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리틀 데빌 인사이드, "저희, 이렇게 성공했습니다"

게임뉴스 | 박태학 기자 | 댓글: 6개 |
- 킥스타터로 약 25만 달러의 개발 자금과 5,126명의 후원자를 모은 게임.
- 스팀 그린라이트에 등록한지 6일 만에 종합 2위를 달성, 그대로 출시가 확정된 작품.
- 공개된 게임 영상 하나로 엄청난 주목을 이끌어낸 국산 인디 게임.
- 평균나이 40세를 넘긴 7명의 개발진이 의기투합한 결과물.

'리틀 데빌 인사이드(Little Devil Inside)' 개발 비화.





'Little Devil Inside' 트레일러










저희 '리틀 데빌 인사이드'의 킥스타터 캠페인 과정을 나타내는 그래프입니다. 이렇게 멀리서 보면 꾸준히 안정적으로 오른 것 같지만... 이게 가까이서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일단 그전에 설명할 게 있는데, 저희는 스팀 그린라이트에 먼저 등록했습니다. 이것도 마음 먹고 준비한 것은 아니고요. 그냥 우리 개발팀이 2년 간 디자인도 하고 개발도 하고 했는데, 계속 일만 하다보니 좀 늘어지는 것 같았어요. 사기 충전도 할 겸 해서 유저들의 반응이나 한 번 보자고 올려본 거였어요. 우리는 열심히 만들었는데 유저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너무 궁금하기도 했고, 일단 어떤 것이라도 좋으니 피드백이나 좀 받아보자 해서 올렸죠.

자투리 영상들까지 좀 편집해서 붙인 다음 스팀 그린라이트에 등록하고나니까 좀 편하더라고요. 좀 씻고 잠도 한숨 자고 화장실 갔다 왔어요. 그런데 그 사이에 스팀 게시판이 난리가 났더라고요. 반응이 저희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좋아서...

그때 심정은 '와!' 이것보다는... '어떡하지'에 가까웠어요. 유저분들 반응 보니까 이제 와서 영상 내릴수도 없고. 각종 언론에서 기사화도 되고 저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떴으니 이참에 킥스타터도 등록해보자 해서 자연스럽게 넘어간 경우입니다.





저희는 목표금액 25만 달러에 기한은 45일로 잡았어요. 초기 반응은 킥스타터도 스팀 그린라이트랑 비슷했죠. 첫날에만 200명 가까이 되는 후원자가 나타났어요. 5일 지나니까 1,200명이 되더라고요. 진짜 반응 좋구나, 기분 정말 좋았죠.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불안요소를 갖고 있었던 것 같아요. 정말 아무런 준비도, 대비도 안 했거든요. 후원자들도 두 갈래로 나뉘었어요. '영상 보니까 재밌을 것 같긴 한데, 게임 설명도 부족하고 누가 만들었는지도 제대로 확인 안 되고... 뭔가 불안하다'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래도 기다리면 알아서 정보 업데이트 하겠지' 라면서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당시 언론사나 퍼블리셔에서 막 연락이 오던 시점이라... 정작 후원자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던거죠.

출발은 좋았어요. 하지만, 미리 킥스타터 페이지에 들어갈 콘텐츠 같은 걸 준비했더라면 아마 남은 여정이 더 수월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저희의 이 과실은 바로 현실로 다가왔죠.





커뮤니티가 부정적으로 변하고 있었어요. 저희가 잠수를 탔거든요. 개발하느라고. 22일동안 후원자는 700명밖에 늘지 않았고, 목표액도 40%정도밖에 안 모였어요. 캠페인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다운됐어요. 성공 가능성이 희박했죠.

변화를 줘야 했어요. 일단 캠페인 페이지에 게임 정보를 더 넣고, 설명도 좀 더 길게... 이미지, 영상도 잘 보이는 곳에 걸었어요. 이렇게 개선하는 기간이 한 일주일 걸린 것 같아요. 이렇게 하니 다시 후원자 커뮤니티 분위기도 조금씩 좋아지더라고요. 거의 수평선이었던 그래프도 다시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이때 PR도 적극적으로 진행했어요. 인터뷰 요청이나 리뷰 제의도 많이 왔는데, 그동안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다 미뤄왔거든요. 지금 하는 말이지만, 언론 인터뷰는 꼭 하는 게 좋아요. 요청이 안 왔다면 매체에 연락을 해서 적극적으로 인터뷰 요청을 하세요.

후원자들은 게임 정보 업데이트를 엄청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캠페인 페이지를 통해 개발자와 확실히 소통한다는 느낌을 그들에게 줘야 합니다. 주기적으로 페이지를 갱신하세요. 한 번에 큰 업데이트를 하는 것 보단, 2일 간격으로 조금씩 정보를 올리는 게 더 효과적입니다.

한 가지 더 추가하자면, 크로스 프로모션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시길 바랍니다. 다른 킥스타터 개발자와 연계한 뒤 서로 홍보를 하는 겁니다. 사실 저희도 요청 받았을 땐 별로 신경 안 썼는데, 막상 해보니까 서로 도움되는 게 많더라고요. 다른 개발자와 공감대를 형성할수도 있고, 이야기 주고받고 하니까 서로 영감도 주고. 동기부여도 되고 참 좋습니다.






캠페인의 3분의 2까지 왔습니다. 이쯤 되면 시간은 더이상 우리 편이 아니죠. 다행히 4주 동안의 노력이 효력을 발휘했습니다. 새로운 후원자가 등장하기 시작했고, 초반과 비슷하게 그래프를 회복했어요. 이 시기에 주효했던 게, SNS를 시작한 것이었어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로 홍보했는데, 사실 너무 늦은 감이 있어서 큰 기대를 안 했거든요. 그런데도 효과를 봤어요. 덕분에 다른 나라 유저들도 저희 게임을 알게 됐습니다.

그러던 중 기적같은 날이 왔어요. 하루 사이에 270명 가까운 후원자가 탄생했죠. 저희 게임이 해외 게임 잡지인 'PC게이머'에 매우 긍정적으로 소개가 됐어요. 알고 보니 피터 몰리뉴의 '고더스'에 리드 디자이너로 참여한 분이 저희 후원자였고, PC게이머에 홍보를 부탁했더라고요. 저희도 깜짝 놀랐어요. SNS로 꾸준히 홍보하면 상상 이상의 결과가 나온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런데 기쁨도 잠시... 갑자기 사건이 터졌습니다. 후원자 숫자는 쭉 늘어나는데 구매폭에 변동이 없는 거예요. 킥스타터 커뮤니티에서는 이걸 '트롤링 당했다'고 표현해요. 초반에 큰 액수를 투자한 사람이 캠페인 기간이 끝나갈 때 쯤 투자금을 빼는 거예요. 의도적으로.

별 의도는 없어요. 그냥 악의적인거죠. 하지만 이게 의외로 되게 큰 영향을 끼쳐요. 캠페인의 전체 분위기를 다운시킵니다. 등산할 때 정상이 바로 코 앞인데, 몇 백미터 내려간 느낌? 그리고 이 느낌을 저만 느끼는 게 아니라 다른 후원자분들도 똑같이 느껴요. '다 같이 여기까지 왔는데...'

종료를 불과 몇 시간 남기고 이러는 경우도 있어요. 트롤링 때문에 성공에서 실패로 확 바뀌고... 사실 킥스타터에서 트롤링을 막을 길은 없어요. 그러니까 그냥 처음에 큰 액수가 들어오면 거기에 너무 의지하지 않는 게 좋아요. 없다고 생각하세요. 그냥.

다행히 저흰 시간이 좀 남았어요. 꾸준히 정보 업데이트, 게임 업데이트 하면서 결국 킥스타터 성공했어요. 진짜 노력하는만큼 돌아옵니다. 저희가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후원자들도 함께 움직여줍니다.

저희 '리틀 데빌 인사이드'는 후원자들이 달성시켜준 거예요. 기존 후원자들이 시간 맞춰서 종료될 때 기다렸다가 후원금액을 팍 늘려줘서 성공한 케이스입니다. 정말 감동했어요. 결국 5일 남기고 킥스타터 성공했어요. 122퍼센트로 목표 달성, 최종적으로 5,126명의 후원자를 얻게 됐어요.



▲ 니오스트림 인터렉티브 최성원 개발자


*킥스타터 등록 팁

킥스타터의 후원자는 대부분 다른 프로젝트에 후원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중에는 성공한 것과 실패한 것도 있을 거예요. 어떤 후원자는 100개 이상의 프로젝트에 후원하기도 했어요. 그들은 다양한 캠페인에 참여하면서 경험을 쌓았습니다. 크리에이터는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고 항상 긴장해야 합니다. 캠페인을 주도하는 것은 크리에이터지만, 그렇다고 해서 후원자를 무시해서는 절대 안 된다는 거죠.

킥스타터는 캠페인 내 '비디오'를 보고 참여를 결정합니다. 킥스타터 규정상 3분 미만의 영상만 허용되는데, 이 안에 내용을 다 넣어야 돼요. 이 게임이 어떤 건지, 어떤 세계관인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다 알게 해줘야 합니다. 그리고 그 영상을 본 후 마음에 든 후원자가 바로 게임의 상새 내역을 볼 수 있도록 자세한 설명을 기입하는 게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금액 설정을 잊어선 안 됩니다. 의외로 많은 분들이 깜빡하시는데, 보상을 만드는 데도 상당한 돈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돼요. 이런건 미리미리 계산해야 합니다. PC, 콘솔 게임은 피규어나 한정판, 아트북 등을 제공하는데, 만약 이렇게 된다면 사전에 견적을 뽑아보는 게 좋습니다. 가끔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수도 있거든요. 그 외에 빠지는 비용이 있는데, 킥스타터 수수료로 3%, 그리고 리워드를 배송할 때 나오는 배송비도 있고요.

킥스타터는 풀타임 잡(Job)입니다. 캠페인 내내 하루 두세시간 자는 걸 기본이라고 생각하는 게 좋아요. 그리고 캠페인 중간에 목표를 달성했다고 하더라도 200~200퍼센트 정도로 성공하지 않은 이상은 긴장 풀지 마세요. 후원자는 언제든 빠질 수 있습니다. 최소 110% 이상은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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