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드넓은 우주, 나의 옆에는 네가 있어 즐겁다 '아스트로니어'

리뷰 | 정필권 | 댓글: 31개 |



"'우주 생존'하면 어떤 게임이 생각나시나요?"라는 질문을 한다면, 아마도 열에 아홉은 '노맨즈스카이'를 꼽을 것이다. 막대한 기대 끝에 출시되고, 결국 실망감만 안겨 준 그 작품 말이다. 노맨즈 스카이 이후, 우주 생존 게임들은 항상 의심 섞인 부정적인 시선에 시달려야만 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시선들은 반드시 뛰어넘어야 하는 장벽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여기 부정적인 시선을 극복하며 존재감을 키우는 게임이 하나 있다. 일단 '하... 이거 먹튀가 아닐까?'를 먼저 고민하던 지금의 얼리 엑세스에서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것은 오랜만이다. 심지어 우주 생존 게임으로 장르마저 비슷하다. 하지만 평가는 극과 극. "우주는 더이상 혼자가 아니야!"를 외치며 입소문을 타고 있는 얼리 엑세스, '아스트로니어'가 주인공이다.


일단 본질은 우주 생존 - "서바이벌"

아스트로니어의 첫인상은 '생존'부터 시작한다. 우주 기지에서 홀홀 단신으로 땅에 내려왔을 때부터, 우주선을 타고 다른 행성으로 진출하기까지 모든 것은 이 행성에서의 '생존'을 염두에 둔 행동들이 대부분이다.

아스트로니어의 생존은 '기지'와 '테더'를 중심으로 확장된다. 일종의 생명선인 테더를 땅 곳곳에 설치하면서 이동할 수 있는 범위를 늘려나가고, 새로운 설계도를 얻을 수 있는 연구 소재들을 찾아다니는 것이 게임의 기본적인 목표다. 여기저기서 모아온 자원들은 건물과 부속품으로 만들고, 다른 행성으로 진출하여 새로운 환경 속에서의 생존을 반복한다.



▲ 어디를 가던 기지, 테더를 중심으로 살아남는 것이 목표.

단순하고 기본에 충실한 구성이기에 여타 게임과 별다를 것 없는 메인 콘텐츠. 하지만 행성마다 다른 자연환경 표현과 중력 반영은 칭찬할 만한 요소다. 모래 폭풍이 불면 온갖 바위들이 플레이어를 덮친다든지, 행성 중심부로 파고들수록 중력이 낮아지는 세밀한 요소를 보여준다. 여기에 지형과 토착 식물의 표현 등이 아스트로니어만의 형형색색 그래픽과 맞물려 특유의 느낌을 자아낸다.

그래픽과 환경 표현 등은 칭찬할 만한 요소이지만, '생존'이라는 장르명을 붙이기에는 게임의 깊이나 긴장감이 빈약한 모습을 보인다. 아무것도 없는 맨몸이야 당연히 어려울 테지만, 일정 단계만 넘어가면 큰 위험 없이 장시간을 버텨낼 수 있다. 사망하더라도 뛰어가서 시체와 장비를 다시 챙기면 그만이니, 사망하는 것에 부담을 느낄 이유도 없다. 게임 전반적으로 긴장감보다는 안정감을 주는 편이다.



▲ 긴박한 생존이라기보다는 모험 또는 힐링에 더 가깝다.


만들고, 다지고, 놀고 - "요술 막대가 신의 한 수"

첫인상은 그랬다. 얼리억세스라는 말마따나, 더 오래 개발해야만 하는, 아직은 미흡한 점이 더 눈에 띄는 그저 그런 게임이었다. 문제는 이렇게 덜 완성된 상태에서도 충분히 재미있었다는 점이다. 그래. 마치 마인크래프트 베타를 했었을 때의 느낌과 같았다.

장르 구분은 생존으로 되어있으나, 초기 시작 지점에 필요한 '생존'의 난이도는 어려운 편이 아니다. 재료를 구하러 다니는 것이 번거로울 뿐, 차근차근 진행하면 언젠가는 모든 연구 과제를 달성하게 된다. 이 시점부터는 남는 자원을 활용하여 타 행성을 탐험하거나, 기존 베이스를 증축하고, 재료를 모아두는 일뿐이다. 여기까지 오는 데에는 1인 기준으로 넉넉잡아 약 3~4시간 정도면 끝이 난다.



▲ 길어도 6시간 안에 콘텐츠가 끝을 보인다.

역설적이게도, 아스트로니어의 진가는 이렇게 콘텐츠가 바닥을 보이는 시점에서 드러난다. 더는 할 것이 없게 되었을 때,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둘 중 하나다. 게임을 종료하거나, 아니면 이 세계에 남아 미친 짓을 제대로 해본다거나.

후자를 선택한 유저들을 위해서 아스트로니어는 요술 막대기 하나를 갖춰뒀다. 지형 지물의 고저차를 조절하고 자원을 수집하는 '지형도구'가 바로 그것이다.

도구의 한계 때문에 완벽하게 멋진 구조물을 만들어낼 수는 없으나, 때로는 완벽하지 않기에 재미있는 무언가가 탄생한다. 누군가는 대기권까지 솟아오른 카린탑을 만들기도 하고, 누군가는 산을 깎아 단죄의 탑을 만든다. 내핵까지 이어지는 싱크홀을 파는 프로 삽질맨부터, 지형을 전부 수평으로 만들어버리는 편집증 환자도 있고 하늘부터 내려오는 미끄럼틀을 만들고, 유저끼리 레이스도 진행하는 등 스스로 즐길 거리를 만들곤 한다.



혼자가 아니야 - "간편한 멀티플레이"

얕은 콘텐츠의 깊이를 샌드박스 요소로 보완할 수 있는 아스트로니어는, 멀티플레이를 완벽하게 지원함으로써 재미를 배가시킨다. 스팀 오버레이로 친구 목록에서 게임 초대만 하면 친구가 즉시 우주선을 타고 날아온다. 현재 플레이어가 호스트가 되는 방식이므로, 별도의 서버 선택이나 방 생성 같은 단계는 거치지 않고 자연스레 멀티 플레이를 즐길 수 있다.

드넓은 우주에 자신이 혼자가 아님을 깨달았을 때, 친구 또는 연인과 함께할 수 있는 게임으로 변모한다. 힘을 합쳐 기지를 건설하고, 연구 재료를 모으는 성취감부터 기괴한 조형물을 만드는 재미까지 보장한다. 차량을 연결하여 오랜 시간 모험을 떠나거나, 다인승 조종석을 만드는 것과 같은 요소들은 '같이 모험하는 즐거움'이 얼마나 가치 있는가를 증명한다.



▲ 함께하는 '뻘짓'이 게임의 재미를 만들어준다.


"빨리 개발해 주세요.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어렸을 적 친구와 놀던 모래 장난을 생각나게 할 정도로, 아스트로니어는 자신만의 재미를 가지고 있는 게임이다. 생존 게임으로써의 긴장감은 부족하지만, 이를 비주얼과 유저들의 상상력으로 보완할 수 있도록 만드는 도구들을 마련해뒀다.

아직은 한창 개발 중인 아스트로니어는 원활한 플레이를 막는 몇 개의 버그들이 있는 상태다. 하지만 얼리 엑세스 상태인 만큼,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보고 판단해야만 한다. 그리고 적어도 공개된 알파 버전에서는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수많은 유저들이 오늘도 사출되며, 서로 합심하여 게임을 즐기고 있다.

혼자서 보내는 무의미한 우주를 벗어나, 더이상 '노 맨'이 아닌 우주 생존. 부정적인 인식을 털어내고 장르의 대표작이 될 수 있는 잠재력까지 갖춘 아스트로니어. 아직은 갈 길이 멀지만 적어도 '완성 상태를 기대할 만한 얼리 엑세스'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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