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벤게임컨퍼런스(IGC) 발표자 소개] 전 유니티 테크놀로지스 한국지사 이사. 현 인디게임 행사 전문 법인 인디디벨로퍼파트너스 대표. 국내 주요 게임 행사로 성장한 부산 인디 커넥트 페스티벌 등 인디게임 행사를 3년째 기획/운영하고 있다.
밤새 추적추적 내리던 비가 멈춘 10월 8일 토요일 오전. 인디디벨로퍼파트너스의 이득우 대표는 'BIC(부산 인디 커넥트, 이하 BIC) 2016 행사 포스트모템'을 주제로 한 강연을 위해 연단에 올랐다. 이날 이득우 대표는 BIC 2016를 준비하면서 고민했던 여러 가지 사안과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획하는 과정과 경험, 그리고 앞으로의 BIC가 나아갈 길을 소개했다.
■ 강연주제 : BIC 2016 행사 포스트모템
⊙ 1. BIC 2016 행사를 준비하며 했던 고민들
전년도 행사가 끝나자마자 올해의 BIC 페스티벌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한국에 없는 이런 인디게임 행사를 어떤 형식으로 이끌어가야 하는가?", "어떤 목적으로 진행해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이었다.
첫 번째 고민은 인디게임 개발자들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었다는 점이다. "나는 왜 외롭고 힘들게 게임을 만드는가?", "왜 이것을 하는지, 잘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갖는 인디게임 개발자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행사를 통해 이러한 고민을 가진 이들에게 용기를 주고, '외로운 싸움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
두 번째는 TGS나 E3와 같은 일반적인 게임 전시 행사처럼 그저 게임을 소재로 하는 행사로 이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면 어떨까 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부분에서 인디게임이란 특성을 살리기 위해 게임 다운 행사라는 것을 많이 고민했다.
세 번째는 "참가자 수와 볼거리란 지표가 많으면 좋은 게임 행사인가?"라는 것이었다. 걸그룹을 초빙하거나 부스걸을 많이 배치하면 볼거리가 풍부해져 참가자 수가 늘어나고, 여러 가지 수치로 나타나는 지표도 늘어난다. 하지만 이런 지표들을 높이는 것이 과연 행사를 이어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인지는 의문스러웠고, 이에 대한 고민도 깊어졌다.
마지막은 "한국만이 내세울 수 있는 게임 산업의 특징은 무엇인가?"하는 고민이다. 대만이나 일본을 비롯해 국제적으로도 많은 인디게임 행사가 있는데, 이들 행사와 비교할 때 외국인 개발자들이 일부러 한국을 찾아와야 할 이유가 무엇일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작년 행사는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호기심이나 관광을 겸해서 외국인 개발자들이 방문했었지만, 2회째를 준비하면서 그들을 다시 한국으로 오게 하려면 한국의 인디게임만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을 찾아야만 했다. 결국, BIC가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한, BIC에 대한 고민을 끊임없이 하게 된 셈이다. 그리고 고민에 대한 몇 가지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가장 먼저 '판'을 만들기로 했다. 행사장도 넓어졌기에 '모두가 뛰어놀 수 있는 판을 만들자'는 것을 떠올렸다. 하지만 이 판에 무엇을 깔아야 할지는 감이 잘 오지 않았다. 국내 행사들은 대부분 컨퍼런스나 전시였기 때문에, 전시 포맷을 깬 다른 형태의 행사를 기획하고 싶었다. 해외에도 사례가 별로 없어 어떤 효과를 얻을지는 미지수였다.
결국, 판 위에서 다양한 이벤트와 만남의 기회를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전시자와 참가자 모두 판에서 만나 얻어가는 공통분모, 바로 '게임의 즐거움에 집중'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 그리고 이외의 불필요한 부분은 과감하게 쳐냈다. 다행히도 1회 행사 때의 가능성을 바탕으로 지원을 많이 받을 수 있어서 행사를 방해할 수 있다고 여겨진 것들을 과감하게 쳐낼 수 있었던 것 같다.
⊙ 2. 개발자를 위한 행사 : 만남
2016년 BIC는 개발자를 위한 행사와 소비자를 위한 행사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접근했다. 먼저 행사 첫날은 철저하게 개발자를 위한 행사로 포지셔닝했다. 일반 참관객 없이 오롯이 개발자들을 위한 날로, 그들끼리 모여 네트워킹을 할 수 있도록 만든 자리였다. 이를 위해 생각한 키워드는 바로 '만남'이다. 어떤 가이드를 제공하거나 하지 않더라도, 스스로 판을 벌이고 개발자들이 만나 판 위에서 의미를 찾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첫날 아침에는 '진정한 장신 정신'과의 만남을 주제로 컨퍼런스를 진행했다. 상업적으로 성공한 타이틀의 디렉터나 1세대 개발자들도 물론 좋은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었겠지만, 올해는 25년 동안 한 가지 게임만 개발한 장인들을 섭외하기로 했다. 힘들고 외롭게 개발하는 이들에게 자기만 힘든 싸움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또한, 인디게임은 수익에 대한 것을 고민할 수밖에 없었기에, 다양한 해외 사례를 공유하고자 해외 게임 개발자들과의 만남도 준비했다. 국내 사례나 투자를 받아서 성공한 사례보단, 해외의 특이한 방식으로 성공한 이야기를 듣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장인 정신에 대한 컨퍼런스는 개발자들에게, 해외 인디 개발자들의 성공 사례에 대한 컨퍼런스는 사업 쪽 종사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컨퍼런스 이후에는 자유로운 개발자 사이의 교류를 준비했다. 보통은 네트워크 파티를 많이 진행하곤 하는데, 그러기엔 시간이 아깝기도 하고 너무 재미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A/B 그룹 테스팅을 시도했다.
먼저 개발자들이 낸 부스 전체를 A와 B그룹으로 나눈 뒤, B그룹 전시자를 A그룹으로 이동시켜 부스에 있는 게임을 플레이하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후에는 반대로 A그룹의 전시자도 B그룹의 부스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그러다보니 외국인 개발자라도 '게임'이라는 하나의 공통분모로 웃으면서 즐기는 광경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말이 통하지 않더라도 게임으로 소통할 수 있었던 것이다.
개발자들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행사를 이른 시간인 9시~10시에 시작하면 개발자들이 제대로 행사에 참여하긴 힘들 것 같아, 모든 행사의 개장 시간을 12시로 미뤘다. 대신 '나이트 게임 파티'를 기획해 밤늦게도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후 해운대에서 자발적으로 모일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했더니 그룹을 만들어 교류하며 만남을 가지는 자리들이 자연스레 많이 생겼다.
MCN 크리에이터와 인디게임 개발자와의 만남도 주선했다. MCN 크리에이터들은 대부분 게임을 기반으로 인지도를 쌓은 사람들이 많지만, 막상 게임 개발자들은 그들을 만날 기회가 별로 없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그런지 힘든 일정임에도 높은 참여율을 보였다. MCN 크리에이터는 물론 팬들과 함께 게임을 즐기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되었다.
스크린을 통한 이웃 나라 인디 개발자와의 만남도 있었다. 첫날의 마지막을 장식한 기획으로, 큰 사이즈의 스크린이 마련되어 있어서 이 스크린에서 게임에 관련된 영상과 영화를 상영하면 좋을 것 같았다. 일본 인디게임 개발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상영했고, 스크린을 통해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며 게임을 개발해왔는지 확인해볼 수 있었다.
그냥 영상을 틀기만 하면 될 줄 알았는데 필요한 절차가 많았다. 심의를 거치고, 한국어 자막도 제작했다. 행사에 참여한 참관객 중 반이 외국인이었기에 영문 자막도 병행해서 준비했다. 상영기에서 틀 수 있는 포맷이 맞지 않아 맞는 포맷으로 다시 교체하기도 했다.
자신의 게임에 대해 관람객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피드백을 받아볼 수 있도록 행사 중간중간 관람객과의 만남도 준비했다. 또한, 원스토어와 구글스토어 등 플랫폼 세션을 만들어 BIC 출품작들을 안내하는 자리도 마련할 수 있었다.
⊙ 3. 소비자 중심의 게임 행사 : 여정
소비자 중심의 게임 행사를 위해 생각한 것은 '여정'이다. 행사장이 선정되기까지의 여정에 대한 설명이 먼저일 것 같다. 처음 행사장 후보는 요트경기장이었는데, 창고도 허름해서 인디 느낌이 물씬 나는 연출이 가능할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9월달에 진행되는 행사 일자에는 요트가 가득 차는 관계로 사용할 수 없었다. 여담이지만 행사 일정은 동경게임쇼 1주일 전에 준비해서 부산으로 왔다가 동경으로 이동할 수 있게끔 한, 다분히 전략적인 선정이었다.
두 번째 후보는 미술관이었다. 전시 공간으로서 굉장히 깔끔했고, 게임은 예술이라는 시선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라 생각했다. 그러나 아직까진 미술과 게임이라는 분야 사이에 존재하는 인식의 차이가 커 불가능했다.
세 번째 후보는 지하 벙커였다. 부산 사람들도 지리를 잘 모르는 곳에 있었고 어둡고 음습한 터널을 지나야 갈 수 있는 곳이었다. 이러한 점들이 오히려 게임을 전시하기에도 재미있고, 뭔가 탐험하는 느낌도 줄 수 있어 굉장히 유익한 공간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내부다 보니 소리가 울려서 불합격 판정을 내렸다.
네 번째는 영화의 전당 내부 하나의 층이었다. 너무 좁은 환경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네 번째 후보지까지 찾다 보니 행사 기간이 점점 다가왔다. 결국, 초조한 마음에 영화의 전당에서 '야외 전시를 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렇게 하나의 긴 여정을 마무리하게 되었으나 위험요소는 여전히 많았다.
바람이 많이 부는 것은 물론 비가 오면 완전 답이 없었다. BIC 행사 전주에 진행된 코미디 행사가 전부 무너지는 일도 있었기에 더욱 철저한 준비를 해야 했다. 다행히도 행사가 진행된 3일 동안 비바람 없이 적당한 구름에 좋은 날씨가 이어져 성공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다.
다음은 인디게임 전시의 답을 찾기 위한 여정이었다. 해외에 사례가 많았기에 무작정 해외 게임 행사들을 방문했다. 게임스컴처럼 큰 규모의 좋은 행사도 많이 있었지만, 'BIC의 정체성과 어울리는, 인디 느낌이 나는' 소비자 중심의 행사도 많이 찾았다.
그중 큰 영감을 얻을 수 있었던 행사가 바로 '팍스 이스트(PAX EAST)'다. 소비자 행사의 '끝판왕'으로, 미국 동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다 모여 즐기는 진정한 골수 게이머의 축제라고도 할 수 있다. 가볍게 친구들끼리 분장하고 즐길 수 있는, 자발적이고 자유로운 코스프레의 즐거움도 있었다.
고퀄리티의 게임 굿즈도 볼 수 있었고, 외부에는 푸드트럭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마케팅은 그야말로 '미친' 이벤트였다. 미국의 택시 시스템인 '우버'와 '오버워치'의 콜라보로 '우버워치'라는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람보르기니나 레이싱카 등 캐릭터에 맞는 콘셉트 카도 준비되어 있었다. 소비자들과 게임 소재를 결합한, 진정성 있는 이벤트가 가득했다.
이후 팍스 이스트에서 영감을 얻어 소비자 중심 행사를 위한 39건의 기획을 준비했다. 아무도 가본 길이 아니기에 다양한 다른 시도를 해볼 수 있는 도전의 자리였고, 의미 있는 것들도 많이 나왔다. 그중 하나가 밤에 즐기는 설치형 게임을 전시한 '나이트 게임 파티'다. 밑에 있는 화살표를 피하는 설치형 댄스 게임이나 라인 어글러 등 1차원 게임까지, 밤에 더 돋보일 수 있는 설치형 게임들을 전시했다.
코스어와 인디게임의 만남도 주선했다. 네이버 카페에서 활동하는 코스어들에게 연락해 함께 행사를 즐기는 모습을 연출할 수 있었다. 코스프레를 한 코스어들이 함께 게임도 즐기면서 행사에 녹아드는 형태로 진행됐다. 물론 카메라 앞에선 멋진 포즈도 취해주었다.
레트로 게임 장터도 마련했다. 행사 기획상 공간을 넓게 마련하려다 보니 행사장과 거리가 조금 떨어졌다. 내년에는 좀 더 좋은 공간에 마련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1석 2조의 효과를 거뒀던 푸드트럭도 좋은 사례다. 국내에는 푸드트럭을 도입한 행사가 별로 없었기에 많은 이들이 좋았다고 평가하더라. 영화의 전당 주변에는 식사를 할만할 공간이 별로 없었는데, 자리도 꾸미고 식사도 가능해 행사에 다채로움을 더할 수 있었다.
⊙ 4. 한국형 게임 행사
한국형이란 무엇일까? 비빔밥이나 한옥 등 '한국형'에 대한 보편적인 통념이 존재한다. 다만, 국내에서는 좋지 않은 몇몇 사례들로 '한국화시키겠다'는 말이 부정적인 이미지로 굳어가는 일이 많은 것 같다.
해외 게임 개발자들이 '한국'하면 떠올리는 것들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했다. 해외 게임 개발자들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고민도 하면서 찾아보니, 그들은 한국 유저들의 강한 게임 실력에 대해 가장 많이 말하고 있었다. 한국은 프로게이머와 e-Sports라는 이미지가 확고하다는 것을 많이 느겼다.
사실 이전 회사를 다닐 때,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을 안내하는 일이 있었다. 그때 SKT와 KT의 결승전 행사가 잠실에서 열려 그를 데려갔는데, 이러한 경기를 직접 볼 수 있을 줄은 몰랐다며 굉장히 좋아하더라. 그래서 이런 점들을 부각시키는 것을 많이 생각했다.
2015년에는 임의적으로 '도티'라는 인물을 섭외한 적이 있었다. 그때 수많은 학생들이 찾아와줬다. 그런 장면을 보고 외국 참관객들이 어떻게 이런 어린 학생들이 오며, 게임도 잘하느냐며 많이 놀라워했었다. 그래서 올해에도 MCN 크리에이터들이 이왕 왔으니, 인디게임에도 도전하게끔 유도했다.
그러자 외국 개발자들이 그런 모습을 보고 인상 깊었다는 피드백을 남겼다. 일본 개발자는 일본 행사와는 다르게 어린아이들이 행사에 많이 찾아와 게임 오버되더라도 계속해서 도전해 결국 클리어하는 것이 인상 깊었다고 한다. 미국 개발자는 미국 행사와 달리 한국의 어린 게이머들은 자신의 게임을 예의 바르게 존중해줘서 감동적이었다는 코멘트를 남겼다.
직접 부른 크리에이터도 있었지만, 자발적으로 참여한 크리에이터도 많았다. '머독'이라는 크리에이터는 스스로 행사에 찾아와 '바인딩 오브 아이작' 부스 근처에서 크리에이터와 팬이 모이는 광경도 연출되었다. 크리에이터들도 그저 사람을 모으는 역할이 아닌, 게임을 사랑하는 게이머였기에 우리 행사와 잘 어울렸다고 생각한다.
실험적으로 인디게임 e-Sports 행사도 진행했다. MCN 크리에이터들의 사회로 진행된 '아레나갓즈' 대화가 바로 그것이다. 밤 10시에 진행된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800여 명의 참관객들이 자리를 떠나지 않고 관람했다. 사실 초기에 의도된 부분은 아니었지만, MCN 크리에이터들이 게임을 해보고선 너무 재밌어서 e-Sports 행사까지 진행된 것이다.
최후에는 승리자들과 게임 개발자들을 불러 함께 게임을 즐겼는데, 개발자가 여지없이 이겨버렸다. 인디게임 개발자들은 자기가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드는 이들이 많다. 해당 장르에 미쳐있는 사람들이 자기가 하고 싶은 게임을 만들기 때문에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대단한 실력을 뽐냈다. 이처럼 MCN 크리에이터와 게임 개발자, 그리고 유저가 한자리에 모여 플레이하는 매력적인 콘텐츠도 발견하게 된 것 같다.
⊙ 5. BIC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
사실 아쉬운 점도 많았다. 장소를 야외로 결정하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소요됐다. 전시공간부터 결정되어야 전시 배치부터 모든 플랜이 시작되는데, 너무 늦게 결정되어 일정도 바뀌었고 공지도 부족했다. 운영상으로 미흡한 점도 있었으며 기대에 비해 효과적이지 못한 행사도 존재했다. 이 자리를 빌려 늦은 공지로 고생한 개발자들에게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엔터 더 건전'의 개발자 Dave Crook과 행사를 진행하면서 재미있는 키워드를 발견했다. 그는 정말 귀여운 캐릭터와 극악의 난이도를 앙증맞게 헤쳐나가는 것을 콘셉트로 게임을 기획했다. 완전히 상반된 두 가지 콘셉트를 조합시킨 것이다. 인디게임의 매력도 여기에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물론 이런 콘셉트를 정하고 게임을 만드는 과정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국의 흔한 인디게임 개발 시나리오는 대부분 아래와 같을 것이다.
1. 결심! 내 게임을 만들자!
2. 수중의 돈을 계산해보니 6개월은 버틸 수 있다.
3. 6개월 안으로 올인해 만들 수 있는 게임을 찾자!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는 점은 당연하지만, 잘못된 것은 '올인'이라고 생각한다. 오랫동안 게임을 개발할 수 있고 또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을 정해야 한다. 그이후에 오래 버틸 수 있는 방안을 찾으며 개발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국내 개발자들도 해외 개발자들과의 교류를 통해 이런 것들을 알아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BIC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은 다음과 같다. 전시 행사가 가진 단점을 보완하는 것이다. 아무래도 전시 행사의 특성상 보여주기에 적합한 게임은 굉장히 유리하지만, 오래 걸리는 시뮬레이션 게임은 불리하다. 이 점을 내년에는 극복해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함께 소개하는 자리가 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해외에 한국 게임 시장이 가진 특수성을 많이 어필하고, 국내외 개발자를 비롯해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의 장을 형성하고 싶다. 판을 마련하고, 그 안에서 여러 가지 콘텐츠가 진행되길 기대한다. '게임 플레이의 즐거움'이란 것을 핵심 요소로서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다시 2017년 행사를 향해 긴 여정을 떠날 것이다.
■ 질의응답
Q. 체감상 BIC에서 제일 인기 있었던 게임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 어떤 기준을 적용하는지에 따라 다르다. '바인딩 오브 아이작'이나 '엔터 더 건전'은 인지도가 있으니 유투버가 사람들을 끌고 오는 경우도 있다. VR 같은 경우도 인기가 많았다. 한쪽에 특별히 많이 몰린 것이 아니라 골고루 취향에 맞게 잘 퍼진 것 같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컨트롤을 요하는 게임이 인기 있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Q. 전략 시뮬처럼 짧은 시간에 재미 느끼기 힘든 게임은 어떤 식으로 전시할 것인지?
= 고민 중이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의 인디게임 행사도 함께 풀어야 할 숙제인 것 같다. 이것을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 중이고, 답을 드리기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아이디어는 있는데 조금 더 구체화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