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 액션의 본질만을 담백하게 남겼다, '레거시퀘스트' 체험기

리뷰 | 김강욱 기자 | 댓글: 1개 |
모바일 시장에 액션 RPG의 홍수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동 장르의 ‘대작’들이 연이어 등장하는 가운데, 오스트리아 개발사인 소셜스피넬에서 제작하고 넥슨에서 퍼블리싱하는 ‘레거시퀘스트’가 다른 액션 RPG와의 차별성을 내세우며 지스타2015 현장에 공개되었다. 현장의 시연버전은 주로 ‘전투’에 초점을 맞춰 워리어, 어쌔신, 메이지의 세 개 영웅 타입 중 하나를 선택해 각각 정해진 던전을 공략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었다.

각 타입은 이름에 걸맞게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양손검을 들고 적진으로 돌진하는 워리어, 쌍수 단검을 이용해 빠른 공격속도로 적을 처치하는 어쌔신, 원거리에서 마법으로 공격하는 메이지. 캐릭터 디자인이 특이하긴 하지만 “이 정도로 요즘 나오는 게임들과 비교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전투는 굉장히 익숙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좌측 하단의 가상패드를 이용해 캐릭터를 움직이고 우측 하단에 배치된 버튼들을 이용해 일반공격과 스킬을 사용한다. 궁극기는 일정 수 이상의 적을 처치해야 사용할 수 있는 방식이고 나머지 스킬들은 일정량의 마나를 소비한다. 최근 많이 사용되는 구르기/막기/반격 시스템 없이 움직임을 통해서만 회피가 가능하다는 면만 제외하면 흔히 볼 수 있는 액션RPG와 다른 점이 없다.

하지만, 이런 식상한 구성에도 불구하고 전투의 몰입도가 높다. 잡다한 기능을 빼버리고 오로지 적을 ‘박살내는’ 행동 자체에만 집중하도록 했기에 가능한 결과이다. 처치할 때마다 호쾌하게 박살나는 몬스터를 보는 재미가 있다. 체력과 마나는 자동으로 회복되기에 피격에 대한 두려움도 훨씬 적어진다. 회피와 방어를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플레이어의 취향에 맡겨 놨다. 어느 정도의 체력 손실을 감수하고 적진으로 돌진할 것이냐, 현란한 무빙으로 공격을 회피하며 적을 상대할 것이냐는 플레이어의 선택이다.



▲ 적진으로 돌진하는 것도 전략!


결론부터 말하자면 레거시퀘스트의 전투는 액션의 ‘본질’만을 담백하게 남겼다. 물약은 비싸고 몬스터의 공격은 강력해 전투의 주 조작이 패턴을 읽고 공격을 피하는데 집중되는 여타 액션RPG와는 다르게, 구르기/막기/반격 시스템을 과감하게 제외하고 오로지 공격만으로 전투를 진행한다. 체력은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회복되고, 물약 역시 나중에는 인벤토리가 부족할 정도로 쌓이기에 플레이어의 신경은 “얼마나 더 많은 적을 빠른 시간 안에 처치하는가”에 집중된다.

전투의 밸런스도 상당히 매력적이다. 이동속도 감소 오오라를 내뿜거나 얼음 화살을 쏴 잠시 동안 플레이어를 얼리는 등 요소요소에 배치된 특수 몬스터를 상대하는 긴장감이 적당하게 설정되었기 때문이다. 각종 투사체의 속도는 못 피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여유롭게 피할 수 있는 수준도 아니다. 적을 눈으로 확인하고 공격이 온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어야 아슬아슬하게 피할 수 있는 정도랄까. 살짝 움직여 투사체를 피했을 때의 쾌감은 비록 그것이 공략 성공 여부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해도 게임을 재미있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임은 분명하다.



▲ 투사체는 살짝 움직여서 피해주자


회피/방어 행동이 없어 부족해진 조작의 재미를 화려한 이펙트와 손맛으로 극복했다. 몬스터를 구성하는 블록 하나하나에 물리엔진이 적용되어 무기를 휘두를 때마다 블록이 사방으로 터져나가 몰려오는 적들을 ‘박살내는’ 쾌감을 느낄 수 있다. 자칫 밋밋해질 수 있는 핵 앤 슬래시 액션RPG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적을 처치할 때마다 일정 시간동안 유지되는 ‘콤보’ 시스템을 도입해 반복 플레이에서 오는 지루함을 극복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콤보 시스템은 게임의 속도감을 살려주는 요소가 된다. 개발진이 의도적으로 속도감을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어 스스로가 줄어드는 콤보 게이지를 보며 정신없이 적을 찾아 돌아다니게 만든다. 플레이어는 더 많은 콤보를 기록하기 위해 맵을 연구하고 동선을 짜며 체력관리와 빠른 처치를 위해 아이템 파밍에 열중하게 된다. 같은 스테이지를 반복해서 플레이하더라도 이전보다 더 빨리, 더 많은 숫자를 기록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 콤보가 올라갈 때마다 달라지는 멘트를 보는 것도 재미


종합해보면 레거시퀘스트의 전투는 액션RPG를 즐기는 플레이어의 심리를 정확하게 파악한 결과물이라 말할 수 있다. 공략 점수를 겨루는 경쟁 요소를 가지고 있어 조작의 이유는 생존이 아니라 고득점이 된다. 어느 정도는 맞아도 스테이지를 공략하는데 어려움이 없지만, 피격 횟수가 많으면 그만큼 진행 속도가 느려지고 그만큼 점수가 낮아진다. 레벨업과 장비 파밍의 욕구가 ‘죽고 싶지 않다’는 부정적 동인이 아니라 ‘더 높은 점수를 내고 싶다’는 긍정적 동인에서 야기되기 때문에 게임 플레이의 스트레스가 줄어든다.

하지만 이는 그만큼 전투의 난이도가 낮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쉬운 전투는 유저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요소가 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스테이지를 클리어했을 때의 성취감이 그만큼 부족해 싫증을 느끼는 타이밍이 빨라질 수 있다는 단점이 되기도 한다. 글로벌 버전에서는 이를 위해 다양한 난이도를 제공하고 있다고 하니 속단하기는 이르다.

짧은 시연시간 때문에 어쩔 수 없었던 부분이겠지만, 이번 시연 버전은 레거시퀘스트의 진정한 재미를 느끼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레거시퀘스트의 진짜 재미는 다양한 캐릭터의 ‘자유로운’ 육성이다. 레거시퀘스트에는 직업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 시작할 때부터 직업이 정해진 것이 아니라, 어떤 장비를 착용하느냐에 따라 영웅의 직업이 정해지고, 장비 변경은 게임 중간에도, 심지어 스테이지를 공략하는 도중에도 언제든 가능하다.

독특한 캐릭터 디자인과 자유로운 육성, 특이한 시스템으로 액션RPG의 색다른 매력을 보여주겠다는 레거시퀘스트. 이것저것 생각하지 않고 호쾌한 액션을 즐기고 싶은 유저, 나만의 캐릭터를 육성해보고픈 유저, 귀여운(!) 캐릭터를 좋아하는 유저라면 한번 쯤 기대해볼만한 작품이다.



▲ 거대 보스와의 전투도 준비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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