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50억 투입! 12톤 전투로봇, 일본을 이길까? 미국 '메가봇' 탐방기

탐방 | 석준규,이명규 | 댓글: 22개 |



로봇(ROBOT).

과연 이 단어만큼 남자들을 모든 나이대에 걸쳐 매혹하는 단어가 또 있을까? '로봇'에 열광하는 우리들을 보고 한 동료 여기자는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어쩌겠는가. 우리는 터질 듯한 이두박근보다 구리스가 끈적거리는 유압 엔진이 더 좋은데 말이다.

물론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좋아해온 로봇이 모두 같은 것은 아니고, 모두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로봇이 다를 수도 있다. 일단 온전히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는가 아닌가에서부터, 팔에 무엇을 달았는가, 이족보행을 하는가, 사람이 탑승하는가 등등 온갖 조건마다 저마다 가진 생각이 다를 수도 있다. 어쩌면 그 무수히 많은 기계들을 '로봇' 이라는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을 수 있는 건, 실제 기계를 어떻게 딱 정의내릴 수 있어서가 아니라, 우리가 생각하는 '로봇' 이라는 개념, 문화 때문일 것이다. 그만큼 '로봇'은 아직까지는 환상 속의 영역이 더 큰 물건이지만, 친숙한 물건이기도 하다.



▲ 권투... 좋아해?

'리얼 스틸' 이라는 영화가 큰 성공을 거두었던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니었나 싶다. 울버린과 어린 시절의 토르가 부자지간으로 등장하여 비범하기 짝이 없는 이 영화는 로봇 파이팅으로 부자가 의기투합하는 훈훈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 영화는 두가지를 우리에게 알려줬는데, 하나는 역시 로봇 앞에선 어른이고 애고 없다는 사실이고, 다른 하나는 '로봇끼리 싸우는 스포츠라,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이었다.

로봇을 가지고 싸우는 스포츠라니, 엄청나게 먼 미래의 이야기 같지만, 사실 작게 보면 이미 10년도 더 된 역사를 자랑하는 것이 로봇 스포츠다. 일례로 이제 기억하면 30대 인증인 과거의 드라마 '카이스트'로 유명해진 로봇 축구도 그 중 하나며, 영국에서 시작해 TV 쇼로 미국에 수출까지 된 '로봇 워' 또한 그렇다. 로봇끼리 전기톱으로 썰고 뒤집고 서로 박살내는 모습에 사람들은 환호했다.




그런데, 미국에서 이를 더 큰 스케일로, 안에 사람을 태워서 구현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메가봇(MEGABOTS)'이다. 마치 '멕워리어' 에서 방금 튀어나온 것 같은 로봇을 만들고, 최초 등장 이후로 수많은 바이럴 영상과 일본의 로봇에 국가대항전 도전장을 내미는 대담함까지, 여러모로 미국스럽기 그지없는 이 회사는 로봇 대결을 스포츠로 만들겠다는 패기를 내보였다. 슈퍼, 슈퍼 아메리칸하다.

여기에 뭔가 재미있고 흥미로운 냄새를 맡은 인벤 글로벌 팀. 운좋게도 그들의 제작소는 인벤 글로벌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차로 30분을 달려, 그들의 작업실에 찾아가 문을 두드렸다. "로봇 좀 볼 수 있나요?"




메가봇 프로젝트, 그 미일전(美日戰)의 서막


메가봇 프로젝트는 지난 2014년부터 점진적으로 시작되어, 2015년 킥스타터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폭발적인 액수를 후원받으며 일약 로봇계의 스타로 떠올랐다. 2015년 MK.II 를 통해 자신들의 실력을 입증하고, 현재는 MK.III 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렇게 메가봇 프로젝트가 대중에게 자신을 각인 시킬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일본의 스이도바시 중공업과 대결 덕분이었다.



▲ 현재 제작 중인 스이도바시 중공업의 '쿠라타스'. (이미지 출처 : 스이도바시 중공업)

스이도바시 중공업은 메가봇이 탄생하기 이전인 2012년에 파일럿이 탑승하는 로봇 '쿠라타스(Kuratas)'를 공개했다. 그러나 일본인들이 먼저 로봇을 만들었다는 것에 질 수 없었던 미국인들, 그리고 메가봇은 자기들만의 탑승 로봇을 만들기 시작했던 것. 사실 메가봇의 시작은 그렇게 거창하지는 않았다. 이들은 조종석과 무기 시스템 하나를 만들어 차에 싣고는 코믹콘, PAX 등 이곳저곳 행사를 다니며 홍보하고 투자를 받는데 주력했다. 뭐든 시작하려면 돈이 있어야 하는 법이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강연을 하기도 하고, 미사일 런처로 티셔츠를 쏘아대고, 직접 로봇 시연을 보이기도 하면서 수많은 미국 덕후들의 덕력을 자극했다. 하지만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았다. 그보다 더 큰 한방이 필요했던 것.



▲ "모든 Geek들아, 우리들에게 힘을 보내줘!" (이미지 출처 : 메가봇)

메가봇은 아주 똑똑하게도, 자신들의 성공을 위해 미국인들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스이도바시의 쿠라타스에게 보내는 도전장에서 그들은 성조기를 두르고 스스로를 'Team USA'로 지칭했다. 어쩌면 일상적인(?) 덕후 VS 덕후일 뻔했던 사건은 국가대항전으로 커졌고, 여기에 스이도바시 중공업이 마찬가지로 일장기를 두르고 도전을 받아들이면서 양대 로봇 덕후 국가의 자존심을 건 싸움이 되어버렸다. 결과는? 메가봇은 55만 달러가 넘는 금액을 크라우드 펀딩으로 모금하는데 성공했다. 거기에 더해 여러 투자자들로부터 385만 달러를 더 유치, 한화로 50억 원이 넘는 자금을 확보했다.

▲ 미국팀이 쿨하게 던진 도전장에

▲ 그들 또한 응답했다. 쿨하게

그 자금과 인기를 기반으로 메가봇은 최신 버전의 신형 로봇인 MK.III 를 제작하고 있다. MK.II 보다 더 커져서 12톤의 중량을 가지고, 자유롭게 쥐었다 폈다 쓸 수 있는 양팔을 달아 근접 전투를 가능하게 할 예정이다. 이는 일본 팀에서 도전을 받아들이면서 "근접 전투로 할 것" 이란 조건을 달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현재 제작되고 있는 MK.III 의 제원은 다음과 같다. 뭔가 '멕워리어' 설정집에서나 튀어나올 것 같지만 진짜로 만들어지고 있다.

■ 메가봇 MK.III 제원
  • 탑승 인원 - 2명(드라이버, 거너)
  • 중량 - 12톤
  • 동력 - 400마력 가솔린 엔진
  • 구동 방식 - 무한궤도, 유압 피스톤
  • 무장 - 한 쌍의 주먹, 요리칼, 대 로봇 드릴, 전기톱 및 개발중인 여러 비밀 무기들
  • 특징 - 파트 별로 제작하여 이탈착 및 개조 가능
  • 목표 - 일본 로봇을 가루로 만들기





  • 미국 최강 로봇의 집, 메가봇 방문기


    메가봇 제작실의 문을 열자, 처음부터 매우 강렬한 금속과 기름의 냄새를 풍겼다. 깔끔하고 미래적인 제작소 안에서는 누군가는 용접을 하고, 누군가는 볼트를 조이며, 누군가는 트랙터를 몰아 부품을 조립하고 있었다. 메가봇의 창립자 중 한명인 기 카발칸티(Gui Cavalcanti)가 우리를 반갑게 맞이하며 내부를 소개해주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멕워리어'나 '배틀테크'에 심취해있던 게이머로, 이 덕분에 후에 대학에서 로봇공학을 전공했다고 한다. 실제로 '메가봇' 역시 그런 게임들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 비밀스러운 입구. 귀퉁이가 너덜너덜한 것이 어쩐지 시크하다.




    ▲ 공돌이의 진한 매력이 풍겨져 나오는 제작소의 모습












    ▲ 오늘 안내를 맡은 창립자 기 카발칸티.
    그는 메가봇의 드라이버이자 로봇공학을 전공한 핵심 엔지니어이기도 하다.




    ▲ 그리고 이것이 바로 지난 세대의 로봇, MK.II
    뭔가 실험을 많이 했는지, 여기저기 상처도 남았고 장갑판은 모두 뜯어갔다.








    ▲ 이것이 MK.II 의 주무장, 6인치 페인트건.
    페인트건이라고 무시할 수도 있지만, 사실은...


    ▲ 시속 193km 로 발사해 자동차마저 박살내는 위력을 갖고있다.
    맞으면 최소 끔찍하게 사망한다.




    ▲ 그리고 두 번째 무장인 미사일 런처. 듣기엔 무시무시할 것 같은데...


    ▲ 이렇게 관객들을 향해 무자비하게 티셔츠를 쏴주는 것이 주 용도다.




    ▲ 그의 표정이 한껏 진지해지며 새 로봇을 소개하기 시작한다.




    ▲ 바로 대망의 MK.III!




    ▲ 는 현재 하의실종 상태... 특이하게도 요리사 모자를 쓰고 있다.




    ▲ 그의 든든한 하체는 지금 한창 제작 중.




    ▲ 400마력 파워를 맛보게 해주마




    ▲ 마스터 쉐프 MK.III의 비장의 무기, 부엌칼




    ▲ 부엌칼 한방에 다져진 세탁기의 남은 육신이다.




    ▲ 거기에 더해 로봇 전용 드릴까지. 모듈화된 형태로 무기 교체가 가능하다.




    ▲ 일본을 뚫을 드릴이다.




    ▲ "투자... 그만 해..." 사연 많아 보이는 더미




    ▲ 장갑판의 두께는 제법 되는 편








    ▲ 제작소의 앞마당. 여기서 주로 테스트 비디오 촬영이 이루어진다.




    ▲ MK.III 의 수많은 유압관과 조립 마운트들. 왼팔이 있어야 할 자리다.




    ▲ 메가봇 관련 상품들이 차근차근 늘어나는중




    ▲ 다가오는 대전, 앞으로 많이 남은 할 일들,




    ▲ .. 때문에 생긴 스트레스 해소의 흔적


    비록 짧은 방문이었지만, 진짜 거대 로봇을 만들고 있다는 유쾌함에 모두가 즐거운 견학을 온 느낌이었다. 13명의 직원 중 6명이 비디오 관련 인력일 만큼 이들은 대외 홍보와 자신들이 무엇을 하고있는지 알리는데에 열심이었고, 직접 찍은 많은 테스트 영상들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여기, 그중 한가지를 소개한다. 이 뒤에도 수많은 끔살(?) 영상들이 기다리고 있다.



    총 예상 제작기간 6개월, 현재로부터 3개월 정도의 기간 내에 완성을 목표로 한 MK.III 는 올해 안으로 스이도바시 중공업의 쿠라타스와 대결을 펼칠 계획을 가지고 있다. 과연 이들이 세계 최초로 펼쳐지는 탑승식 로봇의 대결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가 가득할 뿐이다.

    친절한 안내와 함께 여러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준 창립자 기 칼라칸티는 "이런 로봇의 대결이 정식 스포츠가 되는 것을 꿈꾼다. 그러기 위해선 여러 조건이 필요한데, 그중 하나는 로봇을 빠르고 저렴하게 만들어내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치 카 레이싱 처럼, 매년 새로운 로봇을 선보이고, 스타디움 규모의 무대에서 결투를 벌이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 고 포부를 밝혔다. 과연 정말로 그 꿈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그건 이들의 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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