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좋은 게임은 유저가 알아줍니다. '아이언사이트' 5년간 만든 이유입니다"

인터뷰 | 박태학 기자 | 댓글: 117개 |






5년이면 강산도 반쯤은 변한다. 게임업계도 마찬가지다. 5년은 업계의 트렌드까지 바꾸어 놓을 만큼 긴 시간이었다. 철옹성같던 온라인 게임을 넘어서 대 모바일 게임의 시대가 열렸다. 최근에는 VR, AR이 급속도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보다 세세하게 장르를 따져봐도 변화의 물살은 거칠다. 오늘 이야기할 장르는 온라인 FPS다.

넥슨의 국민 FPS 게임 '서든어택'이 11년만에 후속작을 냈다. 딱 한 달만에 서비스종료 공지가 올라왔다.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처참한 실패였다. 한편, 유명한 외국 게임사에서도 팀플레이 중심의 FPS를 출시했다. 이건 크게 성공했다. PC방 순위 1위를 LOL과 번갈아가며 하고 있다.

시장에 한바탕 태풍이 몰아치던 시기. 위플게임즈는 그 5년을 오롯이 '아이언사이트'의 개발에 썼다. 자체 개발한 게임엔진, 각종 전술 드론, 유동적으로 변하는 전장, 콘솔 FPS 방식의 체력회복 시스템 등 특징도 많다. 기존 국산 FPS와는 시작점부터 다른 셈이다. 그리고 남들보다 조금 더 먼 곳에 목표점을 찍었다. 러시아, 북미, 유럽 등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외산 FPS와도 정면승부를 하겠다는 결심이다.

침묵의 행보를 보였던 '아이언사이트'가 오는 11월 29일 Pre-OBT를 시작한다. 끝나면 바로 출시, 유저 DB도 그대로 이어진다. 게임하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이미 반 쯤은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셈이다. 위플게임즈는 이제 무거운 분위기의 면접장에 들어간다. 절대로 실패해서는 안 되는 최종 면접장. 그 혹한의 시험대를 그들은 견뎌낼 수 있을까.

'아이언사이트'의 품질로 면접관들의 마음을 녹일 수 있을까. 위플게임즈는 자신의 게임을 정말로 믿고 있을까. 그 믿음에 그들이 놓친 빈틈은 없을까.

1년 만에 위플게임즈를 방문했다. 송길섭 대표는 저번에 만났을 때와 비슷했다. 그는 아직도 게임 개발에 직접 참여한다. 요 며칠간 야근해서 상태가 영 아니라고 말하는 그의 얼굴이 조금은 푸석해 보였다.



▲ 좌 - 송길섭 위플게임즈 대표, 우 - 이용태 리드 게임 디자이너


위플게임즈 공식 홈페이지



1. "시장이 변한 건 저희도 알아요."
게임 개발자는 게임으로 수익을 내야 한다. 프로 선수가 정당한 승리를 우선시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 외의 목적이 있다면, 인디 개발자 혹은 예술가로 분류된다. 그들이 '아이언사이트' 개발에 매진하는동안 국내 게임업계는 모바일이 대세가 됐다. 하지만 송길섭 대표와 직원들의 고집은 꺾이지 않았다. 잘 만든 게임은 결국 유저들이 알아준다는 믿음 때문이다.


송길섭 (위플게임즈 대표) - 네, 알죠. 5년 간 게임 시장이 확 변했다는 건 저희도 알아요. 그런데 우리가 만들고 싶었던 게임은 처음부터 명확했어요. 이게 우리가 잘 하는 거고, 다른거 할 생각이 없었어요. 내가 좋아하는 장르이고, 아직 좋아하는 분들이 많은 장르예요.

정말 출시 하고 싶었어요. 불안하다고 개발 방향 바꾸고 막 이리저리 흔들리면, 그럼 우리가 지금까지 고생한 거 다 없어지는 거잖아요. 흔들리지 말고 계속 여기에 더 집중하자, 이런 생각으로 지금까지 온 거죠. 묵묵히 따라와 준 직원들, 또 네오위즈 게임즈에도 너무 고맙죠. 이게 다 고집인데.


박태학 (기자) - 저번 인터뷰 때도 말씀하셨어요. 한 2년 전이었나, 개발 관련해서는 네오위즈 게임즈가 터치를 거의 안 한다고.

송길섭 - 그 이후로도 쭉 그랬어요. 우리가 처음 추구했던 방향에서 네오위즈가 자르고 하는 게 거의 없었어요. 사실 퍼블리셔라면 개발사에 요구하는 거 엄청 많은 게 보통이거든요. 그런데 네오위즈는 그냥 개발사 믿을 테니까, 시도해보고 도전해보라고 했어요. 고맙죠.



▲ '아이언사이트'의 전장은 끊임없이 움직인다. 자체 엔진의 성과 중 하나.


박태학 - 최근에 테스트 한 게 언제였죠? 여름이었던 거 같은데.

송길섭 - 6월 중순.

박태학 - 아 맞다. 벌써 5개월이나 지났네요.

송길섭 - 우리가 만드는 게 다른 국산 FPS와는 좀 다르다보니, 말 그대로 맨땅에 헤딩하는 거였어요. 뭐 해본 게 없으니 일단 다 부딪혀봐야 하고... 디테일한 것들 살리려다보니 기간이 좀 걸리더라고요.

박태학 - 가장 최근 테스트에서 주로 어떤 피드백을 받으셨어요?

송길섭 - 일단 코어 유저분들 위주다보니 콘솔 게임과 비교하는 얘기가 많았죠. 음, 사실 제작비 자체가 워낙 차이가 크거든요. 저희는 개발할 수 있는 부분과 없는 부분을 구분하고, 가능한 부분에 최대한 투자를 하려고 해요. 그게 현실적이에요.

▲ '아이언사이트' 타이탄 드론 플레이 영상


박태학 - 최근에 개선도 많이 됐다고 들었어요.

송길섭 - 어마어마하게 바뀌었죠.

박태학 - 일단 대표적인 것만 말씀해 주세요. 세세한 것도 여쭤볼 거예요. 조금 있다가.

송길섭 - 아, 엄청 많이 바뀌었다곤 했는데, 이게 개발자 시선에서 그런 거라... 유저 분들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잘 모르겠어요. 기본적인 렌더링부터 시작해서 각종 시스템, 조작법도 개선하고... 또 뭐가 있더라? 아 캐릭터 애니메이션도 좀 더 정교하게 만들었고요. 그전부터 개선해야지 했던 것들을 이번에 거의 다 했어요. 세세하게 마감새를 다듬었다고 보시면 될 거예요.

이용태 (리드 게임 디자이너) - 파티 매칭이나 클랜 시스템 같이 기초적이지만 꼭 필요한 것들이 들어갔어요. 아직 클랜전같은 기능은 없지만, 서비스 이후 업데이트로 선보일 예정입니다.





2. "마무리에 집중했어요. 조작감, 최적화, 물리 효과 같은 거."
B+ 정도 되는 게임을 A급으로 만드는 방법은 다양하다. 개인적으로는 마감새를 꼽는다. 어중간한 핏의 수트는 아빠옷 빌려 입은 느낌밖에 안 난다. 반면, 몸에 꼭 맞는 정장은 없던 자신감까지 한껏 끌어올린다. 마감새만으로 그 정도 차이가 난다. '아이언사이트' 개발진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


박태학 - 렌더링에 변화가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듣고 싶어요. 그래픽이 더 좋아진 건가요?

송길섭 - 음... 싹 다 바꿨다고 말씀드리고 싶은데, 글쎄요. 유저 분들이 보시기엔 잘 티가 안 날수도 있을 것 같아요. 설명을 드리자면 총기나 배경의 재질이 더 리얼하게 바뀌었고요. 총알 맞고 죽을 때 물리엔진도 좀 더 개선되었어요. 구석구석까지 FPS라는 장르에 어울리도록.


▲ '아이언사이트' 신규맵 플레이 영상.
과장을 줄였음에도 묵직한 연출이 눈에 띈다.


박태학 - 그럼 게임 요구사양도 좀 더 높아졌을 것 같은데.

송길섭 - 사양을 좀 더 먹기는 하는데, 크게 차이는 안 나요. 다른 부분에서 최적화를 더 진행해서 프레임은 예전처럼 안정적으로 잘 나옵니다.

박태학 - 오픈 테스트 때 등장하는 전장이 총 몇 종인가요?

송길섭 - 8종이요. 숫자가 아주 많은 건 아닌데, 예전 인터뷰 때도 말씀드렸듯이 한 전장이라도 여러가지 모드로 플레이할 수 있어요. 싱글 모드도 같은 전장 쓰는데, 이걸로 유저 분들이 스트레스 안 받고 게임에 좀 편하게 적응하셨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박태학 - 총기는...

송길섭 - 총기는 50종 정도 구현됐어요. 새로 추가된 AR이 4종, SMG가 4종인데 이거 포함해서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질감이 진짜 잘 나왔어요. 요즘 출시된 게임 중 '배틀필드1'이 총 질감이 진짜 장난이 아니더라고요. 저희 게임이 그 정도는 아니겠지만, 능력 안에서 구현할 수 있는 최상급의 퀄리티라고 생각해요.



▲ 각 총의 질감 구현도는 가장 자신있는 부분 중 하나라고.


3. "오버워치가 잘 된 게 오히려 호재라고 봅니다."
'아이언사이트'는 지금까지 나온 국산 FPS와는 다른 방향으로 개발됐다. 덕분에 주변에서 우려섞인 시선을 받았다며 그들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 당시에는 그럴만 했다. 성공한 예가 없었으니까. 이제 그것도 옛말이 됐다. '오버워치'가 나오면서 그들의 고집도 재평가가 필요해졌다.


박태학 - 얼마 전에 '오버워치'가 나와서 우리나라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요. 전 이게 '아이언사이트'에도 호재라고 보거든요. 캐릭터 스킬 기반 FPS에 국내 유저들도 충분히 적응한 거잖아요.

송길섭 - 말씀하신 것처럼 국내 시장도 조금씩 변해가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는 변화에 되게 소극적이었거든요. '오버워치'가 성공한 건 시사하는 바가 커요. 그전까지는 PC 시장에서 새로운 건 안 된다 하고 다 모바일로 넘어가는 분위기였는데, '오버워치'가 뜨면서 뭔가 새로운 시장이 열린 셈이기도 하고. 결국, 플랫폼이 중요한 게 아니거든요. 게임이 얼마나 재미있느냐가 중요한 거예요.

이용태 -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아이언사이트' 보고, 지금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전에 엄청 많이 들었어요. 그때가 국내 FPS 시장에 '서든어택'밖에 없었는데, 유저들이 절대 변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죠. 창고형 전장이라던가 리스폰 고정 같이 쉽게 쉽게 만들면 더 좋을텐데 왜 굳이 이렇게 만드냐 이런 내용들. 그런데 우린 비대칭 전장이 더 재밌다는 확신이 있었어요. 그래서 계속 밀고 간 거고.

재밌는 게, 저런 비판적인 피드백이 '오버워치' 출시되고나니까 싹 사라졌어요. 솔직히 '오버워치'가 이렇게까지 뜰 줄은 저도 몰랐어요. 한조나 겐지 컨트롤이 어디 쉽나요. 저런 캐릭터 하나하나가 진입장벽이니 대박은 어렵겠다 싶었는데, 유저들이 다 공부하고 연습해서 결국 적응하더라고요. 방금 대표님이 말씀하신대로예요. 게임을 정말 잘 만들면 유저들도 반응한다는 거. 그런 확신이 들었고 우리가 지금까지 해왔던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아이언사이트'의 GM의 오버워치 플레이 영상. 자사 공식 유튜브에 직접 올렸다.


박태학 - 진입장벽 하니까 갑자기 생각난건데요. 예전에 '아이언사이트' 해볼 때 느낀 건데, 한 2시간 정도 하니 게임에 익숙해지더라고요. 지금도 그런가요?

이용태 - 저희도 처음에 기획할 때 '2시간 정도는 해야 적응할 수 있는 게임'이라고 예상했어요. 딱 2시간만 포기하지 않고 해주신다면, 그것만으로도 일단 성공인 거 같아요.

송길섭 - 저희 회사 막 입사한 신입사원한테 '아이언사이트' 시켜 보면, 어렵다 복잡하다 이런 이야기 많이 해요. 총에 파츠도 많고, 스킬도 있고 드론도 있고 하니까 헷갈리는 거죠. 그런데 최적화된 조합 찾고 동료들과 호흡 맞추고 하면서 엄청 재미있게 하더라고요.

▲ '아이언사이트' 파티시스템 소개 영상.
깔끔한 인터페이스가 돋보인다.


4. "총만 잘 쏜다고 이기는 게임 아니에요."
메탈리퍼. 이족보행 드론이자 '아이언사이트'의 최종병기다. 강력한 성능만큼이나 개발진의 노고가 들어간 작품. 위플게임즈는 메탈리퍼가 보다 많이 등장할 수 있도록 게임을 전면 수정했다. 당초 기획안과는 조금 차이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론 더 나아졌다는 게 그들의 설명이다.


송길섭 - 배틀포인트도 좀 개선됐어요. 실제로 써먹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많아서... 이제는 죽더라도 배틀포인트 초기화 안 돼요.

박태학 - 바꾸게 된 계기가 있나요?

송길섭 - 그전에는 5연킬 하면 엄청 좋은 드론을 소환할 수 있었어요. 이게 바꿔 말하면, 4연킬까지 한 후 긴장감이 장난이 아니거든요. 저희는 그 긴장감이 '아이언사이트'의 중요한 포인트라고 봤고 이 방식을 끝까지 고수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테스터들에게 피드백을 받고 보니, 이게 역으로 스트레스로 작용하는 거예요. 잘 못하는 유저는 게임 끝날때까지 메탈리퍼(최종 드론) 하나도 못 뽑는 경우도 있고요. 다른건 감안하더라도 메탈리퍼가 게임에서 보기 어렵다는 게 문제였죠. 저희가 이거 만드는 데 시간을 엄청 많이 썼고, 그만큼 자부심도 갖고 있거든요.

이제 배틀포인트는 죽는다고 없어지지 않아요. 누적이 되니까 노력하면 누구나 탈 수 있어요. 실제로 네오위즈에서 사내 테스트 했을 때 가장 반응 좋았던 게 배틀포인트 시스템 변경이었어요.




▲ '아이언사이트' 내 수많은 드론들, 활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박태학 - 그럼 메탈리퍼나 핼버드 같은 최종 드론을 경기당 한 번은 소환할 수 있는 건가요? 누구라도?

송길섭 - 2번도 될 껄요? 10킬만 해도 2번 소환 가능하니까. 팀데스매치에서 승리 요구 포인트도 75점에서 100점으로 늘렸어요. 경기당 소요 시간이 좀 길어졌고, 덕분에 고급 드론을 사용할 기회도 는 셈이에요. 다만, 하이테크 드론이라 하더라도 상성이란 게 있어서 너무 막 쓰면 안 돼요.

예전에는 메탈리퍼 1~2기가 소환되면 그냥 답이 없었어요. 너무 세니까 그냥 단번에 게임 끝내버리고 그랬죠. 그런데 경기당 소환 횟수가 늘면서 좀 더 전략적으로 생각해볼 여지가 생겼어요. 대 드론 병기도 추가됐고... 또 내가 메탈리퍼 소환하면 적들이 피 적당히 깎아놓고 역으로 메탈리퍼 소환해서 단번에 역전하는 경우도 있고요. 실제로 사내 테스트에서 이 전술이 꽤 좋은 승률을 보였어요.

이런 부분이 나중에 '아이언사이트'가 e스포츠화될 때 좋은 시너지를 줄 거 같아요. 어느 타이밍에 필살기를 쓰냐에 따라 게임의 양상이 바뀌니까... 단순히 피지컬에만 의존하는 FPS는 아닌 거죠.




▲ 최고의 변수로 작용하는 탑승형 드론, '메탈리퍼'


5. "밀리터리 콘셉트를 벗어날 생각은 없어요."
난 밀리터리 FPS 게임에 연예인들이 나오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유저 중 한명이다. 뭐, 이건 취향의 문제다. '아이언사이트'는 그런 성향의 유저들에게 추천한다. 송길섭 대표가 말했다. "오리발, 튜브 이런 거 안 들어갑니다."


박태학 - 타격감은 어때요? 예전 버전은 뭐랄까... 절제되었다고 할까요. 더 내지를 수 있는데 한발짝 물러서는 듯한 타격감이었어요.

송길섭 - 그런 의도가 약간 들어가긴 했어요. 머리 맞췄을 때 다른 게임은 '헤드샷!' 이런 소리 나오고 그러는데 저희는 안 나와요. '아이언사이트'의 콘셉트와 안 어울리기도 하고, 저희 게임이 리스폰도 빠르고 교전이 워낙 빨라서 자칫 소리로만 도배될 수도 있거든요.

타격감은 캐릭터 애니메이션과 사운드, 그리고 혈흔이나 UI에 표시되는 부분이 결합되면서 만들어져요. 이렇게 복합적으로 영향을 받는데다 '아이언사이트'가 기본적으로 총알 빠르게 쏘는 총들이 많다 보니 SMG 계열 총들의 타격감이 상대적으로 좀 떨어져 보이는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쏜다'는 것 자체의 타격감은 다른 게임과 비교해도 결코 밀리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번에 개선 작업을 하면서 타격감도 더 좋아졌어요. 죽을 때 캐릭터 동작이 좀 더 자연스러워졌고, 어느 부위를 맞췄냐에 따라 다르게 반응해요. 밀리터리 FPS 특유의 진지한 타격감... 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박태학 - 그 말씀 들으니 생각나네요. 전 개인적으로 FPS에 아이돌 나오는 거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아이언사이트'는 어떨지 궁금해요. 네오위즈에서 서비스 중인 '블랙스쿼드'가 아직 그런 캐릭터를 내지 않아서 한편으로는 안심이 되기도 하고... 일단 퍼블리셔의 개입은 좀 적은 편이니까요.

송길섭 - 캐릭터를 커스터마이징하는 기능은 세세하게 잘 구현해놨어요. 부위별로 다 바꿀수 있는데, 말 그대로 '용병이 조금 폼나는 옷 입고 싸우는' 정도예요. 밀리터리 분위기와 안 어울리는 옷은 넣지 않을 생각이에요.

박태학 - 오리발 신고 싸운다거나 튜브 끼고 싸운다거나...

송길섭 - 절대 안 들어가요. 저희도 '아이언사이트'의 세계관을 변질시킬 생각은 없어요.





6. "개발팀 컴퓨터 그래픽카드가 GTX 650이에요. 최적화는 자신 있습니다."
무언가를 쏘고 맞춘다는 장르에서 약간의 버벅임은 바로 패배로 직결된다. 승부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만큼, 최적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그들에게 최적화를 물었다. 답변을 들으니 측은함이 들었다. 대표님, 컴퓨터 업그레이드 좀 해주세요.


박태학 - FPS란 장르 특성상 사양 문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아요. 프레임 잘 안 나오면 그냥 지는 거잖아요. 이게.

송길섭 - 지난 CBT 때도 프레임 관련한 이슈는 거의 없었어요. 작년에 최적화를 많이 해놨거든요. 참고로 저희 개발팀 컴퓨터 평균사양이 GTX 650이에요. 옵션 살짝 조절한 중상옵이면 고정 60프레임 나오는 거 확인했습니다. 사실, 개발자들도 게임하다가 프레임 안 나오면 막 욕해요.

이용태 - 대표님께서 직원들 컴퓨터 업그레이드를 안 해주신 건 최적화를 위한 큰 그림이었나...

송길섭 - 아니야, 3년마다 업그레이드 해주잖아.(웃음) 보편적인 사양을 맞추는 거지...

박태학 - 그러고보니 이번 지스타에 B2B 쪽으로 참가하셨다고 들었어요.

송길섭 - 주로 북미나 유럽 쪽에서 반응이 좋았어요. 중국, 남미쪽 분들과도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눴고요. 일단 29일부터 진행하는 테스트에 참여한 후 더 이야기해보기로 했어요.

박태학 - 유독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데도 있었을 것 같은데.

송길섭 - 퍼블리셔 성향인지, 그 나라 성향인지는 모르겠는데... 음, 러시아 분들이 반응이 좋았어요. 러시아 시장이 다른 나라에 비해 좀 더 진중한 분위기를 좋아한다고, 그 부분에서 '아이언사이트'가 강점이 있을 거라고 이야기하더라고요.





7. "가끔이나마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저희 정말 열심히 할 수 있어요."
그들의 답변을 듣고 확신이 들었다. 인터뷰 마지막에 한 말, '열심히 만들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가 정말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말이라는 걸. 위플게임즈는 자신들이 바친 5년의 결과물이 단 한 번이라도 유저들을 만나보길 원하고 있었다.


이용태 - 번지에서 만든 '데스티니'가 좋은 예라고 봅니다. 이 게임은 처음 나왔을 땐 별로 좋은 평가를 못 받았어요. 돈만 많이 썼지, 그만한 품질을 못 보여줬다고 유저들한테 욕을 엄청 먹었죠. 그런 상황에서도 고정적인 팬층은 유지했고, 결국 이후 확장팩 출시를 거듭하면서 완성도를 높여갔어요. 지금의 '데스티니'는 부족한 게임이 아니에요. 상당히 잘 만든 게임이죠.

하지만 우리나라 게임은 한 번 망하면 답이 없어요.

유저 분들의 도움이 많이 필요해요. 당장 첫 시작부터 완벽할 순 없어요. 하지만, 이후 업데이트 때만이라도 조금씩이나마 관심을 가져 주시고 재밌게 플레이해 주신다면, 저희도 정말... 좋은 게임을 만들기 위해 진심을 다해서 노력할 수 있어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가 '개선'이에요. 비록 시작은 미약하더라도 열심히 개선한다면 부끄럽지 않은 게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송길섭 - '아이언사이트'를 만들기까지 정말 힘든 일을 많이 겪었어요. 하지만, 네오위즈가 끝까지 믿어줘서 기획 초기의 순수함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투자자 분들 역시 우리가 처음 그 콘셉트를 그대로 가져가길 바랐고요. 철학 없이 피드백 받는대로 다 수정했다면 아마 '서든어택' 후속작이 되었을겁니다.

'아이언사이트'는 기존 국산 FPS와는 많이 달라요. 하지만, 이런 시도가 우리나라 FPS 시장을 조금씩 발전시키리라 믿고 있습니다. 정말 열심히 만들었으니 많은 응원을... 그리고 마음에 안 드시는 부분이 있더라도 저희에게 꼭 이야기해주세요. 철학이 흔들리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좋은 게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아이언사이트' 개발팀의 패러디 홍보 영상.
메탈리퍼의 존재감이 그대로 녹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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