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게임업계 최고의 인사팀장'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채용 | 정재훈 기자 | 댓글: 26개 |
'팍팍하다.' 신문을 보고, 뉴스를 보고, 그리고 두 눈으로 세상을 보면서 요즘 드는 생각이다. 나 뿐만이 아니리라. 누가 처음 말했을지도 모르고, 아니 처음엔 그런 뜻도 아니었겠지만서도, '팍팍하다'라는 표현은 요즘을 살아가며 느끼는 마음들을 단 한마디로 표현해주는 단어가 아닌가 싶다. 문득 어디 가슴 따뜻한 이야기가 없을까라고 생각해봤다.

블루홀스튜디오의 임재연 팀장에 대해 알게 된 것이 그 때였다. 모 커뮤니티에 올라온 다수의 칭찬글, '업계 최고의 인사팀', '직원사기진작을 정말로 이뤄낸 인사팀장'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그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렇게 궁금함을 품고 발걸음을 디뎠다. 이제는 번듯한 중견 개발사로 성장해 안정적으로 운영중인 게임개발사 '블루홀스튜디오'. 목적지는 판교에 위치한 블루홀 본사였다. 노트북을 열고, 음료수 잔을 들 때 쯤 인터뷰의 주인공인 임재연 팀장이 수줍은 얼굴로 문을 열었다.



■ '게임업계 최고의 인사팀장'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 블루홀스튜디오 피플팀 임재연 팀장

임재연 팀장의 외모는 평범했다. 조금 냉정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길을 걷다 스쳐가도 다시 돌아볼 일은 없는 평범함이다. 짧게 자른 단정한 머리와 약간의 주름에서는 날카로운보다 완연한 여유가 느껴졌다. 일단 기본부터 먼저 물어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블루홀의 인사팀장을 맡게 되기까지, 그가 걸어온 길은 어떤 길이었을까?

Q. 만나서 반갑습니다. 간단히 본인의 소개를 부탁해도 될까요?

안녕하세요. 블루홀스튜디오의 인사 업무를 맡고 있는 '피플 팀'의 팀장 임재연입니다.


Q. 인터뷰를 읽을 독자분들을 위해 '피플 팀'이 정확히 어떤 일들을 하고, 본인은 어떤 업무를 하고 있는지 간단히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인사팀이 맡아 하는 일은 생각보다 굉장히 많습니다.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아무래도 채용 쪽이죠. 새로운 직원들을 선발하고, 선발된 구성원들이 진짜 우리 회사에 맞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교육을 거치죠.

채용 후에도 인사팀은 회사의 직원들을 돌보는 일을 합니다. 직원들이 일에서 얼마나 성과를 거두고, 회사와 같은 방향으로 업무를 진행하는지에 대한 평가 업무와 사기 진작을 위한 보상 업무까지 해당되겠죠.

제 경우엔 그 외에도 회사의 모든 구성원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노력합니다. 어떤 생각을 하고 있으며, 어떤 것들이 필요하고, 어떤 복지가 진짜 이분들에게 필요한지 판단하고 실제로 준비하는 일까지 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공공기관과의 커뮤니케이션, 대관 업무도 제가 맡고 있습니다.


Q. 블루홀과는 언제부터 인연을 맺게 되신 건가요? 그리고 그 전에는 어떤 일들을 하셨는지 말해주실 수 있을까요?

블루홀이 시작할 때 부터 함께였습니다(웃음). 블루홀에 오기 전에는 음...네오위즈부터 거슬러가는군요. 네오위즈에서 인사 업무를 처음으로 했고 이후 '첫눈'이라는 검색 전문 서비스 업체에서 잠깐 일했죠. 하지만 첫눈에 입사하고 얼마 안지나 NHN에서 첫눈을 인수하게 되었고 NHN에서 일하다가 블루홀로 넘어왔죠.

인사 업무는 전부터 항상 하고 싶은 일이었어요. 그 계기는 대학교 즈음으로 거슬러갑니다. 대학교 시절 두 부모님을 여의고 제가 생각할 건 경제적 안정성이었어요. 그래서 여러 방법을 찾아 은행에 취업했고, 고객들을 대상으로 대외 업무를 보았죠. 은행에서 제 일을 맡아 하는 한편, 다른 부서의 업무들을 꼼꼼히 눈여겨보았어요.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러던 중 인사 업무에 매력을 느꼈죠.

하지만 기회는 쉽게 오지 않았어요. 사실 네오위즈로 옮긴 후에도 처음에는 다른 업무를 맡았습니다. '내부'. 즉 사내 다른 직원들과의 유대감을 쌓는 일을 하고 싶었지만, 회사는 제가 다른 업체와의 접점인 '외부'의 접점을 더 우선적으로 해결해주었으면 했죠. 맡은 일은 달랐지만. 저는 그 일을 하면서도 꾸준히 제가 원하는 다른 구성원들과의 접점을 만들어냈습니다. 다른 이들에게 필요한 물품을 챙기고, 비품을 관리하다 보니 맡은 프로젝트가 취소되고 진짜로 인사팀으로 옮기게 될 무렵 다른 직원들은 절 원래 인사팀의 일원인 줄 알고 있었다고 말하더군요(웃음).

이후 다른 인사팀들의 업무 방식과는 다르게 저만의 방법으로 인사 업무를 했는데 그게 좋은 반응을 얻었던 것 같습니다.


Q. '남들과는 다른 방법'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 있나요?

'자리에 앉아있지 않는다.'로 시작하면 좋을 것 같아요. 항상 돌아다녔습니다. 구성원 모두와 조금이나마 대화를 나누고, 친분을 쌓아나갔습니다. 매일 살피면서 안색을 살피고, 기분이 좋지 않아 보이는 구성원이 있다면 먼저 말을 걸어 고민을 들어주고, 필요한 물품을 물어봐 준비해주는 식이었죠.

네오위즈에서 일할 당시에 좋은 제도가 있었어요. 회사 구성원의 부모님이나 배우자, 혹은 배우자의 부모님까지 해당되는 내용인데, 생일이 될 경우 일정 금액의 쿠폰을 나누어주는 제도였습니다. 하지만 직원들이 먼저 나서 쿠폰을 신청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죠. 그래서 먼저 챙겨주려 했습니다. 회사 구성원들을 먼저 파악해 슬쩍 쿠폰을 건네주는 식이었습니다.

블루홀에 와서도 비슷한 일들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직원들의 생일마다 직접 생일 카드를 적어 선물하는 식으로 말이죠.



[▲다이어리에 빽빽하게 적힌 직원들의 생일 ]


Q. 직원들의 수가 이렇게나 많은데 모든 이들의 생일을 다 챙기는게 어렵지는 않나요? 모든 이들의 이름을 아는 것 부터도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합격하는 분들 항상 최종 면접에서 제가 다 보기 때문에 기억할 수밖에 없습니다(웃음). 전 최종 면접을 보기 전날 밤에 다시 면접자들의 이력서들을 꼼꼼히 읽어봅니다. '이 사람이 우리 회사에 맞는 사람일까?'를 파악하는 한편, 우리 회사의 일원이 된 후에도 기억하기 위해서죠.

그래서인지 회사 직원들의 이름과 얼굴을 외우는 일은 크게 어렵지 않았어요. 다만 난감한 적도 있었습니다. 얼마 전 1년정도 휴직을 하면서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1년을 쉬고 오니 처음 뵙는 분들이 무려 80명이나 계시더군요. 그분들의 얼굴과 이름을 외울 때는 조금 고생하긴 했습니다만, 지금은 모든 이들을 알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관심'입니다. 함께 일을 해나갈 사람으로서 구성원들에게 가지는 관심. 그 관심만 있다면 몇 백명의 직원들이라 해도 크게 어렵지는 않습니다.

인터뷰를 돕기 위해 옆에 자리한 블루홀의 홍보팀 직원들도 담담히 말하는 임재연 팀장의 말에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한 직원은 자신이 받은 생일 카드를 직접 보여주었다. 한 글자 한 글자 정성들여 쓴 생일 카드였다. 흘깃 본 임재연 팀장의 다이어리는 직원들의 생일과 기념일들로 가득 차 있었다.







▲ 임재연 팀장이 직접 쓴 생일 카드들




▲ 직원 수가 많다보니 거의 매일 생일 케익을 자르게 된다.



■ 새로운 가족을 선발한다는 것. 그리고 그들과의 유대감을 키우고, 키워낸다는 것.

새삼 다른 부분도 궁금해졌다. 아무래도 우리가 생각하는 '인사'의 기본 업무는 '채용'이니 말이다. '채용'이라는 과정도 그에게는 조금 더 다를 터였다. 임재연 팀장은 과연 면접자들에게 어떤 질문을 할까. 회사나 팀에 도움이 되는 인재를 어떻게 고를까?

Q. 사실 면접을 봐서 인원을 선발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면접을 볼 때 자주 묻는 질문이나, 집중적으로 보는 부분이 있나요?

사실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이미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실거에요. 면접 교육을 할 때 자주 이야기했기도 했고, 면접관의 입장에 서본 경험이 있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내용일 테니 말이죠.

보통 저는 과거를 물어봅니다.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 겪었던 가장 큰 위기, 가장 큰 실패 등등이죠. 전 직장에서의 생활에 대해 물어보기도 하고요.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극복해냈는지를 물어봅니다. 위기를 해결하는 그 과정을 보며 이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아왔고, 어떤 면을 갖고 있는지 엿볼 수 있습니다. 물론 가끔 허위로 가상의 경험을 만들어내는 분들도 있습니다. 조금만 더 질문하면 바로 들통나곤 하지요.

'채용'을 목적으로 한 면접에서 가장 많이 보는 것은 바로 '의지'입니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고, 능력이 좋은 사람이라도 블루홀이라는 회사를 그저 거쳐가는 단계로만 생각하거나, 그저 현재에 안주하려고 하는 이들은 더 이상 성장하는 것을 보기가 힘듭니다. 우리가 직원을 선발하는 기준은 현재 보여줄 수 있는 퍼포먼스가 아닌, 블루홀에 와서 터뜨릴 수 있는 '잠재력'입니다. 그 잠재력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은 태도와 절실함이죠. 기본적인 실력은 최종면접 전에 이미 가려지게 되어 있어요.

마지막으로 그림을 그려 봅니다. 이 사람이 우리 직원이라 생각하고, 우리와 함께하는 모습을 그려보는 것이죠. 그 과정에서 다른 이들과 큰 마찰 없이 지낼 수 있는지, 잘 융합할 수 있는지를 가늠해봅니다.



▲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을 가려내는 일



Q. 실력은 굉장히 좋지만 다른 이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않은 독불장군, 그리고 누구와도 친하게 지낼 수 있는 융화력을 지녔지만 실력은 모자란 사람. 둘 중 하나를 뽑으시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굉장히 어려운 질문이에요. 저는 일을 하면서 두 부류의 사람들을 모두 겪어 보았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두 부류의 사람 모두 저희 회사에 필요한 사람일 수 있습니다. 개인의 실력이 모자라지만 팀을 융합하고 더 높은 단계로 올라설 수 있는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남들이 쩔쩔매는 업무를 간단히 해치워버리지만 그 때문인지 동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도 있죠.

사실 정말 냉정하게 둘 중 하나를 뽑아야 한다면 저는 더 높은 실력을 가진 이를 채용할 것입니다. 업무 외적 부분은 제가 돌봐줄 수 있는 부분이고, 다른 이들과의 갈등도 제가 더 노력한다면 완화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적인 업무에 관련된 문제는 제가 해결해 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이죠.


Q. 채용을 고민하게 만드는 부류가 있다면 어떤 사람들인가요?

저는 면접 때는 조금 까다롭게 변하는 타입입니다. 어쩔 수 없죠. 면접은 앞으로 얼마나 길지 모를 세월을 함께 할 이를 제가 결정하는 자리이니까요.

이 질문에 대해서는 세 가지로 나누어 답변을 드릴 수 있습니다. 일단 첫 번째는 너무나도 공격적이고, 저돌적인 성격을 가진 분들입니다. 오랜 기간 면접관으로 면접을 진행하다 보면 수백 수천, 어쩌면 그 이상의 사람들과 대면하게 됩니다. 그리고 가끔씩은 굉장히 공격적인 눈빛을 가진 사람들이 보입니다. 물론 이 단계에서는 저의 판단이 매우 중요해집니다. 이분이 앞으로 동료들과 적극적이고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인물인지, 혹은 자신의 가치만을 내세우다가 끝내 충돌을 만들어낼 사람인지 가늠해야 합니다.

두 번째는 굉장히 많은 말을 하는데 정작 말의 요점은 분명하지 않은 분들이 있습니다. 이런 분들의 경우 차후 공통의 목표를 놓고 협업을 하는 과정에서 난감한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굉장히 높습니다. 목적성을 상실한 업무 진행을 하게 되거나, 쉽게 매너리즘에 빠져 버리는 등 다른 이들과의 협력 과정에서 힘들어하기 일쑤죠.

마지막으로 스스로의 생각을 마음속에서만 간직하는 분들입니다. 회사는 기본적으로 여러 인원이 함께 꾸려나가는 공동체입니다. 그리고 공동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커뮤니케이션, 즉 '소통'입니다. 저는 항상 갈등의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려 애쓰는 편이지만, 모든 갈등을 다 막아낼 수는 없습니다. 남들과 소통하려는 마음이 준비되어있지 않은 분들은 한 번의 갈등을 슬기롭게 이겨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Q. 면접을 보는 면접자들의 경우 언변의 부족에서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는 분들이 많습니다. 실력은 정말 좋지만 말을 잘 하지 못하는 이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사실 최종 면접에 올라오시는 분들은 다들 실력이 갖춰지신 분들입니다. 마지막 면접 전에 미리 포트폴리오를 제출하거나, 정해진 과제를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죠. '능변'은 면접에서 분명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저희가 원하는 사람은 그저 말을 잘 하는 이가 아닙니다. 조금은 어리숙하게 말할지라도, 자신의 생각을 잘 표현하고 남들의 생각을 잘 이해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능력만 갖추고 있다면 충분히 채용 고려 대상이 되곤 합니다.


Q. 조금 전에 말씀하신 것 중에 '과거를 묻는다'라고 하셨어요. 그 사람이 어떤 위기와 역경을 겪었고, 어떻게 이겨냈는지에 대해 묻는다고 하셨요. 만약 면접자가 어떤 고난도 겪지 않고 처음으로 블루홀에 발을 디딘 이라면 그 사람을 판단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블루홀에는 많은 인재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들을 가장 잘 파악해야 하고, 가장 많이 만나야 할 사람이죠. 인사 업무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직원분들의 특징과 성향을 파악할 수 있어요. 물론 다른 곳에서는 단점으로 여겨질 만한 것들까지 파악할 수 있죠. 가령 톡톡 쏘는 말투라던가, 자세히 설명하지 않는 사람이라던가. 모두 살면서 만들어진 성격들이에요. 오히려 이런 성격들이 장점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죠.

많은 사람을 대하다 보면 처음 보는 이라 하여도 어느정도 비슷한 성향의 사람을 생각해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에요. 과거에서 미래를 보듯, 이미 우리 가족이 된 직원들을 보면서 새로운 이들을 파악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Q. 면접을 보러 오는 모든 이들에게 면접비를 지급한다는 내용이 있던데 이게 사실인가요?

네 사실입니다.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지방에서 올라오는 분들도 있고 하니 교통비조로 챙겨드리는 것이죠. 처음에는 이 회사에 가져준 관심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어 시행한 제도였어요. 지금까지도 잘 이어지다 보니 딱히 노린 것도 아닌데 기업에 대한 프로모션이 되어버렸네요.(웃음)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질문이었다. 물론 인사팀장으로서 하는 일이 채용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 외의 일이 더 많다 해도 무방할 터였다. 면접과 채용에 대해 질답을 나누며 임재연 팀장이 어떤 사람인지 더 알게 되었다. 프로그래밍이나 서버 관리, 게임 디자인 등 직접적인 개발 부분에서 임재연 팀장이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람을 가리고, 이 회사에 필요한 사람이 누구인가를 판단하는 일에서 임재연 팀장은 기준은 명확했다.그의 선발 기준은 선발 자체에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대상자가 블루홀의 일원이 된 이후까지 바라보고 있었다.




■ 식구를 챙기는 방법. 그리고 앞으로를 바라보는 시선

Q. 채용에 대한 이야기를 마쳤으니 이제 관리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가장 흔한 경우부터 질문드려 볼게요. 사람이 함께 생활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다툼이 벌어지고, 심한 갈등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생깁니다. 이런 경우에 둘 사이를 중재하는 것도 팀장님의 몫이 될 것 같은데 갈등을 중재하는 노하우가 있나요?

말씀하신대로 갈등은 언제나 존재합니다. 저 역시 많은 갈등사례를 겪어보았죠. 갈등이 가장 위험해질 때는 상대를 바라보는 시각이 '나와 의견이 다르다'가 아닌 '저 사람이 싫다'로 바뀌는 시점입니다. 갈등 해소의 근본은 소통입니다. 하지만 저 상태가 되어 버리면 서로 소통이 이뤄질 수가 없습니다. 상대의 말을 들을 생각을 전혀 하지 않거든요.

때문에 이런 경우 저는 양 측의 말을 듣고, 마치 제가 말하는 것 처럼 적당히 조율해 상대에게 전달하는 식으로 중재를 합니다. 운이 좋은 경우는 이런식으로 풀려 다시 원만한 사이가 되었지만, 사실 저 역시 모든 갈등을 풀어줄 수는 없었습니다. 아쉬운 경우였죠.

가장 좋은 갈등 해소책은 '해소'가 아닌 '예방'입니다. 때문에 저는 직원들이 업무 외적인 이유로 얼굴을 마주할 수 있는 자리를 계속해서 만들려고 노력합니다.



▲ SNS에서 화재가 되었던 블루홀의 대형 화채. 직접 얼음 그릇을 주문해서 준비했다고 말했다





▲ 업무 외 적 일로도 서로 얼굴을 볼 기회를 만들어야 갈등도 예방할 수 있다


Q. 열정이 넘치는 인원들이 많이 보입니다. 하지만 사회인이라면 모두 알다시피 지나친 열정으로 업무를 하다가 빨리 '번아웃(소진)'되기도 합니다. 이런 직원들은 어떻게 관리하나요?

실제 거의 대다수의 직원들이 겪는 일입니다. 누군가는 너무나도 큰 프로젝트를 끝낸 이후 소진 상태가 되어 버리고, 또 누군가는 너무 어려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계속된 실패 끝에 슬럼프를 겪게 됩니다.

이 상황에서 우리 피플팀이 해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들어주는 것'입니다. 사실 사람은 힘든 일을 누군가와 나누기만 해도 큰 힘이 될 수 있거든요. 제도적 차원에서는 근속 휴가가 있습니다. 4년차, 7년차, 10년차에 한번씩 2주간의 휴가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물론 유급휴가이지요.

5년 근속을 이뤄내면 휴가와 동시에 2박3일의 여행 상품권을 덤으로 증정합니다. 열심히 일한 이들이 그만큼 쉴 수 있게끔 해주고 싶었어요.


Q. 다른 분들의 말을 들어보면 블루홀의 거의 모든 복리후생과 복지 혜택을 만드셨던데요. 본인이 만든 제도 중에 가장 잘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이 있나요?

복리후생 하나하나 추가할 때마다 많은 고민이 있었기에, 모두 정이 가지만 특히 블루홀 초기에 정착시켰던 단체보험과 건강검진이 두고두고 기억에 남습니다.

‘기본에 충실한 복리후생’을 목표로 하면서, 가장 중점을 두었던 것이 구성원들의 건강에 신경 쓰고, 갑작스레 아프게 되었을 때 경제적 부담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당시에 50명 정도 밖에 되지 않았던 인원이라, 대부분 보험사에서 단체보험을 받지 않으려는 상황이었는데요, 이전 직장에서 알고 지냈던 보험사 담당자 분들에게 블루홀의 앞으로의 성장을 언급하며, 좋은 보장조건으로 해 달라고 계속 요청했고, 결국 성사가 되었죠.

건강보험으로 보장되지 않는 의료비 부담 상당 부분을 해소 시켜주는 거라 지금까지도 높은 만족도를 보이고 있고요, 힘든 게임개발 과정에서 건강에 이상이 올 수 있는 가능성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매년 최상의 프로그램으로 건강검진을 받도록 정착 시켰습니다.

법으로는 2년에 한 번씩만 하면 되지만 저희는 매년 검진을 받게끔 하고 있고요, 그 사이에 세 분이 초기에 암을 발견하여 지금은 모두 치료되어 건강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면 참 잘 한 일이라는 자부심을 갖게 됩니다.


Q. 각종 규제로 게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안좋아졌습니다. 게임업계에서 오래 일한 입장으로서 이런 사태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또 인사업무와 관련해 이런 일을 직접 체감할 수 있었던 사례가 있었나요?

안타까운 일입니다. 게임에는 여러 측면이 있기 마련인데, 그 중 한 면만이 부각되어 마치 전체인양 알려지고 있지요. 여건은 어렵지만, 게임의 순기능이 제대로 드러나기 시작하면 조금은 더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입니다.

인사담당자로서 느껴지는 것은 일단 지원자의 숫자입니다. 말을 들어보니 지원자들의 부모님들이 굉장히 많이 반대를 하신다고들 하더군요. '게임'을 만든다는 것이 나이드신 분들에게는 좋지 않게 비춰지는 것은 어쩔 수 없긴 하지만 말이죠.

전체 지원자의 숫자가 줄다 보니 그만큼 눈에 띄는 인재들의 숫자도 줄어들었습니다. 그래서 인턴 제도를 비롯한 각종 제도를 만들어 함께 일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려고 노력중입니다. 다행인 것은 게임을 사랑하는 이들이 항상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들의 열정을 고맙게 생각합니다.


Q. 마지막 질문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블루홀을 비롯한 게임업계에서 일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어떤 소양을 길러야 할지, 그리고 어떤 자세를 준비해야 할 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사실 큰 요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게임업계로 들어서려는 분들이라면 게임에 대한 애정은 충분하리라 생각합니다. 이는 기본중의 기본이 되겠지요. 제가 생각할 때 필요한 소양은 '다양한 경험'입니다. 게임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대한 식견을 쌓고, 경험을 만들어 삶의 깊이를 늘리는 것이죠.

삶의 깊이가 느껴지는 사람들이 만드는 게임은 다릅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함보다 더 멋진 감동을 주고, 남들이라면 그냥 넘어갈 디테일한 요소까지 신경써서 표현하지요.

그리고 나면, 채용 공고를 열심히 살펴보시면 그걸로 완벽할 것 같아요. 게임업계는 항상 열려있고, 인재들을 원하고 있으니 말이죠.

마무리 질문이 대한 임재연 팀장의 대답은 미소와 함께했다. 직원들을 챙기고, 나아가 그들로 하여금 더 높은 성과를 낼 수 있게 하는 도와주는 사람. 그와의 대화를 통해 조금 차갑게 느껴졌던 인사팀에 대한 이미지가 조금 누그러졌다. 특히 힘들어하는 직원을 격려하는 방법에 대해 "대화를 들어주는 것 만으로도 그들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는 말이 기억에 남았다. 덕분에 시간은 짧았지만 그 어떤 자리보다 긴 여운을 남긴 인터뷰였다.



▲ 고된 업무를 수행중인 직원들에게 선물하곤 한다는 깜짝 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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