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C에는 게임과 관련한 거의 모든 강연이 진행되고, 그 안에는 기술적인 것에서부터 시작해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들어가 있다. 정말 테크니컬하게 엔진의 쓰임새를 하나하나 설명해주는 이들, 또는 게이머들의 심리를 분석해 과금체계를 세우는 이들 등, 이들이 내놓는 이야기들은 저마다 굉장히 다른 모습을 취하곤 한다.
그러던 중, 이 강연, '퀴어를 겁내지 마라 : 관객들은 준비가 되어있다(Don't fear the Queer : Audience is Ready!)'는 그 이름만으로도 대단히 관심이 가게 하는 강연이었다. 퀴어(Queer), 즉 성 소수자들과 같이 사회적으로 차별의 위험에 놓여 있는 이들을 이해하고, 또 과잉 친절이나 차별 대우 어느 쪽도 되지 않도록 적절한 선을 지켜주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그런 면에서 이 강연은 특히 이성애자들에게 많은 의미가 있는 강연이 될 터였다.
이 강연의 핵심은 간단했다. 바로 이성애자들과 LGBT*를 포함한 '게이머'들이 게임 속에 들어가 있는 '자신과 다른 성 정체성에 관련된 콘텐츠'에 얼마나 우호적인지를 설명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과정과 근거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다.
※LGBT: 레즈비언(lesbian)과 게이(gay), 양성애자(bisexual), 트랜스젠더(transgender)의 앞글자를 딴 것으로 성적소수자를 의미한다.
강연자인 하이디 맥도날드는 이를 위해 굉장한 분량의 수치 데이터와 설문 결과를 준비했지만, 그런 숫자들에 쉽게 무너질 수 있다면 차별의 역사는 이렇게 길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가장 먼저 던져진 지표는 전체 인구 대비 LGBT 비율에 대한 것이었다. 여성 응답자 중 25%가 자신이 양성애자라 답변했으며, 2010년 미국 센서스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인구 중 10%가 LGBT로서의 정체성을 밝혔다. 여기서부터 이미 세션은 진지해졌다.
하이디 맥도날드는 총 두 번의 별도의 설문, 그리고 콴틱 파운더리와 함께 전문적인 빅 데이터 분석을 진행했고 그 결과물을 보여주었다. 퀀틱 파운더리는 게이머들의 '동기 모델(Motivation Model)'에 대한 자료를 모았고, 이를 LGBT 게이머들에 대한 분석과 접목했다.
이 강연에서 하이디 맥도날드가 보여준 자료들은 다음과 같다.
이러한 자료들은 공통되게 게임 속 퀴어 요소들이 개발자 측면에서도 소비자 측면에서도 계속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바이오웨어는 초창기부터 이러한 퀴어 요소를 게임에 도입하는 선구자 같은 역할을 맡아왔고, 그 영향력을 바탕으로 다른 게임들이 그 풍조를 따르게 만들었다.
게임뿐만 아니라 현재 미디어에서 퀴어 캐릭터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미국 방송에 등장한 캐릭터 중 약 3.9%가 퀴어였다. 비록 전체로 보면 미약하지만, 이 비중은 계속 늘어나고 있고, 게임에서의 퀴어 캐릭터도 마찬가지다.
하이디 맥도날드는 '퀴어를 두려워하지 마라'고 주장하면서, 궁극적으로는 다양한 이유를 제시했다. 오직 사회적, 또 도덕적 이유만을 제시하던 몇몇 이들과는 다르게, 거기에 더해 이런 수치를 토대로 한 시장 잠재력을 내세운 것이다.
게임은 현시대에서 가장 진보적이고 효과적인 미디어이자 문화 콘텐츠이며, 그만큼 새로운 시도도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나 '라스트 오브 어스' 같은 배경설정을 가진 게임이 과연 영화 등 다른 매체의 전성기 시절에 주류로서 다루어질 수 있었을까?
자신이 모르는 것, 또 자신이 속하지 않은 것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은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하지만 그것을 무릅쓰고 행동하는 것이 진짜 이해이자 배려이고, 심지어 이제는 훌륭한 수익 잠재력이 있는 마켓으로서도 접근할 수 있다. 그녀의 말처럼, 우리가 '퀴어를 두려워하지 않을' 이유는 이제 너무나 많아졌다. 한 번 모두 스스로 고민을 해 볼 때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