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 CJ의 심장 '매라신' 홍민기

인터뷰 | 김병호 기자 | 댓글: 142개 |
최고의 실력을 지닌 프로들의 무대. 단 하나의 차이로 승패가 갈리는 승부의 세계에서 그 차이를 만들어내는 선수에게 우리는 멋진 수식어를 붙여줍니다. '벵기' 배성웅에게는 '더 정글', '스코어' 고동빈에게는 '술통 그 자체'라는 별명이 있네요. 선수들이 가장 좋아하는 수식어는 뭘까요? 아마 '신' 또는 '갓'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에는 몇몇 '신'이 존재합니다. 여러분이 생각할 때 이 별명에 가장 잘 어울리는 선수는 누구인가요? Faker is God? 정글신? 미키갓?

오늘 인터뷰를 통해 만나볼 선수는 '매라신' 홍민기 선수입니다. 지난 시즌, CJ 엔투스의 봇 라인을 책임졌고 올스타에 출전하며 팬들에게 변함없는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죠. CJ 엔투스의 심장에게 팀의 과거와 미래를 묻고 그의 생각을 들어봤습니다. 그는 지난 시즌의 아쉬움, 새 시즌에 대한 결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요?




Q. 먼저 팬들에게 자기 소개 부탁드린다.

올해도 어김없이 올스타에 다녀온(웃음) CJ 엔투스의 서포터 '매드라이프' 홍민기다.


Q. 올해도 어김없이 올스타에 다녀왔다. 기분이 많이 좋았을 듯 싶은데?

투표로 선출하는 것이라 팬분들이 많이 원하신 것 같아 기뻤고 쟁쟁한 선수들과 함께 우승을 하고 와서 색다르고 좋은 시간이었다.


Q. '매드라이프' 홍민기처럼 오랜 시간동안 사랑받은 선수도 참 드물다. 팬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할 수 있을까?

내가 지금까지 오랫동안 선수 생활할 수 있었던 것은 팬들의 응원 때문이라 생각한다. 응원 덕분에 힘들어도 한 게임, 한 게임 더할 수 있었다. 그러니 내년에도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웃음).


Q. 올스타에 서포터로 뽑히고 나서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궁금하다.

사실 올스타 투표가 언제 하는지도 몰랐고 올해는 '피카부' 이종범 등 쟁쟁한 선수가 많아서 마음을 놓고 있었는데 내가 출전하게되어 놀랐다. 긴장도 많이 했던 것 같다.


Q. 경기에 나서 많은 것을 보여줬다. 상징인 블리츠크랭크도 꺼냈고. 본인의 경기력을 자평한다면?

내가 돋보이고 싶었던 경기에서는 스포트라이트를 덜 받았고 잘하고 싶었던 경기는 잘 되지 않았다. 트런들 같은 캐릭터는 가서 연습 몇 번 해보고 실전에 사용했는데 굉장히 잘됐고 블리츠크랭크는 긴장된 상태에서 게임하다보니 그랩도 잘안되고 힘들었던 것 같다. 대회는 긴장감이 심하다보니 편하게 할 수 없었다.




Q. '매드라이프'는 서포터 계의 선구자적 이미지가 매우 강하다. 어떻게 이런 서포터가 될 수 있었나?

먼저 내가 이런 이미지를 갖게된 것은 절대적으로 나 혼자만의 힘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게임을 할 때 누군가를 돕는 조력자 캐릭터를 굉장히 좋아한다. 처음엔 내가 원거리딜러였는데 팀에 '로코도코' 최윤섭이 들어오면서 정글하는 꼴을 도저히 못봐주겠어서 원거리딜러를 하라고 양보했다(웃음). 최윤섭은 내게 당시 서포터의 트렌드를 알려주면서 내가 많이 발전했던 것 같다.


Q. 그렇다면 '매드라이프를 키운 것은 팔할이 로코도코'라는 말이 사실인가?

이론은 굉장히 출중한데 실제 서포터를 하면 잘하지 못했다(웃음). 그래도 이론적으로 내게 많은 것을 알려줬고 그것을 받아들이면 많이 배우게 되는 것 같다. 8할까진 아니고 5할 정도?


Q. 최윤섭 코치와 브로맨스 화제가 됐던 기억이 있다. 그에 대한 애증이 있을까?

성격이 확실히 평범하진 않다. 내가 외국에서 살았던 사람들은 많이 만나보지 못해서 외국에서 산 사람에 대한 편견을 갖게 했다. 지금은 오해도 풀었고 올스타에서 만나 같이 밥도 먹고 이야기도 나눴다.




Q. 올스타팀 분위기는 어땠는가?

'잭선장' 강형우까지 여섯 명이 갔다. 만나서 느껴보니 '페이커' 이상혁은 생각했던 것처럼 묵묵한데 분위기 타면 장난도 많이 치는 것 같다. '마린' 장경환은 게임할 때는 굉장히 무서웠는데 실제 만나보니 여사님 같은 여성적인 분위기가 있었다. 반면, 오더도 주도적으로 잘하고 그래서 'SKT T1은 이래서 강했구나'라고 느꼈다. '프레이' 김종인은 두 번 같이 했는데 말하는 게 정말 재미있다. 분위기메이커였고 실력도 좋았다.

'스코어' 고동빈은 나만큼 오래된 선수다. 원래 원거리딜러인데 정글도 잘하고 지금은 '술통 그자체'가 됐다. 아쉽게 노래는 못들었지만.. '잭선장' 강형우는 불쌍하더라(웃음). 예비로 왔는데 경기도 하나 없고 스크림하는거 계속 보고 있고 경기하고 있으면 솔랭하다 잠들고. 해설이랑 코치하면서 다행히 일자리를 찾더라.


Q. 예전에 '인섹' 최인석이 올스타에 참여해 행복해하는 모습이 잡혔다. 올해는 누가 행복했을까?

아무래도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았던 팀이 아닐까? 강형우는 무소속이었으니 빠지고 내가 되지 않았을까(웃음)? 그냥 현지에서 다른 선수들이 연습을 어떻게 하는지 볼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Q. CJ 엔투스 이야기를 하고 싶다. 가장 먼저 화제가 됐던 '분노 메타' 이야기를 듣고 싶다. 실제 그런 메타가 있었던건가?

우리 팀이 항상 슬로우 스타터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올해 리그제로 바뀌면서 첫 경기에 손이 안풀리면서 지고 두 번째, 세 번째 판에 이에대해 피드백을 해서 경기를 이기더라. 유도한 것은 아닌데 이겼기 때문에 분노메타란 이야기를 들어서 기분은 좋았던 것 같다.


Q. '분노 메타' 덕분에 1세트를 지더라도 이길 것이라는 믿음이 생기지 않았나?

여러번 역전을 하다보니 '첫 경기를 지면 이기나보다'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다음 경기에서 첫 세트를 지면 마음이 너무 불안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불안함이 있어서 경기를 이길 수 있었던 것 같다.


Q. 작년 CJ 엔투스는 SKT T1의 무패 연승을 끊어낸 팀이다. 그땐 어떤 생각이 들었는가?

SKT T1을 상대할때면 항상 막막했던 것 같다. 그런데 그 날은 이상하게 게임이 잘됐다. 그 때는 우리 팀이 정말 알다가도 모를 팀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남은 경기도 잘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많이 아쉽다.


Q. SKT T1과 인상적인 경기를 많이 치렀다. 스프링 플레이오프에서 승승패패패로 아쉽게 탈락했는데?

그때가 올해 첫 흉이었던 것 같다. 1,2세트 이기고 이 기세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선수 교체가 있었다. 그래도 하던대로 하면 이길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상대 갱킹이 기가 막히게 오더라. 1,2 세트에는 상대 갱킹을 예상할 수 있었는데.. 4세트에는 더 집중했는데 아쉽게 지고, 5세트는 상대가 완전히 기세를 탔었다.




Q. 진에어 그린윙스와의 경기도 아쉬웠다. 패패승승패로 역전의 분위기를 살리지 못하고 패배했었다.

롤드컵 선발전에서 진에어 그린윙스가 치고 올라오면서 우리를 만났다. 갱플랭크가 좋은 것 같아 1세트에 실험적인 의미로 사용해봤는데 잘 풀리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 스타일대로 해보자고 전략을 바꿨는데 잘 되더라. 5세트 전반까지도 괜찮다가 탑 라인에서 벌어진 한타에서 실수하면서 경기가 뒤집어졌다. 상대방이 더 잘했다.


Q. CJ 엔투스는 지난해에 왜 그렇게 간발의 순간에 좀 아쉬웠을까?

항상 2프로 부족했던 것 같다. 아쉽게 졌던 것은 무언가 이유가 있었을 것이고 그걸 찾았어야 했는데 해답을 찾지 못했다. 그 아쉬움을 팀원들이 버티지 못했고 결국, 리빌딩이라는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Q. 팀의 원년 멤버로 이번 리빌딩에 대한 여러가지 감정이 있을 것 같다.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가?

나는 내가 오래된 선수인지 잘 모르겠다. 그런데 주변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시더라. 오랜 시간 해왔기 때문에 실력이 떨어지거나 나태해질 수 있지만 그렇지 않기 위해 정말 노력하고 있다. 이번에 새로운 팀원들과 함께 호흡을 맞춰야 하니 할 것이 정말 많다. 그래도 성적이 안나올 거라 생각하지 않고 정말 열심히 할 것이다. 작년 롤드컵 프나틱의 '옐로우스타'를 보면서 저 선수처럼 단단하게 팀을 지키는 기둥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Q. 말을 정말 잘한다. 예전에는 말도 잘하지 않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성격이 바뀐 것인가?

1년 전만 하더라도 성격이 바꼈다고 생각했는데 지나보니 성격이 바뀐게 아닌 것 같다. 사람과의 관계가 많아지고 합숙도 하고 소통도 해야되다보니 소통하는 방법이 늘은 것 같다. 올해는 팀의 베테랑으로서 의견도 자주 피력하고 분위기도 잘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Q. 팀의 선수가 실수를 하는 상황이 나온다면 직접 이야기할 것인가?

같은 팀원이라도 개개인 한사람이고 감정이 있다보니 그런 점에 있어서는 시간을 주고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잘하면 칭찬해주고 못하면 다음에 잘하면 된다고 응원할 것이다. 그러나 때로는 직선적으로 이야기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그에 대한 건 상황마다 다른 것 같다.


Q. '앰비션' 강찬용의 인터뷰를 봤는가? 그걸 보고 무슨 생각이 들었는가?

각각 다 불만이 있을텐데 그걸 팀 내에서 함께 공유하고 개선하지 못해서 서로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클템'형이 있었다면 이런 부분을 잘 해결해줬을텐데 라는 생각도 들고, 한 발짝의 차이로 게임을 지면서 팀원 모두 힘든 시간을 보냈고 각자가 받아들이는 방법도 달랐다. 성적이 잘나왔다면 괜찮았을텐데.


Q. '샤이' 박상면과는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는가?

정말 많이 하고 있다. 틈이 날 때마다 하고 의견도 많이 듣고 나누고 있다.


Q. 프로게이머 생활 5년 차다. 그동안 많은 선수가 은퇴했는데 본인이 꾸준하게 기량을 유지한 비결은 무엇인가?

사실 항상 잘했던 것은 아니다. 팀 성적이 항상 좋았던 것이 아니기에 좋은 경험, 나쁜 경험 모두를 해봤기에 항상 일정 수준의 기량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을 찾게 되더라. 비법은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것. 그 것 뿐이다.




Q. 예전 홍민기 선수가 대회에서 패배한 뒤 혼자 피시방에 갔던 것이 화제가 됐다. 어떻게 된 일인가?

그 일은 잊을 수가 없다(웃음). 예전 NLB 리그에서 패배한 뒤 정말 암울했던 기억이 난다. '내가 많이 못해졌구나'라는 생각도 들고 6개월이나 쉬어야 했기에 답답한 마음에 모르는 길을 한참 걸었던 것 같다. 그러다 게임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근처 피시방에 갔는데 사람들이 다들 알아보더라. 그래서 사인도 해드리고 한 게임 하다가 계속 있으면 안될 것 같아서 나왔다(웃음).


Q. 프로게이머로 좋은 기억도 나쁜 기억도 많다. 경험이 정말 풍부한데 프로게이머가 직업으로 어떤 것 같나?

직장 생활을 해본적이 없어서 섣불리 결단 짓기는 어렵다. 정말 게임을 좋아한다면 프로게이머도 좋은 선택인 것 같다. 다만, 개인 시간이 없어지는 것과 실패했을 때의 리스크를 감당할 자신이 없다면 안하는 게 좋을 것 같다. 프로게이머를 하면 포기해야 될 것도 많다.


Q. 아직 열정을 가지고 있는 것 같나?

초기 MiG 시절만큼 있는 것은 아니지만 꺼지지 않았고 그만큼 노련함이 늘었다. 작년에는 문턱에서 넘어졌는데 이번에는 그 문턱을 넘어가는 한 걸음을 딛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새로운 팀원들과 함께 스프링 시즌에는 호흡을 맞추는 데 집중하고 섬머 시즌에 그 결실을 맺고 싶다.


Q. 이제 새로운 팀원, 감독과 함께 새로운 도전을 한다. 팬들에게 응원을 부탁하는 한마디를 한다면?

걱정을 많이 하실 것 같다. 성적이 잘 나오지 않으실까 걱정하실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 생각을 없앨 수 있도록 많이 연습할 것이다. 걱정보다는 응원을 해주셨으면 좋겠다. 그것이 새로운 팀원과 감독, 우리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팬분들께 죄송하지 않도록 우리에 대한 걱정을 다 날려버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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