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밸브가 스팀 '그린라이트'를 포기한 이유

기획기사 | 김상균 기자 | 댓글: 6개 |




게임 유통사 밸브(Valve)는 지난(11일), 공식 커뮤니티에 스팀(Steam)의 ‘그린라이트(Greenlight)’ 제도를 폐지한다고 공지했습니다. ‘그린라이트’의 빈자리는 ‘스팀 다이렉트(Steam Direct)’가 채우게 됐습니다.

‘그린라이트’ 제도는 개발사가 게임을 등록하고 이를 게이머들이 평가 후, 스팀 플랫폼에 정식으로 런칭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시스템입니다. 자금 여력이 없는 인디 개발사는 이 제도를 활용해 스팀에 정식으로 게임을 출시해 왔습니다.

‘그린라이트’를 통해 출시된 게임 중, 11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타이틀은 무려 100개가 넘는 거로 확인됐습니다. 이는 과거 스팀의 유통 시스템으로는 절대 이룰 수 없는 지표라고 밸브는 설명했습니다. 이렇게 살펴보면 ‘그린라이트’는 더할 나위 없는 제도로 보이는데요. 사실상 여러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었습니다.

퀄리티 없는 타이틀을 무분별하게 올린 후, 투표 제도를 악용해 ‘그린라이트’를 통과시키는 사례가 나오면서, 유저에게 무의미한 게임들이 노출되는 상황에 부닥쳐 버렸습니다. 유저들이 ‘그린라이트’에 등록된 목록을 평가하고 게임성을 인정받는 타이틀이 관문을 통과하는 것이 제도의 목표인데, 이를 통과할지언정 되려 작품성 없는 게임들이 노출되는 형편입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일까요, 스팀은 ‘그린라이트’ 제도를 과감히 폐지하고 '스팀 다이렉트'를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 안녕...그린라이트



■ 발전 또 발전! 도약을 위해 버리는 '그린라이트'



▲ 꾸준한 변화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스팀 플랫폼, 올해 동시접속자수 1,400만 명을 기록했다.(관련기사)

스팀은 2003년 9월,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 서비스를 시작으로 수년간 셀 수 없는 게임을 유저들에게 소개해 왔습니다. 새로운 기능이나 변경 사항을 적용할 땐, 유저들의 피드백의 기반으로 그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하지만 소수의 밸브 직원으로는 개인 취향을 고려한 콘텐츠를 직접적으로 소개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었습니다.

이에, 밸브는 게임을 직접 선정해서 스팀 상점에 소개하던 유통 시스템에서 개발자가 직접 타이틀을 배포하는 시스템으로 점차 발전시켜왔습니다. 스팀은 콘텐츠-유저와의 관계를 더욱 밀접하게 연결하고자 ‘그린라이트’ 제도를 없애기로 했습니다. 이는 ‘그린라이트’라는 제도가 콘텐츠와 유저 사이의 장벽이라 인지했기 때문입니다. ‘그린라이트’ 제도가 당장은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단계를 걸치면서 유저와 소통하고 새로운 유통 시스템인 '스팀 다이렉트'를 도입할 예정입니다.



■ ‘그린라이트’, 완벽하지 않았지만 개발자(콘텐츠)-유저를 이어주는 디딤돌 역할 수행



▲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다양한 게임의 노출도를 향상시켰다.

‘그린라인트’ 제도로 스팀이 원하는 목표를 완벽하게 이루기엔 다소 어려움이 있어 보였습니다. 하지만 유저와 콘텐츠를 직접적으로 연결해주는 디딤돌 역할로써는 충분했습니다. 사실 게임 유통 허들을 낮춰준 ‘그린라이트’ 덕분에 인디 개발자가 더욱더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유저들에게 소개해줄 수 있었습니다. 스팀이 공개한 지표를 살펴보면, ‘그린라이트’를 통과한 게임 중, 11억 이상의 매출을 올린 타이틀이 100여 개가 넘습니다.

이렇게 밸브는 예상치 못했던 장르의 게임들이 기대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는 모습을 보고, 스팀에 가입한 유저들이 더욱더 다양하고 색다른 경험을 원한다는 것을 인지하게 됐습니다. 한 두 게임을 수천 시간 즐기는 유저가 있는가 하면, 매년 수십 개의 게임을 구입하는 유저, 또는 특정 장르만을 고집하는 유저층도 존재합니다.

이처럼 밸브은 ‘그린라이트’를 통해 스팀 플랫폼 유저의 다양한 플레이 방식과 구입 패턴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수집한 데이터를 중심으로 콘텐츠 유통 경로와 유저가 원하는 콘텐츠를 연결해주는 효과적인 방법을 연구하게 되었습니다.

이 두 가지를 개선하기 위해 밸브는 스팀웍스(Steamworks) 개발자 배포 도구를 수정했습니다. 이로써 사용자 리뷰, 맞춤 대기열, 사용자 태그, 환불 등 다양한 기능이 소개됐습니다. 밸브의 이러한 개선책은 개발사와 유저와의 소통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져 게임 유통 시스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 결과는 지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데요. 1차 업데이트 이후. 스팀에서 게임을 즐기는 시간이 꾸준히 증가했으며, 유저 한 명당 평균적으로 게임을 구매하는 숫자도 두 배로 늘어났습니다.



▲ 꾸준히 증가하는 유저당 평균 플레이 시간



▲매년 상승하는 유저당 새로운 패키지 구매율



■ 새로운 게임 유통 방식, 스팀 다이렉트



▲ 그린라이트 잘가! 다이렉트 안녕?

스팀의 발전은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그다음 단계가, 개발자가 스팀에 직접 게임을 등록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이 역할을 바로 ‘그린라이트’의 다음 후보인 ‘스팀 다이렉트’가 수행하게 됩니다. ‘스팀 다이렉트’는 올해 봄 출시 예정입니다. 개발자가 디지털 문서를 작성하고 인증 단계를 걸쳐 게임 배포를 위한 절차를 수행하게 됩니다. 새로운 타이틀을 출시하기 위해서는 소정의 신청비를 지불해야 하는데요. 이는 퀄리티 없는 타이틀을 무분별하게 출시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함으로 보입니다.

‘스팀 다이렉트’의 배급 비용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한 금액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밸브는 현재 유저와의 소통을 통해 이를 조절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현재까지의 의견을 살펴보면 최소 100달러에서 최대 5,000달러까지 배급 비용에 대한 언급이 나오고 있습니다.

새로운 유통 시스템인 '스팀 다이렉트'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아직 언급되지 않고 단순히 '그린라이트'를 대신하는 제도로 설명돼 있습니다. 밸브 관계자는 "'스팀 다이렉트'를 위한 자체적인 툴이 마련돼 있지만, 커뮤니티의 피드백을 통해 더욱더 보완해 나갈 계획이다"며 "출시일은 명확하지 않지만 몇 달 안으로 이를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 '스팀 다이렉트'는 끝이 아닌 시작



▲ 출시 후 90일 안에 약 2억의 수익을 올린 게임 수 그래프, 꾸준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그린라이트’ 끝난다고 해서 스팀의 발전이 끝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과거 다양한 시도로 게임 유통 시스템을 현재까지 발전시킨 스팀은 더욱더 효율적인 게임 유통 시스템을 위해 ‘그린라이트’를 개선해 나갈 계획입니다.

이러한 개선책은 스팀의 단독적인 결정이 아닌, 유저들의 피드백과 객관적인 지표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결과로 이루어졌습니다. ‘스팀 다이렉트’ 또한 궁극적인 목표를 위한 단계의 일환이지 밸브의 최종적인 목적지는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밸브는 고객에게 공정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하고 있으며, 퀄리티 있는 타이틀을 개발하고자 하는 개발자들이 스팀에서 환영받을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 나가고 있습니다. 또한, 이번 개선책을 통해 개발자와 유저의 유대관계를 더욱더 밀접하게 만들고 유저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효율적으로 소개할 수 있도록 만들어 나갈 계획입니다. 매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는 밸브이기에 2017년 첫 행보에도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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