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C2016] 넥슨 최은영 책임 연구원의 듀랑고 애니메이션 제작에 대한 모든것

게임뉴스 | 이인규,김강욱 기자 | 댓글: 15개 |
"이 강연은 어떤 굉장한 비기라던지 외계인 고문 기술이라던지 그런 건 담겨 있지는 않아요. 한 발짝씩 각 기로에 섰을 때마다 어떤 결정을 했는지. 어떤 고민을 했는지에 대한 내용입니다."

웹젠 SUN을 시작으로 마비노기 영웅전을 거쳐 듀랑고 제작에 합류한 넥슨 왓스튜디오에서 애니메이션과 연출 파트 파트장을 맡고 있는 최은영 책임 연구원이 듀랑고의 애니메이션에 대해 강연하기 위해 단상에 올랐다.

강연은 초기 듀랑고 모델을 시작으로 단 두 명밖에 없는 애니메이터를 포함 10명 남짓한 아트팀과 함께 중간에 플랫폼이 바뀌어버린 듀랑고를 제작하면서 개발자라면 누구나 직면하는 인력과 시간의 분배, 효율적인 프로세스 정립 등의 과제를 어떻게 헤쳐나갔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 아트 스타일을 정렬하기 위한 대들보

"여기 오신 분들은 야생의 땅 듀랑고라는 게임에 대해서 많이들 아실 거라 생각해요. 처음에 듀랑고라는 세계를 들었을 때 정말 매력적이었어요. 현대인과 공룡이 어우러져 사는 현대 지구가 아닌 세계. 정말 멋있죠."

듀랑고를 처음 접했을 때 느꼈던 강연자의 감상과 함께 본격적인 강연이 시작되었다. 어렸을 때부터 뉴턴 같은 과학 잡지를 가까이 하면서 자연스레 공룡에 대한 애정을 키웠다는 강연자는 공룡을 주제로 한 게임을 만든다고 했을 때 너무 흥미로웠고 어떻게 생긴 세상인지 상상하게 되었다고 했다. 하지만 사람마다 상상하는 세계가 다르고 공룡 주제는 전통적으로 인기가 있는 소재인 만큼 자칫하면 진부해질 수 있는 문제라 듀랑고를 제작하면서 아트 스타일 정렬이 필요했다.

아트 스타일을 정렬하기 위해 우선 대들보를 만드는 작업이 진행되었다. 대들보는 말 그대로 기둥을 뜻하며, 프로젝트를 진행함에 있어 근간과 버팀목이 되어주는 기준을 말하며, 이 기준들은 리더가 없더라도 팀원들이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요소가 되었다.

듀랑고의 대들보는 총 여섯 가지로 '생존', '폭력 수위 15금 지향', '개연성 있는 허구 표현', '현대와 야생의 날것이 그대로 접합된 기술 수준 정의', '욕구에 따라 움직이는 동물 생태계 묘사', '노출을 위한 노출 지양'이다. 이 모든 것에 개연성이 필요했고 유머러스함도 잃지 말아야 했다.



▲ 듀랑고의 대들보


현장에서 적용한 버전 중 의상업 기술을 묘사할 때는 현대와 야생의 날 것을 그대로 접합시키는 쪽을 선호했다. 흔히 '거지같은 룩'으로 통용되었으며, 대표적인 예가 된다. 2015년 12월 첫 번째 리미티드 베타에 들어갔던 개인 바구니 모델은 야생에서 사람들이 그냥 얼기설기 만들었다고 하기엔 너무 깔끔했다. 그래서 테스트 이후 현대와 야생의 날 것이 돋보일 수 있도록 바구니에 적용되었다.

바구니를 제작은 AD에게 디자인을 요구한 것이 아니라 기존 필러를 보고 모델러가 현대와 야생의 날 것이 돋보일 수 있는 디자인으로 제작되었다. 또한, 환경도 디스토피아적인 척박한 환경을 묘사하는 것은 아니었다. 언제든 돌아와서 쉴 수 있는 모습을 만들길 원했다. 그리고 공룡 아트워크는 설득력이 있으면서도 너무 고증에 얽메이지 않고 자유로이 표현이 가능했다.

실례로 파라고사우루스는 티라노의 사촌격인 공룡으로 현재 모델과 다르게 생겼다. 털을 붙이고 자유스럽게 표현을 했으며, 팀원들의 귀염움을 독차지했던 페나코는 디자인 변경을 통해 흉측하게 생긴 일명 '쥐나코'로 변경될 뻔했다. 하지만 이 시도는 너무 흉측하게 변해버린 페나코를 본 이은석 디렉터의 포기로 무효로 하기도 했다.



▲ 바구니 전/후




▲ 귀염둥이 페나코




▲ 더러운 쥐나코



■ 이 애니메이션 대들보는 1년 뒤 개정됩니다.

듀랑고에 대들보가 있었던 것처럼 애니메이션에도 대들보가 있다. 동물은 동물처럼 움직이는 것이 중요해 인격체가 연기하는 것처럼 움직이지 않고 현실성을 살려야 했다. 또한, 플레이어도 슈퍼 히어로가 아닌 일반 사람인 만큼 컨셉을 최대한 현대에서 차용했다.

대표적인 예로 공격 모션을 들 수 있는데 현대에서 쉽게 취할 수 있는 액션을 가져왔고, 동작을 묘사함에 있어서도 범용적이고 일반적이어야 했다. 플레이어가 마비노기 영웅전의 피오나와 리시타 같이 특정 캐릭터가 들어간 시스템이 아니라 어떤 사람이 와도 표현할 수 있게끔 성격이 너무 들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리고 동작과 상황을 구체적으로 묘사해야 플레이어가 듀랑고 세게에 몰입하기 쉬울 거라 생각했다. 이렇게 멋있게 지었지만, 이 대들보는 1년 뒤에 개정되었다.






▲ 하지만 이 대들보는 1년 뒤 개정됩니다.


"대들보도 만들고 열심히 만들면 될 것 같아요. 근데 뭘 만들어야 할까요? 이렇게 본격적으로 무엇을 만들지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만들어야지? 하고 구체적으로 실행에 옮겼을 때가 2014년 봄쯤이었습니다

강연자는 듀랑고 속 동물도 욕구가 있고 각자의 생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제작해야 할 세계가 너무 방대했지만, 그에 비해 애니메이터는 단 두명 뿐이었다.

"강연을 준비하며 2014년 봄부터 약 일 년 반 동안 작업한 클립 수를 세어보니 1,200여 개가 되더라." 강연자는 이렇게 준비를 해 작년 12월에 첫 번째 리미티드 베타를 진행했었는데, 인벤에서 작성한 리뷰를 보니 디테일 부분에 대한 내용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그리고 작업자로서 감사함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이 강연은 어떤 굉장한 비기라던지 외계인 고문 기술이라던지 그런 건 담겨있지는 않아요. 한 발짝씩 각 기로에 섰을 때마다 어떤 결정을 했는지. 어떤 고민을 했는지에 대한 내용입니다."

본격적인 듀랑고 제작에 앞서 초창기 듀랑고의 모습이 소개됐다. 처음에는 원주민과 현대인이 공존했으며, 그들을 통해 다양하고 상반된 플레이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하고 동시에 시각적 경험을 다르게 해보자는 시도가 있었다. 준비된 원주민의 모습은 외계인과 SF의 느낌이 덜한 그런 모습이었다. 컨셉의 핵심을 깃털로 잡았으며, 다리를 매우 길게 하고 팔을 짧게 해 현대인과의 비율을 달리했다.





"애니메이터 분들이 계시면 아시겠지만 프로포션이 다르면 모션 단계에서 굉장히 골치가 아파요."

원래 모션대로라면 손끝이 바닥에 닿아야 했다. 하지만 비율이 달라지면 원래 의도했던 것과 달라졌다. 이 부분을 수정할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아티스트가 직접 손보는 것이지만, 품이 많이 들고 늘어나는 리소스 양을 감당하기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그는 관절 역단부터 0으로 계산해주는 모션 리타게팅을 고려했다.

원주민은 만드는 김에 남성과 여성을 따로 나눠 모션 리타게팅을 해서 공유하는 시도가 이루어졌으며, 이를 위해서는 먼저 여성스러운 것이 어떤 것인지 동작 분석이 필요했다. 먼저 남성 모션을 제작한 뒤 포즈 몇 가지를 여성스럽게 바꾸었다. 프로그램에서 일괄적으로 적용할 규칙을 찾는 게 중요한 시기였던 만큼 그 안에서 일반화시킬 수 있는 규칙 몇 가지를 뽑아야 했다. 이런 수치를 통해 프로그래머를 통해 리타게팅 프로토 타게팅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이런 시도는 듀랑고가 모바일 플랫폼으로 결정되면서 자연스럽게 진행이 보류되었다.



▲ 여성스러운 동작 분석




▲ 모션 여성화




▲ 일부만 여성화




▲ 원본 양손 무기 모션




▲ 리타게팅된 여자 모션




▲ 체형에 따른 IK 리타겟팅 모션




▲ 체형이 바뀌어도 손 위치가 사과와 입에 정확히 맞춰짐



■ 듀랑고 진입장벽을 허물기 위한 방법. 프롤로그

초창기 듀랑고의 가장 큰 난관 중 하나는 진입장벽이었다. 듀랑고와 비슷한 모바일 게임이 없다 보니 유저들에게 가이드와 현대인들이 어떻게 듀랑고 세계에 넘어왔는지에 대한 세계관 설명이 필요했으며, 초반에 강한 인상과 함께 틈틈히 어셋도 다운 받길 원했다. 이런 부분 때문에 듀랑고 프롤로그를 투입했다.

듀랑고를 처음 시작해서 캐릭터를 고르고 랩터와 싸우기까지 여러 가지 조작법을 학습한다. 후에 티라노가 나타나 기차를 들이받고 기차가 탈선되면서 어딘가에 충돌해 암전이 된다. 정신을 차린 플레이어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부식된 기차와 어딘지 모르는 세계로 넘어왔다는 것이다.



▲ 스토리 보드. 지금과 약간 다르지만 큰 줄기는 같다.




▲ 사실 프롤로그에 아주 큰 비밀이 있습니다.


유저 조작 가능 후반부 연출 애니메틱은 랩터가 오면 주변에 있는 잔해를 무기 삼아 전투를 학습하게 되며, 그 후 유저가 조작할 수 없는 후반부 연출 애니메틱에서는 티라노가 등장하여 기차를 공격하고 기차가 전복되는 과정까지의 에니메틱이 재생됐다.

첫 번째 유저가 조작할 수 없는 후반부 연출 애니메틱에서는 티라노가 나타난 후 기차를 들이받는다. 그 후 기차가 탈선하고 결국 떨리다가 철근이 뚫고 들어오면서 랩터를 두 동강 낸다. 하지만 막상 건들여보니 관계가 이상했다.

티라노는 젠틀하게 기차를 치고 바로 퇴장했으며, 철근에 의해 두 동강 난 랩터도 이상했다. 머리속으로 생각했을 때 괜찮을 것 같았는데 막상 적용해보니 수정이 필요했다. 목적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티라노가 고개를 기차 안으로 밀어 넣어 랩터를 채가는 것을 보여주었다. 실제로 티라노가 기차 외벽을 뜯은 후 다시 나타나 랩터를 잡아가는 모션이 적용됐다.



▲ 후반부 연출 애니메틱1.avi




▲ 후반부 연출 애니메틱(수정).avi


"이렇게 만들었는데 모 디렉터님이 굉장히 아이디어가 좋으신 분이세요. 장점인데. 이 아이디어가 너무 좋으셔서 종종 밥상을 뒤엎으세요. 티라노가 벽을 물어 뜯는 게 아니라 뚫고 비집고 들어왔으면 좋겠다. 그런데 들어왔을 때 유리가 먼저 깨지고 티라노 머리가 한 칸씩 벽을 밀면서 벽이 한 칸씩 찌그러지면 좋겠다.

그래서 만들었죠. :)"




▲ 모 디렉터의 아이디어 1




▲ 모 디렉터의 아이디어 2




▲ 후반부 연출 애니메틱_Final_최종.avi


"티라노가 등장하고 비집고 들어와서 처음에는 주둥이만 저만큼 보이다가 더 들어오라는 식으로 요구되는 것들이 굉장히 디테일 했어요. 처음에는 콧구멍까지만 보여야 한다. 두 번째는 어디까지 보여야 한다. 그래서 이 이후로도 계속 애니메틱 이터레이션을 많이 돌았어요. 그때 피팅만들면서 보니까 수정 파일이 한 서른 개 되더라고요. 그래서 계속 티라노의 연기와 랩터 연기의 합과 의도를 맞추고 리깅을 구상했었죠."



▲ 기차를 최상위 부모로한 씬


"이걸 가지고 프로그래머분께서 애니메틱 데이터로 합체해서 구현 프로토타입을 만드셨고요. 이걸 통해서 어떻게 기차는 레벨 디자인을 나누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기술 이슈가 있을지 그리고 맥스 데이터를 통째로 들고 왔을 때 사용 가능한지 하이어라키 구조에는 문제가 없는지 살펴볼 수 있었고요. 이게 애니메틱 데이터가 그대로 들어간 거였어요. 그래서 들어왔을 때 별문제가 없었길래 그러면 진행을 하자 해서 본격적으로 작업에 들어갔고 이게 최종 기차 모델인데요. 여기 티라노가 대기하고 있죠. 시작을 합니다. 캐릭터를 골라서 쭉 기차 칸을 지나오면 여기서 이벤트가 일어나고요. 분위기가 전환되면서 다시 역으로 올라갑니다. 그리고 여기서 최종적인 이벤트 씬을 만나게 되죠."

"이게 초창기에 애니메틱으로 프리프로덕션을 이터레이션을 많이 돌렸어요. 그래서 실질적인 본 작업에 들어갔을 때는 거의 착오 없이 그대로 진행되었고요. 티라노가 한 번 물까, 두 번 물까 랩터는 언제 물까 이런 수정이 후반에는 거의 없었습니다. 그리고 티라노랑 랩터를 애니메이터 둘이서 각각 잡아서 작업했는데 큰 무리가 없게 작업이 되었습니다. 아시겠지만 biped와 bone과 helper가 섞이면 데이터 공유가 자유롭지가 않아요. 따로 로드 세이브 해줘야 하죠. 실제로 익스포트도 굉장히 복잡했었고요. 작업자가 소수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 최종 기차 모델






■ 생산성 향상에 관하여

이후 생산성 향상에 관하여 리소스 생산 자체를 신속히 한 방법이 소개됐다. 리소스를 생산을 빠르게 생산하는 방법으로 빠른 자료 선정과 모션캡쳐 기타 방법이 사용되었다. 먼저 자료 선정에는 실제로 듀랑고의 동물을 제작할 때 사용되었던 자료 선정의 사례로 들어 강연이 이어졌다.


▶ 신속하고 퀄리티 있는 제작을 위한 자료 선정

동물 애니메이션을 살펴보면 신속하고 퀄리티 있는 제작을 위해 좋은 자료를 선정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분류학적으로유관하면 좋겠지만 듀랑고에서는 최대한 외형 이미지가 비슷한 동물이 선택되었다. 자료 선택의 예로 든 동물은 총 5종으로 메머드(코끼리), 메갈로케로스(사슴), 트리케라톱스(코뿔소), 페나코(개), 파라사우롤로푸스(사람)이다.

이중 메갈로케로스의 자료가 된 사슴은 임팔라처럼 가벼운 사슴보다 물소처럼 무거운 이미지를 담았으며, 페나코는 소과 동물이지만 외형 이미지 때문에 개로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파라사우롤로푸스는 같은 체형의 동물이 없어 고민하던 중 우연히 보게 된 우네르 신드롬 동영상에서 힌트를 얻었다.



▲ 동물 제작 자료 선정




▲ 자료를 얻기위해 때로는 직접 찍기도...



▶ 노동 집약적인 애니메이션의 제작 시간을 줄여주는 모션 캡처

노동 집약적인 애니메이션의 제작은 프레임마다 정한 포즈가 모여서 1초, 2초, 3초를 만드는 작업이다. 사실적이고 섬세한 움직임을 수작업으로 만들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넥슨 내부에 있는 모션 캡쳐 시설을 이용해 시간을 절약했다. 사내에 있는 만큼 창의성과 퀄리티에 도움을 주는 요소로 작용했고 이를 통해 다양한 컨셉을 시도할 수 있었다.



▲ 컨셉 변경이나 NG에서도 자유로움


강연자는 모션캡처를 이용한 컨셉 변경에 대한 대표적인 예로 듀랑고 악기 연주 시스템을 들었다. 아직 게임 내에 적용된 내용은 아니지만 초창기 모닥불에서 통기타를 치는 동작에서 악기 5개와 리액션 2개가 들어가는 락 동작으로 변화했다. 컨셉 전체 변경으로 인한 작업 일은 모션캡처에 1일, 데이터 수정과 추가 작업까지 업무일로 7일이 걸렸다.

"수작업으로 했으면 정말 오래 걸렸겠죠. 보름 이상 걸렸겠죠. 모션캡쳐로 플레이어 애니메이션을 대부분 제작했었어요. 워캡 수트를 입고 액팅 하기도 했고 액터를 모시기도 했고요."



▲ 초기 모닥불 캠파 통기타 동작




▲ 다섯 가지 악기와 리액션이 추가된 컨셉 변경 동작




▲ 공룡 모션도 시도해봤지만 사람과의 비율이 달라 수정할 점이 많았다.



■ 서버 지연 시간과의 전쟁 듀랑고 전투 시스템

모바일 환경에 맞추어 나가는 과정에서 가장 힘든 건 전투였다. 동기식 MMO를 사용하는 듀랑고의 전투는 서버 지연 시간이 발생하여 기획 자체를 처음부터 서버에서 500ms를 넣는다고 가정하고 제작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정교한 조작과 즉각 반응이 어려워진 만큼 수동 조작을 제공하기 어려웠고 방법을 모색하던 중 전술과 태세를 세트 메뉴처럼 템플렛으로 제공하면 어떨까라는 게임 디자이너의 말을 듣고 여러 가지 영상 제작을 시작했다.



▲ 듀랑고 전투의 고질적 문제


템플렛 제작에는 나름대로의 기준을 가지고 제작되었는데, 공격 시기나 대치 시간 등이 이에 포함되었다. 500ms의 지연시간이 있다고 생각하고 제작한 영상을 통해서 게임 디자인을 눈으로 확인해 구체화될 수 있었고, 구현 방향도 가닥을 잡게 되었다. 리소스 제작의 방향도 보였으며 어디에 사용할지 미리 알 수 있어 훨씬 더 정황이 명료해졌다. 또한, 스케줄을 짜는 데도 좋았다고 전했다.









추가로 의도한 것 외에 얻어걸린 것도 있었다. 방향이 급격히 바뀔 때 발생하는 급회전 모션과 방향별로 달라지는 피격모션, 상대를 쫓아가 몸을 던지는 몸통 박치기였다. 영상을 제작하면서 상황에 따라 해당 모션들이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만든 것들이 정말 운 좋게 팀원들에게 공유되어 실제로 구현되었다.






■ 많은 도전과 경량화가 필요했던 프로세스

작업 자체도 중요하지만 일을 어떻게 하는가도 중요했다. 프로세스 면에서도 다양한 도전이 있었고, 경량화를 위해 많은 노력이 진행되었다. 최종적으로 모션이 보여질 곳을 게임 클라이언트인 만큼 맥스와 마야 등 DDC 상 확인 절차를 최대한 줄이고 최대한 클라이언트에서 이터레이션을 자주 돌리려고 했다. 하지만 이 부분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애니메이터가 직접 리소스를 게임에 추가할 수 있어야 했다. 마비노기 영웅전은 클라이언트에서 많은 걸 처리할 수 있어 아티스트가 이것저것 넣어서 테스트하기 좋았으나 서버가 많은 권한을 가지고 있는 듀랑고는 그렇지 않았다.





"그중 대표적인 것 하나가 루트 모션인데요. 쉽게 설명하면 서버가 알고 있는 오브젝트의 이동 값이에요. 듀랑고는 나 한 대 너 한 대 제자리에서 투닥거리는 전투는 지양하고 있었죠. 실제 상황처럼 이동하면서 대쉬도 하면 대쉬한 자리로 되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대쉬한 장소에 멈추는 그런 시스템을 지향했었고요.

이걸 루트 모션을 쉽게 설명하면 이런 건데. 랩터가 사람을 공격하러 가요.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클라이언트만 이동한 거고 서버는 그대로 있어요. 그러면 다른 플레이어가 보기에는 랩터가 서버 자리에 있는 거예요. 그러면 사람은 서버 자리를 공격하러 가겠죠. 서버와 클라이언트 상에 이런 간격을 일치시켜 주는 것이 중요한데요. 이때 루트 모션의 값이 들어가게 되고요. 이렇게 해서 모션 내 시간당 오브젝트의 위치, 회전 값을 기록되어 있고요. 이런 건 동물이나 플레이어마다 하나씩 있어요. 이렇게 추출할 수 있게 되어 있고요.

앞서 보셨다시피 저희는 모션을 게임에서 직접 테스트하는 걸 권장하죠. 그러면 모션이 수시로 바뀌어요. 공격 패턴이 바뀌는 건 허다하죠. 공격 거리가 늘어나는 것도 허다하죠. 포즈가 바뀌었어요. 콘셉트가 완전히 바뀌었어요. 다시 루트 모션 값을 다시 뽑아달라고 기획자나 프로그래머한테 이야기하기에는 너무나 비용이 크죠. 그래서 애니메이터가 직접 로컬 서버를 띄워서 충분히 테스트할 수 있도록 환경을 꾸몄습니다. 루트모션이나 서버에 들어가는 데이터를 작업한 후에 커밋하고 푸쉬하고 머지 요청을 할 수 있도록 작업 환경을 꾸며서 작업을 했었고요. 이렇게 해서 자유롭게 전투 모션이나 루트 모션을 수정하여 퀄리티 업이 가능했습니다."


















이런 작업 환경은 소셜과 이모션 동작에서 빛을 발했다. 프로그래머의 도움 없이 애니메이터 마음대로 넣을 수 있는 환경이 이미 구성되었기에 한 프레임짜리 포즈를 하루 만에 여러 개를 넣을 수 있었다. 듀랑고를 플레이하는 유저가 재미있게 즐겼으면 하는 마음에서 넣은 특전대 포즈는 실제로도 많은 유저들이 즐겁게 이용했다.









프로세스 경량화는 아웃 소싱에서 발생하는 피드백 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 일 년 동안 시행착오가 많았지만, 최초 레퍼런스를 보낼 때 자료를 최대한 정확하게 전달하고, 방향성만 맞는다면 너무 디테일하거나 너무 자잘한 것들은 확인하지 않았다. 그리고 게임상에서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은 직접 받아서 업로드한 후에 확인하면서 직접 마무리 하는 것으로 결정이 되었다. 이런 모든 과정이 애니메이터가 리소스를 직접 넣어 테스트할 수 있는 시스템 덕분이다. 이를 통해 게임 안쪽에 신속하게 직접 개입할 수 있게 되면서 아티스트도 애니메이터도 개발자라는 소속감과 성취를 느낄 수 있었다.










■ "듀랑고가 재미있는 놀이터가 되었으면"

"개발자로서 가장 크게 바랐던 것은 듀랑고를 통해서 재미있는 놀이터를 만들어 드리고 싶었어요. 거기서 재미있게 놀아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고요.

이를 달성하기 위해 그때그때 주어진 문제들을 어떻게 하면 신속하게 모바일에 어울리면서 구성원들이 직접 게임 개발에 참여한다는 느낌이 들게 해결할 수 있을까. 이런 과정들을 고민을 쭉 해왔었습니다. 그래서 그런 큰 세계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고 생각을 해요.

이게 가능했던 이유는 열려있는 스튜디오 문화도 한몫했던 것 같습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애니메이터가 제안하거나 프로그래머가 누굴 걱정하고 저희는 그런 경계를 나누지 않았어요. 인하우스 툴이나 칸반 같은 다양한 의사소통 창구가 열려 있었고 아이디어 제안과 참여를 자유롭게 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데이터가 제작 가능했던 것도 초기부터 참여했기 때문이었죠.

한편 아쉬운 점도 없지는 않아요. 제대로 즐기면서 게임을 만들었던 적도 많았지만 양을 늘리는 데 급급해서 힘든 점도 있었고요. 그리고 퀄리티도 아직 아쉬운 부분이 많습니다. 이건 계속 개선을 해나갈 예정이고.

너무 효율을 따지다 보니까 기술적인 도전이 좀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어요. 바이패드나 켓에서 벗어나 리그로 만들고 싶었는데 그런 보정이 부족해서 아쉬운 점이 있고요.

그리고 계속 이야기나 나왔지만 커스텀 리깅은 데이터 공유에서 비효율적입니다. 보존성이 좋지 않아요. 그리고 서버 환경을 구성했다고 했는데 아티스트 친화적이진 않죠. 소스트리 프리오더가 한 번 꼬이면 프로그래머님 호출해야 해요. 매번 출장 오셔서 꼬인 거 풀어주시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즐겁게 만들어온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 짧게나마 게임 속 세상에서는 즐겁고 위로를 받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재미있는 놀이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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