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벌레일까? 용일까? 새롭게 밸런스 도마 위에 오른 '겐지 OP'논란

게임뉴스 | 최수빈 기자 | 댓글: 675개 |
PVP게임에서의 '밸런싱'이란 참으로 미묘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마다 '어떤 캐릭터가 강하고, 어떤 캐릭터가 약한가'에 대해 각자의 체감이 있어, 같은 패치에 대한 의견도 천차만별로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결국 어떤 밸런싱이 이루어져도 만족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죠. 오버워치 또한 이 밸런스 딜레마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습니다.

오버워치 오픈 이후 영웅 간 밸런스가 '몸샷 150' 위도우메이커와 '섬난구난' 맥크리로 대표되는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두 영웅이 하향을 당하게 되자 파라+메르시 조합이 떠오르게 되었고, 파르시를 잡기 위해 솔져가 자주 쓰이다가 맥크리의 '맥스나이퍼'화 패치로 모두 맥크리에 무릎을 꿇게 됬습니다. 매 변화마다 밸런스 조절을 위한 패치가 이루어졌지만, 항상 특히 선호 받는 픽이 존재하는 것을 보면 밸런싱이란 게 참 어렵구나 싶습니다.



▲ 패치로 큰 변화가 있었던 두 영웅, 맥크리는 특히 고인과 딜킹을 왔다갔다..


하지만 맥크리마저도 유효 사거리가 짧아지는 조정을 받은 지금, 하향이 필요하다며 새로이 밸런싱의 도마 위에 오른 영웅이 있습니다. 바로 시마다 가의 차남, 겐지입니다. 겐지는 오픈 이후로부터 단 한 번의 버프나 너프 없이 지금껏 쭉 같은 성능을 발휘해 왔습니다. 사실 겐지는 잘하는 사람이 잡으면 신출귀몰한 사이보그 닌자였지만 못하는 사람이 잡으면 용두사미급 벌레 취급을 받는 미묘한 위치에 있었습니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너프를 하자니 충 취급을 받는 사람들이 죽어나겠고, 버프를 하자니 용검을 뽑고 미친 듯이 날뛰는 상위권 플레이어들을 볼 듯하여 섵불리 밸런싱을 하기가 어려웠죠.

모두의 이목이 겐지에게 맞춰져 있는 지금이야말로, 겐지의 현주소가 어디인지 알아보고, 적절한 밸런싱 방향은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으로 보입니다. 벌레냐, 용이냐 겐지는 앞으로 어떤 변화를 맞이하게 될까요?



▲ '겐지가 함께한다'는 말이 들려오면, 복잡한 기분이 드는건 왜일까...



■ 겐지가 OP라고? 근데 왜 내 겐지는 충 소리를 듣지...?


겐지는 희한하게도 현재 OP논란에 휩싸이면서도 동시에 '충 캐릭'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는 영웅입니다. 겐지는 그 유명한 '겐트위한'의 일원으로 오픈 초기부터 지금까지 '겐지는 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밈을 가지고 있었죠. 어찌 보면 이 엇갈리는 미묘한 평가 자체가 겐지의 현주소를 제대로 말해주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잘 다루면 OP, 못 다루면 충'이라는 거죠.

실제로 직접 해보면 이 말이 정말 맞는 게 느껴집니다. 초심자들은 겐지의 멋있는 엑소 수트 외형에 혹해 겐지를 선택하게 되지만 등에 찬 칼은 어쩌고 왠 표창을 팔에서(?) 꺼내서 날려대는데 어찌 된 게 메르시 권총보다도 DPS가 낮습니다. 심지어 탄속까지 있어서 프로들이 하는 마냥 2단 점프를 하면서 날려보려 해도 에임이 흔들려서 가만히 있는 적을 맞추기조차 힘듭니다.

더구나 튕겨내기와 질풍참은 필요할 때 항상 쿨이고, 하도 죽어서 용검은 충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 아닐 수 없죠. 모든 스킬들이 전부 적절한 순간에, 그것도 잘 써야만 효과를 보도록 설계된 영웅이라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자가 사용하기엔 애로사항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 튕겨내기는 1.5초밖에 유지되지 않기에 정말 잘 사용해야 하는 스킬입니다


겐지는 또한 기동력을 이용하여 적진의 후방을 교란하고 암살하는 역할을 지닌 영웅입니다. 주로 활약하는 필드가 적진 후방이기 때문에 전장의 주 목표가 되는 거점이나 화물에 붙어있는 편은 아니죠. 그렇다고 겐지가 하라는 암살은 안 하고 화물 차량 옆에 붙어만 있는 것도 좋은 그림은 아닙니다. 이 때문에 '임무 기여도가 낮은 영웅'이라는 인식이 강한 영웅이기도 합니다.

물론 적 후방에서 거점이나 화물로 진입하려는 적을 차단해주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제 임무를 다한 셈이긴 합니다만, 그게 또 쉬운 일은 아니라... 결국 멀리에서 혼자 죽어버린 겐지는 팀원들의 따가운 눈총과 함께 팀에 도움이 안되는 '겐지충' 취급을 받기 마련입니다.



▲ 용검 뽑고 적진에 난입했지만 적의 상태가? 다시 칼 넣고 죄송하다고 합시다...
(출처 : 양선생 유저의 팬아트)



■ 고수들이 잡으면, 겐지는 벌레에서 용이 된다!


겐지는 적 영웅을 차단하거나 암살하는 데 특화되어 있는 만큼, 모든 스킬들을 적재적소에 사용하는 것이 중요한 영웅입니다. 여기서 스킬이라 함은 기본 공격인 수리검은 물론이요 근접 공격까지 하나도 남김없이 전부를 말합니다. 겐지는 상대 처치 시 질풍참 쿨타임이 초기화되는 특성이 있어 한 번 노린 상대를 죽였느냐 혹은 그렇지 못하느냐에 따라 큰 차이가 있습니다. 때문에 기본 근접 공격의 30 피해량조차 겐지에게는 소중합니다.

이 때문에 겐지 유저들은 가진 모든 공격 스킬들을 짧은 순간에 전부 퍼붓는 스킬 콤보를 고안해 냈습니다. 대개 왼클릭 수리검으로 견제를 하다가 체력이 빠진 적에게 접근해 '우클릭(수리검 뿌리기) + 근접 공격 + 질풍참'을 동시에 쓰는 것입니다. 각각의 공격이 판정을 내면서 빠르게 캔슬되기 때문에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냥 질풍참을 쓰는 것처럼 보이지만, 피해량은 거의 100에서 160에 육박하게 되죠.



▲ 질풍참만 나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더 아픕니다! 적 처치 시 바로 재사용도 가능하고요


숙련자의 겐지가 무서운 또 다른 이유는 바로 무제한으로 사용 가능한 2단 점프와 벽타기, 그리고 질풍참에서 나오는 게임 내 최상급의 기동력입니다. 공격 스킬들의 성향상 근접한 상태에서 싸워야 됨에도 불구하고 겐지는 체력이 200으로 평범한 수준에 그칩니다. 단 쉴새없이 2단 점프를 구사하는데다 질풍참을 그으며 시야에서 사라지기 일쑤인 겐지는 거의 트레이서 수준으로 에임을 맞추기가 힘들어 200의 체력을 다 소진시키기조차 쉬운 일이 아닙니다.

설상가상으로 거의 다 잡았다 싶을 때쯤이면 벽을 타고 공격이 닿지 않는 곳으로 도망가버립니다. 이후 어딘가에서 힐팩을 먹고 체력을 채우고 와서는 위에서 했던 싸움을 다시 반복하게 되는데, 이게 꽤 성가십니다. 그렇다고 겐지를 살려두고 있으면 언제 용검을 뽑아들지 모르니 착잡할 노릇이죠.

숙련된 겐지 유저들은 특히 이 부분에서 강한 면모를 보입니다. 적의 공격을 최대한 피하면서 싸우다가 빠질 땐 깔끔하게 빠지는 겐지의 플레이를 보고 있자면, 신출귀몰이 뭔지 보여주겠다는 겐지의 대사가 떠오르게 됩니다.

☞ [ 노싱하 유저의 영상 게시판 글, '시걸 겐지 프랙무비' ]
☞ [ 김낙지 유저의 영상 게시판 글, '80++ 답답겐지 하이라이트' ]



▲ 숙련자가 잡으면, 겐지는 벌레가 아닌 용이 됩니다



■ 천상계에서는 지금 겐지가 대세?! 상위권과 프로씬에서 활약중인 겐지


'뛰어난 기동력으로 적의 공격을 피하고 적재적소에 스킬을 사용한다'는 표현이, 말은 쉬워도 실상 그대로 해내기란 어렵긴 합니다. 하지만 이 단순하지만 어려운 이론을 실제로 행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천상계의 주민들이죠. 천상계에서의 겐지는 '겐지가 에임과 피지컬이 좋으면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듯합니다.

이 때문인지 경쟁전 상위권 유저들의 모스트 3픽에는 겐지가 많이 보입니다. 앞서 말했듯 겐지는 숙련된 플레이어가 사용한다면 엄청난 강력함을 발휘할 수 있는 영웅입니다. 그렇다면 천상계에 거주할 만큼 뛰어난 실력에, 겐지를 즐겨 사용할 정도의 실력자이기까지 한다면 어떨까요?

인벤 전적검색 오버랭크의 유저랭킹을 보면, 평점 순위 1위부터 50위까지의 유저 중 겐지를 모스트로 사용한 유저는 20명이나 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말은 즉슨 10명 중 4명은 겐지를 애용하는 '겐지 장인'이라는 얘기가 되죠. 이들에게는 겐지가 단순히 픽픽 쓰러지는 벌레가 아닌, 기동력과 결정력을 동시에 갖춘 우수한 딜러로 인식되는 모양입니다.



▲ 인벤 전적검색 오버랭크 유저랭킹 상위 10명, 겐지 모스트가 넷이나 있습니다


대회에서도 겐지는 상당히 애용 받는 픽입니다. 최근의 대회에서 딜러 픽의 경향은 맥크리, 다음이 겐지였습니다. 하지만 맥크리는 원거리에서 70~140 피해를 뿜어대는 맥스나이퍼로서 기용이 됬던 것이고 유효 사거리 패치 이후에는 아주 약간 사그러드는 추세인 반면, 겐지는 예나 지금이나 팀의 주요 후방 교란 요원으로서 끊임없이 픽이 되고 있죠. 대회에서도 현란한 겐지 플레이를 보여주는 것으로 유명한 시걸이나 슈어포가 대표적인 케이스입니다.

성능도 성능이지만, 겐지는 용검이라는 강력한 변수를 지닌 카드를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겐지의 용검은 자체 성능도 뛰어나지만 적 처치 시 질풍참 초기화 패시브와도 시너지가 좋아 엄청난 존재감을 발휘하는 궁극기입니다. 이 때문에 겐지 플레이어들은 조금이라도 궁극기 충전이 빠르게 되도록 쉴새없이 적 후방에서 수리검을 던져대곤 하죠.

팀파이트 중심으로 흘러가는 프로들 간의 경기에서, 겐지의 궁극기 충전 여부는 매우 중요한 관전 포인트입니다. 겐지의 용검을 막기 위해 상대방은 소리 방벽이나 초월을 사용하지 않고 준비해두는 반면, 반대로 겐지는 용검을 카운터 칠 상대의 궁극기가 빠졌는지를 판단하고 칼을 뽑아야 하는 심리전이 벌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 프로 경기에서 용검이 작렬하면 최소 소리 방벽이나 초월은 뺀다고 보시면 됩니다



■ 겐지는 OP? 너프가 필요하다면 어디를 손봐야 할까?


겐지가 사용자의 역량에 따라서 충이 될 수도 있고 용이 될 수도 있는 영웅이라고는 하지만, 맥크리 너프 후 현시점에서의 겐지에 대한 평가는 '그래도 OP'라는 목소리가 아주 약간 더 많은 것처럼도 보입니다.

대회에서의 겐지 픽률은 원탑은 아닐지라도 확고한 수준이고, 경쟁 점수 상위권에 많이 보이는 겐지 모스트 유저들 또한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렇다고 또 겐지가 상위권 유저들만의 전유물은 아니고, 결국 아쉬우면 숙련자가 되면 그만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필요하다면 밸런싱을 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어느 부분을 어떻게 조정해야만 하는지에 대해서는 정말 고민이 필요합니다. 현재의 겐지는 과거 '섬난구난 골목대장'시절의 맥크리의 피스키퍼 난사마냥 특정 스킬이 유별나게 강해 너프가 필요한 케이스와는 다르기 때문입니다. 겐지를 둘러싼 논란이 더욱 심화된 원인도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스킬들의 시너지가 절묘하게 얽혀있어 어느 한 스킬을 콕 집어 조정하기가 쉽지가 않다는 것이죠.



▲ 이슈/토론 게시판은 겐지의 밸런싱으로 활발한 토론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


이처럼 겐지는 정말 아슬아슬한 밸런스의 선 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고, '너프가 필요하다'와 '아니다'의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고 봅니다.

겐지의 밸런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만약 너프가 필요하다면 어떤 부분을 어떻게 손대는 것이 좋을까요? 여러분의 의견을 댓글로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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