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왜 이 게임을 다시하냐고?" - '검은사막' 과 '아키에이지' 연어의 이야기

기획기사 | 이동연,이명규 기자 | 댓글: 457개 |



보통 MMORPG 들은 오픈 이후 한차례 유저들이 몰렸다 빠져나가는 밀물과 썰물이 한 번 씩 지나고 나면 큰 유저 수의 변동이 드물다. 주기적으로 거대한 확장팩을 내거나 리뉴얼을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따금씩 폭발적인 유저 증가를 보이거나, 알음알음 흥을 타는 것 같더니 어느새 이런 수준까지 올라왔더라... 하는 경우는 매우 희귀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 출시 후 몇 년 지나 소위 '오픈 빨 다 끝난' MMORPG 게임들이 다시 흥행세를 보이는 것은 상당히 흥미로운 일이다. 실제로 그런 분위기는 인벤 사무실에서도 감지된다. 모두가 현재 즐기고 있는 게임을 확인할 수 있는 대경연장인 점심시간 때마다, 몇몇 국산 MMORPG 들의 지분이 늘어가고 있는 것이다. 2016년 출시한 신작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2015년 출시한 '검은사막'과, 2013년 출시한 '아키에이지'가 그 주인공이다.

사실 이 두 국산 MMORPG는 해외 시장에서 그야말로 잭팟을 터트린 게임들이다. '검은사막'은 북미-유럽 유료 사용자 100만을 돌파했고, '아키에이지'는 러시아의 국민 게임이 됐다. 어느새 세계 순회 공연을 마치고 금의환향한 이 게임들은 이제는 하루가 멀다하고 재평가를 받고 있다. '검은사막'은 게임 검색어 순위권을 유지하며 북적이는 유저들로 올비아 채널이 불타오르고 있고, '아키에이지'는 어느덧 인벤 게임순위 20위권에 복귀했다.

그래서 매일 점심시간마다 '검은사막'과 '아키에이지'를 플레이하는 두 연어들에게 '왜 이 게임을 다시 하는지' 물어봤다. 오픈베타 부터 돌고 돌아온 긴 사연을 담기엔 공간이 부족했지만, 최대한 눌러 담도록 했다.




검은사막의 경우 - 이명규 기자
오아시스 마냥 마르지 않는 콘텐츠 업데이트





많은 이들처럼 기자도 '검은사막'이 나왔을 때 큰 기대를 가지고 세상에 뛰어들었다. 수많은 패키지 게임과 온라인 게임으로 단련된 기자에게도 '검은사막'은 첫인상부터 좀 다른 게임이었다. 완전히 전에 보지 못한 새로운 것들로만 채워져있는 게임은 아니었지만, 게임 진행의 호흡이라고 할까, 아니면 감각이라고 할까. 멀티플레이가 되는 패키지 방식의 오픈월드 게임, 그게 첫 느낌이었다.

하지만 '검은사막'과의 첫 만남은 그 신선도에 비해 그렇게 오래 가지는 못했다. 가장 큰 문제는 막막함이었다. 게임을 즐기는데에 정해진 왕도가 없는 것이 장점이기도 했지만, 단점이 될 수도 있었다. 이것저것 해나가다가 하나씩 진도가 막혀버리거나, 그렇다고 퀘스트만 하다보면 그 반복 작업에 지쳐버렸다.

결국 레벨업을 위한 반복 사냥에 지친 기자는 곧 게임을 접었다. 이후에도 한 번 쯤 각성 무기가 나와서 다시 손을 대기도 했지만, 얼마 가지 못했다. 정확히 무엇을 더 할 수 있는지도 잘 몰랐고, 매번 쫓기듯 빠르게 플레이를 하는 기존의 게임들의 패턴을 '검은사막'에도 적용하려니 마음만 급했던 것이 더 컸다.



게임 하면서 감성도 좀 충전하고!

그리고 약 반년, 물론 게임을 복귀를 하고나서 지금까지 계속 플레이를 하고 있는 건 아무래도 올비아 채널과 주말 핫타임 이벤트 등으로 레벨업 부담이 훨씬 줄어든 영향이 컸다. 하지만 그 이전에, '다시 한 번 해볼까' 라는 마음을 들게 하는 지점이 다른 게임에 비해 굉장히 많았다. 그동안 쌓여온 수많은 업데이트로 인해 쌓여있는 콘텐츠들이 어떤 맛인지 참으로 궁금했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지금 몇 주 간 쉴 틈 없이 '검은사막'을 하고 있는 이유도 어느날 친구가 "갤리선 타고 바다 건너볼래?" 라고 이야기한 것에서 비롯된 것이다.

'검은사막'은 기존의 국산 MMORPG 들과는 조금 다른 생태계를 가지고 있고, 유저가 거기에 적응을 하느냐 못하느냐로 잔류 여부가 갈리게 된다. 분명 좋은 성능의 장비와 각성을 넘어 고레벨로 가기까지의 과정은 험난하고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하지만, 한가지 특징은 그런 것들이 게임 외부의 요인과 철저히 분리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게임 때문에 진짜 사막에 가보고 싶어졌다.

유저 간의 직접 거래가 불가능하고, 모든 것이 가격과 입찰이 엄격히 통제되는 거래소를 통해 이루어지는 특유의 통제 경제는 '검은사막'에서 유저 간의 현거래를 무척이나 어렵게 만든다. 이는 게임을 일종의 용돈벌이 수단으로 여기는 이들에게는 엄청난 단점이지만, 그런 외부 요인에 상관없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게임을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는 말그대로 굉장한 장점이다. 때문에 예전에 이뤄놓은 것들, 벌어놓은 돈이나 장비 등이 한순간에 휴지조각이 되어버리는 흔한 일은 수많은 업데이트가 반복된 이후에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검은사막' 최대의 장점인 신들린 듯한 업데이트 속도는 새로운 충격을 계속해서 맛보게 해줬다. 처음 검은사막을 할 때는 느끼지 못했던 것들, 이를테면 밤의 대사막을 팔각차와 감에 의지해 횡단하는 경험은 '이게 정말 게임인가 대리 체험인가' 할 정도로 인상 깊은 순간이었다. 발렌시아 메인 퀘스트 또한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국산 온라인 게임에서 마주하리라고 상상하지 못한 스케일의 맵과 진행을 보여주어 충격적이었다. 오픈베타 때부터 안배되어 있었던 스토리의 큰 그림은 그 규모에서 한 번, 또 그런게 있었다는 점에서 두 번 놀라게 된다. 매일매일 화보를 찍는 것 같은 비주얼은 덤이다.



자고로 온라인 게임은 친구와 바보짓 하면서 노는게 가장 재미있는 법

사냥을 해서 각성을 맞춰도 계속해서 레벨업을 할 이유가 있었고, 새로운 지역을 탐험할 때마다 사막을 횡단하거나, 어선을 타고 머구리질을 하는 등 새로운 할 것들이 늘어났다. 그리고 그런 콘텐츠들은 절묘하게도 처음에는 간신히 해낼 수 있는 만큼의 장비만을 지급 받았지만, 차차 더 빠르고 더 능숙하게 해낼 수 있는 발전의 과정이 남아있었다. 이미 대부분 안다고 생각했던 칼페온 같은 지역들도 단순히 멋진 맵 구성 때문에 관광을 다니기도 했다.

어찌보면 '검은사막'의 업데이트 플랜은 지나치게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것일 수 도 있었다. 최초에는 전체 대륙으로 치자면 일부에 지나지 않은 영역과 정작 게임의 제목으로 쓰인 '대사막'이 등장하지도 않았었다는 것이 그 증거다. 하지만 '검은사막'은 플랜이 너무 거대하다는 문제점을 그야말로 경이로운 업데이트 속도로 극복해내면서, 발렌시아까지 마무리 지음으로서 '검은사막' 의 첫번째 기틀을 완성했다. 이전의 '검은사막'이 아직 만두피는 접지도 않았는데 속은 너무 많이 넣어서 다 흘러내리는 만두 같았다면, 이제는 속이 가득차고 터지지 않게 잘 만들어 모양을 낸 만두라고나 할까.



정성껏 찍은 사진에 필터를 더하면 이렇게 된다.

물론, 과거 '검은사막'을 터진 만두로 만든 이유 중 하나로 운영 이야기가 빠질 수 없었다. 온라인 게임을 처음 서비스해보는 퍼블리셔의 숙명이라고 할까. 그래도 운영 이슈가 터져나오는 빈도는 줄어들고 있고,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고 믿는다. 그렇지 않으면 그렇게 펄을 아낌없이 지르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물들어와 노를 저어야 할 때 운영에서 다시 미숙함을 보인다면 공든 탑이 무너질 수도 있다.

어쨌든, 30레벨대 캐릭터 하나 있던 황량한 캐릭터 창은 어느새 각성 캐릭터만 2개가 넘게 생겼고, 하이델 창고는 먼지 쌓일 틈이 없이 돈이 쌓이고 있다. 이제는 꿈에 그리던 갤리선을 타고 바다로 나가야겠다. 앞으로도 가공할 양의 업데이트와 보다 안정된 운영으로 오랫동안, 평안한 항해를 즐길 수 있길 바란다.




아키에이지의 경우 - 이동연 기자
오픈 베타의 향수, 그리고 최고의 생활형 콘텐츠





아키에이지가 오픈한지 얼마 안 됐던 2013년 1월 초. 게임 속에서 땅을 마련하지 못한 나는 깊숙한 산골짜기 구석으로 가서 화전을 시도한 적이 있다. 땅이 부족했던 시기였기에 사람들이 잘 드나들지 않는 곳으로 숨어 작물이나 나무를 심는 사람들이 많았고, 나도 그런 사람 중에 하나였다.

처음에는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소규모로 빨리 자라는 작물을 심었다. 작물이 자라는 시간 동안 아무도 지나가지 않았고 덕분에 무사히 수확할 수 있었다. 몇 번을 실패 없이 수확에 성공하면서 간이 커져 버린 나는 당시 가장 귀했던 통나무를 얻고자 전 재산을 투자. 대량의 묘목을 구매해서 심었다.

결과는 참담했다. 많이 심었던 만큼 발각도 쉽게 되었고, 서리꾼 한 명에게 발각되자 화전 위치가 전체 채팅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전 재산을 투자한 나무는 제대로 자라지도 못한 채 묘목째 뽑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서리꾼들이 남긴 발자국만이 곳곳에 놓여 있었을 뿐.

그때 이후로 화전을 접은 나는 다른 사람과 같이 온산을 헤집고 다니며 채 자라지 않은 다른 사람의 작물과 나무를 뽑아버렸다. 범죄 점수는 끝도 없이 높아졌으며, 결국 재판장으로 끌려가 유죄를 받고 하루 꼬박 감옥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벼락 서리가 진리입니다.

정식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자연스럽게 줄어든 접속자 수로 인해 땅을 확보한 이후로는 화전과 서리는 대형 건수가 아니면 하지 않았다. 그 후로도 약 1년여간 즐기다가 취업 때문에 자연스럽게 접게 되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오키드나의 증오' 업데이트 기자간담회 기사를 보게 된 것이 아키에이지에 다시 복귀하게 된 계기가 됐다. 생활 콘텐츠를 주로 즐겼던 탓에 새로운 주거지역이 추가된다는 말을 보고 복귀를 결심하게 됐고, 새롭게 추가된 '로칼로카 산맥'에 나만의 집을 마련했다.

게임에 복귀하고 생활 콘텐츠를 즐기던 도중 한가지 현상을 발견했다. 예전에 같이 아키에이지를 즐겼던 상당수의 사람이 이번 업데이트 때 복귀하기 시작한 것. 무엇이 이들을 복귀하게 만들었을까? 그들도 아키에이지를 접고 다른 게임을 전전했으나 이만한 생활 콘텐츠를 가진 게임이 없었다며 다시 돌아왔다.

이렇게 떠나간 유저들을 아키에이지로 돌아오게 하는 매력 중 하나는 장비가 없어도 즐길 수 있는 생활형 콘텐츠가 잘 되어 있다는 점이다. 현재 아키에이지의 농사나 무역, 하우징 등의 생활형 콘텐츠는 현재 국내 게임 중에서 최고로 꼽힌다.

나 역시도 아직 사냥이나 레이드를 즐길만한 장비를 마련하지 못한 상태이지만, 퇴근 후에 심어 놓은 농작물과 나무를 심고 수확하면서 얻은 부산물로 무역을 하는 등. 상당한 시간을 생활형 콘텐츠로 즐기는 중이다.



생활형 콘텐츠로도 충분히 게임을 즐기고 있다.


또한, 게임에 복귀한 사람 중, 일부는 오픈 베타 시절 그때의 재미를 느껴보겠다며 신규 서버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사람들도 있다. 땅이 부족하면서 생긴 '대 서리의 시대', 중립지대에서 만난 대륙 간의 전쟁, 범죄를 저질러 하루에도 수십 명씩 끌려오는 재판 및 감옥, 무역 짐을 두고 벌어지는 약탈전쟁 등. 기존 서버에서는 활발하게 일어나지 않는 콘텐츠들을 즐기기 위해 상당수의 복귀자는 기꺼이 기존의 남아 있던 기반을 내버려둔 채 신규 서버를 선택했다.



곤서버 '보람찬힐러'님이 올려주신 뼈의 땅 서리대첩



곤서버 '치킨꽃설잉'님의 서대 내전의 현장. 활발한 전쟁이 진행중이다.



곤서버 '팡팡터져얌'님이 올려주신 서리꾼의 최후. 오픈베타의 재현이다.

이러한 복귀 행렬 덕분에 아키에이지의 게임 순위는 날이 갈수록 상승 중이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PC방 이벤트 효과로 점유율도 급 상승했으며, 커뮤니티를 찾아오는 인원수도 패치 및 신규 서버 추가 전보다 50% 이상 늘었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라는 말이 있다. 상당수의 유저들이 복귀한 가운데 이들이 다시 이탈하지 않게 엑스엘게임즈의 대응이 중요해졌다. 당장 금일(10일) 업데이트를 통해 '공중 레이드 추가' 등. 게임 콘텐츠 추가에 박차를 가한다고는 하지만, 현재 엑스엘게임즈에 이보다 중요한 것은 '운영'이다.

운영은 개발부터 고객 대응까지 많은 것을 포함한다. 과거 일어난 많은 사건 때문에 현재 유저가 게임에 가지는 신뢰도는 그리 크지 않다. 비슷한 사건이 벌어진다면 복귀 한지 얼마 안 된 유저들은 다시 떠나갈 것이고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꾸준히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는 것만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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