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안드로 장' 장재호의 워크래프트3 그리고 e스포츠

인터뷰 | 박범 기자 | 댓글: 105개 |
안드로 장. 제 5 종족. 누굴 지칭하는 표현인지 기억하시나요? 맞습니다. 워크래프트3 계의 신으로 불렸던 남자, 장재호를 칭하는 별명이죠. 과거 e스포츠를 대표하는 선수로 임요환, 홍진호와 함께 항상 언급되는 선수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워크래프트3라는 비인기 종목 출신이었기에 국내에서는 그만큼의 인기를 누리진 못했죠.

국내 워크래프트3 리그가 사라진 이후, 중국으로 활동 무대를 옮겼던 장재호. 이제는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과 함께하는 듬직한 남편이자 아버지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얼마 전, 군 복무를 마치고 한 개인방송 플랫폼을 통해 복귀 방송도 성황리에 마쳤습니다.




다시 한 번 날개를 활짝 펼치려는 장재호를 인벤에서 만나봤습니다. 아직 군인 티를 많이 벗지는 못했지만, 특유의 워크래프트3 사랑은 여전했죠. 정말 오랜만에 만난 장재호와 워크래프트3 관련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Q. 정말 오랜만에 뵙네요. 독자 여러분에게 인사 부탁해요.

안녕하세요. 워크래프트3 프로게이머 장재호입니다. 제대한 지 2주 정도 지났고요. 이제 군 복무를 마치고 향후 활동에 대해 준비를 하면서 연습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Q. 잘 아시겠지만 선수 활동 당시 별명이 정말 많았죠. 당시 인기가 대단했는데요?

워크래프트3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있었던 게임이다 보니 해외 팬이 정말 많았습니다. 특히, 중국에서는 워크래프트3가 한국에서의 스타크래프트만큼 팬층이 두꺼웠죠. 그러다 보니 아직 중국에 저를 좋아해 주시는 팬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Q. 그래서였을까요? 베이징 올림픽 당시 성화 봉송 주자가 되기도 했죠.

중국 대회를 출전하고 있었는데, 주최 측이 베이징 올림픽과 연관이 있는 기업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좋은 기회를 얻게 된 거죠. 상상하지도 못했어요. 성화 봉송 주자라니. 정말 기뻤고 영광스러운 순간이었습니다. 성화를 봉송할 때 도로 주변에 팬들이 자리를 많이 채워주셔서 더욱 기뻤던 기억이 나네요.


Q. 이제 워크래프트3 말고 다른 게임들이 유행을 타고 있죠. 이에 대한 아쉬움은 없나요?

워크래프트3가 스타크래프트처럼 오래도록 이어진 장수 게임이다 보니 세월이 흐를수록 다른 장르의 게임이 유행을 타게 마련이죠. 현재는 AOS 장르가 유행하고 있고요. 워크래프트3 시장이 축소되고 있죠. 당연히 아쉽지만 언젠가는 벌어질 일이라고 예상하였기에 아쉬움이 크진 않습니다.

그래도 한 가지 희망적인 사실은 올해부터 워크래프트3 시장이 조금씩 살아날 것이라는 예측이 많더라고요. 예전만큼 큰 규모의 대회는 잘 알리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다양한 대회에 계속 출전할 생각입니다.





Q. 국내 워크래프트3 리그가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사라졌어요. 그 이후, 유럽과 중국 중에 중국으로 활동 무대를 정한 이유가 있나요?

유럽이나 중국에서 워크래프트3의 인기가 상당했어요. 현재는 유럽에서도 인기가 많이 사그라들었는데 중국에서는 대회를 주최하는 기업이나 팬들이 워크래프트3에 대한 애정을 보여요. RTS 장르 중에서는 워크래프트3의 인기가 높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예전부터 중국 선수들이 워크래프트3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던 것도 워크래프트3의 인기에 한몫하는 것 같아요. 지금도 다른 국가들에 비해 중국이 워크래프트3 부문에서 활약하고 있고요. 아무래도 이런 점이 중국에서 워크래프트3의 인기가 높은 이유인 것 같고요.


Q. 중국에서 활동하면서 기억이 남는 에피소드가 많을 것 같은데요?

워낙 워크래프트3가 중국에서 인기가 있다 보니 대회장에서 이동할 때는 절대 혼자 이동할 수가 없어요. 대회 관계자나 공안 등이 같이 이동해줘야 겨우 발을 옮길 수 있을 정도죠. 화장실을 갈 때도 예외는 없고요(웃음). 그런데도 중국 팬들이 워낙 적극적이셔서 이동 중에 손을 잡거나 하는 분들도 많죠. 가끔 부담스러울 때도 있지만 그런 관심이 정말 감사하죠.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2013년 WCG 결승이에요. 제가 중국 선수와의 결승전에서 아쉽게 패배했는데요. 당시 현장에 계시던 중국 팬들이 우승을 차지한 중국 선수가 아닌, 저에게 응원과 격려를 보내주셨어요. 비록 우승을 차지하지 못하기도 했고 정말 많은 대회에 참가했었지만, 그때만큼 기억에 남는 장면은 또 없었던 것 같아요.





Q. 큰 인기를 달리다가 군입대를 결정하셨죠.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일단 입대를 더는 미룰 수 없는 나이가 됐던 것이 가장 컸죠(웃음).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어요. 굳이 떠올리자면, 그 당시에는 워크래프트3 시장이 지금보다 더 열악했었죠. 많은 고민 끝에 입대를 결정했고 미래의 일은 제대 후에 생각하기로 했어요. 워크래프트3 쪽이 아니더라도 e스포츠 관련 종사자로 활동을 이어나가야겠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죠.

다행히 2015년 들어 워크래프트3 업계가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제대 후에도 워크래프트3 쪽으로 복귀할 수 있었지 않았나 싶습니다.


Q. 군대에서도 알아본 사람이 있었을 것 같아요.

네. 훈련소에서도 그렇고 몇 분이 저를 먼저 알아보시더라고요. 부대 안에서도 마찬가지였고요. 간혹 사인을 부탁하시거나 워크래프트3를 플레이해보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었어요(웃음). 짓궂은 분들도 계셨는데 제가 다행히(웃음) 나이가 어느 정도 있을 때 입대를 했기 때문에 많지는 않으셨죠. 아무래도 리그 오브 레전드 선수들이 저보다 인기가 많았죠.


Q. 다른 e스포츠 종목으로의 변경을 생각해보신 적은 있나요?

네. 예전에 스타크래프트2 선수로 잠깐 활동했던 적도 있었죠. 종목 전향에 대한 생각은 항상 했었어요. 리그 오브 레전드나 도타2에 도전해보려고 했는데, 이미 잘하는 선수들이 너무 많더라고요. 제가 뒤늦게 시작해도 따라잡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이 출시됐을 때 어느 정도 플레이도 해보고 전향해볼까 하는 생각도 있었죠.

그래도 워크래프트3 생각이 계속 나더라고요. 팬들도 제가 복귀하길 기다리고 있다는 말을 전해 듣기도 했고요. 거기에 워크래프트3 시장까지 조금씩 회복하고 있어서 워크래프트3 프로게이머로 남기로 했습니다.





Q. 이제는 남편이자 아버지가 되신 지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요. 결혼 전후로 어떤 점이 가장 바뀌었나요?

변화가 있었던 부분은 역시 책임감을 비롯한 마음가짐이었어요. 아무래도 한 가정의 가장이 되었기 때문인지 정말 책임감이 생겼어요. 프로게이머로의 생활에서는 큰 차이가 없어요. 대회가 있으면 출전하기도 하고 평소에 연습도 변함없이 진행했고요. 제가 제대 이후에도 프로게이머 활동을 이어간다고 했을 때 제 아내가 응원도 많이 해주고 옆에서 도움을 주고 있어요. 이 자리를 빌려 항상 고맙다는 말 전하고 싶네요.


Q.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알려 주실 수 있나요?

준비하고 있는 것들이 많아요. 일단 워크래프트3 프로게이머 활동을 계속할 거예요. 그뿐만 아니라 개인 방송 준비도 하고 있고 중국어 공부도 열심히 하는 중이고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프로게이머가 아니더라도 중국 e스포츠 업계에서 계속 활동을 이어갈 생각입니다.


Q. 혹시 한국 e스포츠로 돌아오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당연히 있죠. 만약 한국 e스포츠 쪽에서도 저에게 기회를 주신다면 감독이나 코치, 혹은 중계진으로 활동해보고 싶은 마음을 항상 품고 있어요. 저에게도 또 다른 도전이 될 것 같고요. 그럴 수 있도록 저 스스로 많은 노력과 공부를 게을리하면 안 되겠죠. 한국과 중국, 다른 지역 등에서도 기회만 된다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싶은 게 지금 제 욕심입니다. 무슨 일이 됐건 저는 프로게이머 은퇴 후에도 e스포츠 종사자로 살고 싶어요.





Q. 개인 방송 준비는 어떻게 하고 계신지 물어봐도 될까요?

제가 집에 한국에 있다 보니 개인 방송 준비는 당연히 국내에서 하고 있고요(웃음). 개인 방송 플랫폼은 현재 중국 쪽 플랫폼을 활용할 계획입니다. 아무래도 중국에서 워낙 워크래프트3의 인기가 대단하다 보니 그렇게 결정하게 됐어요. 기회만 주어진다면 한국이나 유럽 등 다른 지역의 개인 방송 플랫폼으로도 팬들과 소통하게 됐으면 좋겠어요.


Q. 많은 대화를 나눴네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과 함께 인터뷰를 마칠게요.

오랜만에 국내 팬들에게 인사를 드리게 돼서 기뻐요. 앞으로의 활동에서 준비를 많이 할 거고요.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워크래프트3가 예전처럼 대회가 많지 않지만, 한국에 있는 워크래프트3 팬들이나 유저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더욱 다양한 대회에 출전할 계획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해요. 프로게이머로 활동하면서 개인 방송도 진행하려고 합니다. 여러분들의 많은 시청 바랍니다(웃음).

大家好. 我是 'Moon'. 我爱你. (안녕하세요. 저는 '문'입니다.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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