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GC2015] 엔씨소프트 김형진 상무가 말하는 "이 판국에 MXM을 만드는 이유"

게임뉴스 | 이명규 기자 | 댓글: 64개 |



오늘(2일) 인벤 게임 컨퍼런스에서 '이 판국에 PC 온라인 게임 개발' 이라는 제목으로 엔씨소프트의 김형진 상무의 강연이 진행됐다.

엔씨소프트 김형진 상무는 과거 '리니지'와 '리니지2'의 게임 디자이너를 맡았으며, 현재 'MXM'의 프로듀서로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 게임의 초창기에서 부터 온라인 게임에 꾸준히 몸담아왔던 그가 말하고자 하는 PC 온라인 게임 이야기를 들어보자. 효과적인 전달을 위해 강연 내용 전체를 가감없이 정리했다.



▲ 엔씨소프트 김형진 상무



■ PC 온라인 게임을 지금 만들어야 하는 이유

최근 몇 년 간 한국 게임 시장을 비롯해 전세계에서 매출, 고객 수 등 최고를 달리고 있는 것은 역시 모바일 게임이다. 요즘에 와서 PC와 모바일 기기 중에서 어느 것을 더 오랫동안 켜고, 붙들고 있는지 생각해보면 단연 모바일이 압도적이다.




또 PC 온라인 게임의 경우 이미 몇 년 전부터 자리를 확고히 잡은 게임들이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어서 신규 게임의 진입이 매우 힘들다. 각종 지표를 보아도 2013년부터 2015년까지 10위권 게임들의 변동은 극히 미미하고, 특히 1~3위는 요지부동의 자리다.

하지만 과연 정말 흔히 말하는대로 PC 온라인 시장은 현재 가망이 없는 시장일까? 스스로가 직접 온라인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보니, PC 온라인 게임에 대한 변호를 해보고 싶었다.

게임산업 백서의 한국 게임 시장 규모와 전망 자료에 따르면, 2013년과 14년 가파르게 성장했던 모바일 게임의 성장세는 차츰 둔화되고, 반면 이때 축소된 온라인 게임의 마이너스 성장이 완화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어 올해부터 온라인 게임의 성장률이 모바일 게임의 성장률을 다시 추월하고, 모바일 게임의 성장세는 2016년 부터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이라 예측했다.




이러한 추세는 한국 시장만의 것이 아니다. 중국 및 북미 등 매우 중요하고 거대한 시장들 역시 다시금 온라인 게임의 성장률이 높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물론 이것이 PC 온라인 게임 업계의 종사자로서 희망적으로 보려는 시선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PC 온라인 게임 시장은 오랜시간동안 구축해 온 시장인 만큼 고유의 매력과 탄탄한 베이스를 가지고 있기에 결코 커다란 몰락 없이, 계속해서 PC 온라인 게임을 하는 이들이 존재하리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PC 온라인 게임이 다른 게임에 비해 가지는 독자적인 매력이 뭘까? 이번 강연에서는 PC 온라인 게임이 다른 플랫폼 게임에 대해 어떤 특징이 있는가를 정리해보고자 했다.






■ PC 디바이스의 강점, 지속적인 유저 숙련도 향상




먼저 PC 온라인 게임의 정의를 다시금 내려보자면, 통상의 PC 운영체제에서 플레이할 수 있고, 또 온라인 환경에서 상호작용하는 게임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이 정의는 점점 모호해지고, 다양한 환경이 어우러지면서 경계가 없어지고 있다. 엔비디아 쉴드처럼 온라인 스트리밍을 통해 플레이하는 게임들은 정확히 한가지 정의에 포함시키기 어려울 것이다.

현재 국내에 적용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분류 기준은 플레이하는 인터페이스다. 지금 현재 우리가 즐기는 PC 온라인 게임이 '키보드'와 '마우스'로 플레이하는 것이라 잡는다면, 이 게임들의 특징을 확실히 잡아낼 수 있다.




보다 정밀한 조작이 가능하고, 또 크고 빠른 입력과 작고 세밀한 입력 모두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다. 또 한손으로도 마우스를 통해 쉽게 조작할 수 있고, 직관적이다. 또 휠 마우스 등 지속적으로 새로운 조작이 추가되고 발전해 온 디바이스이기도 하다. 휠을 기본 조작으로 추가해도 되는가, 'MXM'을 개발할 때도 그런 논의가 있었다. 이제는 당연할만큼 마우스에 필수적인 버튼이기에 충분히 포함시킬 수 있다.

키보드의 경우 15세기에서 시작해 현재의 형태로 만들어진 디바이스다. 사람이 가진 손가락을 모두 활용해 조작할 수 있고, 모든 입력에 대해서 직접 와닿는 반응, 햅틱 피드백이 있다. 또 보다 정확한 입력을 하고자 버튼 별로 구분되어 있는 등 오입력을 방지할 수 있게 되어 있다. PC 게임은 이 디바이스들을 토대로 발전해 왔는데, 그만큼 유저의 숙련도, 스킬에 있어서 차별화되어 왔다.




전략 게임들은 PC의 인터페이스를 가장 잘 살린 장르라 볼 수 있다. 보다 많은 정보를 담고 있어야 하고, 이 수많은 정보들 중에서 정확하고 빠르게 선택하고 조작할 수 있어야 한다. 이후 실시간 전략 게임, '스타크래프트' 같은 게임들에서 특히 두드러지는데, 이런 게임들은 유저를 극한까지 몰아붙이는 게임이다.

그리고 이런 장르의 게임은 숙련도 차이에 따라 실력차가 극명해서 프로게이머까지 생겨나게 되었다. 여기에 더해 한계가 있는 PC 상대의 플레이를 넘어 온라인 환경에서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는 유저 대 유저 플레이가 가능해졌다. 그리고 이것들은 결국 e스포츠를 탄생시켰다.




이런 현상 자체가 키보드와 마우스라는 디바이스의 특성이 꽤 큰 영향을 끼쳤다. 보다 정확한 조작과 숙련도를 높일 수 있는 디바이스를 활용해 유저 간 대결의 긴장감과 재미를 높이는 것은 꽤나 어렵지만, 현대 온라인 게임의 가장 큰 흐름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 '카운터 스트라이크' 같은 사례가 그렇다. 'MXM' 역시 그런 점을 고려하고 있다.






■ 멀티태스킹 기반의 동시다발적 커뮤니케이션




그 다음은 커뮤니케이션이다. 채팅에 관한 것인데, 과거 어느 업계 선배가 이런 말을 했다, '온라인 게임은 채팅을 더 재미있게 하기 위한 수단이다.' 여기에 꽤 크게 감명을 받았었다.

리니지 시절 채팅창이 게임 화면의 35% 정도를 가리도록 했는데, 그만큼 채팅에 많이 신경을 쓴 디자인이었다. 요즘은 그 화면 비율이 줄어들긴 했지만, 그래도 매우 중요하고,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터페이스다.




PC는 다수의 다양한 매체를 동시에 활용해 다량의 커뮤니케이션을 해낼 수 있는 기계다. 그만큼 PC 온라인에서 채팅은 매우 중요한 위치를 지닌다. 요즘은 SNS과 게시판의 경계도 모호해지고, 소셜 메신저들도 많이 활용되고 있어서, PC가 채팅과 커뮤니케이션의 최고 플랫폼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만큼 PC가 절대우위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동시다발적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매우 유리한 기계인 것이다.

온라인 게임에서는 파티, 길드, 레이드, 전체 등 여러가지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한데, 그만큼 여러가지 의사소통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다. 대부분의 온라인 게임들은 그런 환경을 지원한다. 물론 다른 기기를 사용해도 이만큼 여러 의사소통은 가능하다. 하지만 '하나의 게임'이라는 틀 안에서 이만큼 다양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것은 역시 아직까지 PC 뿐이다. 멀티태스킹에서도, 단지 무엇을 보기만 할 때도 여러개의 정보를 동시에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이것이 이래서 PC가 더좋다, 모바일은 이런거 못하지? 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모바일도 각자 자신의 플랫폼에 맞는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찾아 왔다. 소셜 네트워크와 메신저 등 여러가지가 접목되어 왔다. 앞으로는 또 어떤 특성이 접목될지 모른다. 단지 현재로서는 PC가 커뮤니케이션의 멀티태스킹 면에서 훨씬 뛰어난 성능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이다.



■ 플랫폼의 제약이 적은 열린 게임 환경




마지막 특성은 열린 환경이라는 점이다. PC는 현재 게임을 서비스하는 플랫폼 중에서 유일하게 1차 플랫폼 홀더가 없는 환경이다. 모바일의 경우 애플이나 구글이 그런 플랫폼 홀더고, 콘솔의 경우 닌텐도나 소니 등이 그런 역할이다. 하지만 PC는 그런 독점적인 플랫폼 홀더가 없다. IBM 호환 PC 규격이 매우 대중화되었고 플랫폼 홀더로 인한 추가 비용이나 제약이 없다. OS 단계에서도 플랫폼이 제약이 되는 경우는 매우 적었다.

초창기 PC통신 시절, 리니지 역시 PC통신에서 서비스를 시작했고 인터넷으로 환경을 옮겨온 사례인데, 이렇게 PC의 열린 환경의 덕을 본 경우가 많았다. 다른 플랫폼은 그 독점적 지위로 인해 제약사항이 생각보다 많다. 마켓의 정책에 따라 유통되지 못하는 게임들도 많다.




PC에서의 플랫폼 홀더라고 한다면 '스팀'이 있을 수 있겠다. 현재 유통되는 PC 게임 시장에서 독점적인 위치를 가지고 있는 플랫폼인데, 사실상 과점 상태에 있지만 그럼에도 다른 플랫폼에 비해서 훨씬 개방적이고 유연하다.

이런 부분에서 나오는 특징 중 하나가 모드(MOD) 커뮤니티가 있다. 사실 모드는 합법과 불법의 경계가 모호한 부분이기도 한데, '카운터 스트라이크' 같은 경우는 모드로 시작해 엄청난 인기를 끌어 거대한 게임이 된, 혁신적인 사례 중 하나이고, 이런 사례가 굉장히 많은 것이 모드 커뮤니티다. 이런 환경은 PC에서만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웹게임들 역시 한 번 쯤 돌아볼만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계속해서 서비스 되고 있으며 퀄리티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했고, HTML5 같은 웹표준 만으로도 이런 환경을 구축할 만큼 발전해 웹으로서의 제약이 거의 없는, 플랫폼이 의미가 없는 게임이 통하고 있다,



■ 굳건한 기반과 꾸준한 매력, PC 온라인 게임




정리하자면, PC 온라인 게임은 그 환경 때문에 플레이어의 숙련도, 스킬을 지속적으로 상승시킬 수 있고, 그만큼 그로 인한 성취감도 크다. 또 멀티태스킹을 통해 동시에 여러가지 커뮤니케이션을 다수의 사람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열린 플랫폼을 통해 플레이어가 게임을 접하는데 보다 적은 제약으로 많은 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특성이 합쳐져서 드러나는 현상 중 하나가 직접 '하는 게임'에서 '보는 게임'의 경향이 새로이 생겨난 것이라 할 수 있다. 다양한 게임 방송들, 트위치 등의 플랫폼을 통해 게임을 보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가 되어가고 있다. 이 것은 앞서 언급한 e스포츠와는 또다른 문맥이다. 누군가는 이런 '보는 게임' 문화가 '하는 게임'의 문화보다 더 커질 수도 있을 거라고 전망하기도 한다.




앞서 언급한 PC 온라인 게임들의 조건들은 '보는 것이 즐거운 게임'의 특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자신과는 다른 숙련도를 가진 플레이어들이 게임하는 것을 다양한 이들과 커뮤니케이션하며 관람할 수 있고, 이것이 재미로 와닿는 것이다.

요즘 PC 온라인 게임 환경을 보고 '한 번 만들어볼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도 진입의 어려움에 노선을 선회하는 분들이 있는데, 아직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플랫폼이다. 플레이어들이 게임에서 느끼는 재미에서 여전히 PC 온라인 게임은 독자적 테이스트를 가지고 있다.



■ Q&A




Q. PC 온라인 환경의 특수성에 대해 강조하여 MXM 을 만들었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MXM이 모바일 기기를 지원하지 않을 거라는 뜻인가?

MXM에서 태블릿 지원은 크게 고려하지 않고 있고, 혹시나 그런 방향으로 간다면 차라리 모바일 버전을 새롭게 만들게 되지 않을까 한다. 앞서 말씀드렸듯 MXM은 키보드와 마우스라는 조작계에 많은 고심을 하여 만들어낸 게임이기 때문이다.


Q. 특정 장르에서 PC라는 플랫폼이 우위를 가질 수 있을까? 이를테면 스토리텔링 위주의 RPG 등은 PC 플랫폼으로 출시되는 것이 훨씬 많다.

스토리텔링이라는 관점에서 PC 가 모바일에 비해 딱히 강점을 가지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는 디바이스의 특성보다는 만드는 기법상의 차이가 더 크게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스토리가 중요한 콘텐츠를 만들겠다 한다면 플랫폼 간의 경쟁이 아닌 기법 상의 부분에 중점을 두어 만들게 될 것이다.

디바이스의 특성보다는 각 디바이스를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따른 사람들 각자의 특성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마다 PC와 모바일에 두는 비중이 다르고 관점이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표현력에 있어서는 거치형 디바이스가 좀 더 수월한 면이 있을거라 보긴 한다.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

1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