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방담] 자율규제 개선안 "최선이다 VS 눈 가리고 아웅"

기획기사 | 인벤팀 | 댓글: 36개 |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는 15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건강한 게임문화 조성을 위한 자율규제 강령 선포 및 평가위원 위촉식’(이하 선포식)을 개최했습니다. 오랫동안 이슈가 된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개선안인데요. 과연 어떤 내용이었을까요? 취재에 참여한 기자들이 모여 뒤 이야기를 방담으로 풀었습니다. 자유로운 대화 진행을 위해 익명으로 작성했습니다.



▲자율규제 강령 선포 및 평가위원 위촉식 사진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간담회에서 세부적인 개선안이 공개되었다. 각자 소감을 간단하게 한마디씩 말하자면?

호미: 어!? 정부에서 또 때리잖아. "야 우리 큰일 나기 전에 빨리 또 자율규제 하자" 이거 아닌가?(웃음). 매년 했던 거 또 재탕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번 개선안이 확실히 더 고민이 묻어나 보이긴 하지만, 이미 확률 자체를 부정하는 시점에서 이런 자율규제안도 실효성 의문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냥 이참에 법으로 규제를 하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노웅래 의원 법안이 찰진 게 좋아 보이더라(웃음).

망치: 기업의 영업 비밀이라는 가치, 소비자의 알 권리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았다는데 의의를 찾을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세부 규칙이 가장 중요한 것 같은데 그게 빠지니 어째 앙꼬없는 진빵 느낌이다.

도끼: 누굴 위한 개선안인지 모르겠다. 대기업도 불만을 갖고, 유저는 유저대로 불만을 갖는 게 자율규제였다. 이번 개선안은 구체화에만 목적을 뒀을 뿐, 여전히 어느 한쪽의 불만도 해결해주지 못하고 있다.

괭이: 그래도 의미는 좋다(웃음). 실제로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매우 높음, 낮음에서 구체적인 숫자로 표기한 것은 분명히 나아진 부분이다. 하지만 문제를 제기한 주체가 이용자들인 만큼, 무슨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강령인지는 잘 모르겠다. 이미 공개된 확률과 실제 확률이 달랐던 게임들도 있었다. 결국, 지키지 않으면 소용이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 필요한 것은 강령이 아닌 법령이라고 생각한다.


실제 간담회 분위기는 어땠나?

망치: 귀하신 분들이 사진 촬영하러 많이 왔더라(웃음). 김병관, 김세연, 나경원, 노웅래, 조승래 의원까지 봤는데. 노웅래 의원 등장이 좀 의외였다. 가장 쎈 확률형 아이템 규제안을 발의한 의원인데. 이 자리에 참석했다는 건 이번 자율규제안을 받아들이겠다는 의미로 해석해도 되는 건가?(웃음).

도끼: 자율규제안에 대해 의원실과 사전 교감이 있었다고 들었다(웃음). 흥미로웠던 게 국회의원들 축사가 정책협의체 결과보고 전에 잡혀있었는데 몇 명만 제시간에 축사를 진행했다. 나머지는 중간에 와서 식 중간에 끼어들어 축사를 하고 갔다. 사진 찍고, 축사하고… 이거 원 강령 선포식인지 사진 찍기 대회인지.

호미: 사회자 멘트가 다 말해준다. ‘귀하신 분’들이 오셨으니 말씀을 듣자고 하더라(웃음). 행사 자체가 요식행위라 볼 수도 있는데 그래도 힘 있는 의원들이 와주니 자율규제안이 힘을 받는 모양새인 것 같기도 하고.

괭이: MBC의 ‘칭찬합시다’ 아이디어를 낸 사람이라고 주장하는 참석자가 있었다. 질의응답 시간에 그 사람이 물어본 게 “왜 우리나라는 페이스북 같은 걸 못만드냐”였다. 상식 밖의 질문이라 다 같이 멍하니 웃고 있었는데 강신철 협회장이 그래도 진지하게 대답해줬다.


인상 깊게 본 규제안이 있다면?

망치: ‘일정 금액'을 사용하면 ‘희귀 아이템'을 주는 규제가 인상 깊다. 적어도 지불한 가치를 보장받는 건데 아직 기준도 없고, 세부 기준이 마련돼도 이용자와 업체 사이에 온도 차가 예상된다.

호미: 그거 '별이 되어라'에서 본 것 같은데(웃음). 시각에 따라서 과금 유도로 해석할 수도 있다. 개별 확률 공개와 등급별 구성비율을 공개, 희귀 아이템의 출현 개수 공개가 인상 깊긴했다. 분명 한발 더 나아간 자율규제다. 그런데 간담회에서 나온 말처럼 지켜도 그만 안 지켜도 그만이다.

도끼: 개별 아이템이 아닌 등급별로 확률을 공개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같은 SS등급이라도 실질적인 가치에 따라 나올 확률은 다를 것 아닌가. 구체적인 세부안이 나와봐야 알겠지만, 또 껍데기만 핥는 미봉책인 느낌이 든다.

괭이: 4조 2항이다. 유료 아이템의 결과물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적용된다면 돈을 쏟아부어도 아무런 보상을 얻지 못하는 경우는 사라지지 않을까. 동등하거나 그 이상이라는 조항이 걸리긴 하지만,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한 점은 긍정적으로 본다.


사후관리는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까?

망치: 2015년에 자율규제안 발표하고 뭐 적극적으로 움직인 게 있나? 우선적으로 사후관리 상황을 적극적으로 그리고 꾸준히 배포해 사용자들이 어떤 업체가 지키고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리고 ‘확률을 공개해도 지키지 않으면?’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 기본적으로 신뢰 문제라고 생각한다. 모니터링과 결과 공유를 통해 신뢰를 쌓아야 한다.

도끼: 심플하다. 규제안 안 지키는 업체는 세게 벌을 주고, 잘 지키는 업체는 인센티브를 많이 줘야 한다. 지스타 입점 우대 정도의 혜택도 없이 ‘양심적으로 지켜주세요’라고만 한다면 솔직히 누가 지키겠나.

호미: 사후관리가 사실 가장 중요하다. 민간업체 선정도 투명하게 해야 하고 사후관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꾸준히 발표해야 한다. 안 지키는 업체들이 발표되고 미디어가 취재하면 업체들도 긴장하기 마련이다.

괭이: 세칙이 생겨야 제대로 알 수 있겠지만, 확률표기 여부 말고도 조금 더 세밀한 면에서 모니터링을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확률 공개를 하지 않은 것이 문제가 아니라, 공개한 확률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지 않겠나. 자율규제를 한다고 했으면, 보여주기식 말고 실효성 있는 모니터링이 되어야 한다.


이번 자율규제 개선안이 과연 실효성이 있다고 보는가?

호미: 강화된 자율규제안을 이미 시행하고 있는 게임이 바로 ‘데스티니 차일드’다. 결론 내리자면 효과가 없다. 지나친 확률형 아이템으로 이제 유저들이 확률 자체를 믿지 않은 시점이 됐다. 자율규제안 자체가 한발 더 나아갔다고 하지만 유저들 게임 패턴보다 다섯 여섯발은 늦다. 해외, 국내업체 간 형평성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다. 사후관리에 대한 디테일한 정책도 결정되지 않았다. 그저 규제법안을 막기 위한 자율규제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망치: 애초에 사단법인에서 하는 ‘자율규제'인데 강제적인 실효를 기대할 수는 없다고 본다. 결국, 얼마나 많은 업체가 참여하는가에 대한 문제인데 이는 인센티브가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인센티브는 본질적인 한계가 있다. 게다가 끌릴만한 혜택도 아직 제시하지 못했다. 내가 사업자라면 굳이 참여 안 한다. 협회에서는 사용자들이 비참여 업체를 거를 것이라 기대하는 거 같은데 현실감각이 떨어지는 기대다.

도끼: 비회원사는 안 지켜도 페널티를 줄 수 없다는 점에서 실효성 100%는 이미 물 건너간 셈이다. 또, 이미 공개한 확률과 실제 확률이 다르다고 주장하는 유저들도 많은데, 이러한 간극을 언제 어떻게 조사하겠다는 내용이 없다. 기존보다 좀 세진 건 맞는데 근본적인 해결방안은 아니라고 본다.

괭이: 세부 수칙도 나중에 제정될 것이고, 공개한 확률이 맞는지 아닌지에 대한 신뢰도 낮은 상황이다. 이미 신뢰를 잃어버린 상황인데, 자율규제로 공개한 확률을 유저들이 얼마나 믿어줄 것 같은가. 굳이 규제안을 지키지 않아도 큰 디메리트가 없다. 이런 조항들이 누구에게, 어떻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세부규칙에 꼭 포함되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호미: 해외/국내 업체 역차별을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세칙을 어떻게 정해도 의미가 없다. 내가 볼 땐 법으로 규제하는 게 깔끔하다.

망치: 페널티를 강제적으로 주지 못할 바에 매력적인 인센티브를 어떻게 제공하겠다는 것이 성문화되면 좋겠다. 예를 들어 우수 이행업체에는 지스타에 무료 부스를 제공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인센티브에 관한 내용을 정확히 규칙으로 정하면 좋겠다..

도끼: 중국산 웹게임으로 돈 버는 업체는 사실상 이번 개선안의 치외법권에 있다. 이들 게임은 물량 공세로 미는 유형이라 게임트릭스든 게볼루션이든 100위 안에 안 들고도 돈 잘 번다. 즉, 강령 지키는 기업들은 이 게임사들 보면서 피해의식 느낄 테고, 해당 게임을 하는 유저들은 하소연을 해도 들어줄 귀가 없다. 이번에 온라인, 모바일 외 다른 플랫폼에도 적용되도록 개선안을 확대한다고 했는데, 이들에게도 실효성을 갖는 규칙이 마련되어야 한다.

괭이: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진 아이템’을 의미하는 기준이, 가격이 아니라 다른 가치를 지닐 수 있음을 정의하는 세부규칙이 있어야 한다. 같은 가격이라도 성능이 다른 유료 상품들은 수없이 많다. 등급 및 성능 차이가 있더라도 죄다 같은 가격으로 만들어버리면 어떻게 할 것인가. 게임에서의 확률형 유료 상품에 대한 정의와 기준을 세밀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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