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GC2016] 1인 개발자 오범수, 인디게임 3년의 생존기록

게임뉴스 | 이현수 기자 | 댓글: 16개 |


▲ 산배 오범수 대표

[인벤게임컨퍼런스(IGC) 발표자 소개] 블리스소프트의 디렉터로 있다가 2014년 산배를 창업했다. 이듬해 딤라이트를 출시했고 현재 VR 게임 로스트 케이브를 개발 중이다.

인디, 1인 개발. 제법 낭만이 있으며 제법 독립적이며 제법 멋진 단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1인 인디 개발을 어떻게 어떻게 마무리했다고 해도 노출할 방법이 제한적이라 시장에서 사라지기 일수다. 일부는 게임이라고 부르기에도 미안한 조악한 퀄리티로 '인디니까!'를 외치며 시장에서 사라진다.

사실 인디개발은 성공의 기준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성공 확률은 극히 낮다. 그런데 1인개발로 성공한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1인 개발마냥 쉽고 매력적인 개발방법도 없다. 복잡하게 의사소통을 할 필요도 없고 팀원들 간에 감정낭비를 할 필요도 없다.

긴가민가한 인디 개발. 3년간 인디개발사를 운영하며 이를 온몸으로 경험해온 산배의 오범수 대표는 자신의 경험담을 기반으로 쉬우면서도 어려운 1인개발에 대해 자신의 팁과 노하우를 공유했다.


■ 강연주제: 애플워치부터 VR까지 - 인디게임 1인 개발자의 3년간의 생존기록


⊙ 늦둥이 게임 개발자

오범수 대표는 정보보호학과 출신이다. 그가 대학을 다니던 당시에는 모바일 시장이 열리지 않았기에 게임 회사에 취업하기 위해서는 온라인 게임 관련 준비를 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게임을 만들고자 하는 생각은 있었으나 상대적으로 많은 준비를 해야 하는 온라인 게임에 도전하기에 자신감이 부족했다. 그래서 속된 말로 '생각없이' 준비를 했다. 그 와중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만났다. 백수의 시작이었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한창 즐기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공무원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국가지원 사업으로 '자바(JAVA)'를 배우게 됐고 이를 바탕으로 웹 개발 회사에 취직했다. 오 대표가 취업하던 시기에 때마침 모바일 게임 시장이 열렸다. 온라인 게임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시간과 자원이 덜 드는 모바일 게임은 개발이 간단하고 쉬웠다. 이를 인지한 오 대표도 게임을 만들고 싶어 독자적으로 게임 개발 공부를 시작했다. 29살에 게임 개발에 첫발을 디딘 것이다.

기반 지식도 없고 학원도 다니지 않았다. 혼자서 반년 정도 자바 네이티브로 게임을 하나 만들었고 이 게임의 반응이 나쁘지 않아 게임 회사에 취직할 수 있었다. 신입으로 들어가자마자 카카오톡 플랫폼 모바일 게임의 개발을 맡게 됐고 다음 프로젝트에서는 기획, 그리고 그다음 프로젝트에서는 디렉터의 역할을 했다. 그 과정에서 개발사와 퍼블리셔 간의 난제들을 해결하는 법을 배웠다.



오범수 대표가 주는 팁: 처음엔 회사에 들어가는 게 좋다.

"학생들의 경우 회사에 들어가지 않고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회사에 들어가는 건 여러모로 꽤 도움이 됩니다. 자기 업무 외에도 알 수 있게 돼서 게임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전반적으로 알 수 있거든요.

개발자들이 처음에 흔히 저지르는 오류가 '게임만 재미있으면 되지' 입니다. 이건 딱 50%에요. 그 외 50%가 있다는 것을 회사에 들어가 보면 알게 됩니다. 또한, 사람 간 대화의 기술을 배울 수 있어요. '저 사람은 왜 저런 생각을 할까?'라고 생각해보면 많은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게임에 '펫' 추가 업데이트를 하자고 기획자가 제안했다고 합시다. 그럼 프로그래머들은 그러겠죠. '이걸 지금 굳이 넣어야 하나' 그런데 기획자와 대화를 하다 보면 알게 되요. 펫을 추가함으로써 게임 경제 분위기를 쇄신할 수 있고, 초반 콘텐츠 같은 것들을 다시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게임에 큰 변화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을요. 그 외에도 내 말을 남에게 설득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게 됩니다. 일하는 데 있어서 자신 일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도요. 그래서 회사 생활을 추천합니다."



디렉터 역할을 하면서 기획, 프로그래밍 등등을 하다 보니 혼자서도 게임을 개발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판단이 섰다. 그래서 회사를 박차고 나와 '산배'를 설립했다. 회사에서 경험한 야근과 정신적 피로 때문에 회사에 다시 들어가기가 무섭기도 했다.

회사를 설립한 후 사업자 등록을 했다. 게임 회사는 사업자 등록, 통신판매업자 신고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개발에 돈이 크게 들어가지 않는 경우 최대한 늦게 하거나 실제 매출을 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오 대표는 조언했다.

이후 개발팀을 꾸리기 위해 팀원을 찾아 나섰다. 그의 레이더망에 들어온 인력은 N사에 잘 다니고 있던 친구였다. 무려 가정이 있는 유부남에게 '야 너도 네 게임 만들고 싶잖아!'라는 달콤한 말로 같은 배에 태웠다.

그렇게 첫 번째 게임을 출시했다. 당시 인기 있던 '2048'을 벤치마킹한 게임이었다. 카카오톡에 입점하는 데 성공했다. 플랫폼의 힘과 흐름을 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같은 장르 게임의 범람으로 치열한 경쟁에 돌입해야만 했다. 게다가 콘텐츠를 확장하다 보니 도저히 둘이서 할 수 없는 상황에 봉착하게 됐다. 한계에 부딪힌 것이다.



▲ 회사를 잘 다니던 가정 있는 '유부남'을 꼬셨다.



⊙ 새로운 시장

그래서 새로운 시장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때마침 애플에서 애플워치 출시 계획을 밝히며 새로운 플랫폼의 등장을 알렸다. 오 대표는 이를 기회라고 생각했다. 애플이 주는 신뢰감이 근거였다.

'아이폰과 아이패드처럼 런칭 초기에 거물이 되어보자'는 생각이었다. 일단 뛰어들었다. 그러나 녹록지 않았다. 일단 애플워치의 스펙을 알 수 없었다. 하드웨어가 어떻게 생겼는지 공개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스마트 워치를 써본 경험도 없었다. 더구나 연산을 애플워치 자체가 하는 게 아닌 아이폰이 하는 형태라고 발표했는데, 이를 직접 확인할 수가 없었다. 시뮬레이터 하나만 믿고 게임을 개발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문제는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언어조차도 처음 접해보는 ‘스위프트(Swift)’였다. 이는 애플에서 만든 자신들의 언어로 자바나 C#을 써본 사람이라면 금방 익숙해지는 구조라지만, 어쨌든 처음 접하는 언어였다.

이런 조건 속에서 오 대표는 '출시일까지 되는대로 계속 만들자'라고 이정표를 세웠다. 애플워치 출시일 때까지 공부하면서 다작을 하기로 한 것이다. 아주 단순한 게임부터 많이 만들어보면 '무엇'을 얻고 활용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에서 시작된 개발 방법이었다.

그렇게 공부를 하며 처음으로 애플워치용 게임을 만들었다. 슬라이딩 퍼즐 게임 '미니 오울(Mini Owl)'. 애플워치를 파악할 소중한 기회였다. 이후 애니메이션이 부쩍 증가한 탭류 게임인 '미니 쿠키 탭(Mini Cookie Tap)', 애플워치의 화면을 최대한 활용한 스도쿠 게임인 '스도쿠 타임(Sudoku Time)' 등을 개발했다.



▲ RPG는 볼륨이 컸다.

어느 정도 개발 노하우가 쌓이자 RPG 개발을 시작했다. 애플워치라는 플랫폼의 특성을 살릴 컨셉을 고민했다. 오 대표는 애플워치 통신으로 연결된 이 세계의 용사 매니지먼트를 떠올렸다. 애플워치와 아이폰 사이를 연결했다. 플레이어가 용사에게 미션을 전달하면 용사는 명령을 수행하고 애플워치를 통해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진행하는 게임이었다.

RPG이다 보니 게임의 규모가 클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부족했다. 그래서 몬스터, 캐릭터 그리고 배경을 외주회사에 맡겼다. 외주를 맡기는 것 역시 처음이었다. 처음에 전달받은 몬스터는 매우 잘 나왔다. 그다음 전달받은 캐릭터는 애매했다. 마지막으로 전달받은 배경은 질이 낮아 도저히 사용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그 무렵 개발은 막바지 단계였다. 그러나 아트 쪽 상황이 멈춰진 상황이었기에 어떻게든 이를 해결해야만 했다. 그래서 직접 아트 쪽 작업도 하기로 선회했다.

이 와중에 애플워치가 시장에 공개됐다. 산배의 게임인 '미니 쿠키탭'과 '미니 오울'이 애플워치 앱으로 글로벌 피쳐드 됐다. 하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 암흑기

글로벌 피쳐드로 멋지게 시작한 듯했지만 사실 암흑기의 시작이었다. 매출은 절망적이었다. 처음에는 애플워치가 많이 보급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RPG 작업을 하면서 기다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결국, 애플워치를 활용한 게임은 '아니다'라고 결론을 내리기에 이른다. 유부남 아티스트는 이 무렵 회사를 떠난다. 오 대표는 왜 게임이 실패했는지 분석하기 시작했다.



오범수 대표가 주는 팁: 애플워치 앱의 의의

"애플워치로 성공한 것들을 나름대로 분석해봤어요. 애플워치 앱의 의의는 '아이폰의 시너지'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직접 써보니까 사람들은 생각보다 앱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기본기능이 튼실하거든요. 스포츠 앱의 애플워치 연동 기능 정도만 사용하죠. 시너지 정도의 용도로 접근하는 게 좋아요. 애플워치를 지원하면 피쳐드까지 지원을 해주기는 합니다."



혼자 남은 오 대표의 자금도 마르고 있었다. 고작 4달 정도를 버틸만한 생활비와 빚이 남았다. 200만 원. 크다면 크고 적다면 적은 금액이지만, 그에게는 어쨌든 갚아야 하는 돈이었다. 활로를 찾아보려 근 이주간 고민을 계속했다. 그러나 현실적인 방법은 없었다. 결국, 그는 생각하는 걸 포기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그동안 만든 게임을 되돌아봤다. '여태까지 무엇을 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고 싶어 창업했지만, 인기 장르의 아류작을 만들었을 뿐이었다. 자신의 스팀 라이브러리에 100개가 넘는 인디게임이 있는데, 고작 아류나 만들고 있었다는 생각이 드니 자괴감이 더해졌다.




생각이 여기까지 이르자 그는 다시 취업을 하기로 했다. 다만 취업하기에 앞서 남 부끄럽지 않은 게임, 내가 하고 싶은 게임을 딱 하나만 만들기로 했다. 매출도 BM도 전부 신경 쓰지 않고 본인이 하고 싶은 게임을 만들기로 했다. 취직하기 전에 미련 없이 모든 것을 다 토해내어 불사를 셈이었다.

생활비가 빠듯하니 개발이 쉽고 빠른 ‘유니티 엔진’을 활용하기로 했다. 3D 게임을 만든다면 취업할 때 사용할 포트폴리오에도 넣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심산이었다.

하지만 그는 유니티를 사용해 본 적이 없었다. 처음 보는 엔진과 툴, 언어, 3D 작업, 아트 작업. 애플워치 때도 처음 해보는 것들을 공부하며 했지만, 지금은 '혼자서' 처음 보는 모든 걸 해야만 했다.

차이점이 있다면 레퍼런스는 커녕 스펙도 잘 모르던 애플워치와는 달리 유니티는 도처에 정보가 넘쳐 흘렀다는 점이다. 유니티 홈페이지에는 탄탄한 강의자료들이 있었고 시중에 유통되는 책도 많았다. 정보가 얼마나 많았는지 오 대표는 구입한 서적을 펼쳐보지 않아도 될 정도였다.

그래도 처음 접하는 툴과 언어였다. 유니티가 강점으로 내세우는 '에셋 스토어'도 기반 지식이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프리팹(Prefep)이 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는 그림의 떡일 뿐이었다.
그때부터 직접 모델링을 하기 위해 블렌더(Blender)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서적이나 주변의 지도 없이 유튜브를 통해 독학했다. 유튜브 검색을 하며 하나씩 따라 하다 보니 모델을 만들 수 있었다. 쉐이더도 모르는 상황이었는데도 말이다.

그러는 한편, 게임 자체에 대한 방향성을 설정하는 일에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그가 만들고 싶은 게임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는, 내가 하고 싶은’ 게임이었다. 평소 오 대표는 겁이 많아 무서운 게임을 못하는 인물이었으나 역발상을 통해 오 대표 같은 사람도 즐길 수 있는 호러 게임을 만들기로 한다. 과하게 놀라지 않으면서도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는 탑뷰 호러게임 '딤 라이트'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호러로 장르를 정하고 나니 그 이후 작업은 속도가 붙었다. 처음 하는 그래픽 작업은 미숙할 수밖에 없기에 수려한 그래픽보다는 빛과 그림자가 만들어내는 흑백의 세계를 만들었다. 빛과 그림자를 통해 최소한의 공간만 보이도록 작업하며 그래픽 작업에 걸리는 부하를 최소화 하려했다. 손, 발, 발목 등 어려운 애니메이션은 뾰족하게 표현했다. 좀비니까 괜찮을 것으로 생각했다.

결과물은 생각보다 좋았다. 최소한의 공간만 보여주니 그래픽 품질이 높아 보이는 환각 효과를 줄 수 있었다. 심지어 일반 게이머가 아닌 개발자들이 모인 커뮤니티에서도 품질이 좋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오범수 대표가 주는 팁:

"화면을 어둡게 하고 빛을 쓰면 소위 '있어' 보입니다. 왠지 더 화사해 보이고요. 거기에 그림자까지 쓰면 품질이 높다는 환각을 들게 합니다. 유니티에서 제공하는 기본 3D 큐브로 만든 것들도 품질이 좋다는 이야기도 꽤 들었으니까 말이죠. 사실 모바일에서는 실시간 그림자를 쓰기가 힘듭니다. 게다가 유니티의 실시간 그림자는 모든 모바일 기기를 지원하지도 않죠. 그래서 출시 후 꽤 많은 기기에서 그림자를 지원하지 않아 보여서 안 되는 부분까지 표시되는 문제를 경험했습니다.

게임을 출시하면 리뷰가 달리잖아요. 거기에는 이상 없이 게임을 하는 사람들은 리뷰를 달지 않아요. 대신 안 되는 사람들은 별 한 개를 남겨주죠. 그래서 빨리 해결해야 했어요. 그림자 문제는 다른 기술적 방법을 동원해 처리했습니다."



오 대표는 딤 라이트를 2015년 9월 BIC(부산 인디 커넥트) 전시 시점에 맞춰 출시했다.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게임을 노출할 수 있었으며 기자, 블로거들과 연결 고리를 만들 수 있었다. 자신의 게임을 웹진에서 보게 된 건 새로운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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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활: 자신의 게임을 어떻게 알릴 것인가

출시 3일만에 딤 라이트는 불법 공유 사이트인 '앱짱'에 올라온다. 딤 라이트 판매 건수가 31건이 되지도 않았는데, 불법 공유 사이트에서는 조회수가 31건을 기록하고 있었다. 오 대표는 이 소식을 접하자마자 불법 APK의 공유를 막기 위한 움직임을 전개했다. 오 대표는 당사자와 접촉해 이야기했다. 다행스럽게도 해당 사이트에서 딤 라이트는 삭제됐다. 그러나 그 후로도 수많은 사이트, 블로그, 카페 등에서 불법으로 공유되고 있는 자신의 게임을 보게 된다.



오범수 대표가 주는 팁: 저작권 위반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공유 사이트보면 저작권 페이지가 있습니다. 여기에 신고하면 운영자들이 삭제를 해줘요. 그런데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럴 때는 증거를 수집해야 합니다. 이를 근거로 네이버 고객센터의 저작권 침해 신고를 하는거죠. 경험상 일반 고객으로 하면 하루가 넘게 소요되는 데 사업자 등록증을 첨부하면 빠르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으니까 확실한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안 된다 싶으면 경찰에 신고하면 됩니다. 저 같은 경우 경찰에서 잡았다고 오라는 연락을 받기는 했는데 경찰서로 가지는 않았습니다. 그냥 경고를 하고 싶어서 신고했던 것이거든요.

구글에 보면 '구글 알리미'라고 있어요. 여기에 설정하면 내가 설정해둔 검색어로 검색이 어떻게 되는지 메일로 옵니다. 딤 라이트가 어디 리뷰가 올라갔나, 어느 불법 사이트에서 공유되고 있나를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 네이버 자료는 구글에서는 잘 안 나옵니다. 그래서 네이버에서 1일 1검색을 해야 합니다. 최근 1일로 검색범위를 줄이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문제는 불법 공유뿐만 아니었다. 출시 10일 만에 중국판 딤 라이트가 출시됐다. 개발자인 오 대표도 모르게. 그것도 광고를 포함하고 있는 무료 앱으로 말이다. 이른바 '강제 중국 진출'이었다. 원본이자 오 대표가 직접 만든 딤 라이트는 1만 다운로드를 기록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해당 카피 앱은 1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고 있었다. 많이 당황스러웠다. 구글 및 커뮤니티 검색만 해보더라도 대응책은 손쉽게 찾을 수 있었으나 오 대표는 중국산 딤 라이트에 굳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 구글 알리미를 활용하면 편하게 메일을 받아볼 수 있다.

동시에 출시 10일 째에는 한국 구글 플레이 신규 인기 순위 10위에 올랐다. 그리고 기세를 몰아 '마인크래프트'의 아성을 무너트리고 국내 유료 어플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이후 인디 개발자들에게 꿈에 플랫폼이라 불리는 '스팀' 그린릿에 성공한다.

이런저런 일을 겪으면서 오 대표는 같은 인디 개발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고리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래서 SNS를 시작했다.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인맥도 만들었다. 단적인 예로 '다운로드' 숫자가 이런 밑물 작업을 통해 올라가는 것을 경험했다.

통상적으로 게임을 출시했을 때 개발자들은 그들의 커뮤니티에 출시 소식을 알린다. 평소에 안면이 있거나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알게 된 개발자의 게임은 호기심에 한 번이라도 받아보게 되는 데 반해 평소에 활동도 하지 않다가 갑자기 출시 소식을 알리는 개발자에게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 가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는 이것을 품앗이라 불렀다. 마케팅 준비가 되지 않은 초반, 부스팅에 좋은 방법이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커뮤니티도 굉장히 훌륭한 홍보 창구다. 커뮤니티마다 룰이 다르고 글쓰기 제한이 걸려있는 곳도 있기에 커뮤니티 색에 맞춰 사전에 준비해야만 한다. 게임 출시가 처음인 개발자의 경우 어느 게시판에 글을 써야 하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태반인데, 이럴 경우 성공한 게임을 검색해 보는 게 도움이 된다. 구글이나 네이버에 검색해보면 누가 봐도 관계자가 쓴 것 같은 글을 찾을 수 있다. 이 관계자 글을 하나하나 따라가며 올리면 훌륭한 홍보 활동이 된다. 오 대표 역시 이 방식으로 초반에 홍보했다.

또한, 검색 엔진을 통해 노출이 되고 싶으면 하나의 글을 작성할 때 최대한 게임 이름을 많이 담는 게 유리하다. 검색 엔진은 해당 단어가 많을수록 정확도가 높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이러한 작업을 하는 것이다. 동영상의 경우 유튜브 링크를 거는 것이 아니라 트위터면 트위터 자체 영상 재생 시스템, 페이스북이라면 페이스북 자체 시스템을 이용할 경우 훨씬 많은 노출과 클릭을 유도할 수 있다.

이와 동시에 기자나 블로거들에게 연락을 해야 한다. 네이버 메인에 등장을 한 번이라도 하면 그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개발자들은 출시 전에 예쁜 스크린샷과 게임 소개서를 제작해 미디어 킷을 만드는 것이 좋다. 킷을 만드는 것이 끝이 아니다. 마냥 단체 메일로 뿌리는 것보다는 한사람, 한사람에게 정성스럽게 메일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기자나 블로거별로 성향이 다르므로 각자에게 맞춰 접촉하는 것이 효과가 좋다.

판매가 익숙하지 않은 개발자들은 유료 게임으로 올리는 것이 유리하다. 안드로이드 마켓 기준으로 하루 100건 정도의 다운로드가 발생하면 10위권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상기 작업을 충실히 해 왔다면 100명을 끌어모으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오 대표의 경험에 비춰봤을 때 유료 앱 1위는 2,000 다운로드 정도. 그 후로는 순위가 내려갈수록 절반씩 빠진다고 생각하면 된다. 하루에 1,000 다운로드를 발생시키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러므로 10일, 20일 동안 꾸준히 100 다운로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함으로써 노출이 이뤄져서 유저의 호응에 힘입어 순위가 올라가게 된다.



▲ 마인크래프트를 제치고 1위에 오르던 날




오범수 대표가 주는 팁: 게임은 독특해야한다!

"일단 판매 경험이 적다면 1,000원 유료 게임을 추천합니다. 그리고 게임은 무조건 독특해야 합니다. 독특한 비주얼은 선택이 아닌 필수죠. 다만 많은 사람이 간과하는 것 중의 하나가 독특과 매니악한 것은 다르다는 겁니다. 정말 자신의 능력이 출중하지 않다면, 매니악 한 것은 배제해야 해요. 사실 이건 개인적으로 판단하기 힘든 문제이므로 SNS나 커뮤니티를 통해 미리 확인해 보는 게 좋습니다. 조회수나 댓글이 적으면 매니악한 것으로 판단해도 됩니다. 물론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한 것이겠지만, 커뮤니티 내의 조회 수나 댓글이 그대로 앱스토어에서의 클릭률과 연결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오 대표의 경우 1위를 기록했을 때 하루에 약 백만 원 정도의 매출이 발생했다. 이 중 구글 마켓이 가져가는 수수료 30%와 부가세 10%를 제외하고 63만 원 정도를 수중에 넣었다. 이때 발생하는 세금은 등록하는 것만으로도 조금 절약할 수 있다. 한국은 부가세가 10%인데 이를 등록하면 구글에서 3%를, 본인이 7%를 납부하게 된다. 하지만 이를 등록하지 않으면 개발자 본인이 10%를 다 내야 하므로 필수로 등록해야 한다.



▲ 일시 무료 이벤트로 변화한 곡선

안드로이드 버전의 승승장구와 달리 딤 라이트 아이폰 버전은 힘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무료 판매를 통해 이를 타개했다. 애플 앱스토어의 경우 유료 앱을 임시로 무료로 변경할 수 있는데 이를 활용해 앱을 노출 시켰다. 물론 무료로 다운로드가 발생하기 때문에 매출에 도움은 안 되지만, 입소문이 필요할 경우 도움이 되기도 한다. 특히 인앱 결제나 광고를 포함한 앱이라면 유입에 따른 효과를 볼 수도 있다.

오 대표는 개발보다 판매활동이 더 어려웠다고 강조했다. 4개월간 만든 게임을 단 하루도 쉬지 못하고, 자는 시간조차 2시간마다 일어나서 피드백을 확인하고 체크하는 과정을 5개월간 지속했다.

그러면서도 딤 라이트 스팀 버전을 개발했다. 오 대표는 개인적으로 로망이었던 플랫폼에 들어가면서 단순히 컨버팅만 하기는 싫었다. 퀄리티를 좀 더 좋게 하고 싶었다. 그러나 때마침 찾아온 슬럼프와 퀄리티 업을 하기에는 빠듯한 시간과 자본 때문에 한 달 만에 개발을 중지할 수밖에 없었다.



오범수 대표가 주는 팁: 스팀 그린릿

"스팀 그린릿? 생각보다 어렵지 않습니다. 5천 명 정도가 투표하고 60~70%가 호감을 표하면 그린릿 됩니다. 게임 출시할 때와 같은 작업을 해왔다면 어렵지 않게 통과될 수 있습니다. 유료 게임 판매도 아니고 그냥 투표하는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쉽죠. 만약 자연 유입된 사람들이 낮은 평점을 줬다? 그때는 자신의 게임을 되돌아봐야죠.





▲ 스팀에서 그린릿된 딤 라이트



⊙ 또다른 도전

딤 라이트 VR 버전으로 VR에 재미를 붙인 오 대표는 PC 기반의 본격적인 VR 게임 개발에 도전했다. 이번에도 역시나 처음이었다. 처음 하는 PC 기반 게임, 처음 하는 포지셔널 트래킹. '프로젝트 트레져 헌터 인 케이브(Project Treasure Hunter In Cave, Project THIC)라는 프로젝트명을 붙인 이 VR 게임은 트레져 헌터가 동굴을 탐험하는 컨셉이었다.

여태껏 대부분의 VR 게임들은 '체험' 자체에 가치를 두고 이에 몰두하는 경향이 있었다. 반면 기존의 게임들은 게임 자체에 가치를 두는 경우가 많았다. 즉 VR 게임들은 재밌는 있지만 뿌듯함이 없다는 뜻이었다. 그래서 오 대표는 이 둘을 합쳐 올드 게이머 감성을 가진 VR 게임을 만들기로 했다.

어느 정도 세부사항이 확립된 후 게임 소개서와 영상 그리고 데모 게임을 오큘러스와 스팀에 보내 기기를 요구했다. 두 회사 모두 흔쾌히 VR 기기를 지원해줘 개발에 박차를 가할 수 있었다. 오 대표 본인은 스스로 만족했다.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피드백은 혹독했다. 많은 부분에서 수정을 가해야만 했다. 그러나 돈과 시간은 언제나 그를 괴롭혔다.

그때였다. 딤 라이트가 해외 시장에서 갑작스럽게 매출이 오른 것이. 멕시코,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등지에서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특히 인도의 경우 8개월째 10위 권에 머물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구글이 저소득 국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측정 덕이었다. 피처드에도 올랐다. 딤 라이트의 경우 저렴한 게임이다 보니 다운로드가 계속해 발생했다. 이제 자금에 숨통이 조금 트인 것이다. 오 대표는 이 자금을 바탕으로 게임을 뜯어고쳐 '로스트 케이브(Lost Cave)'를 만들고 있다. 로스트 케이브는 2017년 초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로스트 케이브(Lost Cave)영상]


사실 딤 라이트가 해외에서 매출을 올리고 있고 국내 안드로이드 유료 앱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지만, 자금 사정만 봤을 때는 암흑기 때와 큰 차이는 없다. 여전히 돈은 없고, 여전히 혼자서 일을 하고 있다. 그러나 오 대표는 그동안 경험을 쌓았고 아직도 희망을 품고 있다. 또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고 있다.

1인 개발. 말처럼 녹록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말처럼 또 어렵기만 한 것은 아니다. 1인 개발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사람이 부족해 개발이 힘들다고 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적다. 대부분 멘탈 문제에 맞닥뜨리게 된다. 이런 문제는 자기 자신이 어느 정도 수준의 개발력을 가졌는지 제대로 파악하면 해결할 수 있다.

오 대표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저는 성공하는 방법을 아직 모릅니다. 그러나 욕심을 버리면 못할 것도 없어요. 굶어 죽지 않으면서 즐기면서 만들 수 있어요. 정말 게임 만드는 게 재미있다면 돈 없어도 된다는 생각으로 하면 되니까요. 저도 저만의 게임을 만드는 방법을 알아가는 중입니다. 여러분도 돈 욕심이 많이 없다면, 자신만의 게임을 만드세요. 그런 게임을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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