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 영화 워크래프트 특집⑤ - 얼라이언스의 심장 '스톰윈드'에 가다

인터뷰 | 김지연 기자 | 댓글: 113개 |



지난 기사를 통해 영화 '워크래프트'의 실내 스튜디오에서 만난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아트 디렉터와 더불어 무기 제작가. 의상 담당자 등을 만나 영화와 관련해 다양한 것들을 들었다. 이후 스튜디오를 나와 야외 촬영지를 방문했다.

이번에는 '워크래프트' 야외 촬영지에서 만난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엮어서 전하고자 한다. 늦은 오후 세트장을 방문해, 그곳에서 스톰윈드 촬영지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이후 간이 텐트에서 휴식을 취하며 영화 제작자인 '스튜어트 페네건'을 만나, 월드오브워크래프트와 던칸 존스 감독과 관련해 수다를 떨었다.

해가 지고 저녁이 되자 오크가 스톰윈드를 침공하는 씬 촬영이 시작되었다. 박력 넘치는 현장을 구경하며 블리자드 시네마틱 총괄 아티스트인 '닉 카펜터'를 만났다. 인터뷰라고 할 것까진 아니지만, 배우들의 연기를 감상하며 스톰윈드 구석에서 영화와 관련해 잠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자정이 되기 직전에 작업 트럭 중 한 곳에서 시각 효과 감독인 '빌 웨스튼호퍼'를 만나 '워크래프트'에서 사용된 시각효과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나니 시곗바늘이 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스톰윈드 세트장을 중심으로 만났던 이들, 본 것들, 들었던 바에 대해 시간순으로 정리해보았다.

※ 캐나다 현지에서는 사진과 영상 촬영이 일절 금지되어, 현지 사진이 없는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17:00 워크래프트 세트장- 석양이 지는 그곳에 스톰윈드가 있었다







오후 5시경,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그야말로 놀라웠다. 마치 게임 속에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2004년부터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언데드 법사만 해왔던 나에게 있어 가슴 찡해지는 전율은 없는 풍경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놀라웠다.

발을 딛고 있던 곳은 다름 아닌 얼라이언스 인간들의 대도시 '스톰윈드'였다. 큰 대문을 지나 길게 뻗은 거리를 따라 안으로 들어가니, 마을 한복판에 우두커니 서 있는 분수를 볼 수 있었다. 40인 공대를 꾸려서 수장의 목을 치기 위해 스톰윈드 변두리에서 조용히 흑마 소환을 받던 기억이 새록새록 났다.

스톰윈드는 온통 파란색 깃발로 가득했다.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니 도심 중앙에 있는 분수를 거점으로 상점들이 둥글게 배열되어 있었다. 상점 앞에는 퀘스트를 위해 사람을 모집하는 전단들이 붙어 있었는데, 코볼트를 잡으러 가는 파티도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우체통도 있었다.

"다른 세트장에는 초록색 잎이 무성한 나무가 하나 있어요. 사과나무인데요. 지금 여기에 있는 건 사과가 다 떨어지고 난 뒤의 나무를 표현한 것입니다. 실제와 같은 디테일을 선보이기 위해 나무 안쪽에 새 둥지를 만들어서 넣기도 했어요."




그곳에서 만난 야외 세트장 담당자는 '워크래프트' 영화가 게임을 원작으로 삼고 있는 만큼, 본래 작품의 특징을 살려서 디테일까지도 신경 쓰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고 설명했다.

던칸 존스 감독은 영화 세계관에 대해서 잘 이해하고 있다. 오크의 세계와 더불어 그들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도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 오크와 인간이 단순히 선과 악의 진영이 아님을 알고 있으며, 이를 토대로 영화를 그려갔다고 한다. 그리고 워크래프트와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팬들을 위해 게임 속 배경 및 아이템 다수를 영화 내에 도입했다.

"영화를 통해 엘윈 숲 하늘에 그리핀이 날아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상점 안에는 호박이나 치즈 등 게임에 등장했던 식재료들이 들어갔죠. 가게 내부는 게임과 유사하게 만들었어요. 가구 배치도 비슷하게요. 이러한 부분을 통해 게임 세계관을 간접적으로 맛볼 수 있습니다."

스톰윈드 세트장 내부를 촬영하기 위한 용도인 모션센서 카메라만 약 70여 개에 달했다. 이 카메라들은 세트장 상단부에 일정한 간격을 두고 장착되어 있었다. 건물 뒤에는 CG 배경을 위한 블루스크린용 푸른색 천이 둘러싸고 있었다.



▲ 디지털 캐릭터를 연기할 때 모션 캡쳐가 사용된다. (※'비욘드 투 소울즈' 이미지)

촬영 세트장에서 오크와 트롤, 드워프 종족을 표현하는 데에는 퍼포먼스 캡쳐가 사용되었다. 오크가 모션캡쳐 센서를 달고 연기를 하면, 던칸 존스 감독이 별도의 모니터로 이를 실시간으로 확인했다. 화면을 보면서 그는 연기자들이 서로 어떻게 반응을 하면서 연기를 해야하는 지에 대해 영감을 얻었다. 새로운 분야에의 도전이었기에 초반에는 많은 트러블이 있었다고 한다.

"시각 효과를 구현하는데 있어서는 굉장히 좋은 방법입니다. 실제 배경과 텍스처를 기반으로 촬영이 진행되었습니다. 다른 어떤 것도 첨가할 필요가 없었어요. 실제 세트장에서 오크들이 날뛰는 모습을 촬영하기만 하면 됐죠"

퍼포먼스 캡쳐 방식을 채택했던 건 오크의 움직임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 이러한 방식을 통해 연기자들은 그들의 캐릭터와 교감하면서 자신이 맡은 역할을 실감나게 표현했다. 나아가 세트장에서 인간 역할 배우들과 직접 호흡을 맞추면서 연기를 할 수 있었다.





19:23 스튜어트 페네건 "화요일과 목요일은 레이드 뛰는 날"

잠시 휴식을 취할 겸해서 근처에 마련된 간이 휴식 텐트로 이동했다. 따뜻한 커피를 한 잔 마시면서 잠시 숨을 돌렸다. 이윽고 텐트로 누군가가 들어왔다. 그는 다름 아닌 영화 제작에 참여하고 있는 '스튜어트 페네건'이었다.

스튜어트 페네건은 던칸 존스 감독과 오랫동안 함께 일을 해왔다. '더문'과 '소스코드' 그리고 '워크래프트'까지 함께 영화를 만들고 있다. 위험부담이 있는 게임 소재 영화에 도전하게 된 이유를 묻는 질문에 그는 "던칸 존스와 저는 둘다 게임을 좋아하기 때문이죠."라고 간략하게 답했다.

"던칸 존스 감독과 저는 '워크래프트' 게임을 정말 좋아했습니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도 플레이했는데요. 영화 '더문' 촬영을 앞두고 게임을 중단해야 했죠. 왜냐면 원래 저는 길드 사람들과 레이드를 가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었거든요. 화요일과 목요일마다 정기적으로 다녔죠."




본래 '워크래프트'의 스크립트는 인간 중심이었다. 그래서 던칸 존스 감독이 양 진영의 밸런스를 맞추고, 오크 영웅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레전더리 픽처스도 이러한 영화 콘셉트 변경에 찬성했고, 블리자드 역시 좋아했다.

"오크의 비중이 높아진 시나리오를 보여주었을 때, 블리자드 쪽에서 상당히 좋아했어요. 특히 크리스 멧젠이 환호했죠, 그는 저희의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테이블을 내리치면서 "드디어 호드를 제대로 알아봐 주는 사람이 나왔군!"이라고 외치기도 했어요."

지금까지 수많은 영화가 게임을 소재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대다수의 게임 소재 영화가 관객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줄 뿐이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이에 대해 스튜어트 페네건은 '캐릭터와 시나리오의 가벼움'을 원인으로 꼽았다.

"예전 비디오 게임은 얕은 콘텐츠였어요. 게임의 시나리오의 깊이라던가 캐릭터의 무게감이 영화에 비해 가벼웠죠. 이런 부분에서 취약점을 가지고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많이 달라졌어요. 게임 산업이 많이 변화되었죠. 영화 못지않은 깊이감 있는 스토리나 캐릭터가 게임 속에 많이 녹아있습니다."



▲ 게임을 소재로 한 예전 영화들

월드오브워크래프트는 개인적인 경험을 기반으로 하는 게임이다.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고, 원하는 퀘스트를 수행하며, 길드를 만들고, 유저 자신만의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즉, 일선형적인 경험이 아니다. 호드 캐릭터로 게임을 한 사람이 있지만 얼라이언스 캐릭터로 플레이해본 사람도 있을 테니 말이다. 같은 게임이지만 저마다 가지고 있는 게임 경험은 다르다. 만약 인간 중심의 이야기로 영화가 제작되었다면, 호드를 플레이했던 이들에게는 별 감흥 없는 영화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워크래프트의 세계관은 상당히 넓어요. 오크와 인간의 대립 사이에는 복잡하게 얽힌 이야기도 있고 말이에요. 판타지 영화에서 자주 보아왔던 선과 악의 대결과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했습니다."

"워크래프트와 관련된 서적을 읽어본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예전에 월드오브워크래프트를 할 때(오리지널 시절) 모든 직업을 60레벨까지 키워본 적은 있습니다. 시간이 없어서 '불타는 성전' 확장팩부터는 못했어요. 그래서 저는 제가 워크래프트 영화에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영화의 세계관은 워크래프트 초창기 시절을 다루고 있으니깐요(웃음)."







21:30 닉 카펜터 "왕좌의 방으로 들어갈 때 눈가가 촉촉해졌다"




스톰윈드 세트장에 어둠이 내려왔고, 촬영지 주변으로 불이 하나둘씩 켜지기 시작했다. 갑옷을 두른 인간 병사와 모션 캡쳐 센서가 부착된 회색 슈트를 입은 오크 배우들이 대립했다. 칼을 휘두르고 발길질을 했으며, 여기저기서 땅바닥에 나동그라지는 모습이 눈앞에 펼쳐졌다.

우리는 세트장 구석에 서서 수많은 배우의 열연을 감상했다. 카메라를 들고 셔터를 마구 눌러대고 싶었지만, 촬영이 금지된 상황이라 안타까운 마음만 더해갔다. 조용히 그들의 연기를 보고 있는데, 바로 옆에 어디선가 한 번쯤 본 것 같은 얼굴이 있었다.




그는 '닉 카펜터(Nick Carpenter)'였다.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시네마틱 총괄 아티스트인 그는 모든 블리자드 게임의 트레일러 영상을 총괄 담당하고 있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도 물론이고 말이다. 인터뷰라고 말할 건 아니지만, 현장에서 만난 그에게 '워크래프트' 영화와 관련해 간단한 소감을 물어보았다.

그는 촬영 초기에 캐나다 세트장을 방문했고, 초반 한 달 간은 여기에 머물렀다고 한다. 촬영이 끝나고 숙소로 돌아가면 너무 지쳐 있었는데, 세트장에 하루종일 머무르는 것이 힘들었다기보다는, 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어려웠다고.

"그간 저희가 작업해 온 모든 이미지를 실제로 보는 것은 상당히 감격스러웠습니다. '폴 샘즈(전 블리자드 COO)'를 포함해 블리자드의 관계자 모두의 눈가가 촉촉해지는 것을 느꼈죠. 그와 함께 우측으로 돌아 왕좌의 방으로 들어갈 때 저도 함께였는데요. 많은 것을 말하기는 어렵지만, 정말 굉장히 멋있었습니다."




"세트장 여기저기에 블리자드 사람들의 손길이 묻어 있었어요. 그들이 없었더라면 이와 같은 멋진 결과물을 얻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블리자드는 그들이 가진 전문성을 던칸 존스 감독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디자인 하나를 결정하더라도 제작진과 블리자드가 긴밀히 협업하면서 함께 결정해 나갔다. 블리자드와의 협업을 통해 촬영 철학이나 프로덕션, 작업 시간 등을 정하면서 업무를 진행했다고. 그 결과 영화 제작팀의 작업방식이 상당히 달라졌다고 한다.

"왕좌가 꽤 멋집니다. 다른 사람들도 왕좌를 보면 감탄을 금치 못할 거에요. 왕좌 뒤편에는 스테인드글라스로 그림이 있는데요. 그곳에는 아버지의 모습을 묘사한 '이스터에그'와 같은 그림도 숨겨져 있습니다. 나중에 영화를 통해 보시겠지만, 그 왕좌는 정말 감격스러웠습니다."





23:16 빌 웨스튼호퍼 "게임효과와 동일한 느낌으로 마법 구현해"



▲ 영화 '워크래프트' 시각효과 감독인 '빌 웨스튼호퍼'

마지막으로 캐나다 촬영지에서 만난 이는 '워크래프트'의 시각효과 감독인 '빌 웨스튼호퍼(Bill Westenhofer)'였다. 그는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에서 실제와 같은 특수효과를 연출해 오스카상을 받기도 했다.

그 역시 월드오브워크래프트를 사랑하는 한 명의 유저이다. 인간 마법사를 주로 플레이하고 있으며, 90레벨 캐릭터를 보유하고 있다. 실제로 WoW 알파 테스트부터 플레이했을 정도로 팬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인게임 요소들을 실제적으로 구현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게임 본래의 특징을 잘 유지하려고 했어요. 오크가 가득한 굴단의 텐트도 컴퓨터 그래픽을 사용해 배경 디테일에 신경 써서 작업했습니다."

컴퓨터 그래픽 작업에서 특히 심혈을 기울인 부분으로 그는 '마법'을 꼽았다. 마법을 표현하는 데 있어 다른 누구보다도 열정을 가지고 있으며, 인게임에서의 효과와 최대한 비슷한 느낌을 주는데 중점을 두고 작업했다고 한다.

"몇몇 게이머들은 영화를 시청하면서 특정 마법들을 알아차릴 수 있을 것입니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에서 등장했던 마법 그대로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으니깐요. 영화 속에는 수많은 '이스터에그(의미: 게임 개발자가 게임 속에 재미로 몰래 숨겨 놓은 메시지나 기능)'도 있으니, 이를 찾아보는 재미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이미 많은 이들이 알고 있다시피 '워크래프트'의 영화 스토리는 오크와 인간 양 진영의 대립을 그리고 있다. 본래 인간 중심의 이야기였지만, 감독이 '샘 레이미'에서 '던칸 존스'로 바뀌면서 오크에게 스포트라이트가 비쳤다. 이제는 오크와 인간, 5:5의 비중으로 이야기가 전환되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오크에 대한 비중이 높아지면서 컴퓨터 그래픽 작업량도 많아졌어요. 촬영 시 영화 아바타에서 사용한 것과 같은 모션 캡쳐 기술을 사용했습니다. 진짜 세트장에서 촬영이 이루어졌고 이걸 토대로 그래픽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화면에서 연기하고 있는 배우를 400파운드(약 181kg)의 오크로 멋지게 묘사를 해야 했죠. 이 점이 상당히 어려웠지만, 결과적으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 좋았습니다."

수많은 제작사를 포함, 그는 오크를 현실감 있게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작업을 진행했다. 여러 작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졌기에 무작정 기다리며 작업할 수는 없었다. 일단 작업을 하고, 그 후 확인하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오크 캐릭터의 움직임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그밖에 배경의 비주얼 이펙트, 표정을 세심하게 나타내는 데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어서 완성해 여러분께 보여 드리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영화를 통해 오크가 인간 못지않게 부드러운 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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