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포켓몬 20년, 포덕 17년' 제 3부 - 명작과 과도기를 건너 미래로!

게임뉴스 | 정필권 기자 | 댓글: 51개 |

4세대의 성공으로 새로운 기기 NDS에 안착한 포켓몬스터는 2010년 이후부터 숨 가쁜 행보를 보였다. 약 1년 간격으로 신작들이 속속 등장하고 새로운 정보들이 쉴 틈 없이 공개됐다. 국가 간의 발매 주기가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한 것도 이 시기다.

또한, 게임의 배경이 일본에서 '세계'로 옮겨가며 본격적인 글로벌화의 시작을 알리기도 했다. 이제 포켓몬은 일본을 모티브로 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를 무대로 세계관을 넓혀나갔다. 새로운 지방과 인물들이 한층 진지해진 모습으로 유저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시리즈 최고의 스토리를 보여준 '5세대'는 이렇게 찾아왔다.



▲ 녹음과 대도시가 공존하는 이국적인 지방이 무대다.


■ 2011년 - '클리셰를 파괴하여 새로운 세대를 열다' : '블랙' & '화이트'

포켓몬스터 '디아루가'와 '펄기아' 그리고 2세대의 리메이크를 출시하며 NDS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포켓몬은 이제 새로운 그림을 그려나가고 있었다. 5세대에 이르러 뉴욕을 모티브로 한 새로운 무대 '하나 지방'을 공개하며 포켓몬의 세계는 한층 더 넓어지기 시작했다.

하나 지방은 지금까지의 지역과는 멀리 떨어진 곳이라는 설정이었고 이 탓에 등장하는 포켓몬이 '완전히' 달라졌다. 몇몇 포켓몬들은 챔피언 전을 마친 이후에도 등장하지 않아 지난 세대의 소프트웨어를 이용해서 가져와야만 했다.



▲ 도로도 1번부터 새로 시작한 5세대

이렇듯 과거의 흔적을 지워버린 5세대는 게임의 새로운 시작 또는 1세대의 오마쥬라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세대와 연관이 없는 156종의 포켓몬이 추가되었으며, 진화 계통이 아예 연결되어 있지 않았다. '악의 조직 해체 -> 챔피언에게 도전'이라는 게임 서사 구조에도 변화를 줘, 스토리가 주목받았다.

'어른도 할 수 있는 포켓몬'이라는 의도로 개발되었기에 주인공들의 디자인도 소년에서 청소년 풍으로 연령대가 상승했다. 약 10~12세로 보이던 기존의 주인공들과는 달리 14~16세 정도의 소년 소녀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복장(투희의 핫팬츠)부터 대사까지 이전 주인공보다 진지해진 행동과 묘사를 보여줬다.



▲ 5세대의 주인공과 라이벌들 (투지 / 투희 / 체렌 / 벨)

배틀 부분에서 큰 변화는 없었으나 지난 세대의 인터넷 기반 통신 시스템이 개량되어 유저 편의성이 증가했다. 2011년 4월부터 포켓몬 글로벌 링크(Pokemon Global Link)가 서비스를 시작했고, 이전 세대에서 제공하던 GTS와의 연동이 이루어졌다.

기기 - 웹 연동으로 즐길 수 있는 미니 게임 '드림 월드'도 지원했다. 드림 월드는 자신의 포캣몬을 잠재워 간단한 미니 게임을 통해 아이템이나 도구를 얻을 수 있는 일종의 SNG 콘텐츠다. 특히, '숨겨진 특성'을 가지고 있는 이전 세대의 포켓몬을 획득할 수 있었고, 이는 유저 간 트레이드의 활성화로 이어지기도 했다. 소소한 재미와 이득을 줬던 드림 월드는 서비스가 종료되는 2014년 1월까지 유저들의 사랑을 받았다.



▲ 소프트웨어와 연동하는 인터넷 서비스, PGL.

시스템 면에서 큰 변화가 없었던 5세대지만, 스토리를 통해 명작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었다. 이전 세대의 스토리가 단순히 권선징악에 그쳤던 것에서 벗어나 '이상과 현실의 대립'과 같은 관념적인 주제를 다뤘다. 4세대까지 시스템 면에서 혁신을 보여줬다면 5세대는 스토리에 집중함으로써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하겠다.

포켓몬에 대한 우스갯소리 중 하나로 "너는 네 친구보고 싸우라고 시키느냐?"는 이야기가 있다. 동반자로 설정되는 포켓몬들을 포획하고, 그들을 이용해 이득을 취하는 모순적인 상황을 지적하는 말이다. 5세대는 이런 것들에 본질적인 의문을 던진다. 작중 악역으로 등장하는 집단 '플라스마단'은 기존 시리즈의 악역들과는 궤를 달리한다. 세계 정복이 아니라, '포켓몬을 인간으로부터 해방하기 위해서'라는 거창한 목적을 보여줬다.



▲ 이친구들 대사를 듣다보면 그동안 알까기 한 것을 반성하게 되기도 한다...

물론, 이야기가 진행되며 세계 정복이 실제 목적임이 드러나긴 하지만, 생각의 차이 때문에 발생하는 갈등을 초중반까지 보여준다. 그리고 개발사인 게임 프리크는 매력적인 악역 캐릭터 'N'의 입을 빌려 플레이어(주인공)에게 한껏 진지한 질문을 던진다.

"자유롭게 살아가는 포켓몬을 길들여 싸움에 이용하는 인간을 진정 포켓몬의 친구라 할 수 있는가?"

위와 같은 순수하고 본질적인 질문은 사상과 대립이라는 작품의 주제를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 어린 유저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어려운 단어를 배제했고, 단순한 선악 구도에서 벗어난 모습을 보였다. 악역과 선역을 가늠하기 어려운 블/화의 이야기는 성인은 물론이고 아동들에게도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 셈이다. 한편으론 자조적이기까지 한 주제는 게임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고, 엔딩에 이르러 깊은 여운을 안겨줄 수 있었다.



▲ 슬프고 순수한 성장형 악역 'N'

배경 측면에서는 1세대의 완벽한 오마주를. 스토리 면에서는 게임의 본질을 관통하는 주제를 녹여냈기에 '시리즈 역사상 최고의 작품'이라는 평가를 듣기엔 충분했다. 유저와 언론들의 호평이 이어졌고 예약 주문을 포함하여 발매 이틀 만에 263만 장, 세계적으로 1560만 장이 판매되는 실적까지 올렸다.

이전 세대같은 시스템적인 혁신은 없었으나 6세대가 보여준 매력적인 캐릭터와 스토리는 시리즈 최초로 숫자가 붙은 후속작을 제작하는 계기가 된다. 2012년 2월 말. 시리즈 최초로 '2'가 붙은 작품이 발표되며 5세대의 이야기가 한 번 더 연장됐다.



▲ 5세대 이야기의 마무리이자 시리즈 최초로 숫자가 붙은 작품.



■ 2012년 - '시리즈 최초의 넘버링 타이틀이자 후속작'

시리즈 최초의 후속작(Sequel)으로 제작된 블랙2 / 화이트2는 전작으로부터 2년 후의 이야기를 다룬다. 두 버전을 취합하고 시스템을 개선하던 '완전판'과 유사하지만, 주인공과 체육관 관장이 교체되고 NPC들의 대사를 통해 전작의 사건들을 알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출시 전부터 게임 외적으로는 애니메이션 PV를 별도 제작하여 홍보하기 시작했다. 당시 TV 애니메이션이었던 '포켓몬스터 : 베스트 위시'의 평가가 좋지 않았기에 단편 영상의 뛰어난 퀄리티가 주목받았다. 국가별 발매일 차이는 이즈음부터 좁혀져 북미는 약 3개월, 한국은 4개월 정도 지난 시점에서 발매되기에 이르렀다.

▲ 포켓몬 블랙2, 화이트2 스페셜 무비 완전판 (출처: 일본 포켓몬 주식회사 유튜브)

전작의 시스템을 개선하고 유지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난이도를 선택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고 지난 세대의 포켓몬들을 하나 지방에서 만날 수 있었다. 레지 시리즈를 비롯한 다양한 전설 포켓몬들도 2세대 리메이크에 못지않을 정도로 준비됐다.

스토리 면에서는 다시 '권선징악'으로 돌아갔고 회수하지 못한 의문점들이 그대로 남아 전작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기억 링크' 시스템으로 전작과 후속작 간의 연결고리를 구현해낸 것은 좋게 평가할 만하다. 플라즈마단 해산 직후의 N의 심정이라던가 체육관 관장들이 2년간 겪었던 사건 등을 지켜봄으로써 각각의 캐릭터를 살리는 데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 추억 링크로 전작 - 후속작 간의 연결고리도 감상할 수 있었다.

세 번째 전설의 포켓몬 '큐레무'의 비중도 크게 늘었고 시리즈 최초로 '합체'라는 개념을 도입해 여러모로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는 지금 생각해보면 참신한 시도로 볼 수 있는데, 특정한 두 마리의 포켓몬을 아이템을 사용해 하나로 만드는 것은 6세대가 출시된 지금까지 '큐레무' 뿐이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엔딩 이후의 즐길 거리가 크게 늘어 오랜 시간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었다. 자신의 포켓몬과 대사 선택으로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시설인 '포켓 우드'나, 역대 시리즈의 관장, 챔피언들과 대전을 벌이는 '포켓몬 월드 토너먼트' 등 콘텐츠 면에서는 전작보다 훨씬 발전된 모습을 자랑했다.



▲ 체육관 관장의 위엄과 실력을 느낄 수 있었던 '포켓몬 월드 토너먼트'

소소한 재미를 주는 콘텐츠들과 엔딩 이후에도 오랜 시간 즐길 수 있는 콘텐츠의 양은 '블랙2 / 화이트2'가 전작의 명성에 기대지 않는 후속작임을 증명했다고 할 수 있다. 스토리가 권선징악 일변도로 회귀했다는 비판 정도는 흘려넘길 수 있을 정도로 콘텐츠를 눌러 담은 작품이다.

이렇게 한 세대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블랙2 / 화이트2'는 아쉽게도 NDS로 출시된 마지막 포켓몬 타이틀이 됐다. 약 8년 동안 판매된 NDS의 뒤를 이어 후속 기종 3DS가 시장에 등장했고 관련 서드 파티들이 하나둘씩 기종을 옮겨 게임을 출시하기 시작했다.

포켓몬도 이런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었고, 3DS로 후속 세대를 출시한다는 것을 2013년 1월에 공개한다. 지금 우리가 플레이하고 있는 '6세대'에서 3D로 다시 태어난 포켓몬들이 유저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 뉴욕에 이어 프랑스가 모티브가 된 지방, '칼로스'를 무대로!


■ 2013년 - 진화를 넘는 진화, '메가 진화' : 포켓몬스터 X & Y

2013년은 역대 포켓몬 시리즈의 전환점이 되는 해다. 3DS의 장점을 살려 풀 3D 그래픽으로 게임이 제작되었고, 지금까지 2D 도트 그래픽으로 표현되던 포켓몬들 또한 3D로 다시 태어났다. 공식 방송인 '닌텐도 다이렉트'와 '포켓몬 다이렉트'를 최대한 활용하여 정보를 전 세계 유저들에게 공개하기도 하는 등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2013년 1월 8일 출시가 공개된 뒤부터 수많은 정보가 나오기 시작했으며, 국가에 관계없는 일관된 마케팅이 시작됐다. 지역마다 출시일이 달랐던 포켓몬스터는 이번 세대에 이르러 '세계 동시 발매'라는 강수를 뒀다. 행사 일정에 맞춰 모든 국가가 정보를 동시에 공개하는 등, 마케팅도 '글로벌'이라는 기조를 그대로 따랐다.



▲ 시리즈 사상 처음으로 '전 세계 동시 출시'를 시작한 6세대.

이외에도 블랙2 / 화이트2에서 효과를 봤던 '애니메이션과 연계한 마케팅'이 다시 한 번 진행되기도 했다. 다만, 단순 PV에서 벗어난 오리지널 단편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기로 하고 '1세대(적/녹)로 되돌아가는 것'을 모토로 삼았다. 그리하여 태어난 것이 '포켓몬스터 : 디 오리진'이다.

해당 작품은 게임의 줄거리를 그대로 따라가므로 주인공도 '한지우(사토시)'가 아닌 '레드'가 차지했다. 파트너 포켓몬도 피카츄가 아닌 파이리로 변경되고 캐릭터 디자인도 게임을 기반으로 그려졌다. 결말 때문에 '메가진화 홍보용 애니'라는 평가도 있지만, 기존 TV 애니메이션에 불만이 있던 팬층에게는 크게 환영을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 열혈 연출과 울음소리가 가득한 '포켓몬스터 : 디 오리진'

약 10개월간 광범위한 마케팅을 진행한 '포켓몬스터 X·Y'는 팬들의 관심과 기대를 받으며 2013년 10월 12일 출시된다. 10년 이상 이어온 진화의 개념을 부숴버린 '메가진화'와 3D 모델링, 유저 친화적인 시스템과 접근성으로 3D 첫 세대에 걸맞는 모습을 보여줬다.

X·Y에서 가장 많은 변화를 겪은 것은 다름 아닌 전투 시스템이다. 먼저, 2세대에서 강철과 악타입이 등장한 지 14년 만에 새로운 타입, '페어리'가 추가됐다. 기존 포켓몬들이 재분류 된 것은 물론이고 이전 세대까지 강력함을 자랑했던 드래곤 타입 포켓몬들의 위세가 줄어들었다.

여기에 6세대의 가장 큰 혁신, '메가 진화'까지 추가되어 배틀 시스템의 심도가 크게 상승했다. 이제 상성뿐만 아니라 메가진화가 가져올 변수까지 생각하고 전투해야 했다. 6마리 중 1마리만 메가진화 할 수 있고, 몇몇 포켓몬은 2가지 메가 진화를 가진 것을 고려하면 유저 간의 심리전도 유도할 수 있었다.



▲ 첫 공개 때 충격과 공포를 가져왔던 '메가진화'

전투 시스템의 개편과 함께 유저 편의성이 크게 올라간 작품이기도 하다. 스토리 위주로 플레이하는 유저들을 위해 난이도를 간접적으로 낮추고 시리즈 사상 최초로 2마리의 스타팅 포켓몬을 지급했다. 엔딩 이후 대전 콘텐츠를 이용하는 '실전 유저'들을 위한 시스템들도 잊지 않았다.

전작들보다 노력치를 쉽게 획득하고 초기화할 수 있었고, 교배를 통한 능력치 유전이 한결 편해졌다. 이 덕분에 라이트 유저들도 실전을 위한 포켓몬을 만들어내기 쉬워졌다. 낮아진 실전 진입장벽,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인터넷 대전은 많은 유저가 실전으로 입문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큼직큼직한 변경점 말고도 시리즈 최초로 캐릭터의 외관을 꾸미는 기능이 등장했다. 모자부터 신발까지 거의 모든 복장을 유저의 취향에 맞게 변경할 수 있었다. 또한, 자신만의 프로모션 비디오를 제작 및 공유할 수 있어 유저마다 개성적인 캐릭터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소소하지만 충분히 실험적인 시도라고 평하고 싶다.



▲ "오늘은 진지 공사다!" 남주인공 칼름은 육군 병장 코스프레도 된다.

3DS로 플랫폼을 옮긴 6세대는 어색하지 않은 포켓몬 모델링과 진입 장벽을 낮춘 콘텐츠를 보여줬다. 하지만 게임 전반적인 구성 면에서는 미흡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5세대에서 보여줬던 입체적인 캐릭터 구성, 주제 의식을 녹여낸 스토리 등은 이번 세대에서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었으니 말이다.

1세대의 악당 비주기, 3세대의 마그마 / 아쿠아단, 5세대의 관장들과 N과 비교하면 6세대의 대립자들은 특별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심지어 한 지방의 최강자인 챔피언도 별다른 활약이 없었다. 바로 전 세대에서 다양한 인물들이 스토리에 개입했던 것을 생각하면 큰 아쉬움이 남는다.



▲ 엔딩에서의 OST는 일품이긴 하지만... 단지 그뿐.

3DS에서의 첫 작품이자 포켓몬의 3D화를 시작한 X·Y는 결국 만족감과 실망감이 혼재하는 과도기적인 작품으로 남았다. 그래픽, 배틀, 접근성에서 커다란 혁신을 보여줬으나 그에 미치지 못하는 스토리와 등장인물들의 낮은 존재감은 유저들의 호불호가 갈리는 이유가 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판매량만큼은 여느 세대 못지않다. 출시 일주일 만에 일본에서 209만 장이 팔렸고, 2주 만에 전 세계에서 400만 장 이상이 판매될 정도의 열기를 띄었다. 3DS가 NDS보다 기기 보급이 적게 되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놀라울 정도의 수치다. 2015년 12월 기준으로 X·Y의 판매량은 1,446만 장을 달성하며 3DS 타이틀 중 가장 많은 판매량을 차지하고 있다.


■ 2014년 - 무대는 다시 호연! '3세대의 리메이크와 새로운 여지들'

6세대의 혁신과 새로운 시스템에 힘입어, 2014년 5월 7일에 '포켓몬스터 3세대의 리메이크'가 공개됐다. 원작의 출시로부터 12년 만의 쾌거였다. 몇몇 사람들은 X·Y의 초판 특전으로 3세대 스타팅 포켓몬인 '번치코'를 배포했기 때문에 "사실상 예상된 결과였다."라는 의견을 내기도 한다.

오메가루비와 알파사파이어는 원작인 '루비·사파이어'의 서사 구조와 기본 틀을 충실히 옮겼다. 포켓몬 콘테스트와 비밀기지가 강화되어 등장했고, 6세대의 특징인 '메가진화'를 추가해 전작과 차별점을 두려 했다.

▲ 3세대 리메이크의 스페셜 애니메이션 (출처: 포켓몬 코리아 유튜브 채널)

전설의 포켓몬인 그란돈과 가이오가에 '원시 회귀'가 생기고, 스타팅 포켓몬 3마리를 포함한 20종의 포켓몬이 메가진화가 가능하도록 개선됐다. 이로써 총 48마리의 메가진화를 사용할 수 있었고, 기존에 소외당하던 몇몇 포켓몬들이 실전에 투입됐다.

원작의 추억을 자극하는 도입부와 게임 구성, 그리고 유려한 OST까지. 기존의 특징과 장점들을 지금의 시스템에 맞게 잘 녹여냈다. 게다가 6세대 소프트웨어 4종 만으로도 대다수 전설 포켓몬을 확보할 수 있도록 획득처를 재정립했으니, 이는 '새로운 포켓몬'을 위한 초석이라 평할 수 있다.



▲ 리메이크에서 등장한 신규 메가진화 포켓몬들.

후일담 성격의 추가 시나리오 '에피소드 델타'에서 후속작 가능성이 대놓고 던져지기도 했다. 에피소드 델타의 중심인물인 '피아나'를 통해 '메가진화가 있는 세계'와 '그렇지 않은 세계'를 언급하며 많은 팬에게 충격을 준 것이다. 작품 간의 연결고리를 정리하려는 의도는 좋았으나, 오히려 팬들에게 논란거리를 던져버린 것은 아쉽다.

본편보다 존재감이 강한 후일담. 그리고 원작에 메가진화만 추가한 수준이란 평가를 받는 본편 스토리 등은 3세대 리메이크의 평가가 갈리는 가장 큰 이유다. 유저들이 바라고 있던 편의성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후속작을 기대해야만 할 것 같은 상태로 찝찝하게 엔딩을 맞이해야 했으니 말이다. 이 탓에 칼로스와 호연 지방을 통합한 '6세대 + 3세대 완전판이 출시될 것'이란 루머가 득세하기도 했다.



▲ 복선 회수를 하나 싶더니 반대로 평행 우주 떡밥을 던지고 간 '에피소드 델타'

장단점이 분명히 나뉘는 타이틀이지만 국내 및 전 세계적으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2015년 12월 닌텐도 홈페이지에 공개된 자료로는 지금까지 1,146만 장이 판매되어 3DS 타이틀 중 3위라는 실적을 거뒀다. 이로써 3DS 소프트웨어 판매량 1위와 3위를 포켓몬 타이틀이 차지하며 6세대가 성공적으로 안착했음을 증명했다.

새로운 변혁을 시도한 6세대는 오메가루비와 알파사파이어 이후 잠시 휴식기에 들어간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4년간 이어진 포켓몬스터는 이제 새로운 시장으로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닌텐도의 '모바일 시장 진출'과 함께 등장한 증강 현실 게임. '포켓몬 GO'가 우리에게 찾아왔다.



▲ 2015년 12월 기준 판매량 1, 3위가 전부 포켓몬스터다.


■ 2015년 ~ 2016년 - 제발 꿈이 아니라고 말해줘요.

'오루알사'가 출시된 지 1년 정도가 되어가던 2015년 9월 10일, 포켓몬 주식회사의 '신사업 전략 발표회'에서 깜짝 놀랄만한 소식이 공개됐다. 나이언틱 스튜디오와 포켓몬 컴퍼니, 닌텐도의 협력으로 개발 중인 모바일 게임 '포켓몬 GO'가 갑작스레 던져졌다.

당시 발표회장에는 게임프리크의 마스다 준이치, 포켓몬 컴퍼니의 이시하라 츠네카즈, 닌텐도의 미야모토 시게루 등 주요 인사들이 전부 참석하기도 했다. 닌텐도가 모바일 진출을 천명한 이래 처음으로 공개되는 신작인 만큼, 의지를 증명하는 보증이 필요했으리라. 그런 의미에서 주요 인사들이 전부 참석했다는 것은 '포켓몬 GO'가 닌텐도와 포켓몬 모두에게 중요한 타이틀이란 것을 증명한 셈이다.



▲ 사무실에서 발표를 보던 포덕은 소리 없이 환호를 질렀다.

당일 공개된 PV에 마스다 준이치가 카메오로 등장하기도 했고, 메인 시리즈와의 연동도 고려 중이란 사실도 밝혀져 '메인 시리즈에 버금가는 중요성'을 가진 외전격 작품으로 자리 잡았다. 블루투스와 연동하는 주변기기까지 공개하며 단순한 모바일 타이틀이 아님을 재차 강조했다.

증강 현실 게임 인그레스(ingress)를 제작한 '나이언틱 스튜디오'와의 협력, GPS를 활용한 게임 플레이는 스크린 밖에서도 포켓몬을 즐길 수 있으리란 기대감을 모았다. 갑작스러운 발표였으나 팬들은 '현실에서 포켓몬을 잡으러 다닐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가득했다.



▲ 목욕탕 열쇠 아닙니다. 블루투스 연동 기기입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난 2016년. 1996년 2월 27일 세상에 태어난 포켓몬스터가 20주년을 맞이하는 해가 왔다. 게임에서 시작한 포켓몬스터는 광범위한 미디어 믹스를 통해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2014년의 '오루알사' 이후 포켓몬은 메인 시리즈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공개하지 않고 있었다. 2015년 겨울에 진행할 예정이었던 포켓몬 GO의 CBT도 연기됐다. 포켓몬 토로제(포켓몬 셔플)나 20주년 기념 1세대 VC(Virtual Console)판 출시 등이 공개되기도 했지만 '메인 시리즈'에 대한 팬들의 갈증을 해결하긴 부족했다. 심지어 몇몇 팬들의 '메인 시리즈나 공개하지 왜 1세대 복각판을 내느냐.'는 불만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 나중 보니 실제 제품은 또 예쁘게 나왔다. 사고 싶게 시리...

마지막 타이틀 이후 1년 4개월. 포켓몬은 20주년을 코앞에 둔 2월부터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게임 데이터에도 없던 포켓몬 '마기아나'의 모습을 공개하는 한편, GDC2016에서 포켓몬 GO를 주제로 강연한다는 것을 밝혔다.

얼마 전인 27일 0시에는 '포켓몬 다이렉트'를 통하여 포켓몬스터 메인 시리즈의 신작, '포켓몬 썬'과 '포켓몬 문'을 공개했다. 오루알사가 출시된 지 2년여 만에 공개된 작품이자, 20주년을 기념하며 야심 차게 공개한 메인 시리즈다. 아직 구체적인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새로운 무대에서 새로운 포켓몬들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찾아온 것이다. 2016년 겨울까지 '포덕'들의 가슴은 뜨거워질 것임이 분명하다.



▲ 방송 보고있다가 진짜로 소리를 질렀다. 사랑해요 포켓몬.


■ 그리고 미래 - 포켓몬의 진화는 앞으로도 계속된다

포켓몬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항상 '전작을 뛰어넘기 위한 혁신'을 보여줬다. 전작과 너무 달라져 버렸다거나 예전이 차라리 나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IP 자체의 명성에 기대지 않았다. 오히려 몇 세대에 걸쳐 새로운 타입을 추가하거나, '메가진화'로 사용처를 바꾸는 등 과감하고 색다른 시도들을 계속해왔다. 이런 혁신들은 한 세대를 대표하는 특징이 되었고, 결과적으로는 세대 간 개성을 부여하는 요소가 됐다.

세대마다 혁신을 보여준 포켓몬은 올해를 전환점으로 삼으려 한다. 휴대 기기라는 플랫폼을 뛰어넘어 현실 세계로 자신의 영역을 넓히려는 작업을 시작한 것이다. 조만간 현실의 거리에서 포켓몬을 포획하고 교환하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시기가 올지도 모른다.

아이가 어른이 되기 충분한 시간, 20년. 앞으로도 포켓몬의 혁신과 변화는 계속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게임을 넘어 현실까지 넘어온 포켓몬이 내 자식 세대에도 사랑받는 장수 IP로 남길 기원해본다.



▲ 소년에서 어른으로. 포켓몬과 함께한 20년이 앞으로도 계속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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