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결산①] '천당과 지옥 사이' 되돌아본 2016 게임업계 10대 뉴스

기획기사 | 정필권 기자 | 댓글: 59개 |



2016년은 사회적으로든 업계 전반적으로든 다사다난한 해였다. 연초부터 게임 업계를 관통할 만한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하기 시작했고, 심지어 업계 전반적으로 경종을 울릴만한 사건들도 여럿 발생했다. 게임 업계에서 시작하여 사회적인 논란으로 진화한 사건도 있었고, 반대로 사회적 이슈가 게임 업계로 넘어오기도 했다.

늘어나는 사건들만큼 매체의 기사들도 계속해서 쏟아졌다. 너무도 많은 이슈들 속에 주목받지 못하고 잊혀진 소식들도 여럿 있다. 이에, 수만 개를 넘어가는 1년 간의 기사 중에서 국내 게임업계를 달궜던 10가지 뉴스를 선정했다.


"고단한 7월" - 넥슨의 이슈들





2016년 7월은 넥슨에게는 게임 내·외적으로 힘겨운 시기였다. 7월 중순, 김정주 회장은 진경준 검사장에 대한 주식 특혜 매입 의혹을 받으며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진경준 검사장이 공직자 재산 공개 과정에서 넥슨 주식 매입과 관련해 비위가 있었다는 의혹에서 출발한 것이다.

당시 진 검사장은 자신의 돈으로 주식을 샀다고 주장했지만, 공직자 윤리위 조사에서 주식 매입 자금을 넥슨이 회사 자금으로 빌려준 사실이 드러났으며 넥슨 측에서 승용차를 제공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그리고 이어진 조사 결과, 의혹은 사실로 밝혀졌다.

이로 인해 현직 검사장과 김정주 회장 간에 비리가 있었음이 공표되었고, NXC 등기이사직에서 사임하게 되는 결과를 낳았다. 또한, 넥슨 측은 회장이 현 정권의 핵심을 가로지르는 비리에 연루되었다는 불명예를 떠안았다. 몇 차례의 조사끝에, 12월 13일 오전에 진행된 선고공판을 통해 진경준 전 검사장에게는 뇌물건에 한하여 무죄가 선고됐다. 그리고 뇌물증여로 함께 기소된 김정주 전 회장 또한 무죄 판정을 받으면서 1차전은 일단락됐다.

부정적인 이슈가 여기서만 끝났다면 차라리 다행이었을지도 모른다. 김정주 회장이 사임을 표명한 시점, 예상하지 못했던 사건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클로저스의 '김자연 성우 교체'로 인한 논란이 그것이다.

논란의 시작은 '클로저스'의 신규 캐릭터 '티나'의 성우를 맡은 성우가 특정 커뮤니티와 관련된 티셔츠를 구입, 후원한 것이 알려지면서다. 이 커뮤니티는 다른 인터넷 커뮤니티에 대한 이른바 '미러링'을 표방하며 생겨난 여성 중심의 인터넷 커뮤니티다. 이 논란은 '클로저스' 유저를 중심으로 빠르게 퍼져나갔으며, 특히 트위터 등 SNS를 중심으로 확산됐다.

클로저스로부터 촉발된 논란은 금세 게임을 넘어 웹툰과 개발자, 정치권까지 확산됐다. 성우 본인이 해명했음에도 사태는 식을 줄을 몰랐고, 어느덧 사회 구성원들 간의 갈등으로 나아갔다. 7월 말까지 넥슨 사옥에서 집회가 열렸으며, 게임 업계 전반에 대한 성 상품화 문제가 언급됐다. 해당 커뮤니티는 연말인 현재 시점까지 게임 업계와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계속해서 논란을 만들고 있으며, 타 게임사에서도 이와 유사한 문제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도 했다.



▲ 지난 7월 넥슨 사옥 앞에서 진행됐던 시위 현장

극단적인 시선과 생각으로 인한 논란이 계속되던 중, 넥슨GT에서 개발한 '서든어택2'도 서비스 종료가 결정됐다.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지 약 23일의 결정. 예정된 종료일인 9월 29일을 기준으로 계산할 때, 3개월이 되지 않는 기간에 서비스를 종료하게 된 것이다.

돌이켜보면 서든어택2는 출시 시점부터 유저들의 혹평을 받았다. 일부 여성 캐릭터가 선정성 논란 끝에 삭제되기도 했으며, 전작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외관과 콘텐츠들은 유저들의 불만으로 이어졌다. 연이은 혹평 때문이었을까? 어림잡아 백억 원 이상의 개발 비용이 들어갔음에도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고민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항상 주의하라" - 운영 이슈들





2015년부터 계속해서 논란이 되었던 '리그오브레전드'의 불법프로그램인 '롤헬퍼' 문제는 연초까지 계속됐다. 특히, 올 4월에는 한 유저의 증언으로 인해 라이엇코리아가 롤 헬퍼를 방관했다는 의혹에 직면했고, 이를 해명하려 했음에도 당시에는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기는 어려웠다. 시간이 지나 새로운 보안 솔루션을 도입하고, 유포자를 입건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신뢰를 되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편, 새해가 시작하자마자 '이터널클래시'에서 일베 논란이 발생해 많은 이들을 당혹하게 만들었다. 해당 사건은 민주화 운동을 폄하했다는 의혹을 받는 것으로 시작됐다. 게임 내 챕터명이 '4-19 니다벨리르 반란 진압'과 '5-18 요툰헤임 폭동'이었기 때문이다. 게임 내에 사용된 표현으로 비추어 봤을 때, 이러한 표현이 4·19 혁명과 5·18 민주화운동을 연상시킨다는 의견이 나오며 수많은 항의가 쏟아졌다.

특정 커뮤니티로 인한 문제 이외에, 게임 내적인 부분에서도 많은 운영 문제들이 터져 나왔다. 운영 문제는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는 측에서 항상 치명적이지만, 유독 2016년에는 민감하고 쉽사리 풀어나가기 어려운 문제들이 내부에서부터 시작됐다.

서비스 직후부터 수많은 '히든'을 보여줬던 '트리 오브 세이비어'는 옵션 부여 유료템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이전에 "밸런스에 영향이 있는 아이템 판매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던 것과는 반대의 행보였기 때문이다. '아덴'에서는 구글 서비스를 시작하며 새로운 서버를 오픈하여 논란이 되었고, 모바일 게임인 '신의 탑'에서는 개발사가 일부 유저에게만 정보를 유출했다는 운영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김형태 대표가 야심 차게 제작한 '데스티니 차일드'에서는 소위 말하는 '메갈 일러레'가 교체되기도 했으며, 이후 '확률 논란'까지 쉴 틈 없이 사건·사고가 쏟아졌다.



▲ 오픈 직후 옵션 부여 유료템으로 논란이 됐었던 트리 오브 세이비어.

운영자들이 횡령이나 부당 이득을 취한 사례도 나왔다. '데카론'에서는 전 운영진이 내부 테스트 계정 내 캐릭터를 아이템 중개 사이트에 판매하여 논란을 야기시켰다. 기준 없는 보상 또한 문제가 됐다. '슈퍼판타지워'에서는 불법 프로그램을 사용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특정 유저에게, 정당한 절차와 공지 없이 게임 내 유료 재화를 지급한 것이 문제가 됐다. 명확한 기준이 없는 운영 방침과 결과에 많은 유저들이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던 사건이기도 하다.

잘못된 상품 가격 설정으로 유저들을 분노캐 한 사례도 있다. 1월 말 국내 출시된 '건담 어크로스워즈'에서는 30만 원에 이르는 인게임 상품을 판매하여 논란을 일으켰다. 일본 내 가격이 3천엔 (당시 한화 약 3만 원)이었던 것과는 10배의 차이가 있었고, 이를 표기 오류가 아닌 의도라고 언급하여 유저들의 공분을 샀다.

'검은사막'에서는 PC방 추가 인벤토리 버그를 이용한 부당 이득 건에 대해 "이상 현상에 대한 처리의 과정은 양날의 검과 같습니다."라며, 버그 사용자들을 옹호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는 공지사항을 남겨 '양날의 검'이라는 조롱 섞인 유행어를 정착시켰다. 또한, 경매장 시세 조작을 통한 은화 이동 건인 '빨간코게이트' 사건에서는 게임 내 채팅으로 이를 비판하는 유저를 30일 이용 정지를 시키는 등 극단적인 제재와 운영으로 게임 내 시위로 번지는 사태까지 일어났다.

이렇게 돌이켜보면 올해에는 개발·운영사 내부에서 터져 나오는 이슈들로 조용할 날이 적었던 한 해다. 게임을 제작하는 개발사의 노력과는 별개로, 운영 주체들이 만들어 내는 문제들은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에게 큰 실망을 안겼다. 그리고 이러한 운영 이슈들은 국내 게이머와 게임사들에게 다시금 '신뢰'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자율 대신 법적으로" - 확률형 아이템 규제안 강화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사행성 논란은 올해에도 이어졌다. 2015년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가 시행되고 적용되었으나, 이렇다 할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평가로 인해 더 심층적인 논의들과 개정안들이 등장하기도 했다.

소위 말하는 '뽑기'를 규제하려는 움직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5년 3월 9일에 새누리 정우택 의원이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하며 게임 내 유·무형의 결과물에 대한 종류, 구성비율 및 획득 확률 등을 게임물내용정보로 추가하는 내용을 담았다. 과소비를 방지하기 위해 법률을 개정하는 것이 주요 개정안의 주요 골자다. 해당 법안은 지난해 적용되어 대부분의 게임 내에 확률을 표기하도록 만들었다.

올해에는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확률형 아이템의 공개 방식을 지적하며, 실질적인 규제안이 필요함을 알렸다. 자료를 통해 자율 규제 준수율이 줄어드는 추세라고 언급하며, 게임 대부분이 아이템별 확률이 아니라 '확률 구간 공개' 방식에 그친다는 지적이었다.

이러한 개정안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은 "7월 발의된 개정안으로는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소비가 줄거나 절제될 가능성이 낮다."고 언급하며 강화된 규제안을 10월 25일 발의했다. 정보 공개 외에도 실질적으로 소비를 억제할 수 있는 확실한 규제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 취지다.

확률형 아이템 중 획득 확률이 10% 이하인 확률형 아이템을 판매할 경우, 게임물 내용정보 정의에 확률형 아이템 항목을 표기하고 획득 확률에 관한 정보를 추가하는 것. 그리고 10% 이하의 확률형 아이템을 판매하는 경우에는 청소년이용불가로 등급을 분류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유저든, 게임 업계든 간에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논의는 민감하고도 뜨거운 주제로 다뤄진다. 노웅래 원이 말한 것처럼 실제로 지금까지 유지되던 자율규제는 큰 효과가 없음을 이미 서비스 중인 게임들이 증명하기도 했다. '데스티니 차일드'는 유저들의 실험 끝에 게임 내 표기된 확률과 실제 확률이 다름이 밝혀졌고, 이를 개발사가 인정하여 소비된 재화를 환급하는 일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수많은 논란과 논의 끝에, 올 한해 발의된 여러 수정안은 11월 14일 K-idea가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개선안 마련을 위한 정책협의체'를 구성하는 것으로 잠시 소강상태로 들어갔다. 이로써 구체적인 법안과 규제안들은 2017년을 기약하게 됐다.


"오우, 속초로 가자!" - 포켓몬GO 신드롬




▲ 올 여름, 아마 속초는 큰 호황을 누렸을 거다.

7월 초 출시된 '포켓몬GO'는 신드롬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7월 6일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를 시작으로 북미권과 아시아권에 출시하며 글로벌 게이머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미국 내에서는 역사상 가장 성공한 모바일 게임이라는 타이틀까지 거머쥐었다.

출시 한 달여 만에 1억 건이 넘는 다운로드 수. 총 매출은 1,800억 원에 달했다. 포켓몬이라는 거대 IP를 등에 업은 포켓몬GO는 게임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AR게임에 대해 관심이 집중됐고, 닌텐도의 주가는 일 상한선까지 치솟았다. 게임 자체에 대한 이슈는 물론이고, 상업적인 성공까지 달성했다.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군 '포켓몬GO'의 인기는 정식 서비스가 진행되지 않은 국내에도 영향을 미쳤다. 속초 지역에서 게임플레이가 가능하다는 소식은 전국의 게이머들이 속초행 버스에 탑승하게 만든 계기가 됐다. 지역 경제는 난데없는 성황을 맞이했고, 지자체는 포켓몬GO 게이머들을 위한 지원책을 내놓았다.

국내 출시와 관련하여 '지도반출' 문제가 게이머들의 관심사로 떠오르는 일도 있었다. 게임 출시나 서비스에 직결되는 사안은 아니었으나, 게임 내에서 구글맵을 사용하고 있는 만큼, 당연한 일이었다. 구글의 지도 해외 반출 요청은 세 차례의 회의를 거쳐 11월 중순 '불허'로 최종 결정이 났고, 포켓몬GO의 국내 출시는 공개되지 않은 채로 남게 됐다.


"가상 여친이 생길 날이 왔다" - VR 본격 시동




▲ 2016년은 본격적인 VR 시대로 접어든 해다.

2014년과 15년에 모바일 게임 시장이 폭발적인 성장을 이뤄냈다고 한다면, 2016년은 'VR의 태동기'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연초부터 각종 VR 기기들이 출시되며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최초의 PC 기반 사용 VR HMD인 오큘러스 리프트가 1월 7일 처음으로 대중에게 판매를 시작했고, 밸브가 HTC와 손잡고 개발한 VR 헤드셋인 'VIVE'는 2월 말부터 예약 구매를 받았다. 소니의 콘솔용 VR 기기인 'PS VR' 또한 10월에 대중에게 선보였다.

거대 기업들도 저마다 개성 있는 아이디어와 하드웨어를 가지고 시장에 뛰어들었다. 구글은 모바일 기기에서 사용할 수 있는 VR 플랫폼 '데이드림'을 공개했으며, 인텔 또한 CPU가 내장된 올인원 기기인 '프로젝트 알로이'를 개발하고 있음을 알렸다.

하드웨어의 출시와 함께 VR 전용 게임들도 속속 등장했다. 단순 관람형 VR 게임 외에도 본격적인 액션을 즐길 수 있는 게임, FPS, 연애시뮬레이션, 인디 등 다양한 장르와 규모로 제작된 게임들이 등장했다. 게임쇼 등에서는 각종 VR 게임들을 시연할 수 있었고, 일반 대중은 물론이고 게이머들에게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제 막 발걸음을 떼기 시작한 VR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는 짐작하기 어렵다. 하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가능성과 반응을 살펴봤을 때, 수많은 가능성을 보여준 것은 사실이다. 시장의 태동기에서 어떠한 업체와 게임들이 시장을 선도해나갈 것인지는 본격적인 성장이 이루어지는 2017년 이후를 지켜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아 옛날이여" - 소프트맥스의 몰락





창세기전 시리즈라는 걸출한 IP를 보유한 기업, 한때는 국내 개발사 중 최고의 개발사로 불렸으며 한국 게임 시장을 선도했던 소프트맥스가 22년간의 역사를 끝으로 사라졌다.

소프트맥스의 경영은 2016년 초부터 불안한 길을 걸어왔다. 2월 기준으로 영업손실 101억 원, 당기순손실은 160억을 기록했다. 창세기전4의 OBT를 3월에 시작했으나, 위태로운 경영 상황에 구세주가 되지는 못했다. 결국, 소프트맥스는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6월과 9월에 각 90억 원, 150억 원의 유상증자를 하기까지 이르렀다.

불안한 운영을 보이던 소프트맥스는 정영원 대표가 최대 주주에서 물러나며 사실상 매각 절차를 밟았다. 그리고 10월 말 공시를 통해 사명이 바뀔 것을 알리며 완전히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졌다. 사명은 '에이스에이'로 변경되었고, 사업목적에는 신규 사업들이 대거 추가됐다. 이로써 게임사 소프트맥스 22년간의 역사는 너무나 갑작스레 끝을 맺었다.

종말을 고한 소프트맥스의 유산은 넥스트플로어의 손으로 넘어갔다. 11월 23일, 이에스에이가 소유하고 있는 '창세기전'의 지적재산권과 '주사위의 잔영' 퍼블리싱권을 넥스트플로어와 계약한 것이다. 창세기전 IP의 매각액은 20억 원, 주사위의 잔영 초도계약금액은 5억 원이었다.

22년간의 역사, 스타 개발자를 만들어낸 '소프트맥스'는 이렇게 우리의 곁에서 사라졌다. 그간의 업적과 행보, 국내 게임사에 미친 영향 등을 돌이켜보면 한편으로 씁쓸한 마지막이었다. 긴 세월 그들이 남긴 족적과 유산들은 이제 게임업계 곳곳으로 흩어져, 언젠가 우리 곁으로 돌아올 것이다. 비록 다른 이의 손일 테지만, 그래도 '소프트맥스'란 이름은 남아있는 IP와 게임들을 통해 만날 수 있을 예정이다.


"오래 기다렸지?" - 장기 개발작들의 공개





오랜 기간 개발해왔던 게임들도 2016년 11월부터 계속해서 공개됐다. 11월 말부터 이어진 대작들의 공개는 게이머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국내 온라인 시장에도 장기간 개발되던 게임들이 유저들에게 모습을 공개했다. 여름에는 스마일게이트의 '로스트아크'가 첫 CBT를 진행하며, 국내 MMORPG 시장이 아직 굳건함을 알렸다. 또한, 리니지 IP를 활용한 '리니지 이터널'도 5년여의 개발 끝에 CBT가 진행됐다. 2014년 지스타에서 시연된 버전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으나, 11월 30일부터 12월 4일까지 6일에 걸친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끝마쳤다.

11월 28일에는 '파이널판타지XV'가 국내 정식 출시됐다. 당초 9월 30일로 정해져 있었던 출시일에서 두 달 뒤, 2006년 처음으로 공개된 지 10년 만의 일이었다. 오랜 역사만큼이나 수많은 팬을 보유한 작품인 만큼, 많은 게이머는 이를 반겼다.

7년간의 개발 끝에 출시된 '라스트가디언'도 12월 6일에 출시됐다. '이코'와 '완다와 거상'을 제작한 우메다 후미토가 관여한 작품으로, 전 세계 게이머들에게 많은 주목을 받았다. 첫 발표 때 PS3로 제작되던 개발 환경은 늘어난 개발 기간 때문에 PS4에서만 만나볼 수 있게 됐다.

올해 출시된 장기 개발작들에 대한 평가는 호불호가 갈리긴 한다. 하지만 게임을 고대하던 팬들에게는 충분히 즐거운 일이었을 것이다. 2016년의 연말에 쏟아지기 시작한 출시 일정은 앞으로의 후속작은 물론, 게이머들이 내년을 기대하게 하기 충분했다.


"처우 개선이 필요합니다" - 개발자들의 처우 문제





개발자들의 처우 문제도 대두했다. 게임사의 직원이 돌연사하거나 자살하는 일이 발생해, 업계 전체에 경종이 울렸다. 넷마블에서는 지난 7월 한 직원이 돌연사하는 일이 있었으며, 10월에는 사내 비리로 해고된 것으로 알려진 개발자가 본사 사옥에서 목숨을 끊었다.

11월에는 엔씨소프트의 개발직으로 근무한 20대 여직원이 판교 사옥에서 투신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각자 원인이 다르고,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인 사안인지라, 원인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넷마블 사건 이후 연이은 자살 사건은 게임업계에 많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사회단체인 노동건강연대는 넷마블의 노동 실태를 묻는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하는 일도 있었다. 게임 업계의 연달은 자살에 대해 정확한 원인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시장 자체에 대한 문제와 그 안에서 노동자의 삶을 사는 개발자들의 처우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제는 역사 속으로" - 스타2 리그 폐지





10월 18일에는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가 2017년부터 폐지된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스타크래프트1부터 시작되어 온 프로리그는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어진 역사를 가진 리그였다. 프로리그가 폐지됨에 따라 기존 5팀(SKT, kt, CJ, MVP, 삼성)이 게임단 운영을 포기할 것임을 밝혔다.

14년간 진행된 팀단위 프로리그는 대기업들이 e스포츠판에 뛰어든 계기를 만들었다. SK텔레콤과 Kt, CJ, 삼성 등 대기업들이 게임단을 창단했고, 지금처럼 체계적인 인프라를 구축하는 큰 원동력이 됐다. 대한민국 e스포츠의 태동기를 열었으며, e스포츠 발전에 많은 기여한 바 있다.

스타2를 향한 팬들의 열정은 뜨거웠으나, 몇 년간 위기설이 제기된 것은 부정할 수 없다. LoL이나 오버워치 등 다른 게임에 비해서 인기는 식어갔으며, 걸출한 신인도 나타나지 않았다. 여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승부조작 사건까지 연달아 터지며 회생 불가능한 상황으로 치달았다.

리그 폐지가 확정되며 기존 게이머들은 자신들의 진로를 찾기 시작했다. 게이머 생활을 지속하겠다는 선수도 있었고, 군입대나 개인방송, 또는 다른 게임으로의 전향을 선택하는 이들도 있었다. 어찌 됐던 14년간의 역사는 아쉬움과 추억을 남긴 채 끝을 맺었다.


"자라나라 인디인디" - 인디 게임의 성장




▲ 수상부터 행사까지. 인디의 미래는 밝았다.

인디 게임 장르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둔 게임들이 등장하기도 했다. 2015년 '레츠놈'으로 인디스트림 최고의 스토리상을 수상한 SOMI는 올해에 'Replica'를 출시하여 임팩트 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전체주의, 사생활, 개인의 양심 등 여러 복잡한 주제를 담고 있어, 많은 이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외에도 모바일, PC, VR 등 플랫폼을 가리지 않고 인디게임들이 출시 및 개발되었으며, 2015년부터 개최된 'BIC 페스티벌'은 더욱 성황을 맞았다. 출품작들은 증가했고, 관람객과 유저들의 참가도 한층 더 나아갔다. 이제 인디는 주류 게임에서 벗어난 마이너한 위치가 아니라, 게임업계를 만드는 한 축으로 완벽히 자리 잡았다.

이와 함께 대형 개발사들의 인디 진출도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소형 개발사에서 지원을 받지 않고 개발한 것이라는 인디게임의 본래 정의와는 상반되기에, '순도 100% 인디게임'이라고는 부르기 어렵다. 하지만 그러한 느낌과 취향을 노린 게임들을 개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데브켓의 김동건 본부장이 고전 명작인 '로드러너'를 부활시키는 등 인디게임에 대한 시장 자체의 전망이 집중되고 있다.

기반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듣는 국내 인디 게임은 계속해서 성장해 나가고 있다. 인디 자체에 대한 인식 변화는 게임 심의가 개인 개발자들에게 조금이나마 유리한 방향으로 변하는 계기로 작동했다. 내·외부에서 이루어지는 정책적인 지원과 활동들은 본격적인 성장을 알리고 있다. 미래에 인디 게임에 어떠한 변화들이 찾아올지는 알 수 없으나, 언젠가는 국내 인디 게임이 해외 시장에서도 성공할 가능성을 기대해볼 만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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