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 스타즈] 스타보다 프로가 되는 걸 선택한 선수. '제로의 사나이' 스코어 편

게임뉴스 | 양예찬 기자 | 댓글: 84개 |
'제로', 0을 뜻하는 이 단어는, 스포츠 선수 앞에 붙는 최고의 수식어 중 하나입니다. 현 프로 야구팀 삼성 라이온즈 소속의 투수 임창용은 전성기 시절, 점수를 거의 허용하지 않아 'Mr. 제로'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습니다. 그 외에도 실점을 허용하지 않는 완벽한 플레이를 펼치는 스포츠 선수들에겐. 종종 제로와 관계된 별명이 따라오곤 합니다.

LoL 챔피언스(이하 롤챔스)에서도 실점을 허용하지 않는 완벽한 플레이를 펼치는 '제로의 사나이'가 존재합니다. 그의 원래 포지션은 원딜러. 포지션 특성상 안정성이 가장 중요시되는 자리입니다. 그리고 그는 이런 원딜러 중에서도 독보적인 안정성을 자랑했습니다. 웬만해선 그를 쓰러트릴 수 없었죠. 그는 수많은 경기를 노 데스로 마쳤고, 그래서 얻은 별명이 '제로의 사나이'입니다.

무결점의 플레이를 펼치는 최고의 생존왕. 하지만 팀이 필요하다면 최고의 다이버로의 변신도 서슴지 않는 진정한 프로! 아홉 번째 롤 스타즈 주인공은, '제로의 사나이' 스코어 고동빈입니다.



▲ 제로의 사나이! '스코어' 고동빈


■ 스코어, 조용히, 그러나 강하게 출발 지점에 서다.

때는 2011년 10월. 리그오브레전드가 입소문을 타고 국내에 전해지고, 오픈 베타가 막 시작되려는 시점, 한 프로게임단이 창단됩니다. 창단된 팀의 이름은 '스타 테일(Star Tale)'. LoL이 국내에 서비스 되기전, 한국 AOS는 워크래프트3 유즈맵인 '카오스'로 대표되었습니다. 새롭게 창단된 스타 테일은 카오스 시절, 최고의 기량을 보여주었던 선수들로 구성된 팀입니다.

당시 스타 테일의 멤버는 현 SKT T1의 코치를 맡고 있는 '꼬마' 김정균을 중심으로, '비타민' 이형준, '마파' 원상연, '류' 류상욱, 그리고 지금은 스코어로 더 잘 알려진 '조커' 고동빈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지금이야 이름만 들어도 다들 고갤 끄덕일 정도로 유명해진 선수들이지만, 당시엔 그렇지 못했습니다.

2012의 롤챔스 3강으로 분류되었던 MiG, 나진 e엠파이어, 팀 OP, 그리고 해외 초청팀인 프나틱, CLG에 많은 관심이 쏠려있었습니다. 스타 테일의 멤버들이 전 카오스 최상위권의 플레이어들 뭉쳤다곤 하나, 아무래도 이름값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 (좌부터)비타민, 스코어, 꼬마, 마파, 류의 모습. 당시엔 무명에 가까웠다.


많은 주목을 받지 못한 스타 테일. 그들의 출발은 조용했습니다. 하지만 조용했을 뿐, 약하진 않았습니다. 스타 테일은 2012 롤챔스 스프링 본선에서 유럽의 강호 프나틱을 만나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승리를 따냅니다. 모든 선수가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특히 '조커' 고동빈의 활약이 대단했습니다.

그는 애쉬를 선택, 적절한 포지셔닝과 환상적인 궁극기 활용으로 팀을 캐리합니다. 그가 프나틱과의 맞대결에서 기록한 스코어는 5킬 0데스 14어시스트. 흠 잡을래 잡을 수 없을 정도의 완벽한 스코어로 팀을 승리로 이끕니다. 당시 팬들은 이런 플레이를 보고 '잘하는 원딜러가 하나 있구나'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실제, 리그에는 '로코도코' 최윤섭이나, '캡틴잭' 강형우와 같은 최고 수준의 원딜러들이 있었기에, 그다지 눈에 띄지 않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조용했던 '조커' 고동빈의 시작. 그러나 그 조용함 속엔 분명 힘이있었습니다. 그가 이 게임에서 기록한 0데스는, 훗날 그를 국내 최고의 원거리 딜러 반열로 올라서고, '제로의 사나이'가 되는 신호탄이었습니다. 조용하지만, 그래서 더욱 무서운, 그런 힘 있는 출발 말이죠.



▲ 이 게임에서 기록한 이 0데스는, 그가 써내려갈 전설의 시작이었다!


■ 스코어, KT 롤스터 입단으로 프로로서의 시작을 알리다!

인상적인 출발에 성공한 스타 테일. 그러나 현실의 벽은 높았습니다. 프나틱을 한 번 잡았을 뿐 그 후로 임팩트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자연스레 롤챔스에서 모습을 감춥니다. 이후, 스타 테일은 당시 최고의 스타플레이어였던 '로코도코' 최윤섭을 영입합니다. 스타 플레이어 원딜러의 영입. '조커' 고동빈은 원딜러 자리를 내어주고 탑 라인으로 포지션을 전향합니다.

하지만 포지션을 변경한 '조커' 고동빈은 탑 라인에서는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한 사람의 문제라기보단 팀 전체의 문제였고, 결국 이를 해결하지 못한 채 스타 테일은 해체 수순을 밟습니다.



▲ 스타 테일, 역사 속으로 사라지다.

스타 테일은 끝났습니다. 하지만 '프로게이머' 고동빈의 여정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제 막 시작 되었을 뿐입니다. 그는 새롭게 창단되는 LoL 프로팀, KT 롤스터(이하 KT) B에 입단합니다. 그는 입단과 동시에 닉네임을 '스코어'로 변경합니다. 그리고 주장 완장도 차게 되죠. 이 주장 완장이 뜻하는 바는 컸습니다.

당시, 그가 했던 인터뷰는 어떻게보면 상투적인 내용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아주 무게감있는 한마디였습니다. 그는 처음부터 다른 프로 선수들이 십 수년을 해도 갖기 힘든 것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팀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 즉, 'Team First'. 그렇게 그는 가슴속에 하나의 신념을 품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훗날 KT의 원 클럽 맨이자, 팀의 기둥이 될 스코어의 시작이기도 했습니다.

고동빈(KT Score): 명문구단 KT의 명성에 먹칠하지 않도록 열심히 연습해서 좋은 모습 보여주겠습니다.

-2012.10.17 인벤과의 인터뷰 중-

▲ 풋풋하지만, 결의가 느껴지는 KT B의 주장 '스코어' 고동빈의 출사표!


■ 스코어, 무결점 플레이를 통해 '제로의 사나이'로 거듭나다!

그렇게 시작된 신생팀 KT B. 야심 차게 시작한 팀이었지만, 냉정히 따져봤을 때 우승 후보와는 거리가 있었습니다. 어찌 보면 당연했습니다. 리그에는 압도적인 전력으로 롤챔스를 제패한 아주부 블레이즈, 프로스트가 건재했기 때문입니다. 이 두 팀은 한 차원 높은 수준의 플레이를 펼쳐왔기에, 아주부 형제 팀 중 한 팀이 우승 팀이 될거라고 예상한 팬들이 대다수였습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KT B의 기세는 굉장했습니다. 그야말로 파죽지세. '카카오' 이병권의 정글은 일품이었고, '류' 류상욱의 미드 라인엔 적수가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봇 라인이었습니다. '마파' 원상연과 '스코어' 고동빈은 환상적인 호흡을 자랑하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특히, 조별 예선에서 최강팀으로 꼽히던 아주부 블레이즈를 잡아낸 KT B의 경기력은 놀라웠습니다. 이제 누구도 KT B를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대회 최고의 다크호스로 떠오른 KT B. 모두가 이 패기있는 신생 팀을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엔 원딜러로 최고의 기량을 보여줌과 동시에, 주장으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스코어가 있었습니다.

▲ 최강 아주부 블레이즈를 잡아낸 KT B! 그 중심엔 주장 '스코어'가 있었다! (영상 출처: 온게임넷)


강팀을 잡아낸 KT B. 이후 KT B는 탄력을 받아 쭉쭉 치고 나갑니다. 12강을 돌파한 KT B, 8강에서 난적, KT A를 만납니다. 자신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부담스러운 상대였지만, KT B의 적수는 아니었습니다. KT B는 KT A를 3대 1로 가볍게 누릅니다.

이 경기에서 스코어가 보여준 활약은 놀라움 그 자체입니다. 총 4세트의 맞대결에서 스코어가 기록한 성적의 합산은 13킬 24어시스트, 그리고 0데스입니다. 약팀이 아닌 비슷한 수준의 팀이라고 할 수 있는 형제팀 맞대결에서, 스코어는 전 경기 0데스라는 놀라운 성적을 거두며 경기를 마칩니다.



▲ '제로의 사나이' 스코어 고동빈!


글의 서두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안정성'은 원딜러가 갖춰야 할 제 1덕목입니다. 원딜러는 팀 화력의 중심입니다. 따라서 신중한 플레이가 필요하죠. 리스크를 안고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치는 원딜러도 분명 존재하지만, 냉정히 따져봤을 때 그것은 득보다 실이 많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스코어는 무리할 필요가 없습니다. KT B에는 판을 깔아주고, 팀을 캐리할 스타 플레이어가 있습니다. 바로 '류' 류상욱과 '카카오' 이병권의 존재가 그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무리한 플레이를 펼치는 것은 승패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고, 나아가 팀 케미스트리적인 측면에서도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따라서 그는 캐리하는 '스타'가 되기보단, 팀의 승리를 우선시하는 '프로'의 플레이를 펼칩니다. 이러한 스코어의 마음가짐은 그를 제로의 사나이로 만들어주었고, KT B를 단순 다크호스를 넘어 최강팀, 우승 후보의 자리까지 올려놓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KT B는 2012-2013 윈터 시즌 우승팀인 나진 소드에게 패해 결승 진출이 좌절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KT B를, 그리고 KT B의 주장인 '제로의 사나이' 스코어를 우습게 보지 못했습니다. 실제로 그들은 강했으니까요.



▲ KT B와 스코어는 실력으로 자신의 강함을 증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스코어의 플레이에 대한 팬들의 비난도 있었습니다. '스코어는 킬/데스 관리를 위해 너무 몸을 사린다' '적극적인 플레이가 부족하다'와 같은 꼬리말은 항상 스코어를 따라다녔습니다.

하지만 스코어는 개의치 않았습니다. 그의 신념은 확고했습니다. 그에겐 팀의 주장으로서, 원딜러로서 팀이 먼저라는 마음가짐이 있었습니다. 그는 항상 팀을 먼저 생각했고, 그것이 반영된 행동의 결과가 0데스로 이어졌을 뿐입니다. 만약 원딜러가 100 데스를 하는 것이 팀 승리에 공헌하는 것이라면, 그는 분명 망설임없이 그렇게 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스코어의 생각은 그의 인터뷰에서도 잘 나타납니다.

Q:고동빈 선수는 오늘 한 번도 죽지 않았다. 비결을 알려준다면?

고동빈(KT Score): 이길거 같은 싸움에서는 싸우고 질 거 같은 싸움은 빠르게 빠진다. 기록관리가 아니라 원딜은 팀의 승리를 위해 최대한 사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빠진다.

-2013.01.04 인벤과의 인터뷰 중-


스코어가 이끄는 KT B는 강했습니다. 강팀들을 차례차례 쓰러트리며, '자이언트 킬러'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나중엔 '자이언트 킬러'의 킬러를 떼어내고, 스스로가 거인이 됩니다. KT B는 2013년, 역대 최고의 팀이 아니냐는 SKT T1과 더불어 가장 강력한 팀으로 평가받았습니다.

특히, 2013 롤챔스 섬머 시즌엔 결승전까지 진출하기도 했습니다. 당대 최강이라 평가받던 SKT T1앞에 아쉽게게 패했지만 SKT T1을 2:0으로 몰아붙였던 것으로 알 수 있듯, 경기력만큼은 SKT T1 못지 않았습니다. 그외에도 인천 실내 무도 아시아 경기대회 우승과 IEM 시즌 8 월드 챔피언십에서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전승 우승을 거두는 등, 국제 무대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뒀습니다. 스코어와, 그가 이끄는 KT B는 롤챔스를 대표하는 얼굴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팬들은 스코어와 '고수'를 합성해, '스고수'라는 별명을 스코어게 붙여주기도 했습니다.



▲ KT B는 특히 국제 무대에 강했다.


■ 스코어, 제로를 만드는 게 아니라 제로, 그 자체가 되다?!

하지만 모든 게 그렇듯 영원한 강자는 없었습니다. 스코어 역시 슬럼프를 맞이합니다.

그는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최고의 스타 플레이어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그는 반짝반짝 빛나기보단,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해내는 스타일입니다. 따라서 팀 전체의 기량이 내려앉자, 스코어가 게임에 끼치는 영향력도 줄어듭니다. '제로'에 가깝게 말이죠.

2014 롤챔스 섬머, KT B는 진에어 팰컨스에게 패해 조별 리그 탈락이라는 수모를 겪습니다. 2013년, 드라마틱한 승부를 펼쳐 강팀을 잡아왔던 모습과는 너무도 달랐습니다. 2014년의 KT B는 힘없이 패배해 2부 리그로 떨어집니다. 팬들이 알고 있었던 승부에 강한 KT B의 모습은 그곳에 없었습니다.

▲ 화려했던 등장과달리 KT B의 퇴장은 허무했다. (영상 출처: 온게임넷)


KT B의 부진에 대한 책임은 스코어에게 돌아옵니다. 당시 롤챔스는 원딜 캐리 중심의 메타가 유행했습니다. 하드 캐리가 가능한 원딜러를 보유한 팀이 좋은 성적을 올렸습니다. '임프' 구승빈과 '데프트' 김혁규를 가진 삼성 갤럭시가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죠. 이런 상황에서, 스코어가 가진 안정 지향적 플레이는 오히려 독으로 작용합니다. 완전무결을 상징했던 제로는, 이제 '승리에 공헌도 제로'라는 굴욕적인 의미로 변합니다. 그렇게 KT B는 허물어져 갑니다. 더는 상위 라운드로 진출하지 못하는 것이 반복됩니다.

그리고 이때, 롤챔스에 거대한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합니다. 롤챔스가 리그제로 바뀌고, 2팀 체제도 단일팀 체제로 변경됩니다. 이러한 변화의 바람속에, 스코어도 변화를 시도합니다. 지금을 바꾸기 위해 스코어는 자신이 그동안 쌓아온 모든 것을 제로로 돌립니다. 그리고 자신의 팀, KT를 위해 처음부터 다시 쌓아가기로 마음먹습니다. 그가 마음먹은 것은 포지션 변경. 많은 이들의 우려 속에, 스코어는 0부터 시작합니다.

주변 환경과 스코어 자신에게 대격변에 가까운 엄청난 변화가 있었지만, 단 한 가지, 변하지 않았던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스코어 지금까지 품고 있었던 신념, 항상 팀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확률 낮은 도전의, 성공 근거가 됩니다.

Q:프리시즌과 2015년 시작되는 정규리그에 임하는 각오는?

고동빈(KT Score): 정글로 포지션도 바꿨으니 마음가짐이 더욱 새롭다. 더욱 열심히 노력해서 KT 불리츠와 애로우즈의 명성을 그대로 잇는 KT 롤스터가 되겠다.

-2014.12.06 인벤과의 인터뷰 중-


■ 스코어, 포지션 변경! 제로에서 '100'으로의 변신 성공!

포지션 변경은 잘된 경우보다 그렇지 못한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같은 소속이었던 '인섹' 최인석이 그랬고, '류' 류상욱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포지션을 변경한 이 둘의 플레이가 낙제 수준까진 아니었지만, 자신의 주 포지션에서 국내 최고라는 평가를 받았던 것과 비교했을 땐 분명 아쉬운 결과였던 것이 사실입니다.

스코어의 포지션 변경을 지켜보는 팬들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과감한 판단이 희생이 꼭 필요한 정글러 포지션은, 스코어와는 도저히 맞지 않아 보였습니다. 게다가 KT의 정글러 자리가 갖는 무게는 다른 팀의 그것과는 다릅니다. 그 자리엔 세계 최고의 정글러 '인섹' 최인석이 있었고, KT 무관의 한을 풀어준 '카카오' 이병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국내 최강 정글러가 머물었던 자리. 어지간한 플레이로는 KT 팬들의 눈높이를 맞출 수 없을 게 분명했습니다.



▲ 정글로 포지션을 변경한 스코어, 기대보단 우려가 앞섰다.


그렇게 시작된 스코어의 정글 데뷔전. 팬들은 두 번 놀랍니다. 첫 번째 이유는 스코어가 가진 뛰어난 정글러로서의 기량이고, 또 하나는 스코어가 게임 내에서 엄청나게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스코어가 보여준 공격적인 플레이는, 팬들을 깜짝 놀라게만들기 충분했습니다.

스코어는 렝가를 선택, 시종일관 공격적인 플레이로 상대를 압박했습니다. 상대가 약팀도 아닙니다. 상대는 다른 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전력 누수가 적어, 적어도 국내엔 적수가 없다고까지 평가되었던 SKT T1이었습니다. 그런 SKT T1을 상대로 스코어는 경기 내내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쳤습니다. 그의 점멸은 앞 점멸로 고정된 것 같았고, 죽을 것을 알면서도 적진 한복판에 파고들었습니다. 원딜러 시절 스코어의 플레이로는 상상할 수 없는 장면이었습니다.

▲ 스코어의 정글 데뷔전, 오로지 공격, 공격뿐이다! (영상 출처: LOL Highlights)


스코어의 변화는 놀라웠습니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이게 그 정도로 놀랄만한 것은 아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는 필요에 의해 안정적인 플레이를 펼쳤던 것이지, 그게 그의 플레이 스타일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팀은 정글러로 변신한 스코어에게 공격적인 플레이를 요구했고, 스코어는 그 요구에 자연스럽게 응답했을 뿐이죠.

현재 KT가 롤챔스에서 기록하고 있는 순위는 2위. 엄청나게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습니다. '여름에 강한 KT'라는 기분 좋은 징크스를 이어갈 수 있었던 것엔, 정글러 변신에 완벽하게 성공한 스코어의 역할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 정글러로 변한 스코어와 함께, 기분좋은 여름 징크스를 이어가는 KT!


■ 진정한 '프로' 스코어, 그는 이미 최고다.

'제로의 사나이' 스코어 고동빈은 이제 없습니다. 그는 이제 경기에서 원딜러로 보여줬던 환상적인 KDA를 기록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누구보다 공격적으로 경기를 풀어가고, 언제든지 1킬과 1데스를 교환하는 선수가 되었습니다. 스코어는 0데스 플레이를 하는 선수가 아닌, 의미있는 데스라면 100번이라도 환영하는 선수로 탈바꿈했습니다.

스코어의 플레이스타일은 크게 달라졌지만, 근본적인 것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언제나 자신보다 팀을 먼저 생각했고, 그것은 KT B에서 원딜러를 맡을 때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는 최고로 빛나는 '스타 플레이어'가 되는 것 보단, 자신을 믿어주는 팬과 팀원을 최우선시하는 진정한 '프로'가 되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그는 결과라는 형태로 그것이 정답이었다는 것을 증명해나가고 있습니다.

'스코어' 고동빈. 그의 어깨는 항상 무거웠습니다. 원딜러로서의 역할, 주장으로서의 책임, 팬들의 기대까지. 그의 어깨엔 언제나 많은 것이 실려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언제나 조용히 자신의 해야 할 일을 해왔습니다. 짊어진 것에 비해 그의 발걸음이 요란스럽지 않았기에, 그렇게 많은 주목을 받은 선수는 아닙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강한 선수입니다.

폭포수와 같이 쏟아지는 박수갈채를 받은 선수는 아니지만 끊임없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박수를 받아온 '스코어' 고동빈. 그는 최고의 '스타'는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최고의 '프로'임엔 틀림없습니다.



▲ '스코어' 고동빈, 그는 이미 최고의 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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