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C2014] 록맨의 아버지 이나후네 케이지, 인디 레트로 게임을 말하다

게임뉴스 | 이명규 기자 |



오늘(7일), KGC2014의 마지막날을 맞이해 그 끝을 장식하는 강연들 중 하나로 일본의 유명 개발자 이나후네 케이지의 '일본 인디게임의 부활 가능성' 강연이 펼쳐졌다.

이나후네 케이지는 캡콤 재직시절 전세계적 유명 프랜차이즈 게임인 록맨(메가맨)을 제작했고, 록맨 시리즈를 이어가며 '록맨의 아버지' 라는 칭호를 얻었다. 이외에 다양한 캡콤의 게임에 참여하였으며, 캡콤 경영진과의 갈등으로 퇴사하고 록맨의 개발이 중지된 후에는 게임 개발사 콤셉트를 차려 자신의 게임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 이나후네 케이지(좌)와 아이즈 타쿠야(우)

이날 강연 자리에는 이나후네 케이지와 현재 인티 크레이트의 사장을 맡고 있는 아이즈 타쿠야가 배석했다. 강연은 콤셉트의 제작 타이틀 '마이티 넘버 나인', '건볼트' 등을 주제로 간략한 PPT와 함께 이나후네 케이지의 설명으로 진행됐으며, 강연 후에는 짧은 QnA 시간을 가졌다.

이나후네 케이지는 "작년에도 KGC의 초청을 받아 강연을 했다. 올해도 강연하게 되어 매우 기쁘다. 많은 분이 아시는 사실이지만 저는 솔직히, 매우 한국을 좋아한다. 오히려 멀었다면 이틀 삼일 있을 수 있을텐데, 너무나 가까와 하루 만에 돌아가려하니 아쉽다."고 소감을 밝혔다.

강연은 크게 세부분으로 나뉘어 처음 현재 세계와 일본의 개발 트렌드에 대해서 이야기한 뒤, 콤셉트의 게임 셋을 들어 레트로 스타일 인디 게임 개발에 대해 담론을 나누고, 이후 강연자 QnA 를 거쳐 마무리 되었다.



이나후네 케이지 강연 정리


글로벌 시점에서 보는 게임업계 현황




먼저, 현재 글로벌 시점의 게임업계를 살펴보면, 미국을 중심으로 아직도 AAA급 타이틀, 일년에 1000만장 이상 판매되는 작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과거에는 일본 게임이 이러한 게임 리스트에 다수 포진하고 있었으나, 안타깝게도 언젠가부터 닌텐도의 일부 게임을 제외하고는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한국 역시 일본과 비슷한 상황이고, 분명 게임을 만들지 않는 것은 아님에도 그 메이저 게임들의 세퇴에 전체적으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반면, 상대적으로 인디 게임들, 친구들과 함께 '인디를 만들어보자!' 하고 제작하곤 하는 타이틀은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서 과거의 게임 제작 방식을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패미컴 시절, 당시의 게임 제작법은 현재와 전혀 달랐다. 시대가 달랐기 때문에 다른 것은 당연하지만, 지금은 어느정도 게임 제작 방법이 어느정도 정해져있고 그 안에서 역할 분담등을 하고 이뤄지게 되나, 과거는 역할 분담이 명확하게 되어있지 않았다. 사운드, 그래픽, 프로그램 정도로 끝. 각각의 역할이라고 해서 다른 파트에 참여하지 못하는 일은 없었다.




당시 '록맨'은 6명이 만들었고 그중 3명은 신인이었다. 가장 게임 경험이 많았던 이는 1년전에 캡콤에 들어왔던 사람이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게임이었고, 이것이 마치 지금의 인디 게임과 닮아있다. 록맨은 지금까지 전세계 3천만장을 판매했다. 캡콤으로 한정했을 때 이 판매량에 필적하는 게임 시리즈는 록맨, 스트리트파이터, 바이오하자드 시리즈 뿐이다.

그래서 이렇게 만들어진 게임이 캡콤의 대표 타이틀이 되었다. 이것이 일본 게임 제작의 기점이었던 것 같다. 지금의 게임들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때의 게임이 참 좋았다고 생각한다. 이런저런 자리에서 일본 게임을 좋아한다 말하는 크리에이터들은 존경을 받지만, 그들이 말하는 일본 게임은 대부분 과거의 물건이다.

미국에서 수십수백억의 대단위 자본을 들인 게임들에 대항하기 위해서 비슷한 수준의 자본을 투자하기보다는, 조금씩 작은 부분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인디 게임이 그런 게임을 이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나씩 공을 들여서 만드는 것 말이다.




한국의 게임 역시 같다. 작은 것에서부터 생각해내고 발전시키는 능력이 있다고 본다. 과거 일본이 그러했듯, 자원이 부족하고 인프라가 부족한 환경에서 가능한 것은 창의력과 새로운 아이디어였다. 어떻게 참신한 것을 만들 것인가, 하고 고민해 답을 내는 것이 일본인의 재주라고 생각한다.

한국 역시 '무엇이 자신의 강점인가'를 살피고 부족한 것보다 잘하는 장기를 살려 승부를 보는 것이 맞다고 본다.


레트로 게임 제작 실제 사례 소개

  • '마이티 넘버 나인'




    '작게 시작해서 인디 게임을 만들자', '큰 회사에서 돈을 받아서 만드는게 아닌 유저 한사람 한사람에게서 돈을 조금씩 받아서 만들자' 하는 것이 '마이티 넘버 나인'의 제작 계기였다. 유저 한명 한명이 투자를 하는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마이티 넘버 나인'을 만들게 된 것이다.

    마이티 넘버 나인, 과거의 추억이 남아있고 그 추억을 다시 맛볼 수 있는 게임으로, 과거의 놀이 느낌을 살리고 싶었다. 과거의 방식으로 제작해 보다 퀄리티를 높이는데 주력했다. '패미컴 시기의 레트로 게임'의 느낌에 많은 기준과 촛점을 맞췄다.




    게임의 출시 시기는 내년 봄 정도에 발매될 것으로 보고있다. 게임 자체는 거의 완성되었다. 다만 완성도가 높은데 왜 더 기다려야 하느냐 하면, 바로 플랫폼의 문제다. PC를 기반으로 제작해 모든 플랫폼에 대응할 수 있도록 조정하는 중에 있다.

    공장제 대량생산이 아닌, 개인과 개인이 모여 하나하나 정성스레 수작업으로 만들어낸 게임과 같다. 정말 재미있게 게임을 개발했다. 17년간 게임 개발을 해왔지만, 정작 콤셉트에서는 현장에 별로 들어가진 않는다. 내가 들어가면 다들 무서워한다(웃음). 내 역할은 주요 요소를 체크하는 것이다. 대신 하나하나 많은 잔소리와 세세한 체크를 거쳐 게임을 만들고 있다.


  • '건볼트'




    '마이티 넘버 나인'보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건볼트'가 있다. 이번주에 한국에 서비스하게 되는데, 과거 패미컴이 생각나도록 레트로한 요소를 가득 넣어 예전보다 '더 레트로 하게!' 만든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게임을 만든 디렉터는 스다인데, 그는 이전 제 학교 시절에 같이 게임을 만들었던 사람이다. 이 게임 역시 스다 디렉터가 인디 게임을 개발하는 자세로 정성을 들여 만들었다.




    현실적으로 회사에서 게임을 만들 경우 회사의 승인이 필요하기 때문에 시장 규모, 예상 고객 등 수익에 따라 게임 제작이 결정된다. 하지만 과거에는, 돈이 될만한 물건이기 때문에 게임을 만든 것이 아니다. 당시에는 만들고 싶고, 플레이하고 싶은 게임을 만들었다.

    어느쪽이 옳다고는 할 수 없다. 다만 너무나 한쪽에 치우쳐져 있고, 극단적인 극과 극으로 흘러가고 있는 경우가 있다. 수익만을 위해 게임을 만들면서 자신이 만들고 싶었던 게임이 아닌, 영혼이 담기지 않은 게임 제작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건볼트'와 인디 게임들은 그런 경우를 벗어나는 게임 개발이라고 할 수 있다. 스다 디렉터가 "게임을 이렇게 만들었는데 어떻게 팔아야 할까요" 라고 물었다. 거기에 나는 "액션이 부족하니 액션을 더해라" 라고 답했다. 돈보다는 무조건 재미있게 만들어보자, 하는 것이 중요했다.

    이미 일본 게임은 전세계에서 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새롭게 방향을 정해 도전을 해보자 라고 생각했다.


  • '마이티 건볼트'




    본래는 건볼트 구입자를 위해 선물로 제작한 게임이다. '마이티 넘버 나인'이기도 하며 '건볼트'이기도 한, 약간은 장난스러운, 패미컴을 더 적극적으로 패러디한 게임. 아이즈 타쿠야가 '인티 크리에이트'에서 만든 게임이다.

    처음 이 게임의 소식을 들었을 때 놀란 것이, 장난스러운 컨셉에 비해 생각보다 진지하게 제작에 임했다고 했다. 비정규 프로젝트여서 틈틈히 짬을 내서 만든 게임인데도 좋았고, "상당히 괜찮으니 팔리지 않겠는가" 했더니, "거의 돈을 들이지 않은 것이니 그저 나눠줄 생각"이라고 했다.




    사실 이런 부분이 정말 크리에이티브에선 대단한 부분이라고 본다. 물론 경영자로서는 바보같은 부분이다. 우리는 회사의 경영자이기 때문에 돈을 벌어야 한다. 하지만 경영자로서는 엉망이라고 할지 몰라도 크리에이터로선 좋은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크리에이티브한 접근이 유저들에게 더많은 지지를 받게 해주지 않을까.

    만드는 사람도 즐겁고, 플레이하는 사람도 즐거운, 이것이 정말 '크리에이티브'한 것이 아닐까 한다.


  • 강연자 QnA




    강연 후 QnA 시간이 이어졌다. 다섯개의 질문과 답변이 오간 후, 크리에이터로서의 자세와 금전적 추구에 대해서 묻는 질문과 이나후네 케이지의 답변으로 강연은 마무리 되었다.




    "크리에이터의 아집, 고집이란 것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해야 한다. 고집을 지켜 스캐줄을 명확히 지키고, 남는 시간에 게임을 더 개선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그렇지 않은 오직 자신이 원하는 것만 하려고 하는 개발은 이기주의라고 생각한다.

    돈과 게임 중에 무엇이냐, 물론 밥과 돈은 중요하다.




    예전 록맨을 만들때, 일본에 오시노야 라는 규동 체인이 있다. 거기는 야간 아르바이트에 돈을 많이 주는데, 록맨을 만들 때 야식을 사러 가 임금표를 보며 차라리 "오시노야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게 더 많이 벌겠는데?" 하고 웃으며 말장난을 치며 록맨을 만들었다.

    오직 밥과 돈만을 본다면 그 사람은 크리에이터가 되어서는 안된다. 물론 물질적 풍요가 있으면 좋지만, 창조적인 것 이외의 다른 것을 원하면 크리에이터가 아니게 된다. 어느 하나 극단을 택하는 것이 아니라 무게 중심의 문제다. 크리에이터라면 안고 가야만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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