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슈 '콕!'] 뭐든지 상상 그 이상! 양덕 게이머의 위엄 10선

기획기사 | 박태학 기자 | 댓글: 46개 |
외국 게이머들의 드높은 팬심, 그리고 그 팬심이 만들어낸 결과물의 퀄리티가 어떤지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시간과 소득 면에서 이점을 가진 그들은, 자신의 집 차고를 취미에 몰두할 '공간'으로 활용했다. 덕분에 아시아권 게이머들이 상상하기 어려운 작품을 쏟아내곤 한다. 특유의 자유로운 발상도 플러스 알파.

이번 주 이슈 콕 주제는 '양덕'이다. 자세히 말하자면 양덕 게이머가 만든 결과물 즉, 게임 콘텐츠를 활용해 탄생시킨 그들의 작품을 설명하는 시간이다. 입이 떡 벌어지는 아마추어 감독의 작품부터 시작해보겠다.






콜오브듀티: 모던 워페어 3 'Find Makarov: Operation Kingfish'
재현도 - ■■■■■■■■■□
기술력 - ■■■■■■■■■■





지난 2011년, 콜 오브 듀티 시리즈의 열렬한 팬이자 아마추어 디렉터인 'Jeff Chan'은 약 2분 30초 정도의 단편 영상 'Find Makarov'를 제작해 팬들에게 선보였다. 그런데... 아니 이게 뭐야? 평소에 보던 거랑은 좀 다른데?

팬이 만들었다고 하기에는 영상 수준이 너무나 뛰어났다. 그 절륜한 완성도에 놀란 팬들은 '공식 트레일러인데 액티비전이 뻥치는 거다'라고 수군거렸다. 소문은 커뮤니티를 타고 빠르게 확대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개발진의 귀에도 닿게 된다. 어리둥절해진 액티비전도 화제의 영상을 보게 되는데...

해당 영상을 본 개발사의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덕도 보통 덕이 아니구나', '이것은 장인의 덕이로구나'라는 걸 눈치챈 그들은 곧바로 Jeff에게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콜 오브 듀티 개발진의 공식 후원을 받은 이 게임 팬은 보다 완성도를 높인 6분 30초짜리 영상 'Find Makarov: Operation Kingfish'를 세상에 내놓았다. 덕심과 기술, 그리고 자본이 만나 탄생한 이 괴물은 지난 2011년 개최된 '콜 오브 듀티 XP'에서 특별 상영됐는데, 현장에 모인 8,000명의 팬은 그저 입을 쩍 벌릴 수밖에 없었다.


롤러코스터 타이쿤 'A Fun Day in Roller Coaster Tycoon!'
재현도 - ■■■■■■■■■■
기술력 - ■■■■■■■■□□

* 일부 잔인한 장면이 있으니 시청에 주의 바랍니다.





개발팀 'AndrewMFilms'은 가슴 한구석에 악마를 키우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자비라곤 한 톨도 느껴지지 않는 표현력이 그 증거다. 약 빨고 즐기면 이보다 잔혹할 수 없다는 '롤러코스터 타이쿤'을 그대로 재현했다.

롤러코스터 타이쿤 시리즈 특유의 분위기를 그대로 가져온 것은 기본. 꼬일 대로 꼬인 롤러코스터 타고난 뒤 점심에 먹은 것들을 모두 꺼내 보는 장면, 관람객이 들고 있던 풍선 괜히 한 번 터뜨려보는 장면도 나온다. 다분히 의도적인 트랙 디자인으로 멀쩡한 롤러코스터가 한순간에 저승행 특급열차가 되는 모습, 잔뜩 겁을 집어먹고 '집 갈래' 하는 관람객을 집어다 호수에 빠뜨리는 장면도 등장한다. 하나같이 좀 과하다 싶을 만큼 리얼하게. 이쯤 되면 놀이동산이고 뭐고 없다. 그냥 사탄의 마굴이다.

이성이 내게 말했다. '너무 잔인한 거 아닌가요?', '어쩜 어쩜! 멀쩡한 사람이 어떻게 이토록 잔혹한 생각을?'이라고. 그런데 감성이 별거 아니니 괜찮다고 한다. 음... 기자도 롤러코스터 타이쿤 할 때 똑같이 했기 때문은 아니다. "다 알면서 왜 그래?"





안 쓰는 ATM, '둠(DOOM)'이나 하지 뭐!
재현도 - ■■■■■■■■■□
기술력 - ■■■■■■■■□□





근래 본 재능낭비류(물론 농담이다)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작품. 뼈마디까지 엔지니어인 'Aussie 50'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ATM을 토대로 자신만의 게임기를 만들었다. 그냥 ATM 모니터에 '둠'만 띄워놓는 것으로 끝낸 게 아니라 실제 플레이가 된다. ATM에 내장된 기본 버튼으로.

사실 개발자가 2년 전에 공개한 영상 속 작품은 지금과 좀 다른 모습이었다. ATM에 게임을 출력하는 형태는 그대로였으나 조작체계는 키보드 구조였는데, 솔직히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기발했다. 하지만 'Aussie50'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ATM 번호판에 꼭 맞는 인터페이스를 개발하겠다고 선언했고 결국 자신의 목표를 이뤘다.

회로와 칩셋 구조에 도가 튼 사람이라면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는 작품일지도 모른다. 하나 이건 발상의 문제다. 스스로 시간과 비용, 그리고 땀을 흘려가며 창의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냈다는 것이 중요하다. 'Aussie 50'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수많은 '마개조'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그의 유쾌한 취미가 꾸준히 지속되길 바란다.


이봐요, 이런 걸 주면 어떻게 해요. 진짜 잘려야 '플라즈마 커터'지.
재현도 - ■■■■■□□□□□
기술력 - ■■■■■■□□□□





아마 EA는 '데드스페이스2' 콜렉터스 에디션을 출시하며 이렇게 생각했을거다. '플라즈마 커터' 모형도 넣었잖아, 이게 시리즈의 상징인데 유저들이 싫어할리 없지!

그런데 이 선물에 실망한 유저가 외쳤다. 이봐요, EA! 주려면 진짜를 줘야지. 이런 장난감 모형에 내가 만족할 것 같아?... 실제로 EA 본사 유리문을 뻥 차고 들어가 외쳤다는 게 아니다. 그가 만든 결과물이 뿜어내는 포스가 그랬다는 것.

시무룩한 개구리처럼 녹색 불만 끔뻑이는 전구 따위 가차없이 내던졌다. 대신 그 자리에 살기등등한 블루레이 용 레이저 포인터를 장착했다. 그래, 플라즈마 커터는 원래 파란색 광선이니까. 태생의 비밀이 담긴 '메이드 인 차이나'도 개조하는 김에 지워버렸다.

결과물은 영상에서 보는 것과 같다. 플라즈마 커터가 내뿜는 서슬 퍼런 광선은 그 자체로 '위력'을 뽐냈다. 풍선은 몇 초 버티지도 못한 채 터져버렸고, 성냥개비에는 불이 붙었다. 뭐, 게임에 나오는 '플라즈마 커터'는 말 그대로 결전병기다. 쏘든 휘두르든, 언제 어떻게 사용해도 괴물을 제압했다. 이에 비한다면야 맥빠지는 파워이기는 하나... 자세히 보자. 적중 시 불이 붙는다는 점은 실로 철저한 고증이 아닐 수 없다.


성능도 성능이지만 디테일이...폴아웃4의 '플레임 소드(쉬쉬케밥)'
재현도 - ■■■■■■■■■■
기술력 - ■■■■■■■■■□





'폴아웃3'의 조합 무기로 데뷔했고 최근 출시된 '폴아웃4'에도 등장하는 '플레임 소드'. 꼬치해 먹기 좋게 생긴 비주얼 덕에 '쉬쉬케밥'이라는 이름이 달린 독특한 무기다. 개인적인 견해를 말하자면 이 무기의 디자이너는 천상 남자인 것이 분명하다. 오오! 불과 검을 향한 수컷의 로망... 융합의 결정체가 아닌가!

혈관 내 적혈구 백혈구까지 엔지니어인 개발팀은 곧바로 제작에 들어갔다. 일본식 카타나에 가스통, 점화기를 붙인, 다소 조잡한 구조. 이들은 단순히 성능 재현에 그치지 않고 특유의 디테일까지 살리려 노력했다.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폴아웃4' 공식 아트북까지 참고하면서.

결과물에 대한 그들의 만족도는 영상 속 표정에서 다 드러난다. 원작 스크린샷과 비교해도 이질감이 없는 절륜한 퀄리티. 개발팀은 자부심을 가질 자격이 충분하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저건 진짜 위험해보이는데... 착한 게이머라면 절대 따라 하지 말도록.


크고... 아름다워요... '게임보이 XXL'
재현도 - ■■■■■■■■□□
기술력 - ■■■■■■■□□□





해외 커뮤니티 Hack A Day 회원인 'Raz'는 옵티머스 프라임도 갖고 놀 수 있는 게임보이를 만들었다. 생긴 것도, 이름도 다 크다. '게임보이 XXL'.

싱글보드 컴퓨터 '라즈베리 파이(Raspberry Pi)'에 19인치 모니터를 연결했다. 조작에 품격을 더해줄 큼직한 버튼도 설치. 외관은 보는 것과 같이 1989년에 닌텐도가 출시한 '게임보이'의 모습에서 따 왔다. 조작감이 어떨지, 휴대가 가능할지는 이미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우리 곁의 누군가는 오늘도 이렇게 휴대용 게임기의 마스터피스를 추억하고 있다는 것만 기억하자.


어쌔신 걔네 다 템빨이야! '암살검'과 '로프 런처'를 만든 남자
재현도 - ■■■■■■■■■□
기술력 - ■■■■■■■■□□





이것만 있으면 당신도 어쌔신이다. 아니, 어쌔신크리드 내 주인공들처럼 멋스럽지는 않지만, 그건 얼굴과 패션의 차이일 뿐... 어쨌든 그들처럼 움직여볼 수는 있다!

뇌주름 디자인까지 기능공인 외국 유튜버 colinfurze는 '어쌔신크리드: 신디케이트'에 등장하는 로프 런처와 암살검을 완벽하게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그저 손바닥을 펴고 접는 것만으로 적의 뒤통수를 노리는 무기를 소환하며, 로프 런처는 좀 굼뜨긴 해도 사용자를 원하는 곳으로 이끄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그는 영상을 통해 자신이 직접 벽을 타는 모습도 선보였다. 사실, 어설픈 면이 없잖아 있으나 뭐 그건 아까 말한 외적인 문제다. 일단 저 로프 런처가 사람의 중량을 견뎌낸다는 것에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뛰어난 운동신경을 지닌 사람이 활용한다면 더 멋들어진 모양새가 나지 않을까.

colinfurze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로프 런처와 암살검의 제작 과정도 공개했다. 꽤 현실적인 물건이 나온 배경에는 그만큼의 땀과 고민이 서려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위 영상을 다시 한 번 보자. 시종일관 뿌듯함을 감추지 못하는 그의 표정이 다 말해준다.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는 '게임기 명함'
재현도 - ■■■■■■■□□□
기술력 - ■■■■■■■■□□





상대방이 당신을 절대 잊지 못하도록 만들어 주는 궁극의 명함이 등장했다. 외국 개발자 '케빈 베이츠(Kevin Bates)'는 자신이 제작 중인 게임기 명함 '아듀보이(Arduboy)'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했다. 이 명함에는 Ardyubino 기판과 스피커, 유기 EL디스플레이와 터치패널이 장착되어 있다. 디자인은 닌텐도의 '게임보이'와 유사하다.

이 기기의 주 사용처는 비즈니스 무대가 될 전망이다. 케빈 베이츠는 아듀보이를 명함으로 정의하고 있고, 실제 크기 역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명함과 큰 차이가 없다. 약 2년 정도의 개발 기간이 지나면서 성능 업그레이드도 이루어졌다. 개발 초기 테트리스 정도만 지원했던 '아듀보이'는, 2016년 현재 간단한 구조의 3D 미로 게임까지 플레이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킥스타터를 통해 개발 자금을 모은 '아듀보이'는 현재 중국에서 대량 생산을 진행 중이다.





입이 떡 벌어지는 초대형 '팩맨' 머신
재현도 - ■■■■■■■■■□
기술력 - ■■■■■■■■■□





생각하는 거의 모든 것을 만들 수 있는 '마인크래프트'. 게임의 가면을 쓰고 있는 이 거대한 제작툴을 사용해 혹자는 '왕좌의 게임'에 등장하는 국가를, 그리고 또다른 누군가는 실제로 작동되는 8비트 컴퓨터를 제작해 게이머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야말로 '덕의 용광로'.

이번에 소개할 작품은 '팩맨' 게임기다. 그냥 조작 가능한 정도로 만든 것이 아니라, 초기 오락실 게임 기판을 통째로 구현했다. 외국 마인크래프트 게이머 'MrSquishy'는 이 작품을 위해 약 1년의 시간을 투자했고, 다양한 시행착오 끝에 원본 팩맨과 거의 같은 수준의 AI를 만들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이 작품, 어떤 모드도 설치하지 않고 제작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통신사가 '양덕'... 마인크래프트 휴대폰
재현도 - ■■■■■■■■■□
기술력 - ■■■■■■■■■■





실제 통화가 가능한 휴대폰을 마인크래프트로 만들었다. 무려 영상 통화까지 된다. 픽셀이 하나하나 움직이면서 실제 사람이 짓는 표정까지도 구현한다. 이... 이건 정말 듣도 보도 못한 발상이군.

미국 최대 통신사인 '버라이즌(Verizon)'은 마인크래프트에 휴대전화 기능을 넣은 '버라이즌 크래프트'를 가동했고, 그 결과물은 마인크래프트 유저인 'CaptainSparklez'에 의해 공개됐다. 스마트폰의 영상 통화, 웹브라우징 및 셀카 기능이 탑재되었고, 화면 위 복셀(Boxel)의 실시간으로 움직임이면서 화면이 송출되는 구조다. 현실 세계와 통신하기 위해서는 게임 내 기지국을 설치해야 한다. 가공할 수준의 재현도.

버라이즌은 'Boxel' 라이브러리를 오픈소스로 공개, 관심이 있는 유저라면 누구도 테스트할 수 있도록 했다.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

1 2 3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