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강등 위기 CJ 엔투스, 팬들은 기적을 꿈꾼다

칼럼 | 김홍제 기자 | 댓글: 65개 |




어릴 적부터 e스포츠를 좋아했지만, AOS라는 장르와는 굉장히 거리가 멀었다. RTS게임인 스타크래프트1에 열광했었고, 친구들은 점점 '카오스'를 하기 시작할 때도 스타크래프트1이 좋았다. 1:1에 친숙했던 내게 AOS라는 장르, 여러 명이 팀을 이뤄 하는 게임이 e스포츠로서 과연 매력이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아니, 알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그만큼 스타크래프트1에 대한 인기는 대단했고, 영원할 것 같았으니까.

하지만 점점 시대는 변해가고 있었다. 2012~2013년, LoL을 처음 접할 무렵이다. 우연치 않게 오랜만에 PC방을 찾았는데, 그때 LoL에 인기를 실감했다. 게임에 대한 센스가 있다고 자부하는 편이었지만, 한 번도 접해보지 않은 AOS장르는 확실히 달랐다. 점점 LoL의 재미에 빠져들었고, 자연스레 롤챔스 코리아, LCK도 접하게 됐다.

당시에는 CJ 엔투스의 전신인 아주부와 그리고 나진의 인기가 엄청났다. 두 팀의 대결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최대 라이벌인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의 더비를 일컫는 엘클라시코를 따서 롤클라시코라고 부를 정도였다. 특히 CJ 엔투스 거듭난 아주부 프로스트와 블레이즈에는 수많은 스타들을 배출됐다.





현재 LCK 해설위원인 '클템' 이현우부터 '빠른별' 정민성, '샤이' 박상면, '매드라이프' 홍민기, '플레임' 이호종, '앰비션' 강찬용 등등 대부분의 선수 모두가 인기스타였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은퇴도 하고, 리빌딩 과정을 통해 이적, 포지션 변경 등 다양한 변화를 겪었다.

그리고 2015년 말 리빌딩 과정에서는 주력 선수들뿐만 아니라, 감독까지 교체됐고, 홍민기와 박상면의 제외하면 대부분 신인 선수로 채워졌다. 이때 많은 전문가들은 CJ 엔투스의 전력을 하위권으로 점쳤다. 하지만 생각 외로 신인 선수와 고참들의 시너지가 발휘되며 8위로 마무리했지만, 8승 10패로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그러나 섬머 시즌 CJ 엔투스는 역대 최악의 성적을 기록하며 굉장히 침체되어 있다. 게다가 얼마 전에는 심판의 잘못으로 발생한 이슈로 인해 도를 지나친 비난을 받아 멍이 들었다. 그리고 25일, CJ 엔투스는 강등 위기 상황에서 SKT T1을 만난다.

한 때 LoL 게임단 중 제일 화려하고 최강이었던 CJ 엔투스가 지금은 강등 위기에 놓여 있다. 2승 12패인 CJ 엔투스가 강등권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일단 현재 5승으로 7, 8, 9등에 머물러 있는 진에어와 ESC 에버, 롱주와 최소 승수를 맞추거나 그보다 앞서야 한다. 즉, CJ는 남은 네 경기 중 전승을 해서 6승이나 최소 5승 고지에 올라서야 하고 세 팀이 대부분 경기에서 패배해야 그나마 가능성이 생긴다는 말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CJ가 강등권을 벗어나기란 모래 사장에서 바늘을 찾기 정도의 확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CJ에게 남은 네 경기의 일정을 보면 더욱 수긍이 간다. 가장 먼저 25일 SKT T1과 만나고, 이후 ROX 타이거즈, ESC 에버, 마지막으로 kt 롤스터와 대진이 예정되어 있다. ESC 에버와 대결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최상위권 세 팀과 경기를 남겨둔 상황이다.

지금까지 CJ 엔투스가 보여줬던 무난한 스타일의 경기 운영으로 SKT T1, ROX 타이거즈 등 강팀을 상대로 승리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강한 인상을 남겼던 '탈리야' 카드로 승리했을 때처럼 상대 팀에서 경험해보지 못한 깜짝 카드로 승수를 올리는 게 가장 확률이 높은 방법으로 생각된다.

이미 많은 팬들은 CJ의 이번 시즌 경기력에 실망했다. 기적처럼 CJ 엔투스가 남은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연달아 보여주며 롤챔스에 잔류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으나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해선 안 된다. 팀이나 선수 입장에서도 안 좋은 이슈로 인해 악재가 겹친 상황이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만약 승강전으로 떨어지더라도 정규 시즌을 연패로 마무리하느냐, 아니면 강팀들을 상대로 어떤 저력을 보여주느냐는 하늘과 땅 차이다. 꼭 승리하지 않아도 된다. 최소한 CJ의 팬임이 부끄럽지 않다는 걸 느끼게 해줄 수 있는 저력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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