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반2걸'로 변신한 홍대 드럼녀 "게임? 밟고 때리는게 좋아요"

인터뷰 | 박태학 기자 | 댓글: 23개 |



▲사진 출처 - 비밥 페이스북

시작은 여느 여성 아이돌 그룹과 다르지 않았다. 춤과 노래 연습에 대부분의 시간을 썼고, 그 방향이 전부라고 믿었다. 하지만 아이돌 시장이 과포화 되면서, 그녀도 노선을 바꿀 수 밖에 없었다. 두 손은 학창시절 함께 했던 피아노 건반 위에 다소곳이 올려졌다. 이내 다른 멤버들도 구성되면서 여성 아이돌 밴드 '비밥'의 형태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두 번째 고난은 그리 멀지 않았다. 드럼을 치던 멤버가 개인적인 이유로 탈퇴를 하고, 밴드의 데뷔 시기도 전면 초기화되고 말았다. 이렇듯 '키보디스트' 아연이 '드러머' 아연으로 변한 사연은 대부분 외부에서 왔지만, 그래도 그녀는 씩 웃으면서 손사래를 친다. 다 자기가 하고 싶어서 한 거라고.

노력이 배신하는 일은 그다지 많지 않다. 긍정적인 성격으로 무장하고 열심히 스틱을 휘두른 결과, '홍대 드럼녀'라는 닉네임까지 획득했다.

드래곤플라이의 신작 온라인 게임 '반온라인2' 화보 촬영 현장. '반2걸'로 낙점된 아연은 옷을 갈아입는다며 잠시 자리를 비웠다. 그녀가 돌아온 때는 커피를 반 정도 비웠을 즈음. 생각보다 작은 체구를 의상팀도 예상하지 못했는지, 커다란 체크무늬 셔츠만 걸친 채였다. 실종된 하의에 대한 우려를 품으려던 찰나, 그녀가 내 앞에 앉았다. 그리고 말을 건다.

"안녕하세요!"





오전 11시부터 촬영하셨다면서요. 완전 강행군이었네요.


- 네. 그래도 재미있어요, 하하.




일단 고생 많으셨다는 말씀부터 드리고 싶고요. 음... 인벤에 인사드리는 건 처음이니까,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 넵, 안녕하세요! '반온라인2'의 홍보모델로 활동하게 된 '비밥'의 드러머 '아연'입니다.






오기 전에 조사를 좀 했어요. 공중파 신작 드라마에 출연하시게 되었더라고요. 축하드립니다!


- 와, 고맙습니다. 하하, 이번에 촬영하는 드라마는 음악이 주제거든요. 제가 '비밥'에서는 드럼을 치고 있지만, 그 전에 피아노를 10년 정도 쳤어요. 그걸 좋게 봐 주신 것 같아요. 배역도 천재 피아니스트 역할이에요.




연기는 처음이신가요?


- 음, 아뇨. 전에 '예쁜 남자'라는 드라마에 잠깐 출연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그건 '비밥' 멤버 전원이 나갔던 거였고, 그나마 대사도 저만 몇 줄 있는 정도라서요. 사실상 제대로 연기하는 건 지금이 처음이라고 보셔도 되요.




음... 처음이시라면 아무래도 부담감이 들 법도 한데.


- 부담 물론 되죠. 같이 엮이는 분들도 다 주연이라서 긴장도 많이 했고요. 배역이 그나마 다행이에요. 천재 피아니스트니까 피아노 열심히 치기만 해도 최소 절반은 갈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피아노 치는 장면은 오디션 본다고 많이 찍어 봤거든요. 그 때 경험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처음 뵈었을 땐 되게 날카로운 분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이야기하면서 느낀 게 생각보다 다정다감하신 것 같아요. 평소에 그런 말 많이 듣죠?


- 네. 많이요. 보이는 느낌이랑 실제 성격이 상당히 다르다고들 해요. '비밥'에서 드럼 칠 때는 표정이나 동작도 일부러 파워풀하게 하고 그러거든요. 따로 멘트해야할 일이 있으면 앞에 있는 동생들이 주로 하니, 사람들이 제 목소리를 잘 모르세요. 저 사실 털털해요. 하하, 웃음도 많고 푼수끼도 있고요. 대구 출신이라 사투리도 가끔 쓰고.



밴드 이야기를 해 볼까요. '비밥'은 여성으로만 구성되었잖아요.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사례가 아닌데, 결성하게 된 계기가 들어보고 싶어요.


- 초창기 결성할 때랑 지금은 밴드 멤버 구성이 달라요. 지금은 3인조예요. 제가 드럼을 치고, 주우가 기타를 연주해요. 그리고 최근에 들어온 지인이는 베이스를 담당하고요. 보컬은 주우와 지인이가 같이 하고, 저는 뭐... 열심히 치고 있어요. 하하.

사실 처음에 소속사 들어왔을 때는 일반 아이돌 연습생과 똑같았어요. 춤, 노래 연습도 기본으로 하고 거기에서 악기 연주를 병행한 거였죠. 그런데 연습생 기간이 길어지면서 방향이 바뀐 거에요. 당시 음반시장을 보니 여성 아이돌 그룹이 정말 너무 많았어요. 이렇게 나가면 크게 주목받기 어려울 것 같아 각 멤버들의 장기를 더 살리기로 한 거죠.

전 피아노를 오랫동안 배워서, 처음에는 키보드 담당이었어요. 주우랑 저랑 드럼 연주자, 베이스 연주자 이렇게 구성되어 있었는데, 두 친구가 사정이 생겨서 탈퇴를 했고요. 데뷔를 코 앞에 둔 시점이어서 한 1년 정도 힘든 시간을 겪었어요. 특히 여성 드러머는 구하기 쉬운 편이 아니거든요.

새로운 드러머 영입도 기다리면서 짬짬히 드럼 연습을 했어요. 처음에는 인터넷 강좌 보고 혼자서 연습을 했는데, 영입이 미뤄지면서 대표님이 제게 요청을 하시더라고요. 너가 해보는게 어떻겠냐고.



▲사진 출처 - 비밥 페이스북




피아노 10년 동안 치셨다면서요. 포지션 바꾸는게 쉬운 결정이 아니었을 거 같은데.


- 그렇죠. 고민 많이 했죠. 애초에 계획했던 방향도 아니었고.

집에 오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자신있는 포지션은 키보드였지만, 사실 제가 6살 때부터 건반을 쳐서 그런지... 색다른 도전도 해보고 싶고 그랬거든요. 드럼은 뭐랄까... 치는 재미가 있었어요. 지금 제가 연주하는 모습을 보면, 가끔은 생소하지만, 그래도 자부심이 많이 들어요. 정말 열심히 연습하고 있어요.




그럼 드럼은 몇 년 치신 건가요?


- 혼자서 독학한 게 1년 정도... 이후에 정식 레슨을 1년 정도 받았으니까 거의 2년 된 것 같아요.




제 개인적인 생각일지도 모르겠지만... 음, 포지션이 드럼이라서 오히려 더 유명해지신 것 같아요.


- 저도 그런 생각이 들어요. 키보드 담당하시는 여성은 드럼에 비하면 숫자가 많거든요. 아까 말씀드린 자부심이라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일지도 몰라요. 지금은 드럼 실력 키우는 것에 전부 다 걸고 싶은 생각이고요.



▲사진 출처 - 비밥 페이스북




공연하시면서 특별히 기억나는 일도 있으실 것 같아요.


- 실수한 게 기억나죠. 대표적인 사건이 하나 있어요.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공연할 때였는데... 그 때 제가 너무 흥에 겨운 나머지 심벌을 엄청 세게 쳤거든요. 막 꽝꽝 치는데 그만 심벌이 날아갔어요. 아예 떨어져나가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 직후에 스틱도 부러져서 날아갔고요. 누가 보면 드럼 다 부수는 줄 알았겠다. 하하.




엄청 당황하셨겠네요.


- 심벌 떨어져서 챙챙 하고 소리나자마자 동생들이 바로 뒤돌아보더라고요. 완전 식겁하고.

그래도 연주는 계속했어요. 심벌이 두 개니까 나머지 하나를 더 집중해서 쳤고, 마침 공연도 거의 끝날 때여서 남은 스틱조각으로 어찌어찌 끝낼 수 있었어요.

아 맞다! 심벌이 휘어진 적도 있었어요. '내가 메인이야' 연주하고 있는데, 제가 너무 세게 쳐서 심벌이 휘어졌어요.




심벌이 구부러졌다는 말씀인가요?


- 아뇨. 원래 심벌을 치기 좋게 각을 맞춰 놓는데, 그 각이 틀어져버린 거예요. 그런 사건사고가 되게 많아요. 대중 앞에서 공연하는 거라 그런 일을 겪으면서 대응하는 법도 조금씩 익히는 것 같아요. 비오는 날 홍대에서 공연할 때는 완전히 바들바들 떨면서 했고. 추워서 동생들 음 나가고 기타 틀리고 했고요. 그런데도 끝까지 저희 봐주시는 팬 분들이 있어서 너무 감사했어요.






게임 홍보모델은 처음이신거죠?


개인적으로도 정말 하고 싶었어요. 게임 정말 좋아하거든요.




평소에 즐기시는 게임이 뭔지 들어보고 싶어요.


- 제가 게임한지는 꽤 됐거든요. 왜, 우리 중학교 때 학교 컴퓨터실에 스타크래프트 깔려 있고 그랬잖아요. 쉬는 시간에 친구들하고 되게 많이 했어요. 그리고 음... 요즘은 플레이스테이션 게임 많이 해요. 온라인게임도 물론 하지만, 딱딱 끊어서 할 수 있는 콘솔 게임이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 되더라고요. '바이오하자드', '데드스페이스' 시리즈 진짜 열심히 했고요. '갓오브워' 시리즈도 좋아해요. '반지의 제왕: 북부전쟁'도 재밌게 했고.




딱히 게임취향을 갖고 성별 나누는 걸 좋아하지는 않는데... 음, 그래도 일반적인 여성 게이머 분들보단 코어 지향적인 느낌이네요.


- 공연 연습하면서 힘든 거 있으면, 집 와서 게임으로 풀었던 것 같아요. 적은 일단 때려 눕히고, 거기에 마무리 샷을 먹일 수 있는 게임이 취향에 맞는달까... 아, '갓오브워'는 플스 렌즈가 고장나는 바람에 끝까지 못깼어요. 그건 지금도 아쉬워요.




이번에 '반온라인2' 홍보모델로 선정되셨는데요. 게임은 좀 해보셨나요?


- 아뇨. 아직 오픈 전이라 테스트서버를 연습실 컴퓨터 깔려고 했는데, 서버 문제로 아직 해보지는 못했어요. 그래서 다 알아보고 왔어요!




게임 많이 하셨으니까 잘 아실 것 같아요. '반온라인2'는 첫인상이 어땠어요?


- 이런 종류의 온라인 RPG 게임을 많이 해 봤어요. '반온라인2'도 UI는 익숙한 디자인이더라고요. 한 번 보면 바로 적응 가능하달까. 진입장벽이 높은 게임은 아닌 것 같아요. 드래곤플라이의 '부담 반, 재미 두 배'라는 구호도 봤고, 쉽게 접하는 게임이라는 걸 꾸준히 강조해서 관심이 가요.




특히 마음에 드는 클래스는 뭐였어요?


- 전사가 가장 마음에 들고요. 하하, 그 다음은 악사? 그 요정같이 생긴 캐릭터요. 저랑 비슷한 것 같아요.

아! 외모가 아니라 '귀'가 닮았다는 말이에요. 제 귀가 조금 뾰족한 편이거든요. 어렸을 땐 이게 컴플렉스라고 생각했어요. 친구들이 막 놀리고. 부모님 말씀 너무 안들어서 맨날 귀 당겨서 늘어났다고 하고, 고데기로 폈니 그러더라고요. 하하.




드래곤플라이에서 서비스 예정인 '반온라인2'는, 신족과 거인족 간의 처절한 전쟁으로 아홉 대륙 곳곳의 도탄에 빠진 백성들을 구원할 영웅의 모험을 그리는 작품입니다. 판타지 MMORPG를 기반으로 하며, 전작과 비교해 2배 이상 늘어난 콘텐츠를 선보일 전망입니다.

'반온라인2'는 '쉬운 MMORPG'를 지향하며, 이에 따라 간편한 인터페이스로 박진감 넘치는 액션을 즐길 수 있습니다. 오픈베타테스트는 10월 23일로 예정되었으며 게임에 대한 보다 자세한 정보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나 소망이 있을 것 같아요.


- 올해가 말띠 해잖아요. 제가 또 말 띠예요. 본명은 다르지만, '아연'으로 바꾸면 승승장구한다는 말 믿고 이름도 바꾸고 광고도 촬영했어요. 아직은 '페북 드럼녀', '드럼치는 여자' 이런 식으로 알려져 있지만...

저 드럼녀 아닙니다. '비밥'의 드럼치는 아연이에요. '비밥'이 조금 더 많이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이고요. 그래야 저도 그렇고 우리 멤버들도 다방면에서 활동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곧 새로운 앨범이 나오는데 첫 앨범보다 더 많이 사랑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드럼도 조금씩 실력 느는 걸 보여드리기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하고 있어요. 아직은... 부족한 면이 있을 수 있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노력한다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인사 영상 부탁드려도 될까요?


- 네, 그런데 이렇게 입고 해도 괜찮아요?

그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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