. 예언자 패치 전에 개념이 정리되었는데, 예상치 못한 패치 때문에 개념이 모두 무너졌습니다(웃음). 솔직히 차원 분광기도 원래 좋은 편이었는데, 뜬금없이 속도 버프는 왜 이뤄졌는지 모르겠어요.

한지원 : 저그는 차원 분광기 때문에 한방에 무너지는 경우가 많아요. 마치 LOL의 바론 버프처럼(웃음).

원이삭 : 확실히 저그는 딱히 역전할 만한 뭔가가 없긴하죠. 그나마 살모사를 통한 신들린 교전 정도? 그리고 최근 히드라리스크의 공격 속도 상향 패치는 저저전에서 바퀴 싸움이 자주 나오기 때문에 바뀐 패치로 알고 있어요. 하지만 저그 대 저그에서는 여전히 바퀴 싸움이 계속되고 있고, 프로토스만 고래 싸움에 새우등이 터진셈이죠.







현재 스타크래프트2 군단의 심장의 밸런스 논란은 매우 뜨거운 상황이다. 선수들에 의해 극복가능한 부분도 잦은 패치로 인해 무산되어 가고 있다. 말도 안되는 문제라고 보여지면 게임사 측에서 조율에 들어가는 것이 맞다. 하지만 그 정도가 아니라면 '프로게이머'에게 극복할 시간을 줘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현재 잦은 밸런스 패치는 나무만 보고 산을 보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Q. 지금 맵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데, 예전 스타크래프트 브루드워 시절에는 협회에서 프로리그 맵을 미리 선보여 팀마다 테스트를 걸쳤죠. 지금은 어떤가요?


정우용 : 프로리그만 현재 선수들에게 테스트가 이뤄지는데, 프로리그맵은 모두 밸런스가 좋아요. 세종과학기지나 아웃복서도 초반엔 테란맵이라는 의견이 많았지만, 지금은 모두 할만하거든요. 맵에 대한 연구가 우선순위 되어야 할 것 같아요. 예를 들면, GSL은 진 선수가 다음 맵을 선택하는 방식인데, 다이달로스 요충지처럼 밸런스가 무너진 맵을 계속 고르게 되는 문제가 생기죠.

원이삭 : 확실히 맵으로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미 이뤄진 패치는 되돌릴 순 없지만, 이제부터라도 맵을 먼저 지켜봤으면 좋겠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한지원 : 저도 동의해요. 밸런스보단 맵이 제일 좋은 해결책이죠. 맵으로도 극복이 안 될 때 패치를 시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Q. 밸런스 팀에서 프로게이머들에게 밸런스에 대한 여러 가지를 묻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실제로 반영되나요?

원이삭 : 반영되는 게 있긴 있어요. 하지만 대부분은 그들만의 기준에 따라 걸러내는 것 같아요.

정우용 : 그냥 형식적으로 물어보는 것 같고 따로 기준이 있는 것 같아요. 프로게이머들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는 것 같네요.


Q. 스타크래프트2 밸런스 패치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전망인데 바람직한 패치는 어떤 형태여야 할까요?

원이삭 : 패치로 인해서 기존 빌드가 사장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기존에 사용하던 카드가 패치로 인해 약해지거나 강해지는 건 맞다고 생각하는데, 아예 카드 자체를 없애버리는 식의 양상이 나오고 있죠.





▲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디아블로3 : 영혼을 거두는 자


최근 디아블로3 확장팩의 인기가 뜨겁다. 솔직히 디아블로3 오리지널의 인기는 옛 디아블로2에 열광했었던 유저들을 만족시키지 못했었다. 하지만 3월 25일 디아블로3의 확장팩 영혼을 거두는 자 발매와 이를 앞두고 미리 공개한 2.0 패치가 대박을 쳤다. 단 한 번의 패치였을 뿐인데, 유저들은 열광했고, 현재 디아블로3는 인기는 수직상승중이다. 단 한 번의 패치가 가져온 결과였다.


Q. 스타2가 더 재밌어지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요?

원이삭 : 감독님께서 해주신 말인데, 선수 간의 이야기를 만들어야 해요. 예전에 GSL에서 (이)승현이랑 대결 구도도 그랬어요. 제 안티 팬들도 어쨌든 팬이에요. 제가 지는 걸 보려고 경기를 지켜봐 주시니까요. 그리고 제가 스타테일 시절 '협회 선수들 보너스'라는 발언으로 관심을 얻었는데, 이런 것도 스스로에게 강한 동기부여가 되고, 일거양득의 효과죠.

휴가 때 친구들을 만나면 전부 LOL 선수들이랑 친한지 물어보는데, 스타2도 선수나 팀 간에 재밌는 스토리, 요소를 만들어서 다시 많은 인기를 끌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네요.

정우용 : 비시즌 기간에 다양한 홍보가 필요해요. 저희 팀에서 진행했던 이벤트 리그나, 저희 팀 선수들이 크레용팝 춤을 췄던 것처럼요(웃음). 참고로 크레용팝 춤을 익히는데 2주나 걸렸어요. 엄청 쉬워 보이는데 말이죠.

원이삭 : 그리고 재밌는 예능 프로그램도 많이 생겼으면 좋겠네요. 예전에 곰TV에서 진행했던 '절대 간판'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한 명의 선수가 다른 팀을 찾아가 4명의 선수를 올킬하러 가는 방식이었죠. 굉장히 재밌었고, 반응도 좋았던 것으로 기억해요.

한지원 : 스타크래프트2 군단의 심장이라는 게임이 조금 더 보급이 잘되었으면 좋겠어요. 최근 대부분의 게임이 부분유료화가 되어 가는 시점에 가격이 너무 비싼 부분도 있었죠.

정우용 : 그런데 그건 우리나라 사람들의 인식이 잘못된 부분도 있어요. 물론 첫 발매 금액이 69,000원이 비싼 건 맞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너무 당연하게 무료로 즐겨야 한다는 인식도 잘못된 것 같아요.


Q. 그러면 게임 내적으로 추가 또는 수정되었으면 하는 부분들도 있을까요?

한지원 : 맵핵, 아이디 중복으로 인해 익명을 가장한 바코드 유저들이 너무 많아요. 이런 부분은 강력하게 조치를 했으면 해요.

원이삭 : 채널, 클랜 시스템이요. 자유의 날개 초기 시절에 비하면 많이 발전했지만, 솔직히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보다 커뮤니티 부분에선 뒤떨어진다고 생각하거든요. 많은 분들이 공감하실 거예요.


Q. 오늘 각 종족을 대표해서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 마디씩 부탁드려요.

원이삭 : 테란, 저그를 대표 형들이랑 이런 재밌는 자리를 가져서 기뻤고, 서로 종족 간의 오해를 풀어서 즐거웠어요. 그리고 팬들이 프로토스 너무 사기라고 하시는데, 그러지 말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웃음).

정우용 : 솔직히 처음엔 걱정도 많았는데,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오늘 이삭이를 처음 만나봤는데 재미있는 친구인 것 같아요. 그리고 앞서 얘기했지만, 패치를 자주 안 해줬으면 좋겠네요. 종족빨로 이겼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프로게이머라는 말이 무색해집니다.

한지원 : 저는 밸런스에 큰 불만은 없어요. 오랜만에 화창한 날에 맛있는 음식 먹으면서 재밌는 이야기 나눠서 기분 좋았고, 앞으로 열심히 해서 IM이 3라운드 때 꼭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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