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C2014] '마영전' 시나리오 라이터 포스트모템, 넥슨 이차선 선임연구원

게임뉴스 | 송동훈 기자 | 댓글: 168개 |




"오늘은 자랑도 조금 하겠습니다. '마비노기 영웅전(이하 마영전)'은 많은 상을 받았죠. 대상, 그래픽, 캐릭터, 사운드, 기획/시나리오까지 총 5개의 상을 받았습니다. 저는 '마영전' 시나리오가 유저들에게 인정받았다고 생각해요."

'마영전' 시즌1의 시나리오를 작성했던 이차선 선임연구원는 "마영전 시나리오 라이터 포스트 모템 - 모리안 그곳에도 낙원은 없었어"란 제목으로 NDC2014에서 강연했다. 본 강연을 통해 그녀는 시나리오 라이터의 역할과 시나리오 라이터가 되는 데 필요한 것에 관해 이야기했다.



[▲ 넥슨 이차선 선임연구원]

그녀는 시나리오 라이터와 시나리오 디렉터를 구분하는 것으로 강연을 시작했다. 시나리오 디렉터는 어떤 콘텐츠가 필요한 것인가 등 전체 플롯을 잡는 역할을 담당한다. 전체적인 청사진을 그리는 것이 디렉터라면 시나리오 라이터는 디렉터의 지시에 따라 세부적인 내용을 그려낸다.

시나리오 라이터가 담당하는 역할
1. 메인 스토리 2. 서브 스토리 3. 기타 스토리 4. 컷신 5. 삽화 6. 성우 선정 7. 사운드 선정 8. 지역/몬스터 설정 9. NPC 설정 10. 잡담 및 기타 대사




시나리오 라이터는 스토리와 대사 등은 직접 글을 써서 작성하지만, 삽화 혹은 사운드 등은 다른 팀의 도움을 받아 만든다. 직접 다른 부서와의 커뮤니케이션을 했던 내용을 PPT로 보여주면서 '마영전'에서 삽화와 사운드를 만드는 과정을 보여줬다.




게임 내 삽화로는 티이와 카단의 포옹씬을 예로 들었다. 그녀는 카단은 절절하게 티이는 순진하게 표현해 달라는 멘트와 함께 각종 드라마 장면을 담아 원하는 그림을 요청했고,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티이와 카단의 포옹씬은 게임에 추가됐다. 카단의 품에 안긴 티이가 눈을 감은 모습이면 좋겠다는 의견을 보냈는데, 장난으로 재밌게 구성된 사진을 받은 적이 있다고.

삽화에서 드라마의 장면을 참고했다면 사운드를 만들 때는 샘플 음악을 이용한다. 샘플 음악에 더해 음악의 분량과 캐릭터의 심정 등 해당 음악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세부 내용을 적고, 필요하다면 원하는 악기의 소리를 담을 수 있도록 해 게임의 음악을 만드는 것이다.

원래 '마영전'에서 스토리의 비중은 낮았다. 스토리보다 액션성에 비중을 두었던 것. 스토리가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았기 때문에 퀘스트도 수락과 전투가 반복되는 방식이었다. 텍스트로 되어 있는 퀘스트를 받아 일정 수량의 몬스터를 처치하러 가는 구조로 액션에만 비중이 있었다.




적었던 스토리 비중은 사내 CBT가 진행되고 나서 늘어났다. 사내 CBT에서 스토리에 대한 반응이 좋아 스토리를 강조하기로 한 것. 사내 CBT를 통해서 뒤늦게 스토리가 강조되면서 짧은 시간 동안 스토리를 만들어야 했다. 그녀는 혼자 하는데 시간도 적어 '마영전'의 스토리를 구성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했다.

다른 게임과 '마영전'의 스토리를 비교해 보면 어떨까. 그녀는 '마영전'과 '블레이드&소울(이하 블소)'과 비교했다.

"실제로 '블소'는 스토리 텔링에 자원이 많이 투입된 게임 중 하나입니다. '블소'에는 섭외된 성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반면 '마영전'은 시즌1을 기준으로 보면 총 5명이 섭외됐죠."




섭외된 성우진의 규모 말고도 컷신의 양에 대한 비교도 진행했다. '블소'의 컷신은 프롤로그부터 시작해 무려 85개. '마영전'이 총 10개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그 수가 상당히 많은 편이다.

'마영전'의 컷신 10개도 게임 초반보다는 후반에 더 많이 집중됐다. 초반에 스토리 텔링에 사용할 수 있던 것은 아이콘 형식의 그림뿐이었다. 이를 최대한 활용해 에피소드3까지 스토리를 풀어나가야 했던 것. 이런 열악한 상황임에도 '마영전'의 스토리는 타 게임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았다.

"게임에서 왜 스토리가 필요할까요? 단순히 '몬스터 몇 마리 처치'라고 쓰면 안될까요? 이에 대해 이전에 인터뷰 한 내용이 있습니다. 게임 속에서 우연히 발견했다기 보다 특정 목적을 가지고 전투를 하는 경우가 더 유저에게 와닿기 때문이죠."

스토리로 퀘스트에 당위성을 부여하면서, 전투 때문에 퀘스트를 하는 것이 아니라 스토리 때문에 전투를 하는 느낌을 줄 수 있다. 또한 '마영전'이라는 드라이한 액션 게임에 스토리가 들어가면서 게임의 완성도가 높아보이는 효과도 생긴다. 스토리는 전투의 목적도 부여하면서 동시에 게임 완성도를 끌어 올리는 것이다.

"대부분 유저들은 글을 잘 읽지 않는다는 것을 라이터도 알고 있죠.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개발한 제프리 카플란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지원이 열악했던 '마영전'에서도 텍스트로 전달하는 방법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었죠."





어떻게 하면 유저들에게 스토리를 전달할 수 있을까. 그녀가 선택한 방식은 '역전재판'과 같은 형식이다. 삽화된 그림과 함께 두 줄 정도의 짧은 텍스트를 담아 유저들이 보다 읽기 쉽게 바꾼 것. 이마저도 한 화면에 두 명을 담지 못했고, 포트레이트 변경이 가능했던 것은 티이 뿐이었다.

'마영전' 시즌1의 경우 스토리가 먼저 나오고 전투 시스템이 만들어진 방식이다. 그러면서 기술상의 문제로 들어가지 못한 부분이 있다. 가령 드래곤이 광역 공격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기술적인 면이 지원되지 못해 이를 담지 못했다.




"흔히 게임 스토리는 완성 막바지에 넣는 것으로 생각해요. 게임은 게임을 위해 하는 것이지 스토리를 즐기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어디 스토리가 있는 게임이 있는지 찾으면서 하지 않는 것처럼요. 그래서 핵심 플레이가 나온 뒤에 게임 스토리가 쓰여지는 것이 맞죠."

새로 추가된 시스템을 이전 스토리 라인과 맞추는 것은 중요하다. 제대로 연결되지 않는 경우 스토리 라인을 깨버리는 경우가 있다. '마영전'에서는 콜루가 대표적인 예이다. 알려지지 않은 장소에 레이드 몬스터가 추가되면서, NPC가 퀘스트를 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했다. 그러나 NPC가 퀘스트를 준다는 것은 아무도 모른는 장소와 모순이 되었고 지금까지 욕을 먹는다고.

"스토리가 먼저 있으면 통일성을 가지고 달려갈 수 있어요. 몬스터 컨셉부터 스토리까지 스토리와 통일성 있게 갈 수 있죠. 따라서 상대적으로 퀄리티가 올라갑니다. 게임의 완성도가 높아지는 것이죠."

게임 기획만이 아니라 아트와의 협업도 중요하다. 우정의 징표로 나눠진 칼. 이 검을 무기로 썼으면 좋을 것 같아 '약속의 검'이 만들어졌다. 그 당시 캐릭터는 리시타, 피오나, 이비가 있었는데 문제는 지팡이를 사용하는 이비였다. 검을 사용하지 않아 어떻게 할까 고민하는데 그래픽 담당분의 제안으로 스태프에 매다는 방식으로 하여 적용했다.




"글라스 기브넨도 아트팀과의 협력으로 탄생했죠. '마영전'은 '마비노기'의 과거이므로 양쪽이 다 날개를 가지면 어떻겠냐는 의견을 제시했는데, 그렇다면 날개를 부위파괴 가능한 형식으로 담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죠. 그래서 글라스 기브넨이 '마영전'에서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될 수 있었습니다. '마비노기'의 의도와는 다를지라도요."

아트팀과의 협업이 되면 지시나 의도를 전달하는 것이 게임 내 녹아들고 그것이 바로 내러티브가 된다는 것이다.

스토리의 몰입감은 갑자기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다. 이미지 메이킹을 통해 지속적으로 해당 이미지를 쌓아가야 한다. 특정 이미지를 만드는 것은 어렵지만, 이를 깨버리는 것은 한순간이다.

"'마영전'은 MORPG였기 때문에 그나마 양이 적어서 한 명이 쓸 수 있었어요. 만약 더 많았다면 혼자 쓰는 것이 어렵죠. '마영전'은 본의 아니게 라이터 1명이 작성하면서 통일성을 갖췄지만, 현실적으로 라이터 혼자서 모든 것을 하는 것은 어렵죠."




정말 필요한 것은 한 명이 쓰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이 쓴 것처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마영전'도 이 부분은 실패했다. 마영전의 초기 라이팅 구조는 시나리오 디렉터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까지 맡았었으나, 규모가 커지면서 팀이 분리되고 서로의 교류가 잘 이루어지지 않아서 콘텐츠와 시나리오에 문제가 생겼다.

"그 결과 로체스트 NPC 니아브는 퀘스트를 해달라는 요구를 하게 됐습니다. 새로운 PVP 시스템이 추가되면서 메인 스토리와는 별개로 작성된 스토리였죠. 이런 식으로 잘못 작성된 스토리는 어투가 통일되지 않게 만들고 캐릭터를 붕괴하죠. 시나리오 동선도 정리되지 않게 되었고 구색만 맞추는 이야기가 연속되게 됐습니다."

이는 카단에서도 드러난다. 아티스트 A의 컷신에서는 날아오는 창을 막으며 1당 100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아티스트 B의 컷신은 화살을 맞고 일어나지 못하는 나약하게 표현됐다. 이는 아티스트 실력 탓이 아니다.




"아티스트의 실력이 있음에도 이런 문제가 발생한 이유는 교류가 안 됐기 때문이에요. 애니메이터와의 교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시너지가 아니라 독이 됩니다. 같이 만드는 부분이 많아지면 퀄리티가 높아지는 시너지가 일어나지만,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죠. 커뮤니케이션은 필수입니다."

원래는 '마영전'의 컷신은 프롤로그 하나만 예정됐었다. 하지만 스토리가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더 많은 컷신이 더 추가됐다. 그렇다고 개발 지원이 따로 늘어나는 것은 아니었다. 한정된 자원에서 얼마나 잘 활용하는 것. 이는 라이터의 능력이고 끊임없이 성장해야 하는 이유라고.

"유저들은 플레이하고 싶은 대로 합니다. 메인 퀘스트를 먼저 할 수도 있지만, 서브 퀘스트를 우선시할 수도 있죠. 에피소드 5에서 티이가 신전을 갔다 오는 내용이 있는데, 이 부분이 퀘스트 순서에 따라 NPC가 사라지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 것이죠."

티이 실종 사건만이 아니라 엘리스 퀘스트도 이에 해당된다. 보상을 받아야 하는데 NPC가 사라진 것. 시즌2와 시즌1을 동시에 만들어가는 특이한 방식으로 개발되면서, 사라진 NPC에 대해 개발자 노트를 통해 설명하는 경우가 발생했다.




"온라인 게임을 제어하려 하는 순간 헬게이트가 펼쳐집니다. 온라인의 경우에는 너무 많은 수가 존재해 제어가 쉽지 않죠. 콘솔이 아닌 이상 단일 방향으로 진행하는 것은 어려워요. 되도록 이 부분은 넣지 않는 것을 추천하지만 담고 싶다면 이야기 흐름이 어색하지 않도록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마영전'에서는 스토리를 쉽게 이해하실 수 있도록 죽은 NPC를 표현해 유저가 인식하기 쉽도록 노력했습니다."

스토리는 일회성이다. 한 번 퀘스트를 수행하고 나면 끝이다. 스토리를 더 늘려달라고 하지만 이는 시간과 인력의 문제이다. 그녀는 "다르게 디자인하거나 독특한 방식으로 진행해버리는 방법도 있지만, 당장 해결하는 방법은 시간과 지연밖에 없다는 것"이라며 개인적으로 욕심이 많다고. 그러니 지원 좀 많이 해달라는 농담도 건넸다.




"스토리 라이팅에 대한 답은 없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틀리고, 삽질하고, 고생하는 것을 반복해야겠죠. 제가 개발 과정 중 가장 기뻤던 때에는 돈이나 상보다 스토리가 재밌다는 평을 들었을 때입니다.

라이터 여러분, 그리고 스토리 텔링을 하는 모든 분에게 답은 보이지 않고, 지금 작업은 힘들기만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힘내세요. 가장 멋진 노을을 만들기 위해서 적당히 구름낀 하늘이 필요하니까요."





강연이 끝나고 Q&A도 진행됐다. 아래는 진행된 Q&A의 일부분이다.

Q. 이차선 선임연구원이 특별히 좋아하는 NPC 대화가 있는가?

"시원한 얼음 딸기주 한 모금이 아쉽군"이다. "마족이 인간을 죽이기 때문에 마족이 나쁘다고 하는데 인간이 마족을 죽이는 것은 괜찮은 것인가"도 좋아한다.

Q. 과거 스토리에 유저가 작성한 자료가 쓰였던 적이 있다. 문제가 발생했던 걸로 아는데 잘 해결되었는가?

유저가 쓴 내용과 내부에서 작성한 자료가 섞이면서 정식 자료인 줄알고 잘못 사용했었다. 문제가 생겼지만, 원문을 작성한 유저와 잘 합의했다.


Q. 시나리오 라이터를 지망하는 사람에게 조언을 한다면?

시나리오 라이터 계열을 지망하는 것은 좋지만, 시나리오 라이터만 하는 것은 힘들다. 기획자가 필요한 기본 역량이 시나리오 라이터에게도 필요하다. 가능한 기획과 라이터를 동시에 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좋다.


Q. 시즌3도 작성 중인가? 언제쯤 시즌3가 공개될 것인지 궁금하다.

시즌3는 다른 분이 내부에서 쓰고 있다. 조만간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Q. 설정북이 온라인으로는 발매됐지만, 따로 책으로 나오지는 않았다. 책으로 따로 발매될 예정은 없는가?

2주 전 갑작스럽게 4주년 기념으로 설정북을 만들자는 결정이 났는데 시간이 촉박해서 온라인으로 낼 수밖에 없었다. 아직 책으로 발매할 예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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