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하스스톤은 인생게임!" 김정민 해설위원의 솔직한 이야기

인터뷰 | 김지영 기자 | 댓글: 44개 |
하스스톤의 정식리그! 드디어 개막이 임박했습니다. 한국 선수들과 중국 선수들의 국가 대항전 형태로 펼쳐지는 '하스스톤 한중마스터즈!', 그리고 그 중심에는 김정민 해설위원이 있습니다.

온게임넷의 선수 출신 1호 해설로 프로리그에서 뛰어난 두각을 드러내며 온게임넷의 주축 방송인으로 성장한 김정민 해설위원. 하지만 이런 김정민 해설도 최근 1년은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e스포츠 시장이 스타1-스타2에서 LoL로 재편되는 중심에 온게임넷이 있었고, 이 과정 중에 스타2의 흔적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김정민 해설은 계속 스타크래프트에 남기를 원했고, 자연히 그가 설 자리도 같이 없어졌지요.

이제 김정민 해설은 하스스톤 한중마스터즈를 통해 시청자들을 다시 만나려고 합니다. 1년 가까이 되는 긴 휴식을 보내며 김정민 해설은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고 하네요. 자신을 성장시켜 준 온게임넷에 대한 감사를, 그리고 제2의 인생게임이라고 하는 하스스톤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돌아왔습니다. 떠나간 종목의 아쉬움과 새로운 종목의 기대감, 복잡한 감정을 솔직하게 그대로 고백하는 김정민 해설을 소개합니다!


■ 스타2의 흔적이 사라진 온게임넷, 격동의 세월 속에 방황했던 김정민 해설





Q. 김정민 해설, 정말 오랜만이에요!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커뮤니티에서 "김정민 해설 요즘 활동이 뜸한 것 같다. 보고 싶다"란 글을 많이 봤어요. 정말 다행입니다. 요즘에는 '하스스톤'과 '히어로즈 오브 스톰', 최근에 열렸던 '블레이드 앤 소울 비무제' 등으로 모습을 다시 보여드리고 있죠. 그래도 예전에 왕성하게 활동하던 때와 다르게 한가한 편이에요.

제가 프로게이머를 18살부터 시작했어요. 그때가 99년이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쉬어봤어요. 살면서 처음이에요. 작년 7월 ~ 8월부터 쉬었던 것 같네요. 일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정규 리그는 하지 않았죠. '하스스톤 인비테이셔널'은 격주 해설이었고요. 시청자분들이 '김정민 요즘 뭐하나' 이런 글들이 좀 있더라고요. 이런 글이 보일 때마다 마음이 아파요. 솔직하게 말하자면 쉬고 있었습니다(웃음).


Q. 이렇게 긴 휴식을 취하게 된 것이 낮설지는 않았나요?

슬럼프를 심하게 겪었어요.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굉장히 힘들었어요. 그래도 그러면서 약간 시야를 넓게 보는 법을 깨달았어요. 저는 항상 급했고, 뭔가 계속 했는데 이번에는 준비만 했잖아요. 그런데 준비를 해도 실제로 써먹지를 못했어요.

도타2도 해설이 가능한 수준으로 준비했지만 안 됐고, 스타2 프로리그도 스포TV로 넘어갔고요. 제가 할 수 있는 리그는 하스스톤 밖에 없었는데 일정이 거의 없었잖아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저를 보고 '요즘 뭐하세요'라고 인사를 하더라고요. 사실 이것 저것 했지만, 제가 뭘 하는지는 잘 모르는거죠. 팬들과 항상 가까이 있다가 떨어지게 되니 좋은 것이 없더라고요. 이런 것을 극복한 시기였어요.


Q. 경제적인 위기는 없었나요?

경제적인 위기는 없었어요. 정말 다행이죠. 예전에 비해 수입이 줄은 것은 맞죠. 전성기에 비하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죠. 좋은 것이 하나도 없었어요. 그래도 온게임넷에서 저를 많이 도와주셨어요. 많은 도움을 주셨어요. 정말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도 쉬면서 놀고만 있지는 않았어요. 제가 무기력하게 투정부리고 핑계대는 성격도 아니고요. 뭔가라도 만들어내야한다는 생각이고요. 하스스톤 대회도 기획해봤고, 히오스 관련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리기도 했고요. 쉽지 않더라고요.





Q. 온게임넷에서 프로리그를 비롯한 스타2 콘텐츠가 사라진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나요?

온게임넷에 대한 행보는 잘못하고 있는 부분은 없다고 봐요. 저도 온게임넷에서 일을 하고 있으니까요. 스타2 관련해서 당장 진행하고 있는 것이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야 하고 싶어요. 지금도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마음은 당연하죠. 하지만 여건이 허락하지 않아요.

이런 부분을 가식적으로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개인적으로는 움직여볼 수 있어요. 개인 활동에 대해서는 자유롭게 할 수 있어요. 온게임넷은 오히려 도움을 주면 주지 방해하진 않아요.


Q. 유튜브에서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영상을 올리기도 하셨죠. 이런 행보를 보인 이유는 무엇인가요?

아, 호기심에서요. 저와 같은 방송인들은 노출이 안 되면 끝이에요. 제가 온게임넷에서 방송을 많이 하다가 일이 갑자기 줄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잊어요. 당연해요. 어쩔 수 없어요. 방송인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노출이에요. 하지만 저는 이 게임만 중계할 거야'란 것이 강했어요. 심각할 정도로, 저는 너무 강했어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스타크래프트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너무 단순했죠. 너무 한 곳만 봤어요. 시야가 정말 좁았어요. 제가 이러다보니까 주위에서 걱정을 많이 해 줬죠. 'LoL 해설을 해봐라. 지금이라도 준비해라' 이렇게 조언을 했던 사람도 있었어요. 시기가 시기니까 다른 종목도 해야한다는 주변 조언이 꽤 있었어요. 하나만 하던 시대는 끝났다, 하나 이상을 해야한다면서요.

하지만 저는 무시했어요. '그래도 나는 나의 길을 간다!'라고 생각하면서요. 후회는 하지 않아요. 하지만 늦었죠. 사고가 나기 전에 예방해야지 사고가 나서 대처하면 늦잖아요. 저는 후자에요. 대처방안이 사실 마땅히 없기도 했어요. 그러다보니 최근 10개월 정도는 정말 힘들었어요.


Q. e스포츠 시장이 LoL로 재편되는 과도기에서 김정민 해설은 피해자일 수도 있어요. 억울하지 않나요?

할 수 있는 일이 있는데 하지 못하는 경우는 저 뿐만이 아니라 회사 생활을 하다보면 많이 있는 것 같아요. 저만 특별한 케이스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회사의 입장이라는 것이 있는거고, 저는 이해합니다. 하지만 저는 어릴 때부터 해온 일이다 보니 애정이 있고, 기왕 할 것이라면 온게임넷에서 더 하자란 생각을 했어요.

물론 스타2도 아쉬운 마음이 있죠. 다른 건 다 괜찮은데 프로리그를 못할 때의 슬픔은 참을 수가 없을 정도였어요. 저는 프로리그와 함께 살아온 산 증인입니다. 프로리그에 대해 저 정도의 애정을 가진 사람은 있겠지만 저 이상은 없을 거에요. 맵 제작에도 관여를 했고요. 협회 관계자와 싸울 정도로 형평성이나 이런 부분에서 강하게 주장한 적도 있었어요. 모든 열정을 토해냈던 것이 프로리그였죠.

그러다보니 스포TV 게임즈에서 만드는 프로리그를 저는 못 볼줄 알았어요. 하지만 다 보게 되더라고요. 지금은 사실 이런 복잡한 감정들은 초월했다고 생각해요. 요즘은 좋은 단계인 것 같아요.


Q. 최근 다른 방송사로 옮긴다는 루머도 있었어요. 정말이었나요?

전혀 사실이 아니고요. 개인 방송 중에 6월부터 팬들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어요. 이번에 '하스스톤'도 들어가고 비무제를 비롯한 새로운 프로그램도 맡았고, 용산 가족 e스포츠 같은 행사도 하고요. 그런 부분을 말씀드렸던 거에요. 개인적으로 조그마한 하스스톤 대회를 해볼까 싶기도 해요. 분명히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제가 방송중에 돌발발언을 할 정도로 경솔한 사람이 아니라는 거에요.


Q. 온게임넷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것 같아요. 어느 정도인가요?

온게임넷에 대한 애정은 상당히 강하죠. 위영광, 이학평, 김진환. 김진욱 PD 모두 예전부터 봐왔던 분들이니까요. 저를 잘 아는 분들과 오랜시간 함께 있다보니 저 역시도 온게임넷에 계속 남아있는 것 같네요.


■ 온게임넷의 선수 출신 1호 해설 김정민… '과거의 영광은 잊지 못해'





Q. 김정민 해설은 온게임넷의 선수출신 1호 해설이에요. 프로게이머를 원래 지망했었던 건가요?

아니에요. 그럴 의도는 전혀 없었어요(웃음). 동네에서 제가 스타를 제일 잘 했어요. 학교에서도 잘했고요. 송파구에서는 제가 제일 잘했어요. 강남구에서 학교를 다녔는데 고1때 스타가 나왔어요. 실력이 좋아진건 고2때, 송파구에서 날린다는 애들을 다 이겼죠. 그래서 할게 대회밖에 없었어요.

당시 대회는 코넷 배 지역 대회와 KBK란 세계 대회가 있었어요 99년이었는데 KBK 예선을 뚫고 본선에 나간거에요. 여기서 우승을 했어요. 저는 제가 그렇게 잘하는지 전혀 몰랐어요. 제 수준이 TV에서나 보던 이기석, 국기봉 그 수준일지는 몰랐죠. 제 우상들이었는데요. 그때가 투니버스에서 PKO를 진행하던 때였어요.

그 이후 KBK에서 그런 선수들을 다 이겼죠. 어려움 없이 우승했어요. 일방적이었죠. 집에 천만 원짜리 상패를 가지고 갔죠. 꿈인지 생신지 몰랐고, 지금까지 제가 게임을 잘한다는 말씀을 못 드렸으니까요. 하늘을 보면서 막 들뜨고, 흥분됐어요. 다음 날엔 제가 유명인사가 되어있더라고요. 배틀넷 채널에 저를 보겠다고 유저들이 꽉 차있었어요. 프로게이머를 목표 삼아 KBK에서 우승한 것도 아니었고요. 그렇게 프로게이머가 됐어요.


Q. 첫 팀 생활은 어디서 하게 됐나요?

SIMA팀이라고 국기봉 선수가 있던 팀이었어요. 송파구에 있는 유일한 프로게임팀이었나 그랬을 거에요. 처음에는 이 곳의 주력 멤버로 있었죠. 이후 G.O팀으로 옮기게 되었죠. 현 CJ 엔투스죠. 여기서 엄청난 슬럼프를 겪었어요. 멘탈이 많이 흔들렸거든요. 당시에는 월급은 없었어도 인기 게이머였어요. 일은 많았어요. 21살 이야기에요. iTV에서 해설을 병행했었어요. 해설 겸 게이머였거든요. 온게임넷에서는 CU배틀넷도 했었고, 외부 행사 수입도 있었고요. 하지만 사정이 어렵다보니 수입의 일부을 팀의 활동을 위해 도와야 했어요.

저만 유난히 희생을 한 것은 아니에요. (최)인규형이나 이재훈 같은 구성원들도 조금씩 보탰죠. 이런 구성원들이 보탠 것 보다도 훨씬 많은 액수를 (조)규남이 형이 보탰죠. 이렇게 지내다가 제가 잘 나가던 시기는 다 지나고, 이제는 기회도 없던 시기에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란 생각에 KTF 매직앤스와 연결이 되서 단기 계약에 들어갔죠.

그 때가 다시 한 번 의지를 불태웠던 떄거든요. 참 재밌었어요. 투지와 열정이 있다보니까, 이런 소리도 했었어요. 팀에서는 1년 계약하자고 제안을 했는데 "저는 1년 계약 싫다, 6개월 계약을 하자"고 했어요. 제가 어떻게 이런 말을 했을까요(웃음)? 나는 그 정도가 아니다. 더 잘할 수 있다. 그러니까 단기 계약을 하고 하는 만큼 대우받겠다라고 당돌하게 이야기를 했대요. 결국 6개월 후에는 아주 약간 올랐어요(웃음). 많이 오르지는 않았지만, 이로부터 1년 뒤에 터졌죠. 팀의 주전이 되는데 1년이 걸렸어요.


Q. 당시에 팬들이 보내주던 열정을 아직도 기억하세요?

팬들의 열광은 이루 말할 수 없었고요. SKT랑 붙으면 주변 길이 막히고 장난이 아니었어요. 차량 타러 가는 길까지 팬들이 있었고 선물은 기본이었고요. 제가 이 정돈데 저보다 더 인기 있는 선수들은 엄청났죠. 어떤 지방 행사를 가도 아주 많은 팬들이 왔어요. 언제나, 놀라운 정도의 시기였어요. 매직앤스 구성원들이 꿈을 꾸던 시기였죠. 최고의 시기였어요.

그 시기는 절대 잊지 못할거에요. 최고의 경험이었요. 이 경험 덕분에 군대도 힘들지 않았어요. 여기가 군대였거든요(웃음). 지금 KT는 안 그래요. 하지만 제 시절에는 군대나 다름이 없었어요. 핸드폰 없이 인터넷도 끊고 살았던 것으로 기억해요.

한때는 연수원에서 선수 생활을 하기도 했어요. 아침에 일어나면 뒷산 정상까지 찍고 왔어요(웃음). 가장 가까운 편의점은 30분 거리였어요. 여기서 3년을 생활했어요. 강남 숙소로 옮기기 바로 그 전이었죠. 덕분에 군대에서도 생활이 익숙했죠 항상 정해진 시간 계획표대로 움직였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해도 프로리그에서는 맨날 2등을 했어요. 결승까지는 어렵지 않더라고요(웃음). 분명히 우리가 평균 능력치가 제일 좋은데 올라가면 KOR이나 POS 같은 팀에게 지니까요. SKT에게 특히 많이 졌고요.





Q. 해설위원의 길을 걷기로 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먼저 온게임넷에서 제의가 왔어요. 저도 흔들리기 시작했죠. 당시 저는 게임을 할 때마다 손이 너무 떨렸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어떻게든 경기를 했어요. 팀내 랭킹전에서도 하위권은 아니었어요. 그렇지만 너무 떨리더라고요. 왜 그런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어요.

프로게이머를 더 해도 되는 상황이었지만, 예전만큼 잘할 수 있을까란 생각도 들었고요. 딱 10년 프로게이머를 하자란 생각을 했었습니다. 저는 어디가든 쓰일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다라고 생각하면서 인생을 심플하게 살았거든요. 이 때가 프로게이머 8년차였어요. 당시 제의가 MBC게임에서도 왔었고 온게임넷에서도 왔었어요. 다만 MBC게임은 서바이버 리그의 해설을 제안했고, 온게임넷은 프로리그를 제안했어요. 이렇게 되면 고민할 이유가 없었죠. 온게임넷에서 화끈하게 대우해주기로 약속했죠.


Q. 해설로 전향한 직후 어려움은 없었나요?

힘들었어요. 말이 너무 빠르고, 주변 소리에 묻혀서 안 들리는 것 같았어요. 지금은 묻히지 않죠. 제가 더 지를 수가 있고요. 막상 해설로 가게 되면서도 발성법에 대해 배운 적도 없었고요. 그래도 주변에서 용기를 많이 줬습니다. 당시에 고마웠던 건 캐스터 형들이나 진행자, 단 한명도 질책하는 사람이 없었어요. 꾸중을 들어본 적이 없어요.

제가 열심히 하는 모습을 알아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어요. 대선배들이 보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었겠죠? 그래도 항상 잘한다고 믿어주고 그랬어요. "잘한다 잘한다" 이런거겠죠? 그런 칭찬들이 저를 만들었어요.

온게임넷에서는 중계진의 경쟁이 심한 와중에도 저를 프로리그에 기용했잖아요. 회사에서 그만큼 저를 많이 믿어줬어요. 저도 자신이 있었습니다. 어떤 사람보다 잘 할거다라는 생각이 항상 있었어요. 프로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해설을 하고 보는 사람이 즐겁게 볼 수 있는 방송을 만들자는 생각이 아주 강했어요. 그러다보니 군입대 며칠 전까지도 프로리그 해설을 하다 갔죠. 전역하자마자 다시 프로리그로 복귀했고요.


Q. 중계진은 아무래도 팬의 사랑을 직접 받을 수는 없는 위치에요. 아쉽지는 않았어요?

아쉬움 보다도 즐거운게 더 강했어요. 중계진들보다 선수들이 더 튀어야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그 역할이 맞다고 생각하면서 충분히 즐거워요. 특히 행복한 점은 누가 해설위원들처럼 집요하게 게임에 파고 들 수 있겠어요?

모든 게임에는 정점을 찍은 하드코어 게이머들이 있으세요. 그런 분들의 가이드를 제가 할 수 있다는 점, 이런 분들의 생각을 이해하고, 저만의 방식으로 집중하는 과정이 제게 얼마나 즐거운 이야기인지 몰라요. 정말 재밌어요. "김정민 해설이 그렇다니까 맞겠지"란 반응이 보일 때마다 희열이 느껴져요. 저에 대한 믿음이 있는 분이구나. 좋네! 이런 점이요. 저랑 정말 잘 맞아요.


Q. 김정민 해설은 정말 엄청나게 노력하는 것 같아요. 왜 이렇게까지 노력하시는거에요?

노력 안하는 사람이 어디있겠어요. 기자분들이나 업계분들, 방송 스태프들 중에서 대충하는 사람은 단언컨대 없어요. 우리 업계만큼 굉장히 하드코어하게 일하는 곳이 없다고 생각해요. 저도 그 중 한명입니다. 냉정하게 말해서 일 중독자에요. 와이프도 말해요. 일이 결정되고 나서야 갑작스럽게 준비하고 싶지 않아요. 그렇게 하면 다 드러나요.

저는 이미 히오스를 중계할 준비가 끝났고, 신규 캐릭터가 새로 나올 때마다 익히면 되는 정도입니다. 하스스톤도 북미 때부터 시작했고 해외 게임 사이트를 찾아다니면서 댓글을 일일히 봤어요. 하지만 우리나라 트랜드도 모르면서 해외를 찾아다니는 것은 웃긴 일이죠. 국내 전설급 게이머들과 경쟁 하면서 실력을 다져야 해설의 질도 올라가죠.

그러다보니 매일 일하는 꼴이에요. 쉬는 시간이 없어요. 제가 쉴 때는 저녁을 먹으러 가거나 장을 보러 가거나 그 뿐이에요. 컴퓨터에 앉아서 다른 게임을 즐기거나 인터넷 서핑을 갈 시간도 없어요. 거의 하지 않아요. 일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가끔씩 사람들을 만나긴 하죠. 업계 사람들인 '성캐'(성승헌 캐스터) 같은 분들이요. 이런일 저런일 이야기 하고요 (김)태형이 형, (김)동준이 형, 다들 비슷하다보니 공감대 형성도 잘 되고요. 만나면 전부 다 일 얘기만 해요. 그렇다고 재미가 없느냐, 그렇지는 않아요. 제가 재미있어서 하는 일이거든요. 누구의 강요도 아니고 이렇게 하는게 재밌어서 하는겁니다.

저는 이렇게까지 열심히 파고들어야 뭔가 좀 했구나라고 느껴요. 다른 중계진들이나 PD님, 팬들에게 창피하기 싫습니다. 싫은 소리 듣기 싫으면 그만큼 더 노력해야 하지 않겠어요? 저는 제가 하는 분야에서는 사람들이 저를 믿어줬으면 좋겠어요.


■ 김정민의 제2 인생 게임 하스스톤… 한중마스터즈 출범의 현장, 그 중심에 서다





Q. 하스스톤의 매력이 있다면?

저는 하스스톤이 처음에는 하고 싶지 않은 게임이었어요(웃음). 당시에도 저는 스타2를 하고 있었어요. 항상 스타2에서 특출난 사람이길 바랬어요. 다른 게임을 할 때도 스타2에만 매진했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억지로 하스스톤 마스터를 달았어요. 순전히 일로서 말이에요. 이 부분에선 참 독하죠. 일이니까 마스터를 달았는데 하다보니까 하스스톤에서 매력을 느꼈죠.

하스스톤 인벤에 가서요. 덱 하나를 베껴서 마스터를 달았어요. 그 이후 다른 캐릭터를 해봤죠. 전사, 와! 죽이더라고요. 타격감, 대사! 완벽했죠. 이후에는 한동안 하스스톤 삼매경에 빠져서 승부만 했어요. 접해보지않은 장르에 대한 짜릿함, TCG에 완전히 빠져들게 만드니까요. 카드 모으는 재미도 뛰어났죠. 1,600가루를 모아서 뭘 만들까, 이걸 만드는게 좋을까와 같은 초반에 할때만 느낄 수 있는 짜릿함이 있어요. 대박이었어요

하스스톤은 제 인생 게임이라고 할 수 있어요. 사람이 물만 먹고 살 수는 없잖아요. 그런 식으로 하스스톤은 항상 제 주변에 가까이 있는 게임인 것 같아요. 쉬다가 아이패드를 통해서 가볍게 즐길 수 있고요. 게임 자체가 무겁지도 않고 스트레스도 받지 않고요. 쉬운데 재밌다. 이런게 매력이죠.


Q. 최근 '개들을 풀어라'가 하향되면서 사냥꾼이 직격탄을 맞기도 했어요. 밸런스는 잘 맞는 편일까요?

밸런스는 다 맞는 것이 불가능해요. 아홉 영웅들의 밸런스를 맞춘다? 이건 불가능한 이야기고요. 다만 이길 여지는 공평해야죠. 마법사도 조금씩 나오긴 해요. 사제도 가능성이 있고요. 하지만 드로우 운이 너무 심각해요. 사제는 드로우 운이 따라주면 누구라도 이길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가 치명적이니까요. 이런 부분은 문제가 될 수 있죠. 극명한 단점이에요.

하지만 하스스톤의 밸런스는 훌륭하다고 평가할 수 있어요. 특정 덱을 알고 만난다면 충분히 강하죠. 초반에 법사가 잘 풀리는 경우도 있고, 저도 사제 좋아해요(웃음). 요즘에 주술사도 좋아하고요. 마법사가 용암 거인을 넣고 빅덱을 구사하기도 하고요. 가능성은 다양한 것 같아요.

하스스톤 인벤에 언젠가 바다 거인덱이 올라온 적이 있어요. 하스스톤 유저들의 단점 중의 하나가 해외의 유명 덱을 맹신하는 성향이에요. 그런데 우리나라 유저들의 덱도 충분히 좋거든요. 그렇게 특출난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니에요. 이제는 모든 유저가 덱을 잘 짜는 것 같아요. 실력이 다들 좋아졌다는 것이죠.

이런 것도 있어요. 하스스톤 매니아들은 공감할 이야기에요. 하스스톤 인벤에 인기 덱이 하나 올라와요. 그러면 래더 게임에서 대부분이 그 덱을 사용해요. 사람은 바뀌었지만 같은 덱이에요. 예를 들어서 성기사가 '신의 은총'을 쓰는 덱이 유행하면 만나는 모든 성기사가 이 덱이에요. 사람은 다르지만, 다 똑같이 운영하고 대응할 수가 있죠.

그만큼 한국 사람들은 유행에 굉장히 민감해요. "설마 그 덱이겠어?" 하면 그 덱 맞아요(웃음). 다양성이 부족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죠.


Q. 메타는 돌고 도는 것 같아요. '명치'를 노리는 덱에 맞서 '힐기사'가 다시 뜬다는 글도 있었는데 본인의 생각은?

시즌이 초기화되는지도 모르고, 성기사만 했었는데 상당히 좋아요. 타이밍을 잘못 잡으면 허무하게 질 때가 있긴 해요. 4코스트 이전에는 손패가 잘못 풀리면 힘들어질 수 있어요. 성기사는 영웅 능력이 좋으면서도 나쁘잖아요. 그런 문제가 있긴 하지만 저는 힐기사 덱을 좋아해요. '신의 축복'이 대단히 좋고요. 힐기사랑 드루이드 빅덱, 그런 것들이 대박이었죠.


Q. 이번에 새로 들어가는 한중마스터즈란 무슨 대회인가요?

각국의 대표 8명을 뽑고 경쟁을 펼치는 대회죠. 우리나라 선수들은 개인의 성과를 위해 리그에 참가하는 성향이 있다면 중국 선수들은 목숨을 걸고 합니다. 중국의 e스포츠는 정식 스포츠 단체로 인정받은 지 오래 됐고요. 그러다보니 그 쪽에서는 국가 대표가 되면 질타도 우리보다 심한 것 같더라고요. 죽자고 해요. 그래서 이번 대회가 잘 될 것 같습니다.

컨셉이 좋지 않나요? 한국인 8명, 중국인 8명이 16강으로 만나는데 매경기가 국가 대항전이겠죠. 좋은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브레인 스포츠인 바둑에서도 중국과 우리나라가 라이벌로 대립하고 있잖아요. 이런 부분이 부각되지 않을까요? 정말 기대가 많이 됩니다.


Q. 4강이 중국인 네 명이 되면 팬들의 관심이 뚝 떨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요?

솔직히 말해서 큰 일이죠. 하지만 그 정도의 강수를 띄우지 않으면 발전은 없을겁니다. 매번 하는대로 하자면 변화를 기대할 수 없겠지요. 주어진 상황대로 열심히 해야죠. 다른 방법은 없어요. 중국 선수가 정말 잘한다면 우리나라에서도 인기가 생길 수 있지 않겠어요? 어쩌면 전화위복의 기회가 되겠죠. 하스스톤은 길게 롱런 할 수 있는 게임이라고 봐요. 한중, 북미, 유럽, 항상 생각해요. 한국 대표, 북미 대표가 싸우는 그림을 그려보니까요. 대결 구도를 그리는 데 있어서는 이게 쉬울 것 같거든요.



▲ 하스스톤 인비테이셔널은 새로운 시도가 돋보였지만, 한계도 명확했다


Q. 리그와 예능을 접목한 하스스톤 인비테이셔널은 다양한 의견이 있었습니다. 이에 대한 생각은?

저도 물론 팬들의 반응을 봤고요. 질책 중에서는 들을 만한 부분이 있어요. '리그의 느낌이 부족하다' 이런 부분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많더라고요. 저는 '그 방식'도 맞고 '이 방식'도 맞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여러가지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최악이죠. 제대로 된 리그 콘텐츠를 하루만에 8강부터 결승까지 진행시키는 것은 잘 아시겠지만 불가능한 일이에요.

하스스톤 인비테이셔널의 경우 여러가지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시도가 들어갔었어요. 처음 변화를 준 부분에 대해 시행착오도 있었던 만큼, 대부분은 수용하고 고칠 수 있는 부분은 고치는게 좋죠. 사실 많은 분들이 질책하던 부분을 저 개인적으로 '참 좋았다'라고 느낀 부분도 있지만, 저는 이런 의견을 잘 잘 수용하는 편이라서요. 앞으로도 그렇고요. 이유가 있으니까 좋지 않은 소리가 나오는 것이겠죠. 저는 그래도 인비테이셔널이 재미있는 한 편의 예능프로그램이었다고 생각해요.


Q. 하스스톤 인비테이셔널과 달리 이번 한중 마스터즈에서 차별화되는 점이 있다면요?

중국 쪽 메타를 파악하기가 쉽지는 않은데 하스스톤 한중마스터즈를 통해 이런 부분을 보면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들고요. 중국 선수들이 게임을 참 특이하게 하더라고요. 자신만의 색깔을 보면서 재미있겠다란 생각이에요. 나라마다 색깔이 달라요. 중국 선수에 대한 데이터가 부족하기 때문에 찾을 수 있는 만큼은 찾아보려고요. 아무도 모르는 그 사람이 이길 수도 있고, 승자는 예우를 똑같이 받아야 하기 때문에 저 뿐만이 아니라 모두가 충분히 준비해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도 이전보다 깔끔한 중계를 준비해야죠. 지난 인비테이셔널에서는 진행과 해설을 함께 했잖아요. 이번 시즌에는 어떻게 해야할지 상의하고 이야기해서 제작진의 요청에 따라서 맞는 옷을 잘 맞춰 입어야죠. 양질의 해설을 위해 게임에만 집중하면 또 너무 재미없어질 것 같기도 해요. 정확한 중계는 당연한 이야기고요, 여기에 재미있고, 소리만 크게 내는 것 보다는 볼거리가 풍성하게 만들어 봐야죠. 중계진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리그가 다이나믹 해지는 거니까요. 각 잡고 준비하겠습니다. 이제 개막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여러분!


■ 김정민이 생각하는 해설의 역할이란? "선수를 더욱 빛나게 해주는 조연"





Q. 해설의 역할이란 무엇일까요?

선수들을 더 빛나게 해주는 조연이죠. 수많은 주연이 있잖아요. 선수들이 분발했을 때 그 의미를 전달하는 역할이 가장 크죠. 그런 부분을 중요하게 보고요. 이 과정을 재미있게 하는게 중요하죠. 라이트 유저들도 좋아요. 하지만 해설이 라이트하기만 하다? 이건 좋지 않습니다.

저는 선수들이 빛이 날 수 있게 잘하는 요소를 하나하나 잡고, 쓴소리도 많이 하는 편이거든요. 못한 부분에 대해서 어느 정도의 비판도 필요할 때가 있겠죠. 날카로운 중계를 하고 싶어요. 전체적으로는 따듯한 분위기지만 거기서 끝이 아닌 역할을 하고 싶고 결국에는 선수를 위한 중계를 하고 싶어요.


Q. 해설진이란 진로를 택하고 후회를 한 적은 없으신가요?

네. 이번에요. 사실이에요. 처음으로 후회해봤어요. 작년부터 일이 크게 줄어들 때부터 후회했어요. 많이 생각했습니다. 직종을 변경할까란 생각을 했어요. 정말 많이 했죠, 심각하게. 지금은 정리가 됐고요(웃음). 저는 e스포츠란 범위 내라면 어떤 역할이라도 어느정도는 할 수 있는 자신이 있어요. 해설이 매력적이고 좋아하기도 하고, 1년만 참아보자는 생각에 참고 있었고요.

이제 조금씩 뭔가 보이네요. 길이 보이고 새로운 재미를 찾아가고 있어요. 유튜브도 있고 거기에 더해서 다른 것을 만들 수도 있잖아요. 단체와 함께하면 새로운 것을 만들 수도 있고, 앞으로 어떻게 될 일인지는 모르는 겁니다. 과거에는 아예 시도를 못했던 것이 아깝고 지금은 '할 수 있다'라는 것에 대해서 가능성의 문을 더 크게 열어놨어요.

해설위원이라는 직업을 후회할 정도로 힘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이 기회를 통해서 정말 많이 성숙해졌고, 많이 배웠어요. 시야도 넓어지고 성격도 좋아졌고요. 뭔가 약간 더 넓게 바라보는 시각이 생겼어요. 단순히 프로리그 해설을 할 때보다 더 안정적인 상태입니다.


Q. 김정민을 여기까지 이끌었던 힘은 무엇인가요?

역시 와이프죠. 결혼 전에는 저의 만족을 위한 것이 제일 컸죠. 하지만 지금은 가장이 됐잖아요. 가장이 되고나니 마음가짐도 달라졌고, 멋진 남편이 되고 싶기도 하고요. 업계에서도 쉬는 시간을 많이 가지긴 했지만 업계 내에서 모든 사람들이 저라는 사람에 대한 믿음, 가질 수 있을 만큼의 해설을 하고 싶어요. 지금은 조금 잊혀졌지만, 그런 것을 하고 싶어요.


Q. 마지막으로 팬 여러분께 인사말 부탁드립니다.

저에 대한 관련 글을 남겨주시는 팬들이 많아요. 정말 놀랍고, 고맙고, 응원 많이 해주시는 팬들을 향해 같이 소리지르고 함께 호흡을 하고 싶어요. 정말 정말 정말 정말 하고 싶어요. 단발성이 아니라 꾸준히, 준비된 해설로서 즐거움을 드리고 싶어요. 들을 만한 가치, 들리는 해설이 되서 돌아오겠습니다. 'Comming Soon'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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