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방담] 제3회 NTP 후기-"당분간 넷마블 천하 VS 얼마 못 간다"

기획기사 | 인벤팀 기자 | 댓글: 103개 |
18일 넷마블게임즈(이하 넷마블)는 여의도 글래드 호텔에서 열린 제3회 NTP(3rd Netmarble Together with Press) 행사에서 리니지2 레볼루션의 사업현황 및 개발 중인 17종의 모바일 게임 라인업을 공개했습니다. 깜짝 정보가 많았는데요. 취재에 참여한 기자들이 모여 뒤 이야기를 방담으로 풀었습니다. 자유로운 대화 진행을 위해 익명으로 작성했습니다.



▲여의도 글래드 호텔에서 진행된 3rd NTP 행사장 모습


먼저 행사 소감부터 듣고 싶다. 방준혁 의장을 처음 본 사람도 있었을 것 같은데.

오이: 기자 간담회는 보통 1시간 정도 하는데 장장 2시간 30분짜리 행사였다. 초대장 보는 순간 무섭더라(웃음). 워딩 하다가 팔 떨어질 뻔 했다.

상추: 상장 앞두고 있으니 관심도 높을 테고 리니지2 레볼루션 실적에 대한 궁금증도 많았을 것 같은데. 자랑거리가 많아서 그런지 진짜 대외비 정보를 다 공개했다. 1천억 원 매출 이야기가 나왔을때 "그게 가능한 수치에요?"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근데 2천억 원이라니... 안 놀랄 수가 없지. 방준혁 의장을 실제로 본 건 처음이었는데, 말투에서 표정까지 사업가의 모습이 느껴졌다. 게임이 아니라 뭘 팔아도 성공했을 것 같다.

배추: 작년 NTP 때 워커홀릭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질투의 시선도 있지만 성과가 확실하니 나오니 추진력은 인정해 줘야 할 것 같다. 다만, 작년에 안 좋은 사건도 많았는데 그런 이야기는 또 쏙 빠졌다.

당근: 게임을 엔터테인먼트가 아니라 제품으로 보는 시각이 흥미로웠다. 워딩 하나 하나가 다 강했다. 철저히 준비한 것 같다. 색안경을 끼니 발표도 어째 비즈니스처럼 느껴지더라(웃음).

오이: 3rd NTP 때 발표한 성과는 게임업계 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실적은 인정할 필요가 있다. 그게 업계에 도움이 되는지는 논외로 하더라도.


말이 나왔으니 먼저 실적부터 살펴보자. 확실히 기자들이 예상한 모든 수치를 뛰어넘었다.

상추: 한 달 만에 매출 2천억 원이라는 수치는 확실히 국내 게임업계에서는 못 봤던 숫자다. 선데이토즈 2015년 매출이 800억 원 정도였는데 이 두 배를 1달만에 벌었으니 실로 어마어마하다. 지난 2회 NTP에서 방 의장이 "모바일 스타트업이 성공하기 쉽지 않는 시기가 됐다"고 말해 논란이 됐는데, 그걸 1년 만에 증명했다. 근데 시장이 증명한게 아니라 넷마블이 증명했다는 게 좀 이상하지만.

당근: 뭐 그렇게 삐딱하게 볼 필요 있을까. "다들 어려운데 왜 넷마블만 잘나가" 이런 분위기인데 왜 가만히 서서 동남풍이 불길 기다리나 넷마블처럼 모터를 돌리면 되는데. 현재로써는 글로벌 진출을 논할만한 국내 기업은 넥슨과 넷마블뿐이라고 본다.

오이: 그거야 다들 모터 살 돈이 없으니까(웃음). 당초 1천억 원 매출 이야기가 언론에 보도되었을 때 솔직히 넷마블에서 '작업'이 들어간 건가 싶었다. 대외비 자료니깐. 근데 내가 헛다리를 짚었다. 수치 차이가 너무 심하다. 당분간 리니지2 레볼루션의 벽을 깨긴 어려울 것이다. 이날 17종을 공개했는데 돈 되는 IP는 장바구니에 다 담은 느낌이다.


각자 의미 있게 들은 발언이나 수치가 있었나?

당근: '판이 불리하면 판을 바꾸면 된다'라는 말 정말 인상 깊더라. 기자들 고생할까 봐 이대로 쓰라고 소위 말하는 '야마'를 잘 잡아줬다(웃음).

배추: 나도 그걸 느꼈다(웃음). 발표도 깔끔하고 내용만 따지면 역대 NTP 중에서 가장 정리가 잘된 느낌이다.

오이: 성과는 인정하나 발표 때 나온 혁신이나 도전은 적어도 유저들에게는 와 닿지 않는 말이다. 넷마블 게임에 무슨 혁신이 있는지 모르겠다. 존중할 부분은 제품을 만드는 능력이다. 적어도 후지게 만들진 않는다. 라면 발언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 잘 만든 라면이라는 건 인정한다. 근데 결국 라면이다.

상추: 요즘은 다 고만고만하지 않나. 잘 파는 게 능력이다. 뮤 오리진부터 천명, 검과 마법까지 이미 수요가 검증된 시장에 리니지 IP와 넷마블의 자금력이 붙으니 시너지가 어마어마했다. 나도 국내 모바일시장 규모를 다시 봤다. 엔씨도, 넥슨도 못한 일을 했으니 자랑할만 하다.


리니지2 레볼루션 실적 때문에 묻히긴 했지만 이번에 발표한 신작만 17종이다. 발표에 군더더기가 없었다. 더 잘할 수 있고 더 잘 만들 수 있는 것만 골라서 라인업을 짰다. 다들 어떻게 봤나.

상추: 신기하게도 라인업에 '블레이드2'가 없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당장에라도 넷마블이 가져갈 것처럼 난리였다. 넷마블이 12장 부르고 부담돼서 협상 테이블에서 빠졌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사실인가 보다.

배추: 넷마블 말고 곧 발표가 있을 것 같다(웃음).

오이: IP를 만들 생각은 안 하고. 왜 잘나가는 IP를 사서 넷마블 공장에 넣으려는지 모르겠다. 전형적인 패스트 팔로워 전략이다. 카카오도 그렇게 찍어내다가 한 방에 훅 갔다.

당근: 그렇게 볼수도 있겠지만 방 의장이 말한것처럼 웨스턴 시장은 아직 MMORPG가 주류가 아니다. 코어 MMORPG 아니면 글로벌 IP로 다 무장했는데 물 들어올때 노 젓는다고 지금까지 잘해왔던 거 앞으로도 잘하겠다는 거다. 깔끔한 전략이고 사업가다운 발상이다. 이 전략을 두고 논란이 많은데 큰 그림은 잘 그렸다고 본다.


NTP 라인업 중 인상 깊게 본 작품은?

상추: 세븐나이츠 MMO가 인상적이었다. PC MMORPG를 모바일로 끌어오는 건 다른 회사도 많이 한다. 그런데 모바일에서 대박 낸 다른 장르 게임을 MMORPG로 가져오는 사례는 드물다. IP에 대한 확신도 있었겠지만, '우리가 시도하면 뭐든 된다'는 마인드가 깔려있기에 가능한 것 같다. 배짱이 좋다.

오이: 그냥 유명 IP를 쓰는 게임들 빼고는 인상 깊게 볼만한 정보가 없었다. 소개도 너무 빠르고 간결해서 특징을 살펴볼 틈도 없더라. 백그라운드에 틀어준 영상도 너무 짧았고. 그나마 팬텀 게이트, 트렌디 타운 정도? 일본 진출작은 그럴듯해보이긴 했다.

당근: 난 '팬텀게이트'가 인상 깊었다. 학습 수준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북미, 유럽 시장에 RPG를 교육하러 가는 느낌이다. 스토리 중심의 어드벤쳐에 RPG의 성장요소를 녹일 거 같은데 시장 확대 의지가 보여서 선택했다. 그러나 RPG의 세계화의 첨병이 될지 혼종이 될지는 아직 공개된 내용이 너무 적어 모르겠다.


현지화가 아닌 현지형 게임 개발을 강조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상추: 넷마블이 준비도 많이 했고, 특히 중국 쪽은 텐센트와 워낙 가까운 관계라 잘 될거라고 본다. 일본도 세븐나이츠 한 번 띄워봤으니 어떻게 만들어야할지 힌트를 얻었을 거다. 문제는 북미인데... 솔직히 잘 모르겠다. 북미 유저들은 모바일 RPG를 워낙 안 한다. 여기에서 RPG 붐을 내려면 단순히 잘 나가는 게임사 인수 외에 다른 수가 몇 개쯤은 더 있어야 하지 않을까. 뭐, '스타워즈: 포스아레나'처럼 현지 매출 40위권 수준으로 만족할거면 모르겠지만.

오이: 현지형 게임 개발 부분은 나도 인정. 애초에 글로벌원빌드 전략으로 대응할 수 있는 한계, 성공의 범위는 이미 여기저기서 입증됐지 않았나. 다른 전략도 고민했어야 했다. 세븐나이츠는 이걸 진짜 잘한 케이스다. 애초에 설명해봐야 잘 안 와 닿으니까 직원들을 일본에 보내서 상주시켰다더라. 현지에 가서 맨땅에 헤딩을 해보는 것 만큼 빠르게 현지 문화를 익히는 건 없다. 그리고나서 게임을 돌아보면 뭐가 안 맞는지 잘 보일 거다. 결정도 어려운 건데 이건 정말 잘한 것 같다. 전략만큼은 인정한다.

당근: 현지인 디렉터를 중심으로 기저부터 서비스 국가의 감성을 담는다는 시도는 누구나 생각은 했지만, 함부로 도전하지 못한 일이다. 그래서 주시해봐야 할 것 같다. 또한, 한국 서비스는 염두에 두지 않는다는 말, 국내 게이머 입장에서는 굉장히 오만해 보일 수 있지만, 이 역시 자신감의 발로다.


3rd NTP 자리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면 무엇일까?

상추: 작년에만 넷마블 직원 3명이 죽었다. 당시도 자살 이외 나머지 사망 건에 대한 입장 발표는 없었다. 물론 이날 자리의 취지가 있기 때문에 이해는 한다. 그래도 회사를 대표하는 의장과 각 계열사 대표들이 함께 나왔다면 응당 그런 문제를 한번 짚고 넘어가야 하지 않았나 싶다. 실제로 1회 NTP에서 방준혁 의장이 '사람경영'을 언급한적이 있는데 이날 자리는 그게 없었다.

당근: 사실 기자 질문이 있었다. 뻔하게 답변해서 그렇지. 내가 볼 땐 잘나가는 회사의 교과서 같은 간담회였다. 근데 오랜만에 얼굴보는 자회사 대표들이 많이 나왔는데 발표도 없이 왜 그냥 갔는지 모르겠다.

오이: 마지막에 사진을 같이 찍더라(웃음). 넷마블 전략은 알겠는데 딱히 감동이 없었다. "우리 이렇게 만들어서 글로벌에 팔 꺼야"라는 메시지는 분명히 알았다. 여기에 더불어 회사 복지나 전반적으로 깔린 야근 문화에 대한 캠페인이 포함되었으면 완벽했을 것이다. 넷마블에 대한 시선이 일부 과장되고 왜곡되어 있다고 해도 지금은 그래야 한다. 그게 선도 기업이 해야할 일이다.


올해는 어떻게 흘러갈 거라 보는가?

상추: 이거 당분간은 넷마블 천하가 되지 않을까.

당근: 넥슨, 엔씨가 올해 단단히 준비했더라. 넷마블과 함께 빅3 싸움이 볼만해 질 것이다.

오이: 난 오히려 넷마블의 위기가 아닌가 싶다. 레볼루션의 성공엔 엔씨소프트 지분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넷마블은 넥슨이나 엔씨와 달리 충성 고객이 없다. IP 덕분에 성공한 것이지 게임성 때문은 아니라고 본다. 쓸만한 IP도 없고 충성 고객도 없는데 글로벌을 외치고 있다. 집토끼도 못잡는 날이 올수도 있다.

배추: 어차피 총알은 많은데 IP가 무슨 상관일까. 지금처럼 다 사버리면 된다(웃음). 당분간 넷마블이 주도하는 흐름을 거스르기 쉽지 않을 것이다. 다만, 넷마블이 이제 선도 기업으로 우뚝 선 만큼 모범적인 모습이 더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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