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 연말특집⑩] '당신은 우르곳을 사랑합니까?' 전우협의 실체

기획기사 | 서동용 기자 | 댓글: 291개 |
※ 본 글은 픽션이며 등장하는 지역, 단체, 개인은 실제와 전혀 관련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전국 우르곳 협회는 전국 7개 이상의 지부, 총 회원 3,000여 명에 달하는 거대 조직이다. 전우협은 비밀스럽게 행동하며, 우르곳의 권익 신장을 위해 범법도 마다치 않는다. 지금까지 전우협은 협박, 폭력, 방화 등 사회의 규범을 뒤흔들 강력범죄를 저질렀지만, 알려지지 않았던 까닭은 강력한 조직 통제 능력을 갖춤과 동시에 고위 미디어 관계자들을 포섭했기 때문이다.

기자는 전우협의 실체를 폭로, 대중들에게 처음 알리려 한다. 아마 이 기사가 나갈 때쯤, 신변에 위협이 있을 가능성도 있지만, 대중에게 꼭 알려야 하는 의무감으로 이 기사를 작성한다.







■ 실재하는 단체, 전우협

전우협의 단어 자체는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우르곳에 관련한 얘기가 나올 때마다 '우르곳은 좋은 챔피언이며, 전우협이 자기들만 플레이하려고 나쁜 챔피언으로 평가절하한다'같은 답글이 계속 달렸다. 유저들은 그렇게 전우협을 상상 속의, 약간 희화화된 가상의 단체라고 규정했다.

기자는 우르곳을 굉장히 많이 플레이했다. 출시 당시부터 일그러진 외모에 강한 이끌림을 느꼈으며, 남자들의 로망인 4족 보행 기계 전사 '전투기계 우르곳' 스킨이 나왔을 땐, 온종일 우르곳만 플레이할 정도로 우르곳의 팬이었다. 약 500여 판정도 플레이했었다.





하지만 2013년 1월 30일, 우르곳 유저들이 분노에 몸을 떨 만한 너프 패치가 있었던 이후로 더이상 플레이하지 않았다. 1년 가까이 우르곳은 챔피언 창에 진열만 됐다.

최근 프리시즌은 메타가 꽤 많이 변했다. 원거리 딜러만 가지고 게임을 캐리할 수 없으며, 원거리 딜러의 유틸성(지원 능력)이 각광받고 있다. LoL 국내 e스포츠 경기인 롤챔스에서도 이즈리얼과 코르키 등 다재다능한 챔피언이 1티어 원거리 딜러다.

그렇다면 우르곳은? 우르곳이야 말로 다재다능한 원거리 딜러의 정석이 아닐까? 이런 생각으로 우르곳 관련 기사를 준비했다. 관련 자료를 만들기 위해 우르곳으로 랭크, 일반 게임을 플레이했다. 예전같이 100여 판 이상 하진 않았지만, 짧은 시간에 꽤 많은 경기 수였다.

자료는 완성됐다. 꽤 괜찮은 수치들이 가시적으로 모니터에 표시됐다. 나쁘지 않은 승률, 피해 량, 받은 피해 량을 보여줬다. 수치로 표현이 안 되는 이니시에이팅 횟수, 상대방 딜러가 자신을 공격함으로써 소모된 시간 등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더했을 땐 우르곳은 좋은 챔피언이었다.





그렇다면 왜 우르곳의 승률은 이렇게 나쁜 것일까. 신 챔피언인 칼리스타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승률을 보여주고 있는 우르곳. 플레이 수는 한 달간 13,000번 정도로 123개의 LoL 챔피언 중 최하위다. 모니터에 표시된 두 개의 상반된 자료. 하나는 우르곳이 좋은 챔피언이라는 것, 하나는 우르곳이 나쁜 챔피언이라는 것. 어느 것을 믿어야 하는지. 머리속에서 혼란이 일었다.

혼란은 혼란이고, 퇴근시간은 퇴근시간. 칼퇴근을 위해 자리에서 일어서려는 순간, 한 통의 메일을 받았다. 그 메일을 본 순간, 뒷통수에 망치를 맞은 것 처럼 멍해졌다.






■ 전우협의 잔인한 고문 방법

경고장이었다. 보낸 사람의 메일 주소도 없고, 그 사람의 정보를 유추할 단 하나의 단서도 없었다. 처음엔 누군가의 장난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우르곳을 플레이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매우 적었다. 옆자리의 회사 동료 정도였다. 뒷목에 돋는 소름, 떨리는 손과 눈동자. 동요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써 놓은 기사를 포기할 순 없었다. 단순한 장난일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그리고 외압 때문에 기사를 내려놓은 적 없다. 우르곳 재평가 기사를 다음 날 아침 올리는 것으로 보고를 마쳤다. 예정대로 할 계획이었다.

다음 날 아침, 회사에 가장 먼저 출근했다. 기자의 자리를 보는 순간, 또한번 충격에 빠졌다.





누군가 자리를 뒤진 흔적이 가득했다. 머리에 스친 생각들. 가장 먼저 우르곳 기사에 관련된 자료들이 있는지 점검했다.

없었다. 인쇄해 놓은 자료는 물론이고, PC 안에 있는 관련 자료는 모두 삭제된 상태였다. 지저분한 자리완 다르게 깔끔하게. 전우협의 소행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 그때, 한 통의 문자 메시지가 날아왔다. 문자 메시지의 내용은 아래와 같았다.





이 문자 메시지도 누가 보낸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직감적으로 전우협에 관련된 건이란 건 확실했다. 복잡한 머릿속과 달리,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퇴근 후, 문자의 내용이 계속 머리에 남았다. 아무도 기자가 있다는 걸 알아선 안 된다는 말. 위험한 곳일까. 그래도 가야 했다. 본능이 가라고 등을 떠밀었다. 전우협의 실체를 알고 싶다는, 앎에 대한 욕구와 지금 기자를 둘러싼 사건들의 이유는 이곳에 있을 것 같은 강렬한 생각들.

정확히 11시. 날씨는 차가웠다. 빌딩의 정문은 열려있었다. 하지만 엘리베이터는 작동하지 않았다. 11층 높이의 건물, 계단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투박한 철제 계단은 소리가 많이 나는 구조였다. 11층 높이를 발소리를 내지 않고 올라 가기란, 마치 고등학생 때 '몰컴'하는 기분이 들게 했다. 그때는 부모님의 핀잔이 실패의 대가였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만약 이 곳이 전우협이 있는 장소고, 기자가 발각된다면? 긴장이 척추를 눌렀다.





한 발짝, 두 발짝. 한 층을 올라가는데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11층. 옥상은 철제문으로 닫혀있었지만, 잠기진 않았다. 조심스레 열었다. 옥상엔 꽤 큰 공터가 있었다. 옥상 구석에서 남자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기자는 낮은 자세로 엄폐했다. 곧, 그곳에선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떨리는 손으로 녹화하기 시작했다. 다음은 그 날 녹화된 영상이다.



11층 높이의 철제 계단을 순식간에 뛰어 내려왔다. 뒤에서 어떤 소리가 오갔는지, 누가 쫓아오긴 한 것인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단숨에 큰길로 도망쳤다. 택시를 거칠게 잡고, 익숙한 동네를 외쳤다. "무조건 빨리 가주세요, 일단 출발해주세요"라고 말했던 것 같다.

충격적이었다. 영상을 여러 번 돌려봐도, 확실한 고문 현장이었다. 고문을 하고 있는 낯선 사내들이 아마 전우협 회원으로 유추됐다. 그렇다면, 고문을 당하고 있는 사람은 전우협의 경고를 무시한 사람일까? 오늘 아침에 받은 문자 메시지는, 누군가 나에게 2차 경고를 하는 것 같았다. 마치, 마지막 경고, 최후통첩. 당신도 저렇게 될 수 있습니다.

게다가 그 잔악무도한 고문 방법이란. 우르곳을 사랑하는 유저에게 "우르곳은 정말 나쁜 챔피언입니다"를 외치게 했다. 인륜을 저버린 고문 방법이었다. 어둡고 주위가 시끄러워 잘 보이진 않았지만, 외적인 고문도 병행된 듯했다. 피고문자의 옷에 그 흔적들이 남아있었다. 전우협의 잔인함에 몸이 떨렸다.

핸드폰의 진동에 깜짝 놀랐다. 그 정도로 오감은 예민해져 있었다. 문자 메시지였다.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 홈페이지, 행동강령 등 체계적 조직인 전우협의 무서운 속내

마지막에 쓰인 홈페이지 주소. 넋이 나간 것처럼 그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겉은 멀쩡한 일반 블로그 형식의 홈페이지. 하지만 게시글에 비밀번호를 쓴 순간, 그 홈페이지가 전우협 서울지부 홈페이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거기엔 전우협 행동강령, 이달의 전우협 활동 예정 등 전우협의 간부급만 볼 수 있는 대외비 자료들이 즐비했다. 그 사이트를 취재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1. 전우협 행동강령

전우협 회원들은 우르곳이 세계 제일의 챔피언이라고 생각한다. 행동강령 제2장 제1조는 전우협 회원들의 특권 사상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 제1조(우르곳은 세계 제일의 챔피언이다) ① 우르곳은 세계에서 가장 멋있는 챔피언이며, 성능 또한 123개의 챔피언 중 으뜸이다. 우르곳은 일반 유저들이 감히 플레이할 수 없는 고귀한 챔피언이다. 선택받은 전우협 회원들만 제한적으로 플레이 가능하다.

전우협은 간부와 일반 회원으로 나눌 수 있다. 간부는 전우협 회원들에게 '우르곳을 플레이할 수 있는 권리'로 회원들을 관리한다. 간부의 지시에 잘 따른 회원은 우르곳 통제 홈페이지에서 우르곳 플레이 가능 티켓 또는 아이디를 지급받는다.


2. 전우협이 하는 일

전우협 회원들이 하는 일은 정말 잔혹하다. 일반 LoL 유저들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전우협 회원들은 우르곳을 선택, 일부러 지면서 승률을 떨어뜨리고 있다. 여론 조작도 한다. 인터넷 댓글로 우르곳에 대한 나쁜 평가를 쓰는 것은 물론, 리그오브레전드 인벤에 우르곳 공략이 올라오면 배드 테러 같은 질 나쁜 일들을 가책 없이 하고 있다.


3. 획득한 전우협 서울지부 홈페이지

비 밀스런 단체인 전우협. 제보자에 의해 서울지부 홈페이지 주소는 획득했으나, 보안이 매우 철저.
번 잡스런 생김새완 달리, 내부 구조는 매우 단순했다. 수시로 업데이트.
은 평구 근처에 서버가 있다는 것 말고는, 다른 증거는 수집하지 못했다.
오 만에 가득 차있는 간부급 임원들이 주로 사용한 흔적이 보였다.
칠 갑산 얼음 분수축제라는 게시글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구 X, 네이X, 다X 등 포탈 사이트에도 전우협 홈페이지에 걸린 게시글을 검색할 수 없다.



■ 그리고….


이 취재 결과와 신변에 벌어졌던 일련의 사건들을 취재 파일로 정리했다. 만약 이 기사로 세상에 전우협의 정체와 그 악랄함을 알린다면, 기자의 신변에 위협이 가는 것은 자명한 일. 하지만 일신의 안전보다 진정한 우르곳의 권익과 사람들의 알 권리를 중요하게 생각해 기사를 작성했다.

세상엔 악이 없다고 한다. 악도 악 나름대로 규칙과 정의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악 입장에선 자신들이 하는 일이 선이 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확실하게 얘기할 수 있는 것이 있다. 전우협은 악이다. 지금까지 전우협은 우르곳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자유를 뺐었고, 우르곳을 플레이 하는 사람은 '충(蟲)'이라는 인식을 심게 했다. 이 기사로 인해 우르곳에 덮인 나쁜 인식이 걷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마지막으로 전우협 핵심 간부 리스트를 폭로하고 기사를 마칠까 한다. 먼저, 전우협의 회장으….

































전우협은 당신의 친구, 가족, 또는 애인일 수 있습니다.

전우협의 실체, 끝.


기획 : 서동용(Lubic)

촬영 및 사진 : 석준규(Lasso)
출연 : 정재훈(Laffa), 허용욱(Noctt), 이현수(Valp), 박범(Nswer), 김병호(Hao)
무술감독 : 견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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