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신민균 케이큐브벤처스 상무 “성공 공식? 아직도 그런거 믿는 사람이 있나요”

인터뷰 | 강민우 기자 | 댓글: 15개 |


▲신민균 케이큐브벤처스 상무

•2015.03 - 케이큐브벤처스 파트너/상무
•2013.12 - 2014.11 엔씨소프트 게임개발 총괄(CPO) 직속 상무
•2011.04 - 2013.11 엔씨소프트 사업부문 총괄 상무
•2006.11 - 2011.03 엔씨소프트 사업실장
•2000.12 - 2006.10 엔씨소프트 기획조정실
•2000.01 - 2000.11 웹에이전시 ICG 창업
•KAIST Civil Engineering 석/박사

한 줌 가능성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탈(이하 VC) 투자자는 대박과 쪽박 사이의 위험한 줄타기를 하는 사람이다. 한 발만 헛디뎌도 천길 낭떠러지. 이 때문에 1%라도 더 가능성이 있는 회사에 투자할 수밖에 없고, 급변하는 시장의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래서 성공 공식이라는 걸 찾고 또 찾는다. 양산형 게임이란 어찌 보면 성공 공식을 믿는 사람이 만들어낸 괴물일지도 모른다.

신민균 케이큐브벤처스 상무를 만난 건 지난 17일 지스타 현장에서다. 최근 투자한 게임이 대박을 터트려서인지 신 상무의 얼굴 표정이 꽤 밝아 보였다. 곧바로 투자 비결을 물어봤지만 좀처럼 원하는 답변을 얻을 수 없었다. 그래서 최근 대박을 낸 개발사 근황에 관해 물어봤다.

“사실 연락도 안 했어요. 저도 게임업계 14년 있었는데 게임이 대박 나든 망하든 투자자가 연락하면 짜증 나요(웃음). 굉장히 바쁜 시기 거든요. 근데 괜히 밥 먹자고 불러내서 지표나 매출 물어보고 그러면 얼마나 스트레스받겠어요. 안 그래도 바쁜데. 아 피자는 한번 보내드렸어요. 바쁘면 밥도 잘 못 챙겨 먹거든요"

선택은 신중. 그러나 결정했으면 간섭하지 않는다. 이미 검증된 성공 공식을 좇는 개발사엔 투자하지 않는다. 독특할수록 좋고 무엇보다 그 사람과 팀에 대한 믿음이 중요하다. 게임은 기획서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만드는 것이다. 1시간 동안 짧은 인터뷰였지만 케이큐브벤처스가 다른 VC와 왜 다른지 한눈에 알 수 있는 자리였다.


■ 뻔한 게임은 투자 안 합니다

케이큐브벤처스가 투자한 업체만 76곳이 넘는다. 이중 게임 쪽은 인디게임부터 FPS, TCG, SNG, MMORPG, VR까지 장르, 플랫폼을 가리지 않으며 투자 금액도 1~30억 원 사이로 다양하다. 신민균 상무의 투자 철학은 명확하다. 이왕이면 넉넉하게. 충분히 게임을 완성할 때까지 투자를 해주는 것이다.

“가끔 개발사 대표님을 만나서 이야기하면 그런 게 있어요. 1년 개발 기간을 잡았다고 치면 딱 1년 치 비용만 투자 받으려고 해요. 출시하면 바로 매출이 나올 것처럼 말이죠. 근데 개발이라는 게 그렇지 않거든요. 중간에 틀어지면 3~4개월은 금방 늘어나죠. 그러면 나중에 개발비가 없어 거의 미완성인 채 게임을 출시하게 돼요. 그러면 둘 다 망하는 거죠(웃음)”

출시일 맞추려고 미완성인 게임 10개 출시할 바에야 비용을 아껴서 완성된 게임 4개에 투자하는 게 이익이라는 게 신민균 상무의 판단이다. 실제로 신 상무는 투자 미팅 때 8개월에서 1년은 돈 못 번다고 생각하고 금액을 적으라고 말한다고 한다. 질이 떨어지는 게임을 지속적으로 출시하는 것은 곧 업계의 공멸로 이어질 수 있다고 신 상무는 지적한다.

“저는 웬만하면 외부 미팅을 권하지 않아요. 투박한 그래픽이 매력이어서 투자한 게임이 있는데 추가 투자 때문에 이리저리 미팅하다 보면 그래픽 뜯어고치고 뻔한 콘텐츠를 추가하고 그래요. 그러면 나중에 시장에 있는 흔하디흔한 그런 게임이 나와요. 애초에 그 게임이 가진 매력은 없어져 버린 거죠”

신민균 상무의 이런 신념 때문인지 케이큐브벤처스에서 투자한 게임들은 평범한 게임을 찾기가 힘들다. 지난 5월 케이큐브벤처스, 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가 공동으로 40억 원 투자한 모아이게임즈는 2018년 출시 예정인 풀스펙 MMORPG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9월에 30억 원을 투자한 솔트랩은 모바일 한계를 뛰어넘는 FPS를 개발하고 있다. 횡스크롤 AOS라는 신선한 장르에 불은 지핀 씨웨이브 ‘하이퍼유니버스’ 일찌감치 투자했다. 최근 대박을 낸 시프트업도 마찬가지다.

“똑같은 게임이라는 건 아침, 점심, 저녁으로 먹는 갈비 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처음엔 당연히 맛있죠. 하지만 결국 갈비라는 요리 자체가 질리게 되거든요. 시장에 이미 갈비집에 100군데 정도 있으니 저는 쌈밥집, 쭈꾸미집 같은 곳에 투자하는거죠”


■ VR은 아직 시장성이 없다? 그럼 지금 투자해야죠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11월 초 200억 원 규모의 가상·증강현실 펀드를 출범하면서 이에 대한 전문 운용사로 케이큐브벤처스를 선정했다. 이미 바이너리 VR, 플레이스낵에 투자한 케이큐브벤처스의 전문성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VR에 대한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글은 차고 넘치지만 실제로 게임을 개발하거나 투자를 하는 곳은 좀처럼 많지 않다. 아직 시장성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신민균 상무는 오히려 지금이 기회라고 말한다.

“실제로 그래요. VC 중에 VR에 투자한 곳은 2~3곳밖에 없어요. 과연 돈이 될지 안 될지 확신할 수 없으니 엄청나게 몸 사리고 있는 거죠. 근데 전 이렇게 생각해요. 반대로 이게 정말 돈이 된다고 생각했거나 이미 검증이 됐다면 VC에게 기회가 없을거에요. 벤처 캐피탈은 모험안하고 간만 보면 끝이 거든요”

신 상무의 이런 판단의 기저에는 벤처캐피탈과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깔려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시장을 이해하고 예측하려고 하지만 시장을 송두리째 바꾸는 큰 흐름은 아예 예측이 불가능하다. 신민균 상무는 그것이 당연하다고 말한다.

“투자는 하지만 실제로 제가 100% 설명할 수 없는 경우도 있어요. 그렇다고 안할 수 없죠. 이건 일종의 모험이고 리스크를 짊어지는 건 자본의 속성이에요. 저희는 리스크 보다는 그 가능성에 투자하는 거죠. 만약 벤처캐피탈이 완전히 이해하고 설명되기 전까지 투자를 안할꺼면 뭐하러 스타트업에 투자해요. 은행에 하는게 낫지(웃음). VR에 대한 많은 분석이 있지만 공통적인 부분은 시기(대중화)에 대한 것이지 방향성에 대한 의문은 거의 없어요. 방향이 맞다면 당연히 지금 투자를 해야죠. 누군가 성공했을 때 따라가는 건 한참 늦은 거에요. 저희 같은 벤처캐피탈은 특히 그래요”

마지막으로 신민균 상무에게 투자 비결에 대해 다시 물었다.

“게임 시장은 핑계가 없어요. 만든만큼 평가 받거든요. 게임해보면 구린지 아닌지 다 알죠(웃음). 제가 투자한 곳은 대표님들에게 꼭 이런말을 해드려요. 돈은 원하는 만큼 드릴 테니 절대 타협하지 마시라고. 제가 다른건 절대 간섭 안하는데 현실과 타협하고 뻔한 게임 만드는 건 못 참아요"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

1 2 3 4 5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