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루트리스 스튜디오의 첫 도전! 게임 속 설화를 담다, '사망여각'

인터뷰 | 윤홍만 기자 | 댓글: 40개 |
인디 개발사를 만나는 건 항상 즐겁습니다. 천편일률적인 게임에서 벗어나 항상 새로움을 추구하는 그들의 모습과 톡톡튀는 아이디어를 직접 볼 수 있으니까요. 이번에 만난 루트리스 스튜디오(Rootless Studio)도 그랬습니다.

대세라는 서양 판타지 배경이 아닌, 비주류라고 할 수 있는 한국 전통 설화를 바탕으로 한 게임. 거기에다 만인의 플랫폼이라는 모바일을 버리고 오직 PC로만 출시한다는 얘길 들었을 때는 귀를 의심하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루트리스 스튜디오는 자신이 넘쳐 보였습니다. 오히려 남들과는 다른 그 길이야말로 성공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까지 말했는데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루트리스 스튜디오. 인벤에서는 22일 3차 티저 영상 업데이트를 앞둔 루트리스 스튜디오를 찾아가 그들이 개발하고 있는 게임 '사망여각'에 대한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 아트를 담당한 민투칸 아트(본명 민병규)의 경우 사정상 참여하지 못해서 질의서를 통해 문답을 주고받았습니다.



▲ 루트리스 스튜디오 박현재 대표(좌), 김태영 기획(우)



■ 루트리스 스튜디오 "근본은 없지만 재밌는 게임을 만들 자신은 있습니다."

Q. 만나서 반갑습니다. 자세한 얘기에 앞서 간단한 소개 좀 부탁합니다.

박현재 : 루트리스 스튜디오의 대표이자 프로그래밍 파트를 담당하고 있는 박현재라고 합니다. 창업도 처음이고, 직업으로 게임을 개발한 적도 없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회사명을 루트리스 스튜디오라고 지었습니다. 근본도 없지만, 그렇기에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낼 수 있을 거란 의미를 담았습니다.




김태영 : 루트리스 스튜디오에서 기획을 맡고 있는 김태영입니다. 전 예전에 학원에서 기획 공부를 했었는데요. 그 당시 RPG 만들기(이하 알만툴)를 이용해서 이것저것 게임들을 만들어봤었습니다. 그런데 좋아해 주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그때 뭔가 알 수 없는 희열이 느껴졌습니다. 그걸 계기로 좀 더 제대로 된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에 함께 창업하게 됐습니다.


Q. 창업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나요? 실패할 수도 있는 도전인데 말이죠.

박현재 : 물론 있었죠. 하지만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했습니다. 만약 취업했다면 창업이라는 도전보다는 그대로 현실에 안주하지 않았을까 싶거든요. 결과적으로는 두려움도 있었지만, 이때 아니면 언제 하느냐는 마음에 창업을 결심하게 됐습니다.


Q. 방금 전에 알만툴을 다뤄봤다고 했는데, '사망여각'도 알만툴로 만들고 있는 건가요?

박현재 : 예, 최신 버전인 알만툴 MV로 만들고 있습니다. 사실 게임메이커나 유니티 엔진도 염두에 두긴 했었습니다만, 개발 난이도나 속도를 비교했을 때 알만툴 MV로도 충분하다고 여겼습니다.

김태영 : 아무래도 '사망여각'이 스토리가 중심인 RPG 게임이다 보니 알만툴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알만툴이 성능이 낮다고 하지만 과거 JRPG를 개발한 노하우가 녹아있는 툴인 만큼, 그렇게 수준 낮은 성능도 아니었습니다. 몇몇 기능은 게임메이커보다도 좋은 부분이 있을 정도였으니까요.

그중에서 가장 큰 장점은 역시 개발 속도였습니다. 예전에 알만툴을 다뤄봤던 경험이 있어서 최신 버전에 쉽게 적응할 수 있었고, 별도의 스크립트를 작성하지 않아도 되니 원하는 장면을 빠르게 구현할 수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사망여각'을 개발하는데 있어서는 최적의 툴인거죠.



▲ 알만툴 MV로 개발 중인 '사망여각'


Q. 알만툴의 장점이기도 하지만, 스크립트를 작성하지 않아도 된다는 건 반대로 말하면 제약이 많다고 볼 수도 있지 않나요?

김태영 : 알만툴 MV 버전에서는 플러그인이라고 해서 스크립트를 구현할 수 있는 기능이 있는데요. 유니티 에셋처럼 공유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해외에서는 유료나 무료로 활발하게 배포하고 있어서 찾기도 쉽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운 좋게도 해외 개발자분과 어떻게 연이 닿아서 필요한 스크립트를 쉽게 구하고 있고, 만약 없다면 직접 만들기도 해서 기능상에 제약은 거의 없는 편입니다. 덕분에 일반적인 알만툴 게임과 비교해서 확실히 진화한 게임성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Q. 알만툴의 장점으로 빠른 개발을 계속 언급했는데요. 빨리 게임을 개발하려고 한 이유가 있나요?

김태영 : 최근이라고 할 순 없지만 '언더테일'이 인디 게임임에도 큰 인기를 끌었는데요. 그때 든 생각이 아직 '언더테일'에 대한 여운이 남아있을 때 스토리가 중심인 특색있는 게임을 낸다면 좀 더 익숙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망여각'도 스토리가 핵심인 게임으로 '언더테일'을 즐긴 유저들이라면 재밌게 즐겨주실 거로 생각했거든요.





Q. 그러고보니 '사망여각'은 현재 PC로 개발하고 있죠. 약간 의외였습니다.

김태영 : PC와 모바일이 주는 경험에 차이가 있었서 그랬습니다. '사망여각'에는 다양한 선택지와 함께 이스터에그 요소같이 숨겨진 요소들이 꽤 있는데요. 모바일의 경우 아무래도 화면도 작고 터치로 인해 가려지는 부분 등 몰입에 방해가 됐다고 판단했습니다. 물론 수익적인 부분을 생각했다면 모바일은 빼놓을 수 없겠지만, 저희가 '사망여각'을 통해 주고자 하는 경험을 오롯이 느끼기 힘들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과감하게 PC로만 개발하게 됐습니다.


Q. 그렇다면 아예 모바일은 나올 예정이 없나요?

김태영 : 예, 아예 안 낼 생각입니다.


Q. 개발을 하면서 자금이 역시 제일 중요하죠. 크라우드 펀딩 계획은 있나요?

김태영 : 당연히 있죠. 지금은 펀딩을 하기에 앞서 두 차례에 걸쳐 티저 영상을 공개하면서 게임에 대해 홍보를 하고 있습니다. 22일에는 최신 버전인 3차 티저를 공개할 예정이고요. 3차 티저에서는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전투 시스템 등을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사망여각'에 대해서 어느 정도 홍보가 되면 본격적으로 크라우드 펀딩을 하려고 합니다. 계획으로는 8월 15일 광복절에 할 계획이고요. 아무래도 게임의 모티브가 전통 설화다 보니 펀딩을 하면서도 의미를 담고 싶었습니다.



■ 사망여각 "게임에 설화라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Q. 본격적인 게임 이야기를 하도록 하죠. 우선 '사망여각'이라는 제목의 뜻은 뭔가요?

김태영 : 사망과 여각을 합한 제목인데요. 여기서 여각이란 예전에 있던 일종의 숙박 시설을 의미합니다. 즉, 죽은 자들이 하룻밤 머물게 되는 장소라는 의미에서 '사망여각'이라고 지었습니다.





Q. '사망여각'의 장르는 어떻게 되죠?

김태영 : 스토리 중심의 어드벤처 RPG 게임입니다. 맵을 이동하면서 퍼즐도 풀고, 전투도 해야 하는 게임이죠. 물론 단순히 적을 쓰러뜨리는 게 목표는 아닙니다. 전투에서는 다양한 선택지가 있어서 턴제 RPG지만 다양한 재미를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아마도 꽤 하드코어한 게임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Q. 스토리가 중점이라면 캐릭터들 역시 중요할텐데, '사망여각'에는 어떤 캐릭터들이 등장하는지 소개 부탁합니다.

김태영 : 주인공인 아름은 바리공주 설화에 등장하는 바리공주를 모티브로 제작된 캐릭터입니다. 바리데기 공주는 설화에서 아버지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저승으로 가게 되는데요. 아름 역시 비슷합니다.

게임에서 아름은 아버지와 단 둘이 살고 있는 효녀인데 어느 날 고을에서 죽은 사람이 살아나고 반대로 산 사람이 죽는 사건이 일어나게 됩니다. 그러던 중 아버지가 죽게되자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기 아름이가 저승으로 가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 아름의 변천사. 오른쪽이 현재의 아름이다.

그 외에도 강림 차사를 모티브로 한 설이라는 저승사자나 겉은 우락부락하지만 속은 순박한 흥덕사령 등 다양한 설화 속 저승사자들이 등장합니다. 캐릭터나 기타 스토리에 대한 자세한 정보들은 앞으로 텀블벅에 크라우드 펀딩을 하면서 공개할 예정이니 관심있게 지켜봐 주시길 바랍니다.



▲ 사자탈을 쓰고 다니는 저승사자 설


Q. 처음 '사망여각'을 보자마자 든 생각이 '아트가 되게 독특하다' 였습니다. 두 분은 원래 아는 사이라고 했는데 아트를 하신 분도 마찬가진가요?

김태영 : 원래는 전혀 모르던 사이입니다. 우연히 제가 '헤이트 투 다이'라는 게임을 하면서 알게 됐습니다. 다운로드는 높지 않았지만, 그래픽이 정말 마음에 들더라고요. 그때는 그냥 '아, 이런 그림을 그리는 분과 함께했으면 좋겠다.' 정도로 끝났는데, 어떻게 찾다 보니까 인스타그램까지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적극적인 구애가 시작됐죠.

민투칸님은 부산에 살고 있었는데 거리 때문에 잠깐 머뭇거리기도 했지만, 꼭 함께하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당장 내려가서 얘기를 나눴습니다. 근데 너무 흔쾌히 함께해 주신다고 하셔서 저희도 놀랄 정도였어요. 당장에는 수익도 없고 향후 수익 분배만 약속했었는데 말이죠. 덕분에 본격적으로 '사망여각' 개발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Q. 앞서 말했다시피 '사망여각'의 특징은 바로 그래픽입니다. 어떻게 이런 그림을 그리게 됐나요?

민투칸 : '사망여각'에 있는 그림들을 처음 구상했을 때 누구나 쉽게 따라 그릴 수 있는 그림을 그려보자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놓칠 수 없었던 게 바로 동양적인 느낌이었습니다. 게임이 전통 설화를 모티브로 했으니까요. 거기에다가 저승이라는 특성 역시 살려야 했습니다.

그래서 그림의 외부적인 디테일보단 내부적인 디테일을 살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얼핏 보기엔 어설픈 느낌이잖아요? 그렇게 가볍고 친근한 느낌을 살리는 한편, 전체적인 디자인이나 색을 통해서 저승이나, 죽음이라는 특성을 살리고자 노력했습니다.



▲ 루트리스 스튜디오 민투칸 아트


Q. 색에 대해서 말했지만, 일부러 흑백에 가까운 이런 색감을 의도한 건가요?

민투칸 : 예, 게임을 하는데 복잡한 느낌을 주고 싶지 않았거든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최근 게임들은 한 화면에 너무 많은 정보가 담겨 있다 보니 피곤한 느낌이었습니다. 저는 색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했습니다. 지나치면 없느니만 못한 거죠. 그래서 이런 복잡한 느낌을 최대한 피하고자 '사망여각'은 과감하게 단색 위주로 표현했습니다.


Q. 복잡함은 없을지 몰라도 '사망여각'에서는 유독 붉은색이 눈에 띄어서 눈이 피곤할 것 같습니다.

민투칸 : 좀 복합적인 이유이긴 한데, 붉은색을 강조한 이유 중 하나는 죽음을 표현하고 싶어서였습니다. '사망여각'이라는 제목에서도 나오지만, 게임의 배경은 저승입니다. 즉, 죽음이 모티브로 깔린 만큼, 그걸 계속 강조하고 싶었습니다.

또 다른 이유도 있는데요. 한국적인 색감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무슨 말이냐고 하실 수도 있는데, 궁궐을 보면 화려하게 색칠된 걸 볼 수 있잖아요? 그렇게 색칠한 색을 보면 흑색, 갈색, 흰색, 붉은색, 청록색 등이 들어간 걸 알 수 있습니다. '사망여각'은 전통 설화를 모티브로 한 만큼, 그런 전통적인 색감들도 유지하고 싶었습니다.



▲ 게임 속 붉은색은 저승 즉, 죽음을 계속 상기시킨다


Q. '사망여각'의 플레이 타임은 대략 어느 정도로 기획 중인가요?

김태영 : '사망여각'은 8개의 챕터, 3~4개의 멀티 엔딩을 구현하려고 기획 중입니다. 빠르게 진행할 경우 보통 엔딩 하나를 보는데 3~4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합니다. 물론 이건 숨겨진 요소 같은 걸 뺀 시간이고요. 그 모든 걸 즐긴다고 하면 5~6시간 정도의 플레이 타임이 예상됩니다.


Q. 끝으로 인디 개발사 루트리스 스튜디오의 목표에 대해서 알려주세요.

박현재 : 역시 재밌는 게임을 개발하는 게 목표죠. 그리고 그 첫 작품이 바로 '사망여각'입니다. 앞으로도 깊이 있는, 그렇지만 재미를 놓치지 않는 게임들을 만들고 싶습니다.

김태영 : 영화를 볼 때 반전이 있는 영화를 굉장히 좋아합니다. 왜냐하면, 반전이란 건 그만큼 스토리의 짜임새가 있었기에 가능한 요소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사망여각'에서도 그런 반전을 녹여내고자 노력했습니다. 스토리에도 공을 들인 만큼, 유저분들의 기억에 남는 게임이 되길 바랍니다.



■ 루트리스 스튜디오 개발 전경






▲ 벽면에도 각종 설정들을 빼곡하게 적어놨다






▲ 아이디어 노트, 여기서 구상한 아이디어가 게임으로 구현된다






▲ '사망여각' 전에 구상하던 게임의 콘셉트 아트






▲ 개발 중인 콘셉트라 실제 게임과는 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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