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육성과 성장에서 조금 더 의미를 찾을 수 있었으면" 듀랑고 2차 LBT 리뷰

리뷰 | 김강욱 기자 | 댓글: 120개 |
야생의 땅: 듀랑고의 2차 리미티드 베타 테스트(이하 테스트)가 지난주 금요일 오전 10시에 성공적으로 종료되었습니다.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이번 테스트에서도 많은 분이 풀을 베고 나뭇가지를 꺾고 공룡을 사냥하며 나름대로의 듀랑고 생활을 즐겼습니다. 최대레벨 상향과 동물과 채집물 추가, 더 높은 레벨의 섬이 등장해 더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 수 있었지요.

그런데, 테스트가 진행되는 내내 한 가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할 수 있는 것은 지난 테스트에 비해 늘어났는데, 그래서 지난번보다 재미있냐고 자문했을 때 당당하게 ‘그렇다’라고 말하기 어려웠기 때문이지요. 분명 게임 플레이의 큰 틀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캐고 자르고 잡고 뜯어내고 만드는 과정 속에서 캐릭터가 성장하고 마을이 성장하는 틀이요. 그런데 왜 지난 테스트만큼 재미있지 않을까, 냉정하게 말하자면 어째서 게임이 ‘노동’처럼 느껴질까. 바로 이런 의문에 대한 답을 계속해서 찾아야만 했습니다.

테스트가 끝나고 생각을 정리하면서 일주일간 게임을 플레이하며 들었던 의문에 대한 나름대로의 답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레벨 밸런스에 대한 아쉬움이었지요. 물론 혼자 플레이하는 사람에 대한 배려나 전투 시스템에 대한 의견 등 지난 테스트부터 꾸준히 제기되던 불만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리뷰에서는, 그보다 더 큰 아쉬움을 느꼈던 레벨 밸런스에 대해 말해보려 합니다.



▲ 30레벨을 달성한 플레이어는 없었습니다.




▲ 유저가 만든 마을의 모습


“새롭고 신선하다.” 듀랑고가 처음 소개될 때부터 늘 따라다니던 수식어였습니다. 지금까지의 모바일게임과는 다른, 모바일게임과 모바일기기의 새로운 장을 개척할 게임이라고요.

하지만, 새롭고 신선하다가 곧 ‘재미있다’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기존의 것들을 그대로 답습한다 해도 이상하게 재미있는 게임이 나올 수 있고, 완전히 새로운 것들로 무장했음에도 이상하게 재미가 없는 게임이 나올 수 있습니다. 결국 게임의 재미는 여러 가지 요소들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렸으니까요.

돌을 갈아 날을 만들고 나뭇가지에 이어 도끼를 만들고 통나무를 잘라 집을 만들고 모닥불을 만들고 집을 만들고 더 나아가 자신만의 무언가를 이룩하는 과정. 그것이 듀랑고의 정체성이고 듀랑고만의 ‘재미요소’입니다. 첫 번째 테스트에서는 많은 유저들이 이 부분에 높은 점수를 줬지요. 자동 사냥과 별이 난무하는 지금의 모바일게임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켰다는 평가와 함께요.



▲ 막강한 위력을 자랑했던 전기톱. 현대 문명은 대단합니다.



하지만 두 번째 테스트가 끝난 지금, 유저들은 한 가지 질문을 던지게 되었습니다. 바로 “그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재미있느냐”라는 질문이지요.

이번 테스트에서는 지난번에 비해 “육성과 성장의 의미를 찾지 못하겠다”는 의견을 쉽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저 역시 단순히 레벨을 올리기 위한 플레이 보다는 무언가를 이뤄가다보면 레벨이 따라오는 형태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도 있었고요. 지난 테스트가 끝나고 인벤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은석 디렉터는 “‘로망’이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듀랑고는 그것을 이뤄줄 수 있는 게임이었습니다. 플레이하는 사람이 야생의 땅에서 어떤 생활을 원하던 그것을 만들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요. 하지만 이번 테스트에서의 듀랑고는, 그렇다고 말하기에는 조금 부족한 부분이 있어 보였습니다.

어떤 게임이던 플레이를 하다보면 피로감을 느끼기 마련입니다. 플레이어들은 “이 게임이 얼마나 피로감이 적냐”를 논하지 않습니다. 대신 “플레이의 피로감을 견딜만한 무언가가 있느냐”를 논하지요. 피로도가 높다 해도 그 과정이 재미있다면 플레이어는 기꺼이 게임을 플레이합니다. 시간과 노력을 쏟아 로망을 이룰 수 있다면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니까요.

문제는, 그 무언가를 이루기 위한 주요한 과정인 ‘레벨링’에 대해 느끼는 피로감이 보상에 비해 너무 컸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는 듀랑고와는 다소 맞지 않는 무의미한 반복 작업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이번 테스트에는 크게 두 가지 성장 요소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레벨’이고 하나는 ‘계열(스킬)’이지요. 무언가를 채집하거나 제작하면 경험치가 오르고, 경험치가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플레이어 레벨이 올라가고, 특정 채집물을 많이 캐거나 제품을 많이 제작하면 해당 ‘계열’의 경험치가 쌓여 마찬가지로 레벨이 올라갑니다.

플레이어 레벨과 스킬 레벨은 너무나도 익숙한 시스템입니다. 하지만, 이 둘이 완전히 별개였기에 플레이어는 ‘두 번의 반복’을 강요당하게 되지요. 스킬 레벨은 올라갔지만 플레이어 레벨이 낮아 다시 레벨링을 해야 하거나, 반대로 플레이어 레벨이 높아도 스킬 레벨이 낮아 반복 작업을 하게 됩니다. 여기에 채집물이 플레이어의 레벨 이상으로 나오지 않는 시스템이 더해져 레벨업이 강제되면서 결국 채집은 ‘무언가를 만들기 위한’이 아니라 ‘레벨을 올리기 위한’ 행위로 격하되고 맙니다.

여기서 게임에서 레벨을 올리기 위한 반복 작업의 부당함을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닙니다. “과연 그것이 듀랑고라는 게임에 잘 어울리느냐”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은 것이지요.



▲ 기술이 필요한 채집물은 그렇다 쳐도, 고기 정도는 얻을 수 있었다면?




▲ 직업의 매력을 느끼는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조금 긴 편입니다.


듀랑고의 세계관과 분위기는 감히 완벽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야생의 땅에 던져진 현대인이 생존에 필요한 기술들을 하나씩 배워가며 살아남는 과정은 플레이어에게 강한 몰입감과 함께 생존 그 이상의 무언가를 꿈꾸는 ‘로망’을 이루게 하기 충분합니다. 듀랑고 세계에서 우리는, 물론 오늘은 랩터를 피해 굴에서 자야 하지만, 최고의 기술자나 최강의 사냥꾼이 되는 로망을, 멋진 마을을 꾸리거나 고독한 늑대가 되어 야생의 땅에 적응해 살아가는 로망을 꿈꿉니다.

물론 로망을 이루기 위해 들어가는 노력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가끔은 현실을 직시하고 포기해야 하는 부분도 생기지요. 그만큼 야생의 땅에서 살아가는 것은 힘듭니다. 적어도 게임 플레이 초반에는 그렇게 느끼게 됩니다. 강가에 무성한 갈대 줄기 하나, 땅바닥에 떨어진 돌멩이 하나까지도 무엇 하나 쓸모없는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게임을 플레이할수록 가방이 부족할 정도로 가득 담아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 마을로 가져가던 두근거림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레벨을 올리기 위한 무의미한 채집과 소비만이 들어갑니다. 이것이 과연 ‘야생의 땅’에서 살아남는 방법이라 할 수 있을까요.

만약 스킬 레벨과 플레이어 레벨을 완전히 별개로 두어 원하는 작업은 계속해서 반복할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아니면 차라리 스킬레벨을 올리기 어렵게 만들어 스킬 레벨이 전부 올라갈 때 쯤 플레이어 레벨이 함께 올라갔다면 어땠을까요. 그랬다면 적어도 가득 찬 스킬 숙련도와 한참 비어있는 플레이어 경험치 바를 보면서 한숨 쉬는 일은 적지 않았을까요.

채집이 굉장히 중요한 게임이기에 채집물과 플레이어 레벨에 제한을 둔 것은 플레이하는 입장에서 굉장히 가혹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제작 가능한 장비의 종류가 적은 것도 한 몫 하지요. 재료들을 모아 필요한 장비를 제작하고나면, 나머지는 사실상 별로 쓸 일이 없습니다. 스킬 숙련도나 도구 레벨이 부족할 때 아예 아무 재료도 얻지 못하는 방법 보다는, 극단적으로 낮은 확률일지라도 시도 정도는 해보게 했으면 어땠을까요. 각 레벨대 섬마다 특정 속성을 가진 재료를 다양하고 촘촘하게 배치했다면? 재료로 제작 가능한 장비의 숫자를 더 늘렸다면 어땠을까요? 단순히 레벨을 올리기 위한 반복 작업이 아닌, 채집과 제작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면 더 즐겁게 플레이를 할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어느 시점을 넘긴 순간부터 야생의 땅은 적응하고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공간이 아니라 숫자를 채우기 위한 공간이 되어버립니다. 가장 아쉬웠던 점은 바로 이것이지요.



▲ 직업과 계열은 결국 다시 제약으로 다가왔습니다.




▲ 완성하고 나면 굉장히 뿌듯합니다. 과정이 힘들어서 그렇지요.


듀랑고를 구성하는 각각의 요소들은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입니다. 스스로 만들어지고 사라지는 섬. 그 안에서 촘촘하게 짜여진 생태계, 플레이어가 원하는 모습으로 만들어갈 수 있는 캐릭터. 넓게 펼쳐진 필드에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제작과 채집은 단순한 시스템적인 추가를 떠나 기술적으로도 큰 발전을 이룩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레벨 밸런스는, 사실 정답이 없습니다. 어떻게 조정해도 너무 쉬운 사람과 너무 어려운 사람이 나오기 마련이지요. 최대한 많은, 그리고 꼼꼼한 테스트를 통해 천천히 맞춰 가야 하는 부분입니다. 아니면 라이브 서비스 이후에라도 조금 손을 봐도 좋지요. 게임을 즐기는 플레이어들이 그것을 바란다면요. 이번 테스트에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인 레벨 밸런스는 안 그래도 하드코어하다, 어렵다는 평가가 많은 상황에서 지나치게 빡빡하게 맞춰져 플레이어들의 피로감이 너무 심하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였습니다. 매력적인 요소를 가득 담아놓은 게임이라 해도 플레이하는 유저가 그것을 느끼고 바라볼 수 없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니까요.

듀랑고의 재미는 마치 최고급 대게 찜과 같습니다. 맛은 보장할 수 있어요. 진한 향을 풍기며 모락모락 피어나는 김, 촉촉하고 부드러운 속살, 입에 넣으면 은은하게 퍼지는 단맛까지, 생각만 해도 황홀합니다. 하지만 먹기가 영 불편합니다. 두 손 가득 끈적한 국물을 묻혀가며 다리를 떼어내 반으로 가르고 열심히 파내봐야 먹을 수 있는건 한 줌 뿐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듀랑고의 ‘재미’는 호불호가 갈립니다. 다리를 뜯어내고 게살을 발라내는 과정까지 즐긴다면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겠지만, 그 과정이 귀찮다면 대게를 먹는 시간이 언제나 즐겁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말하자면, 듀랑고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그 과정을 귀찮아하는 사람도 즐길 수 있을 정도로 재미있는가”입니다. 이미 ‘마니아층’은 확보했습니다. 그 모든 과정을 재미로 느끼는 사람들이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껍질을 벗기는 것을 귀찮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껍질을 까서 살을 발라 접시에 이쁘게 올려주는 다른 모바일게임과 다르게, 듀랑고의 정체성은 그것을 거부합니다. 그렇다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한 가지 뿐이지요. 이제 두 번째 테스트가 끝났을 뿐입니다. 아직 시간은 많고요. 다음 테스트에서는 듀랑고가 과정을 귀찮아하는 사람들도 기쁜 마음으로 가위를 들 정도로 맛있는 요리가 되어 돌아왔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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