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2016] 파이널판타지12와 바이오쇼크 리마스터는 지갑을 열 만한가? 직접 해봤습니다

게임뉴스 | 이현수 기자 | 댓글: 21개 |
'리마스터' 쉽게 말하자면 새 옷을 입히는 작업이다. 새 옷을 입히면서 편의 요소도 추가하고 UI도 현대적인 감각에 맞게 수정하는 등의 작업을 뜻한다. 유저 입장에서는 예전에 즐겁게 즐긴 추억의 게임을 현시대에 다시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개발사 입장에서도 실패의 위험성을 줄이고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리마스터 되는 게임들은 신뢰받는 원작의 검증된 콘텐츠가 있기에 출시 전부터 유저들에게 강한 기대감을 불러올 수 있으며 안정적인 선택을 가능하게 한다. 새로운 시스템 설계에 대한 부담감이 줄어들 뿐 아니라 게임성에 대한 사전 검증도 명확해진다. 개발 비용이 적게 드는 것도 장점이다.

게임스컴 현장에서 리마스터한 두 종의 게임을 시연해볼 수 있었다. 하나는 9월 발매를 앞두고 있는 '바이오 쇼크' 리마스터, 그리고 다른 하나는 '파이널 판타지12' 리마스터다.


바뀐 듯 안 바뀐 듯, 파이널판타지12




'파이널 판타지 12'는 역대 시리즈 중 주인공의 존재감이 가장 작은 작품이다. 오죽하면 9의 지탄보다도 존재감이 작어 페이크 주인공이라는 이야기가 나왔을까. 아, 주인공이 반이 아니라 발프레아였다면 저 말은 틀린 말이 되겠지만.

출시 당시 '겜비트' 시스템을 비롯해 게임 내 주요 요소를 일신하며 많은 관심을 받았다. 또한, PS2 황혼기의 절정을 달린 그래픽으로 많은 이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기도 했다. 물론 어마어마한 로딩이 있긴 했지만 말이다. 게임스컴에서 할 수 있던 시연 버전은 E3 2016 공개 버전을 포함해 좀 더 긴 구간을 플레이할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었다.

우선 리마스터의 존재 의미라고 할 수 있는 고해상도 그래픽. 스퀘어에닉스의 리마스터 게임답게 그래픽 리소스를 일신한 모습은 없다. 다만 원작의 희뿌연 필터를 낀듯한 느낌을 없애 맑은 화면을 볼 수 있었다. 또한 세세한 디테일 역시 과거에는 뭉개진 듯한 느낌이었다면 리마스터 버전은 한눈에 구별될 정도로 해상도가 높아졌다.

'파이널 판타지12' 리마스터의 그래픽 기조는 원작을 최대한 보존하는 느낌이 강했다. 오리지널 버전의 일러스트 느낌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느낌이다. 좋은 그래픽으로 보이게 하는 가장 쉬운 방법인 '번들번들'과 '쨍한' 광택이 나는 것을 지양한 모습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전작의 추억으로 구매하는 사람이 타겟일 텐데 이런 부분을 그대로 남겨둔 것은 굉장히 잘 한 일 같다.




12편에만 존재하는 고유의 시스템 '겜비트'도 개선됐다. 일종의 스크립트인데 원작에서는 게임을 진행하면서 점차 개방되는 방식이었다. 반면 시연 버전에서는 모든 스킬이 개방된 상태에서 게임을 진행할 수 있었다. 초반부터 작전을 활용해 완전한 전투를 진행할 수 있어 편해졌다.

캐릭터 성장에도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원작은 모든 캐릭터가 라이센스를 공용으로 사용했는데 (오리지널판 기준) 리마스터판은 조디악 잡 시스템을 차용해 직업을 부여했다. 12가지 캐릭터 스타일을 활용할 수 있고 해당 부분으로 라이센스가 열린다. 덕분에 원작에서 지적받던 약한 캐릭터성을 전투를 경험함에 따라 어느 정도 개선하지 않았나 싶다.

요즘 스퀘어에닉스가 리마스터하는 게임답게 고속모드와 오토세이브도 지원한다. 참, 로딩도 매우 많이 개선됐다. 지역을 넘어갈 때 로딩이 거의 없다시피한다.

스퀘어에닉스는 최근 구작들을 재출시 하면서 단순 이식에 약간의 편의성을 더해 출시하는 정책을 펼쳐 혹평을 받았다. '파이널판타지12 리마스터'도 기본적으로 이러한 노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래픽이 좀 좋아지고 편의성이 많이 증가한 정도다. 그러나 국내에서 인지도가 9과 함께 바닥을 다투는 게임이기에 과거에 즐기지 못 했던 이들에게 새롭게 즐길 기회를 제공하고 과거 유저들에게는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은 될 것 같다.


고전(?)은 영원하다, 바이오쇼크




'바이오쇼크', 워낙 대단한 작품이라 당시 플레이하지 않은 유저들도 알만한 작품이다. 출시 당시 게임을 철학과 심리와 도덕을 연구할 새로운 도구이자 문화 예술 반열에까지 올린 게임이다. 리마스터 버전은 기본적으로 원작과 동일한 시스템을 고수하고 있다. 워낙 훌륭한 게임인지라 크게 흠잡을만한 게 없다.

물 그래픽만은 거짓말 좀 보태서 지금 봐도 좋다고 생각할 정도였는데 이번 리마스터를 통해 텍스처가 향상됐다. 아주 당연하게도 캐릭터와 등장인물들이 리스킨 됐다. 무기와 플라스미드도 여기에 속한다. 2K 측에서는 레벨 디자인도 약간의 개선이 있다고 발표했는데, 시연 버전에서 확인해 볼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다. 미세한 조정이었던 것 같다.

8년 전 게임이기 때문에 모델링의 정교함이나 광원 등 세부적인 내용을 뜯어보면 분명 고전적인 느낌이 나긴 하지만, 바이오쇼크1 특유의 분위기가 잘 묻어난다. 원작은 광원효과가 약간 미약한 부분이 있었는데 리마스터 버전은 매우 자연스러운 색감을 보여준다.

분위기를 제대로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게임이다. 개인적으로 스토리와 연출에 무게를 실은 FPS의 최고봉은 '콜 오브 듀티' 시리즈나 '하프 라이프' 시리즈가 아닌 '바이오 쇼크' 시리즈라고 생각한다.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사골처럼 흘러나오는 놀라운 이야기는 정말 일품이다.

조작감도 약간 개선됐다. 원작의 조작감은 지금 하기에 약간 답답한 느낌이 있었는데 리마스터 버전은 그런 느낌이 전혀 없었다. 다만 쓱 미끄러지는 듯한 시야는 여전히 멀미를 유발할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

▲리마스터 버전 비교 영상

사실 출시된 지 8년이 지난 작품을 신규 유저들에게 어필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비록 엄청난 명작이라고 할지라도 편의성과 조작감 그리고 그 당시 흐름에 맞췄던 요소들이 현재에 와서는 한계점을 보이기 때문이다. '바이오 쇼크'는 그래픽을 업그레이드 한 정도를 빼면 별다른 개선이 없다. 원작이 워낙 좋았던 점도 있었겠지만, '바이오 쇼크'가 가진 장점을 표현하는데 부가적인 향상은 필요 없다는 자신감에서 기인한 것 같다.

그럼 이렇게 적은 변화밖에 없는 게임을 굳이 사야 하느냐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책을 예로 들어보자. 당대에는 크게 유행했으나 시간의 흐름 속에 휩쓸려 흔적도 없이 사라진 책들이 수없이 많다. 반면 그 흐름을 견디고 후세에 이어져 필독서로 살아남은 책들이 있다. 나아가 시간이 흐를수록 더 가치를 발하는 책들이 있다. 이러한 책들을 고전이라 부른다.

'바이오 쇼크'는 고전이라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게임이다. 특히나 요즘같이 깊은 이야기 없이 빠르고 자극적인 연출로 가득 채워진 게임이 넘치는 시대에는 말이다. 특유의 분위기 때문에 게임을 접하기 다소 버거울 수도 있겠지만, 담긴 이야기만으로도 바이오 쇼크는 충분히 지갑을 열 만한 가치가 있다. 고전은 고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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