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포켓몬 20년, 포덕 17년' 제 2부 - '국내의 암흑기와 새로운 시작'

게임뉴스 | 정필권 기자 | 댓글: 57개 |

2002년 4월 한국어화를 통해 국내에 발매된 2세대는 국내 유저들을 설레게 하기 충분했다. 그 즈음해서 새로운 포켓몬 시리즈가 출시될 계획이 밝혀졌기에, 후속작들의 국내 정식 출시를 기대하는 유저도 많았다. 신규 타이틀의 발매가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 닌텐도는 포켓몬의 새로운 시리즈를 실행할 수 있는 기기로 2001년에 출시한 자사의 휴대용 게임기 '게임보이 어드밴스'를 선택한다.

게임보이 어드밴스는 당시로써는 뛰어난 색감과 연산 능력, 게임보이 카트리지도 사용할 수 있는 완벽한 하위호환까지 지원하며 그야말로 '압도적인 성능'을 보여줬다. 그리고 10년 넘게 시장을 선도한 게임보이를 대신해 시장에 보급되고 있었다.



▲ 새로운 기기, '게임보이 어드밴스'에서 새로운 포켓몬이 시작된다.



■ 2003년 - "완전히 새로운 세계, 리부트를 알리다."

'시리즈 중 가장 존재감 없는 세대'. '포켓몬이 본격적으로 변하기 시작한 세대'라는 것이 '포켓몬스터 루비·사파이어' 버전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이다. 실제로 포켓몬들의 디자인 방향이 이 시기부터 조금 변하기 시작했고 설정에서도 '거리가 있는 새로운 지방'이라는 개념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바다가 많은 환경부터 시작해서 도로 번호까지 기존 시리즈와 접점이 하나도 없었던 데다가, 도감 번호의 001을 이상해씨가 아니라 전혀 보지도 못한 포켓몬이 차지했다. 몇 년을 이어오고 관심이 있었던 게임에서 '익숙함'이 사라졌을 때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신기함보다는 당혹감이 먼저 고개를 내밀기 마련. 대부분의 유저는 전국도감이 없다는 사실을 불안감 섞인 시선으로 바라봤다.



▲ 일단 표지부터가 동물 같은 포켓몬이 아니라 '괴수'라는 느낌이 들었으니...

또한, 이전 버전들과의 통신을 지원하지 않아 '1, 2세대 포켓몬들을 게임보이에 고이 모셔둬야만 하는 것'에 불만을 제기한 유저들이 많았다. 2세대에서 1세대와의 교환이 가능했던 것을 생각해보면 3세대의 전작 연동 불가 정책은 포켓몬스터라는 게임의 특징을 일부분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이후 1세대가 리메이크 되기까지는 약 2년이 걸렸으니 '익숙한 포켓몬은 볼 수도 없었고, 통신도 불가능한 세대'라는 꼬리표는 꽤 오랜 기간 3세대에 붙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새로운 시스템과 포켓몬에 대한 당혹감, 과거 세대와의 단절이 모여 유저들의 호불호가 갈리고 저평가를 내리는 이유로 작용한 것이다.



▲ 1, 2세대와 완전히 단절되어 버린 3세대.

하지만 게임 내의 시스템을 살펴보면 '완성된 시스템을 사용해 한 단계 더 나아간 세대'라고 말할 수 있다. 게임 내적으로 새로운 기기가 가진 성능을 최대한 활용했으며 유저들이 선택할 수 있는 여러 요소를 추가했다. 게임 외적으로는 세계관을 넓혀나가는 것에 성공하여 후속작의 분위기도 '새로움'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먼저, 포켓몬마다 '성격'과 '특성'이라는 새로운 요소를 추가하여 같은 포켓몬이라도 유저의 개성을 살려 육성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했다. 각 포켓몬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성격에 따라서 실제 능력치에 보정이 들어가기도 하고 다른 게임들의 '패시브 스킬'이라고 생각하면 되는 '특성'으로 포켓몬마다 다양한 능력들을 얻을 수 있었다.

이 덕분에 이후 시리즈에는 소위 말하는 '레벨빨'이나 '능력치빨'로 수치 배틀이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숨겨진 능력치까지 고려해야 하는' 배틀의 시발점이 됐다. 여기에 포켓몬을 두 마리 조작해야 하는 '더블배틀'이 추가되면서 각자의 특성과 기술 간의 조합까지 생각해야 하는 등 게임의 전략성이 크게 상승했다.



▲ 그래픽 면에서든 시스템 면에서든 진일보를 이룬 것은 사실.

약간의 차이가 있는 2개의 버전을 동시 출시하는 것은 그대로 이어졌으나 시나리오와 포켓몬 구성에서 전작과는 큰 차이를 보였다. 시리즈 처음으로 악당 집단이 2개 등장하며 버전에 따라서 어느 한 측은 플레이어를 돕는 역할을 맡는다.

스토리도 주인공이 악당을 무찌른다는 단순한 플롯에서 '전설의 포켓몬'으로 초점이 옮겨갔다. 루비 버전에서는 그란돈을 이용해 땅을 넓히려는 마그마단, 사파이어에서는 바다를 늘리려는 아쿠아단에 의해 두 전설의 포켓몬이 가진 능력이 집중 조명된다.

'대립하는 두 전설의 포켓몬'과 이를 이용하려는 악당들. 그리고 두 전설의 포켓몬을 중재하거나 막아낼 수 있는 세 번째 포켓몬이라는 클리셰는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계속해서 사용된다.



▲ 버전별로 특색을 더 많이 부여하기 시작한 3세대의 악당들. (일러스트는 리메이크 버전)

본작 외에도 다른 닌텐도 계열 기기와 연동하여 게임을 관리할 수 있는 소프트도 선보였다. 거치형 콘솔 기기인 '게임큐브'의 타이틀, '포켓몬 박스 : 루비&사파이어'가 대표적인 예다.

해당 타이틀은 현재 3DS에서 사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포켓몬 뱅크'와 '포켓몬 무버'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다. 포켓몬 뱅크가 인터넷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해서 포켓몬을 보관하는 형태라면 포켓몬 박스는 칩 내부에 포켓몬을 보관하는 일종의 '관리 프로그램'에 가깝다.

이것을 이용하면 포켓몬 박스의 한계치를 넘어 최대 1,500마리까지 포켓몬을 보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고 이후 출시된 3세대의 후속 타이틀들도 완벽하게 지원함으로써 수집을 목표로 하는 유저들에게 환영을 받았다. 지금의 포켓몬 뱅크가 2014년 1월에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한 것을 생각해 본다면, 시대를 미리 내다본 발상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 오늘날 '포켓몬 뱅크'의 전신이라 볼 수 있는 '포켓몬 박스'도 게임 큐브로 출시했었다.

2세대에서 완성된 시스템에서 안주하지 않고 한 단계 더 나아간 3세대는 판매량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뒀다. 전 세계에서 1,622만 장이라는 판매량을 달성하여, GBA로 출시된 모든 게임 중에서 가장 많이 팔린 게임에 올랐다. 이전 세대와 단절되었다는 단점은 판매량에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게임에 '깊이'를 부여함으로써 파고들 수 있는 요소들이 수많이 등장한 3세대는 2004년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완성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포켓몬 시리즈 첫 리메이크작인 '파이어레드'와 '리프그린'은 물론, 확장판 '에메랄드'가 2004년 출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 총 3개의 타이틀 + 첫 WCS까지. 2004년은 여러모로 뜻깊은 해다.



■ 2004년 ~ 2006년 - "한 세대 2개의 타이틀, 1개의 확장팩 + 리메이크 공식을 세우다."

포켓몬스터 루비와 사파이어 버전을 통해 달성한 시리즈 리부트는 1세대 타이틀의 리메이크로 이어지게 된다. 3세대의 대표적인 단점으로 지적되었던 연동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었고, 해당 타이틀을 통해서 이전 세대의 포켓몬들도 타입과 기술들이 자연스레 재편됐다.

3세대 엔진으로 제작된 관동지방은 당시 유저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원작의 분위기와 시나리오를 그대로 계승하면서도 여주인공과 일곱 섬이라는 신규 지역을 추가하는 등 팬 서비스로 가득했다. 난이도 설계와 신규 시스템을 엔딩 전까지 제한했다는 것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긴 하나, 시리즈 첫 리메이크라는 상징성은 물론 판매량까지 충분히 확보한 타이틀이라 할 수 있다.



▲ 시리즈 사상 첫 리메이크 타이틀 '파이어레드'와 '리프그린'

1세대의 리메이크가 완료된 후 3세대의 인기는 완벽하게 궤도에 오르기 시작했다. 국내 포켓몬 팬들에게는 암흑기에 가까웠던 시기였으나 북미와 일본 등지에서는 전성기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렸다. 2004년 1월 게임 큐브로 시리즈의 외전 격 작품 '포켓몬 콜로세움'을 출시하는 등 GBA 외 플랫폼으로도 발을 넓혔다.

또한, 2004년은 게임 시리즈의 연장 선상에 있던 TCG의 국제 대회 '포켓몬 TCG 월드챔피언십'이 개최를 시작한 해이기도 하다. 해당 행사는 처음에는 TCG 부문만을 대상으로 대회를 개최했으나, 이후 2009년 비디오 게임 부문 (VG 부문)이 추가되어 '전세계 인을 위한 대회'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 첫 번째 포켓몬 월드챔피언십 (WCS)가 개최된 시기. 아직까진 TCG 부문만 있었다.

파격적인 시도를 보여준 3세대는 2005년 5월부터 북미 시장에 출시된 (일본은 2004년 9월) '포켓몬스터 에메랄드'를 통해 성공적인 마무리를 거두게 된다. 에메랄드 버전은 스토리는 이전 작들과 유사하나, 버전에 따라 아군이 되기도 했던 마그마단과 아쿠아단이 동시에 악의 축으로 등장한다는 차이점을 보였다.

에메랄드 버전에서는 두 집단의 대립이 조금 더 입체적으로 표현되며 전설의 포켓몬 가이오가와 그란돈 사이에서 중재를 맡는 레쿠자의 활약상이 펼쳐진다. 존재감이 희미했던 세 번째 전설의 포켓몬을 메인으로 내세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전통은 여기서 시작됐다.



▲ 3세대의 마무리를 장식한 타이틀, '포켓몬스터 에메랄드'

이전 작들에서 지적됐던 단점을 보완하고 새로운 요소들을 곳곳에 배치함으로써 유저들의 좋은 평가를 이끌어냈다. 엔딩 이후에도 배틀을 즐길 수 있는 '배틀 프론티어'를 추가하여 혼자서도 게임을 파고들 수 있는 콘텐츠까지 준비했다. 이외에도 체육관 관장들이 변경되어 이전 버전을 즐긴 사람도 새로운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게임 내에 '컷 신'이 사용된 첫 타이틀이라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 이야기가 고조되는 게임 종반부에 컷 신을 배치하여 유저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렇게 시각적인 효과를 활용하여 이야기를 전달하는 컷 신들은 다음 세대의 작품들에도 중요한 순간마다 등장한다.



▲ 전설의 포켓몬 세 마리의 관계를 컷 신을 통해서 전달했다.

혁신과 완성, 새로운 시작을 알린 3세대는 에메랄드 버전 이후 다음 세대를 향한 발걸음을 시작했다. 게임보이 어드밴스가 출시된 지도 어언 4년. 생각보다 빨리 등장한 후속 기종은 GBA의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음을 증명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화면 2개를 탑재한 새로운 기종이 전 세계에 본격적인 보급을 시작했다.

닌텐도 제2의 전성기를 연 기기, '닌텐도 DS'가 등장한 것이다.



■ 2003년 ~ 2006년 - "포켓몬? 그거 애들이나 하는 게임 아니야? : 국내의 암흑기"

때는 2003년. 일본 및 북미 지역까지 이미 3세대 소프트가 발매를 마친 시점이었으나 국내 포켓몬 게임의 주류는 여전히 2세대였다. 발전하는 기기를 국내에서 유통되는 게임들이 따라잡지 못하는 문제도 이즈음부터 심화하여 유저들의 무관심으로 이어지기 시작했다.

2003년 대원 씨아이의 주최로 '포켓몬스터 챔피온전'이라는 이름의 대회가 진행되기도 했으나, 흐름을 거스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는 신작의 미발매로 국내에서의 인지도가 낮아지던 시점이었던 것과 지상파 애니메이션의 조기 종영, 게임 외적인 마케팅이 없음과 판권의 분산 등 다양한 곳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 국내에서 포켓몬스터 무인편 (1~2세대)은 15회를 남기고 조기 종영을 맞이해버렸다.

2세대의 한국어화가 3세대에서도 이어지길 기대하는 유저도 많았으나 '스티커와 메뉴얼을 한국어로 표기한 일본어판 타이틀'만 국내에 소량 유통되었을 뿐이었다. 이 시기부터 2005년 즈음까지 2세대 소프트웨어만이 정식 유통되었고 3세대를 플레이하려면 인터넷 오픈 마켓 등에서 중고로 구매해야만 했다.

지금이야 5만원 내외에서 상태 좋은 중고 소프트웨어를 구입할 수 있지만, 당시 일본어판 3세대는 밀봉 기준 약 7~10만 원 선에서 거래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해외에서 물건을 들여오는 것이 지금처럼 쉽지 않았고 직구라는 개념도 없었던 시기였기에, 눈물을 머금으며 해당 타이틀을 구입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 2005년 대원씨아이의 기획 상품 배너. 기기는 나름 최신인데, 소프트웨어가...

게임 밖에서 펼쳐지는 미디어 믹스도 전과 비교했을 때 미진한 모습을 보였다. 국내에서 인기가 좋았던 2세대임에도 불구하고 애니메이션은 마지막 회까지 15편을 남겨놓고 2002년 11월 27일부로 조기종영되는 사태를 맞이했다.

게다가 게임의 판권을 가지고 있는 '대원씨아이'와 애니메이션 방영권을 가진 'SBS' 간에 포켓몬 명칭이 달라지는 일도 생겼다. 판권별로 충돌하는 명칭들은 팬들에게 혼란을 주었고, 3세대의 국내 미발매와 더불어 팬들이 관심이 조금씩 이탈하는 계기가 됐다.



▲ 닌자스크냐 아이스크냐? 포치에나냐 포챠나냐 가지고 싸우던 시기.

이렇게 국내 유저들에게 잊혀진 포켓몬 3세대는 이후 출시된 1세대의 리메이크와 '포켓몬스터 에메랄드'까지 이어졌고 조그씩 추억의 게임으로 인식되기 시작하고 있었다. 닌텐도의 역사를 새로 썼다는 '닌텐도 DS'가 2004년 12월 29일 국내에 정식 발매되었음에도 말이다.



■ 2006년 - "이번엔 기대를 걸어도 좋겠죠? : '한국 닌텐도의 출범' "

2004년 12월 2일 일본에 출시된 '닌텐도 DS'는 총 200만대가 예약판매를 이루며 출시 전부터 성공을 보장받았다. 일본보다 1개월 먼저 출시한 미국에서도 한 주 만에 50만대를 판매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보였다.

그리고 전 세계적인 인기에 힘입어 국내에서도 대원씨아이를 통해 2004년 12월 29일 정식 출시되기에 이르렀다. 약 1년 뒤에야 국내에 들어왔던 지난 기기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2005년 국내 판매 목표량을 20만대로 기대하는 등 국내에서도 높은 기대를 받았다.



▲ 생각보다 빠르게 정식 출시가 되었던 NDS.

하지만 GBA 시절과 별반 다를 바 없었던 마케팅과 한글화 없는 타이틀 발매는 유저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코엑스 등에서 체험관을 마련하기도 했으나, 국내 인지도는 경쟁 기기보다 낮았다. 예약 당시 가격도 21만 원으로 비싼 편이었고 출시 초기에는 220V용 어댑터가 없어 별도로 받아야 하는 불편함까지 있었다.

전 세계적인 판매량을 올리고 있었음에도 국내 인지도는 실망스럽던 시기. 국내 유저들에게는 희망을 불씨가 될 소식이 들려온다. 닌텐도의 국내 자회사 '닌텐도 코리아'의 설립을 발표한 것이다.



▲ '꿈★은 이루어진다.'를 외쳤던 게이머들도 다수 있었을 것이다.

2006년 7월 7일 설립된 '한국 닌텐도주식회사'는 '한국 시장에서 당사 제품의 판매 강화 및 게임 인구의 확대를 목적'으로 설립된 자회사였다. 250억 원이라는 거대 자본과 NDSL이라는 업그레이드 기기를 내세운 닌텐도 코리아는 2007년 1월 9일의 간담회를 통해 본격적인 진출을 선언한다.

그리고 간담회 자리에서 "교육용 타이틀 이후 '슈퍼마리오'와 '포켓몬스터' 등 국내에도 잘 알려진 후속 타이틀들을 한국어화 할 것"임을 밝혔다. 그동안 일본판을 그대로 들여오던 대원씨아이에게 '보따리상' 이라는 표현을 쓰는 사람이 꽤나 있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 발표를 통해 생긴 기대감은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다.

한국 시장에서의 성공 여부를 걱정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공격적인 마케팅과 현지화에 힘입어 NDSL은 무서운 속도로 국내에 보급되었고, 다음 해인 2008년 초에는 100만대가 넘는 판매량을 달성하기에 이르렀다.

한국 닌텐도의 설립 이후 1년이 지나 완전히 안착한 시점. 유저들의 기대는 '포켓몬 컴퍼니'의 한국지사 인 '주식회사 포켓몬 코리아'까지 설립되며 절정을 맞이한다. 암흑기였던 3세대를 지나 4년 만에 국내 포켓몬 팬들에게는 희망의 빛이 비치기 시작했다.



▲ 포켓몬 컴퍼니가 라이센스를 총괄 관리하면서 잡음도 사라졌다.



■ 2007년 ~ 2010년 - "포켓몬, 다시 전설이 되다."

닌텐도 DS의 업그레이드 기기, 닌텐도 DS 라이트 (이하 NDSL)는 2008년 1월 기준으로 국내에서만 100만대가 넘는 판매고를 올렸다. 장동건, 이나영, 안성기, 고소영 등 연예인을 기용한 CF는 기기의 폭발적인 보급으로 이어졌다. 그 누가 NDSL이 이렇게까지 보급될 것이라 예상했을까.



▲ 장동건, 이나영을 기용한 당시 NDSL의 CF는 여러모로 충격적이었다.

100만대가 넘는 NDSL의 보급은 포켓몬스터가 다시 전성기를 맞을 수 있는 기반이 됐다. 이제 휴대용 게임기는 몇몇 매니아층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온 가족이 사용할 수 있는 기기라는 인식이 생겼다. 그리고 아이가 있는 가정이라면 포켓몬스터나 마리오 같은 게임을 구입해주기 마련이었다.

당시 초등학생 또는 중학생 정도였던 게이머들이 포켓몬스터를 접한 것이 바로 이 시점이다. 3.5인치 디스켓을 통해 1세대를 접한 게이머와 NDSL로 출시된 4세대로 포켓몬을 시작한 층이 동시에 존재했다. 이는 국내에서 포켓몬 팬층의 세대 교체가 시작됐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상표권 덕에 이름이 변경되긴 했으나, 국내 포켓몬의 새로운 시작점이 된 4세대.

4세대는 '통신 환경의 진화'와 '기기의 보급'을 최대한 활용했다. 가정 내에서도 wi-fi 환경을 쉽게 구축할 수 있는 시기였고, 기기의 성능이 향상되면서 '인터넷 환경을 통한 대전 및 교환' 시스템을 선보일 수 있게 됐다. 이전 세대까지 직접 만나야만 대전과 교환을 할 수 있었던 모습을 탈피하여 '무선 인터넷을 활용한 제약없는 활동'을 즐길 수 있었다.

게다가 GTS (Global Trade Station)까지 선보이며 국적이 다른 사람과 포켓몬을 교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NDSL이 전 세계적으로 판매되었으니 전 세계의 사람들과 포켓몬을 교환하는 즐거움을 보여준 세대라 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은 6세대가 출시된 이후에도 이용할 수 있었으나 2014년 5월 20일을 기점으로 서비스를 종료하게 된다.



▲ 시대의 흐름을 느끼게 했던 GTS. 온라인 대전, 교환의 시대를 열었다.

포켓몬스터라는 게임은 교환과 대전을 통한 유저 간의 교류가 있어야만 완성되는 게임이다. 그런 의미에서 인터넷 환경을 이용한 4세대의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은 게임의 접근성을 크게 상승시켰다는 평가를 받기 충분하다.

접근성이 향상된 것과 더불어 전투 밸런스의 조정 또한 4세대에서 이루어졌다. 타입별로 기술들의 물리 / 특수를 구분하던 것에서 기술을 기준으로 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타입과 기술의 관계가 재정립되면서 더 많은 포켓몬을 실전에서 사용할 수 있었다. 4세대에서 정립된 이러한 전투 시스템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 친구 코드만 있으면 인터넷으로 배틀 및 교환을 할 수 있었다. 음성 채팅까지 됐다.

약 2년이 지나 출시된 '포켓몬스터 기라티나 (플래티나)'에서는 전작이 가지고 있던 단점들을 대폭 수정하여 유저들의 호평을 받기도 했다. 느린 게임 진행 속도와 몬스터 배치가 수정되었고 에메랄드 버전에 있던 배틀 프론티어까지 추가하여 즐길 거리도 늘렸다.

추가요소나 시나리오 개편만 보여준 것에서 벗어나 분위기 전환이 이루어진 첫 확장판 타이틀이기도 하다. 게임의 계절이 겨울로 변경되었고 주인공들의 복장도 바뀌었다. 6세대까지 등장할 멋진 조연, '국제경찰 핸섬'도 처음으로 등장하여 활약하기도 했다.



▲ 서로 치고받는 관계에 있는 4세대의 전설 포켓몬들

인터넷 환경의 활용 / 배틀의 다각화를 보여준 4세대의 마지막은 '2세대의 리메이크'가 장식했다. 일본에서 2009년 9월, 국내에서 2010년 3월 발매된 '하트골트'와 '소울실버'는 이제 성인이 된 '어른이'들이 과거를 즐겁게 추억할 수 있는 작품으로 다시 태어났다.

지난 세대의 '파이어레드'와 '리프그린'이 리메이크로써 부족했던 점을 보완하고, 원작의 단점들을 고쳤다는 평가를 하기도 한다. 원작에서 용량 문제로 갈 수 없었던 사파리존과 같은 콘텐츠들을 추가하는 등 '완벽한 리메이크'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줬다.



▲ 올드 유저의 가슴을 설레게 한 2세대 리메이크.

육성 중인 포켓몬들을 캐릭터의 등 뒤에 따라오게 하거나 트레이너의 연락처를 받은 뒤 재대결 할 수 있는 시스템 등 추억과 편의성 모두를 잡을 수 있는 굵직굵직한 요소들이 생겼다. 또한, 특정 조건을 만족한 다음 게임 내 배경 음악을 원작의 것으로 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올드 유저의 심장을 자극하는 요소들도 빼놓지 않았다.

NDS의 전 세계적인 보급에 힘입어 성공적인 안착을 거둔 4세대는 디아루가 / 펄기아 / 기라티나를 합쳐 2,500만 장 이상 판매되는 기염을 토했다. 4세대에서 정립된 세계관과 배틀 시스템, 인터넷 환경을 통한 접근성 향상은 포켓몬이 더는 '옛날 게임'이 아님을 증명했다.



▲ ".......!" 역시나 그분도 건재하셨다.

한국 닌텐도와 포켓몬 코리아의 설립으로 국내 포켓몬 팬덤이 살아난 것도 뜻깊다. 한국어화로 게임을 출시하면서 신규 유저들이 증가했고, 극장판을 통한 미디어 믹스 전략도 다시금 빛을 봤다. 세계적으로는 '포켓몬 월드챔피언십'에서 비디오 게임 부문을 추가하여 본격적인 대회를 시작했다.

이렇듯 내외로 실적을 다진 포켓몬은 4세대의 무대 '신오지방'을 마지막으로 일본 배경의 세계관을 마무리하고 더 넓은 곳으로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1년이 지나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세계와 만난 적이 없는 포켓몬들'이라는 문구와 함께 새로운 세대를 유저들에게 선보인다.

역대 최고의 스토리와 조연들 그리고 혁명적인 변화를 보여준 세대. '블랙'과 '화이트'가 세상에 등장했다.



▲ 다음 세대의 모티브는 무려 '뉴욕'! 명작이라 불리는 세대가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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