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개선되었지만... 갈 길이 멀다" 2차 CBT의 창세기전 4, 어떻게 달라졌나?

리뷰 | 김경범 기자 | 댓글: 107개 |




⊙개발사 : 소프트맥스 ⊙장르 : MMORPG ⊙플랫폼 : PC ⊙2차 테스트 : 2015년 9월 18일-22일



고작.. 독이 든 와인을 마시기 위해 15년 동안을 기다려왔단 말인가..


지난 4월, 창세기전 4의 1차 비공개 베타 테스트가 진행되었습니다. 그리고 테스트에 참여했던 많은 유저들이, 그리고 기자가 느낀 기분은 시라노의 자조와 같았습니다. 플래그쉽 타이틀의 정규 넘버치곤 상당히 부족한 모습에 씁쓸함을 느낀 것이죠.

그렇게 5개월여가 지나고, 지난 9월 18일 창세기전의 2차 테스트가 시작되었습니다. 22일까지 총 5일간 진행된 2차 테스트는 1차 테스트에서 지적된 사항을 개선하는 한편, 새로운 시스템과 게임 요소들을 보강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당신을 다시 한 번 만나고 싶습니다"라는 살라딘의 말처럼, 이번 2차 테스트에서 과거 우리가 기억하던 창세기전을 만날 수 있었을까요? 이번 테스트 동안 달라진 창세기전 4의 모습은 어떠했는지 기자의 입장 이전에 창세기전 시리즈를 좋아했던 한 명의 유저 입장에서 직접 확인해보았습니다.










보강된 콘텐츠, 1차보다 할 것이 많았던 2차 CBT







1차 CBT와 비교해서 가장 달라진 점을 꼽자면 역시 콘텐츠의 볼륨입니다. "서풍의 광시곡" 주요 이벤트였던 인페르노 파옥사건을 시작으로 제피르팰컨을 도와 뒷수습을 하는 Act 1이 지난 테스트의 주요 콘텐츠였지만, 이번 2차 테스트에서는 네메시스 '이올린'을 중심으로 "창세기전 2"의 이야기를 다룬 Act 2가 추가되었습니다. 랭크(레벨) 한계도 15까지 확장되면서 더 많은 지역과 아르카나(캐릭터)를 만나볼 수 있게 되었고요.

실제로 지금도 투표 하면 최상위 순위로 꼽히는 것이 창세기전 2인 만큼, 이번에 추가된 Act 2는 구작 팬들에게 향수를 가져오는 요소임에는 분명합니다. 실제로 PC보급 시절에 창세기전 2를 플레이했던 기자도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영광의 홀 탈취 사건"이라는 20년 전 플레이가 기억날 정도였으니까요. 물론 그 당시의 이올린과 창세기전 4의 이올린은 꽤 다른 모습이긴 합니다.




▲ Act 2 메인 스토리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이올린


전투 측면에서도 다양한 개선이 있었습니다. 1차 CBT에서는 그야말로 "피아노 치기"라고 표현이 될 정도로 캐릭터들의 기술을 연타해야 하는 상황이라 전투를 전투답게 즐기지 못했습니다. 오죽하면 광역 공격을 많이 하는 보스 상대로는 기술을 안 쓰고 잘 도망 다니는 게 공략을 하는 방법이라고 할 정도였을까요?

하지만 2차 CBT에서는 캐릭터의 일반기가 자동 시전으로 바뀌어서 불필요한 스킬 연타가 없어졌습니다. 이제 플레이어는 사기를 모아 적절한 타이밍에 필살기도 눌러주고, 광역기 타이밍엔 캐릭터를 이동시키면서 전투를 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게 된 것이죠. 이와 함께 전투의 속도감과 타격감도 보완되면서 밋밋한 스타일의 전투는 상당 부분 개선이 된 상태입니다.



▲ 가랏, 폭탄마 메이드 코델리아! 템페스트 7연전의 악몽이...


새로운 시스템도 주목할만한 부분입니다. 2차 CBT의 핵심 요소로 "영자 조합기" 추가를 들 수 있는데, 4종류의 자원을 모아 캐릭터 카드인 아르카나를 합성하는 콘텐츠입니다.

실제로 공식 홈페이지나 커뮤니티에 자주 올라온 게시물들을 보면 좋은 아르카나를 얻었다는 자랑글도 많았고, 기존처럼 드랍이나 일부 퀘스트를 통해 제한적으로 얻을 수 있던 아르카나를 보다 쉽게 얻을 수 있게 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보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초반에 상위 등급의 아르카나를 획득하면 게임 플레이가 상당히 편해지기도 했고요.



▲ 영자 조합기로 상위 아르카나를! 기자가 획득한 마녀성녀 에스메랄다


1차 CBT에서 선보인 아바타의 직업 시스템도 2차 CBT에서 개편되었습니다. 새롭게 등장한 "멘토" 시스템은 단순히 플레이어의 아바타가 직업을 설정해 플레이하는 것이 아니라, 아르카나가 가진 기술을 계승해 사용할 수 있는 방식입니다.

기존에는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능력치가 안 좋은 하위 등급 아르카나를 활용할 수단이 소모성이었지만, 멘토 시스템을 통해 이러한 하위 아르카나를 활용할 길이 열렸다는 것이죠. 물론 상위 등급 아르카나를 멘토로 지정하기 위해선 별도의 티켓 같은 아이템이 있어야 하고 변경을 위해서 마을로 돌아가는 복잡한 과정이 필요하지만, 디아블로3에 추가된 카나이의 함처럼 아르카나를 추출해 필요한 때에 아바타의 역할을 바꿔 사용한다면 특징적인 시스템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합니다.




▲ 아르카나 창을 차지하는 커먼, 언커먼도 멘토로 활용 가능


이와 함께 PvP 시스템을 시범적으로 운영하면서 기존 테스트보다 많은 것들을 보여주기 위한 노력이 있었던 2차 CBT였습니다.





▲ PvP 시스템은 시범적으로 적용되었다. 저레벨로 갔더니 끔살...





미완성 단계의 클라이언트는 불안요소. 편의 측면의 개선은 계속되어야



물론 2차 CBT에 긍정적인 의견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불편한 요소들에 대해서는 유저들의 따끔한 지적이 이어졌고, 가장 많이 언급된 사항은 최적화 문제였습니다.

1~2차 정도의 테스트에서는 게임 엔진이나 서버 수용량을 확인해보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클라이언트나 서버의 이슈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지만, 유독 창세기전은 PC의 램 점유에 있어 불안정한 모습을 보여준 편입니다. 그래서인지 유저들 사이에서는 안정적으로 시공을 돌기 위해서는 주기적으로 재접속을 하는 게 좋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고, 장시간 플레이를 하다보면 최종보스와 싸우던 중에 메모리 부족으로 클라이언트가 다운되는 등 아쉬운 측면을 보였습니다. 이러한 점은 다음 테스트 전에는 해결이 되어야 할 시급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 최적화 관련 이슈는 메모리 관련 문제가 큰 편



다음으로 언급할만한 사항은 잦은 로딩 부분입니다. 창세기전 4는 MMORPG 형식을 하고 있지만, 주된 콘텐츠는 인스턴스 던전이라고 할 수 있는 시공을 반복적으로 도전하는 MORPG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시공에 들어갈 때도 로딩, 시공에서 다시 에스카토스로 복귀할 때도 로딩, 다음 퀘스트를 위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때도 로딩 등 세세한 부분까지 로딩이 발생하는 점은 여러모로 게임의 흐름을 끊는 요소입니다. Act 1의 이루스와 싸우는 지하수로 같은 경우, 지하수로 진입과 이루스가 있는 보스룸으로 이동 할 때 로딩을 봐야 하고 전투 시작 타이밍과 중간에 컷신 반복 등으로 플레이가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는다는 느낌을 주기도 했습니다.

차라리 MORPG처럼 시공을 클리어하고 나면 에스카토스로 복귀하는 것이 아니라 재도전 혹은 다른 시공 선택을 통해 시공을 초기화하는 방법을 취하고, 한 번 로딩을 길게 하더라도 시공 내에서 불필요한 로딩 요소를 줄인다면 좀 더 유연한 플레이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되는 부분이었습니다. 물론 이 경우에는 시공 나침반의 존재 의의가 애매해진다는 단점이 존재하겠지만요.




▲ 가장 자주 보게 되는 화면 중 하나


UI 관련도 짚고 넘어가야 할 사항입니다. 대표적으로 지역 이동과 시공 진입을 위한 시공 나침반 같은 경우, 처음 플레이 할 때는 제법 화려한 애니메이션으로 메뉴들이 뜨기에 멋져 보이지만, 기능적인 측면만 생각하면 내가 사용하려고 하는 기능이 좀 더 빠르게 뜨는 게 효과적이지 않나 싶은 부분입니다. 마치 윈도우를 사용할 때 보다 최적화된 형태로 활용하기 위해서 각종 애니메이션이나 그림자 효과를 끌 수 있게 옵션을 제공하는 것처럼 말이죠.

조작과 관련한 불편함은 주 콘텐츠인 영자 조합기나 아르카나 쪽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영자 조합기에 재료를 넣는 방식은 화살표를 클릭해 수량을 조절하는 방식인데, 상위 아르카나를 조합하기 위해서는 수백에 달하는 재료를 넣어야 합니다. 물론 +버튼을 꾹 누르고 있으면 10개씩 넣어지긴 하지만 세세한 수량을 맞추는 데는 불편을 주는 부분이 아닐 수 없죠. 반대로, 채널 이동을 해야 할 때는 채널 번호를 클릭하는 방식이 아니라 이동하려는 채널 번호를 키보드로 입력하는 방식이라서 다소 일관되지 못한 느낌을 주기도 했습니다.




▲ 버튼을 꾹 누르고 있으면 10개씩 들어가긴 하지만 세세한 조정은 다소 불편



군진과 아르카나 관련 메뉴도 마찬가지인데, 아르카나 정렬 측면이나 각 아르카나가 어떤 것들인지 조그마한 아이콘만으로는 식별이 잘 안되는 문제, 중요한 카드를 강화의 재료로 던지는 실수가 자주 나오는 등 세세한 측면에서의 배려가 부족한 점은 창세기전 3 : 파트 2의 모세스 시스템을 사용하면서 느낀 불편함인 것만 같아 아쉬운 측면이네요.





▲ 굳이 모세스의 추억을 이런 걸로 떠올리게 해 줄 필요가...

[ 창세기전 3 : 파트 2의 모세스 시스템 ]



1차와 마찬가지로, "점프"의 부재 역시 자주 나오는 이야기였습니다. 단순히 점프를 할 수 있는가 없는가의 문제 이전에 맵에서 이동을 할 때 불편함으로 다가오는 것이 점프와 고저의 개념인 만큼, 어떤 식으로 해결을 보일지 주목이 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테라 온라인 같은 경우도 2차 CBT까지는 점프가 없었지만 3차 CBT에서 점프가 추가되면서 게임에 대한 평가가 대폭 달라진 만큼, UI와 함께 빠른 개선이 이뤄지길 희망합니다. 다음 테스트에서는 기념 촬영을 하면서 "/환호를 치시면 캐릭터의 점프 모습을 보실 수 있어요!"라고 외치는 GM의 안쓰러운 모습을 보지 않았으면 하네요.




▲ 마지막 날 기념 촬영 도중에 도촬된 GM베라딘




▲ 퀘스트 오브젝트(노란 원 부분) 식별 문제도 편의성 관련 지적 사항





모바일 게임의 재미와 PC 플랫폼의 장점을 어떻게 조합하느냐가 관건





▲ 나와라~ 좋은 아르카나 나와라~


앞서서 우리는 창세기전 4의 달라진 부분들과 아직 아쉬운 부분을 차례로 확인해보았습니다. 새롭게 추가된 영자 조합기나 아르카나를 강화하는 요소 등을 살펴보자면 "이 게임, 모바일 게임에 가깝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 수 있는데, 사실 어느 정도 맞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일정 주기별로 갱신되는 아르카나 저널에 맞춰 도감을 완성하고, 소지한 아르카나의 종류에 따라 별도의 서브 퀘스트를 수행할 수 있는 방식은 이미 모바일 게임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것들이니까요. 실제로, 같은 개발사의 모바일 카드 수집 게임인 "이너월드"에서 창세기전 3의 인물들을 콜라보레이션 했을 정도로 주요 콘텐츠는 모바일 게임의 그것과 닮아있습니다. 다수의 캐릭터가 등장하는 SRPG와 다수의 카드를 수집하는 CCG는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를 선택해 육성을 한다는 측면에서 비슷한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 아르카나 도감 퀘스트의 아네모네 관련 이벤트... 여왕님?!


이러한 모바일 CCG와의 유사성은 플레이하면서 느끼는 난이도 관련으로도 유사함을 갖습니다. CCG에서 상위 등급 카드를 초반에 뽑으면 게임 플레이가 수월해지듯, 창세기전 4도 초반에 에픽, 레전드 등급 아르카나 1~2장을 확보하면 일정 수준까지 무난한 플레이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초반에 획득한 아르카나가 그다지 좋지 못한다면 체감 난이도는 상당히 높아지는 편입니다. 물론 다른 아르카나를 먹여 성장시키는 방법도 있긴 하지만, 하위 등급 아르카나의 성장선은 한계가 명확하므로 정식 서비스가 초기엔 영자 조합기 튜토리얼에서 등장한 아르카나를 보고 캐릭터를 재생성하는 "리세마라" 플레이가 성행하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실제로 동종의 아르카나를 성장에 사용하면 성장 보너스가 부여된다거나, 여러 종류의 자원을 투입한 레시피에 따라 등장하는 아르카나의 종류와 등급이 결정되는 가챠 시스템은 모바일/웹 게임에서 자주 등장했기에 창세기전 4는 MMORPG 유저보다 모바일 게임을 많이 한 유저들이 익숙하게 즐길 수 있는 요소들이 많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일본 게임 시로프로의 축성. 나무/돌/철/금을 투입해 성을 만든다.


물론 이러한 특징이 단점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PC에서 인기 있는 장르가 모바일로 컨버전 되거나, 모바일에서 인기 있는 요소를 웹/PC로 끌어오는 경우는 흔하게 있는 일이니까요.

다만, PC 게임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를 비롯한 AOS 장르의 흥행이 모바일 AOS 게임의 흥행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나, 모바일 쪽에선 간단한 조작이 PC로 넘어오면서 복잡화 되어 불편이 되는 위험은 분명 존재합니다.

창세기전 4에서 군단을 제어하다 보면 F1~F5로 이동이나 공격 타겟 지정 같은 것을 해야 하는데, 모바일 게임에서 손가락으로 드래그 하듯이 드래그-앤-드랍을 하는 마우스 기능을 좀 더 활용한다면 전투가 더 편리하고 박진감 있어질 것입니다.

아니면 특정 키를 누르면 지정한 지역이나 대상에게서 10m 떨어진 위치로 이동한다거나, 적이 일정 거리 안으로 접근하면 자동으로 최대 사거리까지 도주하는 AI 설정을 하는 등 모바일 스타일의 게임이 PC로 넘어오면서 살릴 수 있는 장점을 취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 기술 연타 문제는 줄었지만, 군단을 조작하는 부분은 여전히 어렵다.





추억과 현실, 뫼비우스의 순환은 가능할 것인가?



창세기전 4의 개발 발표가 있었던 것은 2009년이었습니다. 그리고 특촬물에서 유명한 가면라이더 시리즈의 신작 "디케이드"가 나온 해이기도 하지요.

이번에 멘토 시스템이 추가되면서 기자는 창세기전 4와 가면라이더 디케이드가 여러모로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두 작품 모두 과거의 유구한 역사를 가진 구작들이 존재하고, 그러한 구작의 세계를 모험하는 크로스오버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나, 카드(아르카나)를 장착하는 식으로 능력을 끌어 쓴다는 점까지 유사한 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존 팬들에게 혹독한 평가를 받았다는 점까지도 닮았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지만요.




▲ 구작 시리즈의 크로스오버 형태를 시작한 가면라이더 디케이드


그런데도 창세기전 4를 하면서 옛날 플레이했던 구작 시리즈를 떠올리는 유저들이 많다는 것을 보면, 그동안 창세기전 시리즈가 뿌리내린 저변이 그리 좁지 않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마치 프랜차이즈 치킨집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더라도, 가장 맛이 있었던 건 어린 시절 약주 한 잔 걸친 아버지가 사오신 동네 닭집표 양념통닭인 것처럼 말이죠.

그러나 이러한 "추억보정"만으로는 앞으로의 창세기전 4가 나아갈 길이 순탄하게 열린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1차 CBT보다 희망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실시간으로 신작이 생겨나고 사라지는 게임 시장에 있어서 "국내 최고의 SRPG 시리즈였던"이라는 타이틀만으로는 분명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과연 창세기전 4는 정식 서비스까지 충분한 환골탈태를 할 수 있을까요? 뫼비우스 우주 속 미묘한 오차율을 조정하기 위해 분주하게 뛰어다니던 시즈들처럼 다음 테스트에서 더 나아진 모습이 된 창세기전 4를 기대해봅니다.


제9차 아수라 프로젝트. 오차율 1.5%. 수정 완료.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

1 2 3 4 5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