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팬들 기억 속에 남아있는 느낌을 찾으려 했다" 창세기전4 그래픽팀 인터뷰

게임뉴스 | 이찬양,이동현 기자 | 댓글: 18개 |
창세기전의 새로운 넘버링 시리즈. 창세기전4가 OBT를 앞두고 있습니다. 오리지널 캐릭터는 물론, 전작에 등장했던 인물들이 대부분 다시 등장하여 직접 만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팬들을 설레게 만들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전작의 캐릭터들이 창세기전4의 스토리에 맞춰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주역이 되기도 한다는 점입니다. 시간과 공간을 이동한다는 설정 덕분에 가능한 내용인데요. 전작에서 등장한 라이트블링거를 개조해서 만든 마을, '에스카토스'가 새로운 세계관을 전달하는 중심 지역이 될 전망입니다.

이처럼 새로운 스토리 혹은 재탄생하게 된 캐릭터 등 다양한 이면에 숨겨진 내용이 궁금할 텐데요. 이를 누구보다 더 빠르게 캐치하고 표현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수많은 캐릭터를 탄생시키고 있는 곳. 바로 창세기전4 그래픽팀입니다. 콘셉트, 캐릭터 재정비 과정, 그래픽 엔진에 관한 이야기와 그간 이루어진 수정 사항 등 전하지 못했던 수많은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봤습니다.

☞ [관련 기사] 전작의 느낌을 살리고 창세기전4만의 색을 갖출 것! 디자인 콘셉트 미리보기 ◀ 바로가기



▲ 창세기전4 이경진 그래픽 팀장



▲ 창세기전4 캐릭터 원화가 김소영 씨



▲창세기전4 배경 원화가 김민호 씨


Q. 만나서 반갑습니다. 각자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이경진 : 안녕하세요. 창세기전4 그래픽 팀장 이경진입니다. 전반적인 캐릭터 콘셉트와 일러스트 설정, 그래픽 개선, 기술 지원, 관리 등 다양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김소영 : 안녕하세요. 캐릭터 원화 파트에 속해 있는 김소영이라고 합니다. 닉네임은 HONEY입니다. 주로 에스카토스 NPC와 아르카나 일러스트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김민호 : 안녕하세요. 창세기전4의 배경 콘셉트 원화와 일러스트 등을 맡고 있는 김민호입니다.


Q. 창세기전4 디자인팀에 대한 소개와 업무 진행 방식에 대한 설명도 부탁드립니다.

이경진 : 창세기전4 그래픽팀은 원화, 캐릭터 모델링, 배경 모델링, 배경 모델링, 애니메이션, 연출, UI 등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원화 파트는 캐릭터 원화와 배경 원화로 작업이 구분되어 있는데요. 대부분 디자인은 원화 파트에서 담당합니다. 원화 작업에 참여하신 분들은 더 많습니다만, 현재는 캐릭터 원화 2명, 배경 원화 1명이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디자인 작업은 먼저 기획팀과의 협의를 통해 필요한 설정이나 게임 속 역할 등에 대해 설명을 듣습니다. 다음으로 관련된 원화팀과 모델링팀이 함께 모여 전체적인 디자인 방향을 결정합니다. 큰 틀이 결정되면 원화팀이 세세한 디자인 작업을 진행하죠. 이후에 모델링 작업을 진행하면서도 원화팀과 모델링팀은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최종 게임 화면에 어울리는 디자인이 될 수 있도록 계속 수정해 나갑니다.


Q. 창세기전4의 전체적인 콘셉트나 방향성을 알 수 있을까요?

이경진 : 창세기전4는 리메이크나 온라인화 게임이 아닌, 정식 넘버링 게임이라는 점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창세기전4만의 고유한 인물과 세계관을 새로이 만들어 내면서도, 기존의 시리즈들을 재해석, 재창조하여, 서로 어울리는 통합된 세계를 만들어 내는 것이 매우 중요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기존의 시리즈와 새로운 창세기전 4의 세계가 서로 겹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야 창세기전 4도 고유한 시리즈로 설 수 있고, 기존의 시리즈와도 서로 침해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미 기존의 시리즈에서 판타지, SF 등의 세계관이 모두 소개된 상태라, 처음에는 어떤 세계가 되어야 할지 감을 잡기가 매우 어려웠습니다.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쏟아내고, 융합하는 과정이 오랫동안 진행되었습니다.

그러한 과정을 거쳐, 창세기전 4의 주요 단체인 크로노너츠와 그들이 활동하는 에스카토스에 대해서는 ‘미래에서 온, 하지만 과거의 기술과 자원이 상실된 세계’로 주제를 정하고, 조금은 오래된 느낌의 기계 문명에 최신 기술이 독특하게 결합된 방식으로 표현을 하게 되었습니다. 현대와 SF의 미래가 있다면, 그 사이의 '어디'로 느껴지는 분위기를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이후에 창세기전 2는 ‘중세풍의 기사와 갑옷의 세계’, 서풍의 광시곡은 ‘프랑스 대혁명 시기 같은 군복과 총의 세계’ 등으로 주제를 정하고 디자인을 진행했습니다. 이렇게 정해진 주요 주제들을 바탕으로, 앞으로는 스토리의 전개에 맞추어 발전해 가는 창세기전 4만의 고유한 세계관을 구축해 나갈 예정입니다.


Q. 그렇다면, 창세기전4의 디자인은 어떤 부분에 포커스를 두고 만든 것인가요? 시리즈, 시대별 차이점도 있었을텐데요.

이경진 : 창세기전 시리즈는 굉장히 폭넓은 세계를 동시에 다루고 있습니다. 창세기전2만 해도 마법이 난무하는 시대에 첨단 로봇인 마장기가 등장했으니까요. 그렇다 보니 디자인을 함에 있어서 판타지, 그 이상의 무언가가 더 나오더라도 이해가 되는 세계를 그려내는 것이 굉장히 중요했습니다.

초기 단계에서는 기존 시리즈들의 설정에 대해 검토하고, 서로 맞지 않는 부분을 하나의 세계관으로 통합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마법과 영자력의 차이, 그리마와 마장기의 차이와 힘의 균형 등에 대해 하나씩 꼼꼼하게 살펴보고 서로를 연결하는 하나의 연결고리를 도출하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를 통해 창세기전4만의 고유한 디자인적 세계관이 완성되었고, 다시 그것을 각 시리즈별 시대에 맞추어 분위기, 사용 가능한 기술 등으로 정리했습니다. 실질적인 디자인은 그 이후에 이루어졌는데요. 앞선 과정이 있었기에 서로 다른 기술들이 등장하여도 게임 속 세계에서 어색하지 않도록 표현하는 것이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김민호 : 지역, 맵에 관해서는 크게 전작에서 등장한 구성 요소를 창세기전에 맞게 재구성한 것과 새로운 세계관에 맞춰 창작한 것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 유저들이 초반에 접하게 되는 인페르노 감옥 요새를 시작으로 재구성한 맵들은 전작의 분위기와 세계관을 유지하되, 효율적인 3D 구성 및 디자인을 추가하는 작업이 필요했습니다.

유저들은 최대 배치가 가능한 다섯 명의 캐릭터를 운용하는 경우가 많을 텐데요. 특징을 고려하여 시스템적 부하를 최소화하기 위해 디자인적인 절제를 하는데 주안점을 두었습니다. 새로 창작된 에스카토스, 시간의 틈새 등은 창세기전4만의 세계관이 유저들에게 잘 전달되는 것에 주안점을 두면서 전작과 확실한 차별화를 이루고자 했습니다.



▲새로 창작된 에스카토스, 시간의 틈새는 고유한 세계관을 전달하는데 주안점을 두었다고 합니다


Q. 게임 심의 이용 등급이 청소년 이용 불가로 결정되었습니다. 디자인적인 측면에서 변화가 일어날까요?

이경진 : 게임 심의 이용 등급이 18세로 변경되긴 했으나 세계관 자체는 확고합니다. 갑자기 이올린의 노출이 많아진다거나 하는 큰 변화는 없습니다. 앞으로도 창세기전만의 느낌을 잘 표현해내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작업을 진행해 나갈 예정입니다.

물론, 설정과 세계관에 적합하고 스토리 진행에 필요하다면 변경된 부분이 있고 조금 더 높은 수위의 표현도 나올 가능성도 있습니다.

게임을 살펴보면 액트1의 무대인 서풍의 광시곡 시대는 '몽테 크리스토 백작'에서 콘셉트를 따온 만큼 분위기가 매우 어두운 편입니다. 시라노가 독배를 마시는 장면도 한 예죠. 심의 변경이 이루어짐에 따라 고문 도구가 추가되었고, 아스타니아 지역에서는 광신도들의 수위 높은 만행도 나타나게 됩니다.

아스타니아는 팬드래건 동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12주신 중 프라이오스를 섬기는 종교 국가입니다. 이 당시는 팬드래건이 강성하고 게이시르의 힘이 약할 때라 암흑 신앙 탄압이 이루어졌는데, 게이시르가 강대하던 때를 회상하던 광신교들이 숨어 살면서 아스타니아의 템플러를 죽이고 시체를 훼손하기도 했습니다.


Q. 실버애로우 진영과 다크아머 진영은 오랜 기간 대립 해온 조직입니다. 차별점을 둔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이경진 : 실버애로우와 다크아머는 팬드래건과 게이시르를 중심으로 구성된 단체인데요. 이 둘을 대표하고, 차이점을 부각시켜 줄 수 있는 이미지로 생각했던 것은 현실의 프랑스와 독일이었습니다.

기존의 시리즈에서도 실버애로우의 팬드래건은 ‘삼총사’에 나오는 총사들처럼 백색과 청색, 노란색의 성기사들이 중심이었고, 다크아머는 검은색과 회색으로 이루어진 암흑기사가 대표적이었습니다.

이러한 기존의 스타일을 계승하여 실버애로우는 밝고, 화사한 느낌을 주고자 노력하였고, 다크아머는 어둡우면서도 강한 느낌을 주고자 하였습니다.

비단 병사나 기사 등의 표현 이외에도 마을의 집들이나 성의 표현 등에서도 벽이나 지붕의 색감 등에서 이러한 분위기를 유지하고자 노력하였습니다. 직접 게임을 진행해 보시면, 부족하나마 이러한 차이들을 느끼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Q. 대화 및 컷신 배경 디자인을 할 때 유의한 점이 있을까요?

이경진 : 노블 대화에서 표현되는 배경들은 해당 대화가 진행되는 장소를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언뜻 보아도 어딘지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했고, 창세기전4의 3D 배경과도 어울려야 했습니다. 노블 대화용 배경은 두 명의 인물이 화면의 좌, 우를 가릴 수 있기에 화면의 중앙에서 장소의 큰 특징을 파악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또한, 전작에 나온 배경에 대해서는 당시 장소와의 유사성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필요할 경우, 이전 작품의 디자인도 참고하면서 유저들이 큰 이질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고자 했습니다.

김민호 : 노블 대화의 배경 이미지는 2차 CBT까지는 단일 이미지를 사용했습니다. 그러나 게임의 전반적인 퀄리티를 올리고자 노력하던 과정에서 나온 아이디어로, 일러스트와 배경 스크린샷을 보정한 이미지를 넣어 업그레이드했습니다.

창세기전4는 수많은 캐릭터 간의 관계를 통해 스토리를 이끌어 나가는 게임입니다. 게임 시스템도 캐릭터 수집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만큼, 노블 대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최대한 돋보이게 하고자 했습니다. 캐릭터 대화에 집중할 수 있는 장소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 단일 이미지를 사용한 2차 CBT와 달리 OBT에서는 노블 대화 이미지도 업그레이드 되었다고 합니다



Q. 시공을 이동한다는 콘셉트인데요. 과거의 역사에 따라 현재가 변경될 수도 있나요?

이경진 : 창세기전4는 크로노너츠가 핵심입니다. 시간을 이동할때 정보를 추출하고 이를 시간 나침반에 넣어서 이동합니다. 돌아올 때는 타임건을 활용하죠. 이때, 정보를 추출하는 과정에서 시간, 공간상으로는 동일하더라도 인과 관계가 바뀌면서 서로 다른 평행 세계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과거의 역사가 바뀌기에 현재도 바뀌는 것이지요.

흑태자가 죽지 않고 살아있는 세계 혹은 흑태자가 죽은 세계 모두 나올 수 있고, 사건들에 의해 등장인물들도 변화합니다. 이올린 팬드래건 헤메라 아르카나가 있으면 네메시스 이올린과 관련된 스토리에서 차이가 발생하기도 하는데요. 나와 같은 시간에 있음에도 다른 과거를 경험한 유저와는 보유 아르카나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Q. 창세기전4에는 여러가지 시대가 함께 등장합니다. 게임 안에서 시대가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실감할 수 있을까요?

이경진 : 시대의 변화를 느끼실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것은 아무래도 그 시대의 복식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창세기전2와 서풍의 광시곡은 약 50년 정도의 시간적인 차이가 있는데요. 그 정도 세월만으로 지형이나 배경의 주요 건물들이 모두 바뀌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짧은 간격의 시대 변화에서는 복식이 바뀌는 것으로 시대의 차이를 손쉽게 인지하실 수 있도록 했습니다. 창세기전2 시대에서는 갑옷을 입은 암흑기사와 성기사를 통해 해당 시대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서풍의 광시곡 시대에서는 천으로 된 코트와 장총으로 무장한 병사들을 통해, 제피르펠컨에 의한 혁명 시대의 분위기를 느끼실 수 있도록 했습니다.

물론, 시간적으로 큰 격차가 난다거나 큰 전쟁으로 인해 주요 건물들에 변화가 생겼다거나 할 경우에는 건물이나 배경에 대해서도 변화가 생깁니다. 같은 지역을 다양한 시간대로 들어가 보시면 조금씩 달라지는 세상의 모습들을 분명 느낄 수 있을겁니다.



▲ 시공을 이동하는 창세기전4의 특성에 따라 시대별로 시각적 변화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Q. 게임 진행, 스토리에서는 나오는데 아르카나로는 나오지 않는 것이 있나요?

이경진 : 매우 많습니다. 예전 테스트에서는 시라노 번스타인을 영자 조합기에 획득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 클라우제비츠나 샤른호스트, 네메시스 이올린 같은 캐릭터는 스토리에는 등장하지만 아르카나 획득은 불가능했습니다. 게임상에서 영원히 획득이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는 얻을 수 없는 캐릭터도 많습니다.


Q. 과거에 디자인된 캐릭터들을 사용하는데 문제는 없었나요? 작가가 달랐던 만큼 서로간의 차이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이경진 : 전작들을 통해 여러 작가분들께서 다양한 스타일로 많은 캐릭터를 표현해 주셨던 만큼, 이를 하나로 모으는 것이 결코 쉬운 작업은 아니었습니다. 디자인적인 요소들도 서로 달랐고, 유사한 캐릭터가 많거나 비슷한 나이 설정임에도 불구하고 외형상 차이가 많이 나는 등의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먼저 창세기전4에서 사용할 디자인적 기준을 설정했습니다. 각 시리즈마다 중요한 디자인 요소가 무엇인지를 선정하고, 대표적 인물이나 직업을 통해 이를 표현하여 전체적인 분위기를 알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렇게 구축된 시리즈별 분위기에 맞게 복식과 느낌을 맞추어 나갔죠. 예를 들어, 창세기전2는 '중세풍의 무거운 갑옷'을 중요 요소로 생각했고 그에 맞추어 '성기사', '암흑기사',를 먼저 표현한 뒤에 듀란, 로카르노, 알시온 등 갑옷을 입는 인물을 그려냈습니다.

주요 인물들은 먼저 나잇대에 맞춰 구분하고 다른 인물들과 외형적 차이가 심하다면 과감하게 외모를 수정했습니다. 인물 수정에 있어 체형이나 분위기를 고려하여 대표 인물도 설정했는데요. 이안은 젊은 남자의 대표이고 에버슈타인은 중년과 노년 사이의 대표 인물이라는 방식입니다. 이처럼 성별, 나잇대에 맞춰 주요 인물을 그려나갔고 이후 기존의 그림들을 참고해 작업자 모두가 함께 노력했습니다.


Q. 창세기전4 작업을 하면서 가장 많은 애착이 생긴 캐릭터는 누구인가요?

이경진 : 저는 칼스입니다. 개발 초기에 처음으로 깊이 논의해가며 설정한 인물이죠. 시리즈 전체의 주인공이 아님에도 칼스에게는 그만의 분위기가 있어서 참 좋습니다. 앞으로 다양한 버전의 칼스를 그릴 수 있게 되면 좋겠습니다.

김소영 : 사이코 과학자 클리포트입니다. 어딘가 '맛이 간' 캐릭터를 좋아하는 편이라 열심히 작업했습니다. 바람에 휘날리는 코트 자락에 엄청난 공을 들였지만, 게임 대화창에서는 나오지 않아 아쉽습니다.


Q. 그렇다면 최고의 매력남, 매력녀는요?

이경진 : 제가 이런 질문에 약해서... 답변하기가 어렵네요. 저는 성격이 잘 표현된 모든 인물들을 좋아하는 편이라서요. 급히 생각해보면,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매력을 표현해 준 경우가 좋았던 것 같아요. 남자 중에서는 이승희 씨가 그린 로베르토 데 메디치가 그 경우고, 여자 중에서는 김소영 씨가 그린 듀나미스 램브란트가 좋았습니다. 라지스도 매력적입니다.

김소영 : 저에게 최고의 매력남, 매력녀는 G.S와 제인쇼어입니다! 이경진 팀장님이 그린 G.S 일러스트의 늑대 같은 카리스마와 권윤정 작가님이 그린 제인쇼어 일러스트의 누나 포스는 정말 최고죠.

김민호 : 개인적으로 창세기전 시리즈 중에서 서풍의 광시곡을 제일 좋아하는데요. 그래서인지 시라노가 제일 매력적입니다. 특히 카리스마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생각합니다. 매력녀는 그랑디스입니다. 일러스트에서 나타난 멋진 몸매와 성우분의 끈적이는 연기는 창세기전4의 다른 여성 캐릭터를 모두 잊게 만듭니다.


Q. 창세기전 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가 있다면?

이경진 : 이번에도 어느 한 명을 선택하는 것이 어렵네요. 다들 나름의 매력이 있어서요. 아무래도 이번에 등장한 G.S가 떠오릅니다. 시리즈 전체를 대표하는 인물이기도 하고, 창세기전 시리즈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느낌을 완성해준 인물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소영 : 창세기전3 파트2의 란 크로슬리입니다. 오래전, 창세기전3 파트2 플레이를 하다가 어깨를 드러내놓고 있는 란의 의상에 신선한 충격을 받고, 그 뒤로 애정을 갖게 되었습니다.

김민호 : 저도 G.S입니다. 기억 상실로 인해 입체적으로 변하는 캐릭터성은 그 어떤 캐릭터보다도 애정을 가지게 만듭니다.



▲ 그래픽팀이 선택한 최고의 인기 캐릭터는 G.S였습니다


Q. 가장 작업이 어려웠던 캐릭터는 누구고, 반대로 의외로 작업이 쉽게 진행된 캐릭터는 누구일까요?

이경진 : 가장 어려웠던 캐릭터는 이안입니다. 주요 인물이다 보니 재작업도 굉장히 많았고요, 게임이 공개되기 며칠 전까지도 성우분의 목소리에 맞추어 얼굴을 수정하곤 했습니다. 의외로 쉽게 풀린 캐릭터는… 없는 것 같아요. 할 때마다 항상 안되고, 어렵고, 쫓기는 듯한 기분으로 그렸던 것 같네요.

김소영 : 주로 나이 든 중년과 갑옷 그리기를 어려워하는 편인데요. 의외로 네이단은 쉽게 풀렸습니다. 처음에는 제가 디자인한 깡통 머리가 웃겼는데요. 어떻게 무게감을 실어줄 것인가 고민을 하다 보니, 의외로 그리는 도중에 술술 풀렸습니다.


Q. 디자인적 재해석이 이루어진 캐릭터가 몇몇 보입니다. 과감한 시도의 이유가 있을까요?

이경진 : 창세기전 4는 시간 이동과 그로 인한 오차율이 중요한 세계입니다. 크로노너츠의 활동에 의해 역사가 뒤바뀔 수 있다는 것이 매우 중요한 콘셉트라 할 수 있는데요. 그러한 역사 변경의 사례를 좀 더 쉽게 알아보실 수 있도록 하려고 성별 변경 등 과감한 시도를 담은 캐릭터들도 생겨났죠.

대표적인 것이 리델 하트입니다. ‘쌍둥이 중 한 명이 살아남게 되는데, 이번 세계에서는 여자 쪽이 살아남았다’라는 식으로 성별의 변경이 일어난 경우입니다.

재해석이 이루어질 때는 유저 분들이 과거에 느끼셨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해당 캐릭터의 느낌과 분위기에 맞추되, 전체적인 디자인은 현대적이고 세밀하고 표현하는 것이 포인트였습니다. 이를 통해 창세기전 시리즈를 즐기셨던 분들에게는 추억 속 그 느낌을, 새로운 분들에게는 '타게임과 비교하여도 나쁘지 않다'라는 느낌을 주고 싶었습니다.

Q. 디자인적 재해석이 이루어지는 캐릭터는 무슨 기준으로 선정되나요?

이경진 : 디자인적인 재해석은 다음의 경우로 일어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나이가 지나치게 맞지 않는 외모 등 외형적으로 시리즈 전체를 통합할 때, 문제가 생긴 경우’입니다. 두 번째는 ‘오차율에 의하여 변형이 일어난 인물의 경우’고요. 세 번째는 ‘기존 시리즈에서 원래 의도와는 다르게 표현된 인물의 경우'입니다. 대개는 이 세 가지 기준 하에서 새로 디자인할 인물들이 결정됩니다.

디자인을 변경하게 되면 ‘새로이 바뀌는 인물이지만, 기존 인물의 느낌은 주어야 한다’라는 조금은 애매한 기준에 따라 작업을 진행합니다. 따라서 스케치 단계부터 원작자 등 기획분들과 협의를 많이 거치게 되죠. 충분히 논의된 후에 최종 그림을 그리는 식으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Q. 혹시 각 인물별로 등장 시점에 따라 2가지 이상의 디자인이 존재하기도 하나요?

이경진 : 창세기전 4에서는 역사 변경의 오차율에 따라 같은 인물의 다양한 버전이 등장할 수 있으며, 이올린처럼 이미 등장한 사례도 있습니다. 앞으로 스토리 전개에 따라 다양한 버전의 캐릭터가 등장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 네메시스 이올린은 이올린 팬드래건 헤메라와는 다른 강인한 분위기를 풍깁니다


Q. 그렇다면 동일 인물이 다른 버전으로 표현될 때 차이점을 주기 위해 노력하는 부분이 있나요?

김소영 : 서로 같은 얼굴과 헤어 스타일, 옷을 착용하더라도 원본과 전혀 다른 캐릭터로 보이도록 색상 배치에 많은 주의를 기울입니다. 또한, 포즈와 표정의 차이도 있는데요. 일러스트를 그릴때도 '이 캐릭터가 이렇게 변할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스스로 들게끔 작업합니다.


Q. 몇몇 캐릭터는 여러 전작들에 다른 모습으로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이 경우 어떤 것을 기준으로 삼고 작업을 진행하셨나요?

이경진 : 대표적인 인물로 클라우제비츠가 떠오릅니다. 서풍의 광시곡부터 등장한 클라우제비츠는 샤른호스트로, 템페스트에서는 클라우제비츠와 샤른호스트로, 나중에는 철가면으로도 등장했습니다. 죠엘 같은 경우에도 창세기전2부터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하고 있죠.

이처럼 같은 인물이 다양하게 등장하는 경우에 얼굴을 통일하는 작업은 진행하였습니다만, 그 외의 옷이나 헤어 스타일 등은 굳이 어느 한 모습으로 통일시키려 하지 않았습니다. ‘이 시대에는 이런 모습으로 지냈다’라는 느낌을 살리려고 했어요. 얼굴조차도 시간의 차이가 큰 경우에는 시간이 지나 연령대가 높아졌다는 생각으로 표현했습니다.

클라우제비츠는 제피르펠컨의 군사로써 등장하는 모습과 샤른호스트로 등장하는 모습이 전혀 달라요. 하지만 원작의 분위기를 고려한 디자인으로 표현되었으며, 가면을 제외한다면 그 안의 모습 또한 같을 것입니다. 같은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지요.

혹시 세월이 많이 흐른 뒤의 클라우제비츠가 표현된다면, 그때는 좀 더 나이가 든 얼굴로 표현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각 캐릭터 버전별로 다른 원화가들이 그려냄으로써, 같은 디자인의 인물이지만 조금씩 다른 느낌을 주는 방식으로도 표현해 보았습니다. 클라우제비츠와 샤른호스트도 서로 다른 분들이 작업을 진행해 주셨고, 앞으로도 이런 식의 협업은 계속해서 진행해 나갈 생각입니다.



▲ 시간이 더 흐르면, 더욱 성숙해진 클라우제비츠를 만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Q. 말씀하신대로 창세기전 시리즈는 여러 원화가의 손에서 탄생했습니다. 작업을 진행하시면서 통일하고자 노력한 부분이 있나요?

이경진 : 창세기전 시리즈는 다양한 작가분들이 작업해주셨고, 시리즈마다 서로 다른 멋을 가지고 있습니다. 창세기전4는 기존 시리즈의 멋을 살리면서도 하나로 통합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가지고 있었죠. 이런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몇 가지 원칙을 세운 것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창세기전 4의 세계관과 연대표 속에 어울리도록 기본적인 설정은 맞추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워낙 오래된 시리즈다 보니 시리즈 간에 서로 간에 설정이 맞지 않거나, 나잇대가 어울리지 않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부분들을 모두 검토하고 설정을 맞춰 주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수정되는 캐릭터들도 있었으나, 일체감을 주는 데는 큰 도움이 됐습니다.

두 번째는 ‘기존 시리즈의 느낌을 살리되, 기존의 디자인이 아닌, 유저의 마음속에 남은 이미지를 찾아야 한다’라는 것이었습니다. 기존 시리즈의 인물들은 시간이 지나며 유저들의 마음속에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이러한 인상은 단순히 과거의 디자인을 재현한다고 해도 채워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요. 현재를 살아가는 유저의 마음속 생각에 어울리는 조금 더 현대적인 무언가를 찾아야만 했지요.

따라서 전체적인 느낌은 계승하되, 복식이나 장식, 헤어 스타일의 표현 등에서는 좀 더 현대적이고, 세밀하게 표현하고자 노력하였습니다. 예전의 인물과 같은 느낌을 받되, 오래 보아도 질리지 않고 단순하지 않은 형태로 표현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모호한 기억 속 형상이 눈앞에 보이는 듯 선명해지도록 하는 것이 목표였죠.

세 번째는 창세기전4 역시 한 명의 원화가가 그려내는 작품이 아니기에 조정이 필요했습니다. 서로 다른 원화가들의 스타일을 시리즈 별로 적절히 배분하고 상황에 따라 서로 시리즈를 교차해가며 작업하는 것이 통일감과 다른 원화가들이 참여하도록 하는데에도 효과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먼저, 참여한 원화가들의 스타일을 고려하여 잘 어울리는 시리즈를 선정했습니다. 주요 인물들은 해당 원화가가 그리되, 기본형에서 변형된 인물이 등장할 때는 다른 원화가가 표현하는 방식이었죠. 이렇게 하면 각 시리즈별로 등장하는 인물들의 느낌은 한 명의 원화가에 의해 통일이 되면서도 다양한 스타일이 어우러지게 되는 장점이 있습니다. 전체적으로도 통일되면서도 다채로운 느낌을 함께 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Q. 이전과 비교했을때 3D 그래픽 모델링의 차이가 있을까요? 이전 CBT때 아쉽다는 의견도 많았습니다.

이경진 : 사실 시스템적 한계가 있습니다만, 어느 정도는 개선이 이루어졌습니다. 창세기전4는 일단 화면에 등장하는 캐릭터가 많습니다. 유저들은 동시에 5명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고, 적도 군단의 형태를 이루기도 합니다. 강해지기 위해서는 당연히 군단 최대치인 5명을 사용하고자 하겠죠. 이 경우 시스템 부하를 막기 위해 최적화를 해야 하고 리소스를 줄이는 고민을 해야 했습니다.

다만, 창세기전4는 다양한 캐릭터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인물 열전'이기에 캐릭터 모델링을 일러스트와 최대한 비슷하게 해야 합니다. 시스템 최적화와 캐릭터 모델링의 품질, 이 두 가지 시점에서 균형을 맞추는 것이 어려운 문제였습니다.

이전 테스트까지는 두 가지 균형 사이에서 시스템 효율이 너무 중요시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원래 2차 CBT 때 많은 수정을 할 예정이었는데, 엔진 수정이나 리소스 변경 등 수정 사항이 많아져서 미루어졌습니다. 일러스트와 캐릭터가 다른 부분 문제가 대표적이었죠. 이 문제는 캐릭터가 많다 보니 한계는 있습니다만, 주요 아르카나부터 시작하여 얼굴과 헤어 스타일의 개성적 요소들을 선정해 개선 작업을 했습니다.

또한, 캐릭터 자체가 너무 품질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었어요. 거대한 물체는 빛을 잘 받아서 멋지게 나오는데 조그만 캐릭터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자기 머리카락에 그림자가 생기는 수준이었는데, 이번에는 얼굴 각도를 비롯해 빛 처리 문제를 개선했습니다. 눈 주변에 이질감이 느껴지거나 피부색이 찰흙을 섞어 놓은 듯하다는 불만도 개선되었습니다.



▲ 게임 화면에서 만나게 될 3D 모델링도 일부 개선이 되었다고 합니다


Q. 시스템적 한계라는 것이 '게임브리오 엔진'의 어려움을 말하는 것인가요?

이경진 :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포기할 수 없는 중요한 요소죠. 다만 여러 가지 제약이 있고 개발 기간도 길어지다 보니, 처음 선택한 엔진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울 때가 많았습니다. 필요한 기능이 없다거나 오래된 엔진이라 기술 지원 측면에서도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이런 부분은 직접 개발하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리고, 개발을 하여도 기존 기능과 함께 적용할 수 없는 상황도 있었어요.

하지만, 엔진이 게임 개발의 전부는 아니기에 해결책을 찾고자 노력했습니다. 포기할 것은 포기하고 챙길 것은 꼭 챙기려고 했죠. 선택과 집중이 매우 중요해졌습니다. 예를 들어, 멀리서 여러 캐릭터를 동시에 보는 경우가 많기에 세세함은 어느 정도 포기하더라도 눈에 잘 띄는 빛이나 음영 처리, 색감 조절에 비중을 두고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심지어 개발툴의 UI도 편의성은 일정 부분 포기하되, 복잡하더라도 사용이 가능한 쪽으로 만들어 나갔습니다. 이 과정에서 개발자들이 고생도 많이 했습니다.


Q. 지난 CBT까지 UI가 직관적이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이경진 : 이번 UI는 게임을 거의 새로 만드는 수준이라고 생각해요. 2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글자가 매우 작아서 가독성이 떨어지는 것과 UI를 로딩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프레임이 떨어지는 문제였죠. 먼저, 가독성 문제는 1차 CBT때는 기간이 짧고, 플레이 범위가 적어 문제가 크게 두각되지 않다가 2차 CBT에서 크게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UI는 자체적으로 상당히 무거운 부분이 있어서 최적화를 통해 개선했습니다. 이전보다는 상당히 쾌적하게 변경되었어요. 또한, 여러 단계로 복잡하게 되어 있어 반응이 없는 것처럼 보이거나 전투 시 상황을 파악하기 어렵던 부분도 일부 수정했습니다. 이전에는 군단 후퇴 방법을 제대로 숙지하고 계신 분들이 많지 않았습니다. 이는 UI상 안내가 부족했던 것이라고 생각해서 수정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추가로, 아지트를 가려면 여러 로딩 단계를 지나쳐야 하는 등의 불필요한 단계도 재배치를 진행했어요. 직관적으로 클릭을 통해 바로 볼 수 있도록 만들고자 했습니다.

UI는 불편함이 생기면 바로 피드백이 오는 부분이라 빠른 대응을 할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콘텐츠는 아니지만, 게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고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스타크래프트처럼 셀렉션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접했는데, 좋은 쪽으로 개선해나갈 것입니다.



▲ 복잡하고 가독성이 좋지 않던 UI도 개선되었다고 합니다


Q. 게임 플레이시 기본 해상도는 몇으로 생각하시나요?

이경진 : 1920 x 1080, 1920 x 1200 정도를 기본 해상도로 보고 있습니다.


Q. 창세기전4 작업을 진행하시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이경진 : 기존의 주요 인물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역시 창세기전4 고유 인물을 디자인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기존 인물들이 워낙 쟁쟁하기에 밀리지 않는 매력을 갖추도록 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문제였어요. 특히 기존 패키지 게임보다 스토리 진행이 느릴 수 있기에 외모에 성격, 느낌을 담아야 한다는 것도 고민이 필요했습니다.

김소영 : 저는 처음 게임 개발을 하는 것이어서 '다른 작가님들에 비해 동떨어져 보이지는 않을까?' 같은 완성도에 대한 걱정을 많이 했어요.

김민호 : 한 유저당 5명의 캐릭터를 운용하는 특성상 부하를 일으킬만한 배경의 디테일, 표현을 절제해야 한다는 것이 가장 힘들었어요. 그 절제로 쌓이는 스트레스는 일러스트를 통해 다소 해소하고 있는 듯합니다.


Q. 캐릭터가 많고 추가되는 것까지 고려하면 작업량이 상당할 것 같아요.

이경진 : 창세기전2만 해도 유저가 기억하는 캐릭터만 약 150명입니다. 작업량은 매우 많죠. 본인이 좋아하는 캐릭터의 등급이 낮아 불만인 유저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하위 등급 아르카나도 계속해서 일러스트를 추가해 나갈 예정입니다. 아무리 작업량이 많다고 해도 창세기전4에서 꼭 필요한 중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 작업량이 많아 어려움이 있지만, 일러스트 작업은 포기할 수 없다고 합니다


Q. 업데이트 속도가 빠르면 금새 기존 스토리가 진행될 것 같습니다. 새로운 것을 추가할 예정인가요?

이경진 : 창세기전 시리즈 대부분이 안타리에 대륙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루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는 매우 넓은 시간대에 분포하고 있지요. 창세기전4는 몇 년도 몇 월 등 일정 시간대로 이동하는 콘셉트이기에 실제 게임상에서 표현 가능한 시점은 굉장히 광대합니다.

창세기전1,2 이전의 설정상으로만 존재하는 지역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고, 흑태자의 스토리나 비공정 추락 등 특정 사건을 다룰 수도 있어요. 같은 지역이기에 시간 변화에 따라 변종 역사가 등장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오차율에 따라 조금씩 세계관이 바뀌면서 이올린이 살아남고 '패왕 이올린'이 나올 수도 있는 거죠.

기본적으로 캐릭터 관계에 깊이가 있어 다양한 방법으로 구성할 수 있습니다. 물론, 오리지널 스토리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새로운 것이 많지는 않습니다만 에버슈타인처럼 고유 인물들이 추가될 것입니다.


Q. 하나의 캐릭터 일러스트가 완성되는 과정과 사용되는 장비가 궁금합니다.

이경진 : 저는 원래 수작업을 즐기지만, 지금은 컴퓨터로 작업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선에 의한 스케치를 좋아하는 편이에요. 최근에는 액정 타블렛 등의 장비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과정은 먼저 인물에 대해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그 사람에게서 표현해야 할 부분들을 알게 되고, 스스로 공감하며 그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물에 대한 공부가 끝나면 다음으로는 스케치를 진행하고, 기획팀과 협의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서로 다르게 생각하는 부분은 없는지, 설정과 어긋나 수정할 내용은 없는지 확인을 합니다. 창세기전 시리즈는 설정과 세계관이 매우 탄탄하기 때문에, 꼼꼼히 점검해야만 나중에 수정하는 일 없이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습니다.

이후에는 배색을 진행합니다. 전체적인 디자인의 느낌을 점검합니다. 배색을 하다 보면 선으로 그린 스케치와 달리, 잘 보이는 부분과 잘 보이지 않는 부분 등이 드러나게 되어서요. 이 과정에서 디자인을 수정하고, 보강할 때가 많습니다. 여기까지 모두 진행이 되면 이후에는 자유롭게 슥슥 그리며 완성을 합니다. 가장 시간이 오래 걸리는 부분이지만 제약도 적고, 편하게 그릴 수 있어 개인적으로는 좋아하는 과정이죠.

모든 과정이 완성되면 최종적으로 다듬어 게임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합니다. 포스터 등의 일러스트는 게임에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을 수도 있는 만큼, 인쇄나 기타 상황 등을 고려하여 로고 삽입 등의 작업을 진행합니다.


Q. 어떤 계기로 게임 디자인 관련 일을 시작하셨는지요?

이경진 : 원래는 전혀 다른 분야의 일을 했었어요. 신기술 개발 위주의 프로그래머였죠. 그러던 중 문득 '이렇게 지내다가는 더 이상 그림을 그리지 않게 될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제 나름의 생각을 담은 선묘 위주의 수작업을 즐겼었는데, 디자인이나 채색에 대해서는 문외한에 가까웠습니다.

그림과도 가깝고 디자인이나 채색을 공부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주변의 조언에 따라 게임 개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죠. 그리고 기회가 닿아 게임 개발자로 일하게 되었습니다. 원래 하던 프로그래머와도 가까운 편이고, 그림도 그릴 수 있어서 적응하기 좋았던 것 같아요.

김소영 : 어릴적 부터 게임을 상당히 좋아해서 관련 잡지와 정보를 많이 찾아봤어요. 그러다가 김형태 작가님의 일러스트와 '머큐리어스 프리티', '스피리추얼 소울'의 일러스트, 미친듯이 빠져들었던 '대항해시대2'의 일러스트에 매력에 빠지게 되어 게임 원화가를 목표로 삼게 되었습니다.

김민호 : 저도 유년 시절부터 꾸준히 그림 그리는 일을 즐기다가 미대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대학원 진학을 위한 비용을 마련하려 게임 회사에 입사했는데요. 업무를 하면 할수록 '이 일만큼 제가 즐기며 일하는 직업이 없겠다' 정도의 매력을 느끼게 되어 16년째 일을 하고 있습니다.



▲ 김소영 원화가는 대항해시대2의 일러스트에 빠져 게임 디자인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Q. 다른 그림 관련 직업과 비교하여 게임 디자인만의 장점이나 특이점이 있을까요?

이경진 : 여러 사람과 생각을 나누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경험하고, 능력보다 좋은 것들을 그릴 수 있게 된다는 것이 정말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아마 제가 혼자서 그림을 그렸다면 지금의 창세기전4 같은 그림은 완성하지 못했을 것 같거든요. 그 자체만으로 제 그림의 지평을 넓혀주고,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줍니다.

김소영 : 자신이 디자인한 캐릭터를 동료들과의 협업을 통해 가상의 공간에서 움직여볼 수 있고, 세계관의 일부가 되는 것이 최고의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김민호 : 게임 개발이 사람이 즐기기 위한 것을 만든다는 점에서 '요리'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그중에서 코스 요리는 각 요리를 어떻게 구성하여 즐거움과 감동을 줄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게 되는데, 저희는 이것을 그림으로 표현한다고 생각해요.

저의 그림으로 구성된 게임이 여러 콘텐츠를 플레이하는 유저들에게 구성 요소로써 즐거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작업을 하는 저로서도 기분 좋은 상상을 하며 디자인을 할 수 있습니다. 마치 자신의 요리를 맛있게 먹어줄 손님을 생각하는 요리사처럼요.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게임 디자이너의 최고의 장점입니다.


Q. 일러스트레이터나 게임 디자이너를 목표로 하는 지망생들에게 전해주고픈 조언이 있나요?

이경진 : 게임에서 그림을 그리는 것과 자신의 뜻에 따라 그림을 그리는 것은 비슷하면서도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그림을 그리고 싶은 것인지, 게임을 개발하고 싶은 것인지 깊은 고민이 필요해요. 이 과정이 없다면 게임 디자이너가 되었음에도 생각과 맞지 않아 고민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게임 디자이너가 하고 싶으시다면 게임에 대해 공부하고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해나 공감이 부족하면 나중에 많은 어려움을 느낄 수 있어요. 게임과 관련된 다양한 기사나 자료들을 살펴보시고, 협업이 이루어지는 다른 분야의 사람들에 대한 이해하려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게임 디자이너, 특히 원화가는 홀로 작업하는 시간이 많은데요. 그래서 더더욱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고, 협업의 중요성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런 부분을 항상 염두에 두고 노력하신다면 주어진 환경에 조금 더 수월하게 적응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그 이전에, 게임 디자이너도 그림을 그리는 사람입니다. 자신의 그림에 대해 항상 생각하고 분석하고 개선점을 찾아야 합니다. 그림을 그리지 않는 시간을 자신의 발전을 위해 최대한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모두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일을 하게 되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김소영 : 저 스스로 아직 모자란다고 생각되기에 답변하기 쑥스럽네요. 기본기의 중요함은 여러 번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습니다. 작업을 진행하다가 자신감이 떨어지고 비관적인 생각이 들 때는 남들과의 비교를 멈추고 잠시 그림과 떨어져 지내보세요.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에너지를 충전한 뒤 차근차근 막힌 부분부터 풀어나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민호 : 대부분의 지망생분들이 그림 실력을 향상하는 것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데요. 그것과 더불어 그림과 아이디를 보고 분석하면서 '보는 눈'을 키우는 것도 중요합니다. 자신의 그림에 무엇이 부족한지 보이게 되고 수정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출발점이 되기도 하거든요.

단순히 직업을 가지는 것에 목표를 두지 마시고, 직업을 통해 무엇을 이룩할 것에 대한 미래에 대한 설계도 함께 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노력하는 과정에서 어려운 상황이 오더라도, 이겨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창세기전4를 기다리고 있는 팬분들에게 한 마디 부탁합니다.

이경진 : 회사에 들어와서 가장 오랫동안 개발한 게임입니다. 유저들의 기대치도 높기에 잘해야 하는데, 사실 그 부분이 잘 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간혹, 창세기전이 아니었다면 완전히 잘못되었을 거라는 생각도 합니다. 많은 것을 기다려주시고 피드백 해주시는 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예전처럼 이야기가 풍부한 게임이 되어서 '좋은 시리즈'라는 생각이 되도록 만들고 싶습니다. 기존의 작품을 즐기셨던 분들의 추억에 보탬이 되고, 새롭게 시작하시는 분들에게도 잊히지 않는 기억으로 남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김소영 : 팀원 모두가 오랜 시간 열의를 가지고 개발했습니다. 팬분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오랫동안 사랑해주시는 팬분들에게 항상 감사드립니다.

김민호 : 오랫동안 기다려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창세기전4를 통해 많은 유저분들과 만나 뵐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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