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게임을 만드는 지금 이 순간을 즐겨라!" 48시간 한계 돌파, 대한민국 게임잼

게임뉴스 | 윤홍만 기자 | 댓글: 25개 |



지난 9일, 양재 AT센터에서는 한국콘텐츠진흥원과 문화체육관광부가 공동으로 주관하는 '제1회 대한민국 게임잼'의 막이 올랐다.

게임잼은 뮤지션들이 즉흥적으로 음악을 연주하는 잼(JAM)처럼 게임 개발에 관심 있는 참가자들이 모여서 특정 주제를 대상으로 2박 3일간 함께하며 즉석에서 게임을 개발하는 행사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2박 3일간 진행되는 이번 행사에는 전국에서 모인 100여 명의 다양한 개발자들 참가했다.

특히, 이번 게임잼에서는 다양한 개발자들의 참여가 눈에 띄었다. 고등학교 1학년의 생기가 넘치는 어린 친구들에서부터 한창 취업 준비 중인 예비 개발자들, 그리고 고수의 포스가 묻어나는 노장 개발자까지 각양각색의 개발자들이 참가했는데 그들의 목적이 게임의 완성이 아닌, 게임을 만드는 그 과정을 즐기기 위해 참가했다고 말해 어딘지 감회가 새로울 정도였다.

나이, 성별, 경력이 모두 다른 그들이 과연 어떻게 팀을 이뤄, 어떤 게임을 만들었을까. 그 궁금증을 풀기 위해 2박 3일간의 게임잼에서 일어난 그들의 좌충우돌 개발기를 사진으로 담아봤다.






■ 한국콘텐츠진흥원 이영재 본부장 - "열정을 불태우는 즐거운 게임잼이 되길 바랍니다"



▲ 한국콘텐츠진흥원 이영재 본부장

본격적인 게임잼 시작에 앞서 행사를 주관하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이영재 본부장의 인사말이 있었다. 먼저 참가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 이영재 본부장은 "앞으로 '대한민국 게임잼'이 한국을 대표하는 게임잼이 될 수 있도록 힘을 낼 테니 앞으로도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2박 3일간의 게임잼, 참가자 여러분의 열정을 불태우는 즐거운 행사가 되길 바랍니다"라며 게임잼의 시작을 선언했다.



■ 문틈 지국환 대표 - "게임잼, 결과가 아닌 과정을 즐기세요!"



▲ 문틈 지국환 대표

누군가에겐 익숙한 게임잼일지라도 처음 게임잼에 참가하는 사람도 있는 법. 그런 그들을 위해 문틈의 지국환 대표가 게임잼을 즐기는 법에 대한 간단한 키노트를 진행했다. 사실 2박 3일의 제한된 시간 동안 게임을 개발한다는 게 말처럼 쉬운 얘기는 아니다. 오히려 신경이 예민해질 수도 있는 상황. 그렇기에 지국환 대표는 게임을 완성한다는 결과를 기대하기 보다는 과정을 즐기라고 말했다.

"게임잼에 처음 참여할 때는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완벽한 팀을 구상하곤 합니다. 하지만 모두 아시죠? 불가능합니다. 열띤 토론 같은 것도 보기 힘듭니다. 본격적인 개발에 들어가면 묵묵히 개발하던가 중간에 졸려서 잠을 자던가 합니다. 그리고, 48시간이란 시간은 짧습니다. 그러니 완벽한 게임을 추구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완벽함을 추구하다가 '우리 게임이 망한 건 전부 팀원들 때문이야!'라며 극단적인 생각을 하시는 분도 있거든요.



▲ 결과가 아닌 과정을 즐기는 행사가 되도록 하자

또한, 완벽한 팀을 짜는데 구애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프로그래머니까 프로그래밍만 할 거야!'라는 것보다 '내가 프로그래머지만 그림은 우리 팀에 제일 잘 그리겠다' 싶으면 아트를 맡으셔도 됩니다. 2박 3일간의 짧은 게임잼이니만큼, 다양한 포지션을 경험하고 결과가 아닌 과정을 즐기는 게임잼이 되길 바랍니다."



▲ 완벽한 팀이 구성되긴 어렵다. 그러니 자신 있는 파트라면 도전해보자



■ 게임잼 주제 발표, 그리고 팀 구성 - "어디 만렙 아트 없나요?!"

지국환 대표의 짧은 키노트가 끝나고 마침내 주제가 발표됐다. 이번 게임잼의 주제는 '업(UP)'. 생소한 주제에 일순 참가자들의 고민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참가자들은 너도나도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쏟아냈다. 성적이나 레벨을 올리는 방식의 게임에서부터, 주제를 비틀어 점프가 없는 플랫포머 게임 등 평소라면 생각지도 못했을 독특한 아이디어들이 빛을 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모인 아이디어는 총 29개. 이어서 본격적인 팀 구성에 앞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홍보하는 시간이 주어졌다. 어찌 보면 2박 3일의 게임잼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시간. 현란한 화술로 단숨에 팀원을 모은 팀이 있는가 하면, 진득하게 여러 아이디어를 경청하며 자신에게 맞는 게임을 찾는 참가자들도 더러 있었다.

약 한 시간가량의 시간이 흐른 후, 24개의 팀이 만들어졌다. 마침내 본격적인 게임잼의 핵심, 게임 개발이 시작됐다.



▲ "자! 이 게임으로 말할 것 같으면...!"









▲ 빠르게 팀을 구성했으나 아트가 마지막까지 안 모였다






▲ "갈 곳 없는 기획자가 팀을 찾습니다"



▲ 팀원 구성을 끝마친 팀은 팀 명을 정하고 서둘러 개발룸으로 걸음을 옮겼다



■ 마침내 개발 시작 - "자, 이제 우린 한 배를 탄 거야!"

팀원이 모두 구성된 팀들은 서둘러 위층의 개발룸에 자리를 잡고 본격적인 개발에 나섰다. 아이디어를 발표한 기획자들은 부족했던 설명을 추가하거나 본격적인 게임의 시스템을 설명하기 시작했고, 아트는 즉석에서 게임에 어울리는 캐릭터나 배경 등의 리소스를 만들었다. 또한, 프로그래머 역시 곧바로 작업에 들어갔다. 시간은 48시간뿐. 허투루 쓸 시간이 없는 만큼, 긴박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 직접 사운드를 제작하기 위한 장비를 가져온 참가자



▲ "최고령 참가자신데 이번 게임잼 목표가 있나요?"
"게임 완성하는 거죠."



▲ 올해 5번째 게임잼이라고 한 시스 로드를 연상케 하는 참가자




처음에는 즐겁게 웃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게임잼은 결코 만만하지 않았다. 호기롭게 게임 개발을 시작한 지 몇 시간이 지났을 때, 웃음은 사라지고 여기저기서 앓는 소리가 들려왔다. 처음에 구상한 기획과는 다른 모습이거나 부족한 것도 있었고, 온갖 에러 메시지가 화면을 도배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불평하는 사람들은 없었다. 기획자로 참여했지만 원래 프로그래머였던 참가자가 신속히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도 있었고 그도 아니면 머리를 맞대 최선의 방안을 모색했다.



▲ 아직까진 여유로운 참가자지만...












■ 게임잼 2일 차 - 피로라는 난관을 만나다

어느덧 2일 차 아침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정신없던 새벽이 지나고 아침 10시가 되자 새벽 강행군으로 인한 전사자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코드와 씨름하는 사람, 휴게실로 잠을 청하러 가는 사람, 혹은 그대로 책상에 엎드린 사람까지 다양한 참가자들의 모습들이었다. 2박 3일이라는 시간에 피로할 만도 하건만 미소가 떠나지 않는 모습을 보노라면 그들의 열정이 느껴질 정도였다.



▲ "버그야 넌 왜 안 사라지니..."



▲ 하얗게... 불태웠어






▲ 홀로 외로이 납땜을 하고 있는 참가자






▲ 개발자의 필수품 알콜, 그리고 에너지음료






■ 열심히 개발한 그대들이여, 즐겨라! - 게임 플레이 및 시상

짧지만 길었던 2박 3일 마지막 날이 밝았다. 이제 남은 건 게임 출품뿐으로, 게임을 출품한 팀들은 어느새 삼삼오오 모여 다른 팀들이 만든 게임을 즐기는 시간을 가졌다. 서로가 자신의 팀들이 만든 게임을 하라면서 보여주고, 반응을 살피고 함께 웃고 떠들며 즐기는 그들의 모습은 '이게 바로 게임잼이지!'라고 온몸으로 말하는 듯했다.



▲ "배고프면 당 떨어져서 개발 못 해요"



▲ "이제 곧 마무리 시간입니다!"



▲ 완성을 위한 막판 스퍼트!



▲ 도둑런:하수구브레이크팀의 '도둑런:하수구브레이크'



▲ 화려함이 돋보였던 ASSA팀의 'PAINT'



▲ 포션UP팀의 '모험을 떠나봐요'



▲ BARCADI 151팀의 '스택 파이터'



▲ 팅겨팅겨팀의 '팅겨팅겨'



▲ 팀명과 게임명이 같은 픽미UP팀의 '픽미UP'



▲ 大마초팀의 '두근두근 마초레이스'



▲ 컨트롤러를 직접 만든 I 선린 U팀의 'I 선린 U'

각 팀이 만든 게임에 대해 충분히 즐긴 후에는 참가자들이 직접 3개 팀의 게임에 투표했다. 단, 이 투표가 완성도를 나타내는 건 아니었다. 참가자들 스스로가 생각하기에 기발하고, 재밌는 게임에 자유롭게 투표를 할 수 있었다. 게임을 즐기고 투표를 끝내자 시간은 어느새 오후 3시, 마침내 이번 게임잼의 수상팀들이 공개됐다.





















■ 게임잼 - 결과가 아닌 과정을 즐기던 순간들




일찍이 공자는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며,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고 말했다. 즉, 무언가를 즐기는 사람이야말로 가장 대성할 수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이번 게임잼을 보고 공자의 그 말을 곱씹을 수 있었다.

모두가 상을 탈 수 있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상을 타지 못한 팀들도 모두 만족한 듯한 모습이었다. 그들에게 있어선 상을 타는 결과보다 게임을 개발하던 그 과정이 중요했고 즐거웠기 때문이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수익이라는 결과에 치중해 게임의 재미라는 본질을 잊어가는 한국 게임 산업에도 그들의 열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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