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EM 월드 챔피언십] '최정예 군단' 출전 EU LCS 향한 쓴소리

게임뉴스 | 박범 기자 | 댓글: 19개 |



IEM 시즌 11 월드 챔피언십에 EU LCS를 대표하는 세 팀이 모두 참가한다. 1년째 패배하지 않고 있는 G2 e스포츠와 매번 상위권에 오르는 H2K, 그리고 독특한 픽을 자주 활용하는 것으로 유명한 유니콘스 오브 러브가 그 주인공이다. 이 세 팀은 이번 시즌에도 A조 1위와 B조 1, 2위를 기록 중이다.

유럽 팬들은 '최정예 군단'을 IEM 월드 챔피언십에 내보낸 듯한 느낌이 들겠지만, 다른 지역 팬들은 사실 하품만 하고 있다. 한동안 유럽 대표 팀들이 국제무대에서 보여줬던 경기력은 형편없었기 때문. 유럽의 맹주라는 G2 e스포츠는 와일드카드를 상대로 몇 번 승리했을 뿐, 이렇다 할 성적은 물론 경기력조차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1년 동안 EU LCS에서 무패라는 G2 e스포츠가 이 모양이니... H2K와 유니콘스 오브 러브에 기대하는 팬들은 더 없는 게 현실이다.

그래도 몇몇 선수들은 한국 팬들에게도 익숙하다. H2K에서 캐리력을 발산하고 있는 정글러 '얀코스'라던가, 이번에 H2K의 봇 듀오로 합류한 '뉴클리어' 신정현과 '체이' 최선호는 다 알 것이다. 유니콘스 오브 러브에서는 선수들 보다 더 유명한 사내가 있다. 특이한 복장을 한 근육질의 남자이자 최근 e스포츠 관련 '개념글' 작성으로 주목받고 있는 팀 매니저다. G2 e스포츠야 워낙 국제무대에 자주 출전했으니 굳이 소개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이처럼 유명한 팀들이 모두 유럽을 대표해 IEM 월드 챔피언십에 출전한다. 그동안 국제무대에서 뼈아픈 패배의 고통을 맛봤던 것을 한순간에 털어낼 좋은 기회란 말이다. 하지만 유럽 대표 세 팀은 아직 부족해보인다. 왜 이번에도 유럽 팀들에 대한 시선이 부정적일까. 몇 가지 이야기를 해보자.


1. 시야 없는 곳엔 왜 들어가나

리그 오브 레전드를 플레이하는 유저들이 가장 지양해야 하는 플레이 중 하나는 '시야 없는 곳으로 가는 것'이다.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곳에는 어떤 위험 요소가 있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최대한 그 곳으로 가지 않아야 한다는 말이다. 특히, 아군의 지원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유럽 팀들은 시야가 없거나 부족한 위험 지역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들어간다. 아무런 위기감을 느끼지 못하는 모양이다. 문제는 유럽 팀들이 EU LCS에서만 그러는 게 아니라 국제무대에서도 자주 이런 위험한 플레이를 즐긴다는 점이다. 그리고 수준급의 팀들이 모이는 국제무대에서 이런 실수 한 번은 커다란 스노우볼의 시작을 알리곤 한다.



▲ 왜 이런 고집을 부릴까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G2 e스포츠와 자이언츠 게이밍의 2세트 11분경에 '퍽즈'의 라이즈는 부쉬에 설치된 상대 와드를 파괴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주변에는 G2 e스포츠의 와드가 하나도 없었고, 아군 역시 지원하기 어려운 위치에 있었다. 그런데도 '퍽즈'는 고집을 부리며 와드를 지우려 했고, 상대에게 물려 선취점을 내줬다. 심지어 상대에 탈리야와 말자하 등 강력한 CC를 보유한 챔피언이 있는데도.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국제무대에는 날고 긴다는 팀이 총출동한다. 이번 IEM 월드 챔피언십에는 각 지역 리그 상위권 팀들이 대부분 빠졌지만, 그렇다고 해도 무시할 만한 팀들은 없다. 유럽 팀들이 이번에도 저런 고집을 부린다면 좋은 성적을 기대하긴 어려울 지도 모른다.


2. '리스크'가 너무 큰 공격을 왜 고집하나

공격적인 움직임은 그것이 통했을 때 엄청난 이득을 불러온다. '외줄타기'라고도 불리는 이런 운영은 팬들의 사랑을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아무래도 지독한 운영으로만 승리하는 경기보다는 화끈한 공격성이 발휘되는 난타전이 보는 이로 하여금 재미를 느끼게 해주니까.

유럽 팀들, 더 나아가 LCS에서 활동하는 팀들은 모두 엄청난 공격성을 지니고 있다. 문제는 이들의 공격성이 높은 확률로 큰 이득을 가져다 주는지에 대한 것이다. 그리고 유럽 팀들은 대부분 국제무대에서 지나친, 혹은 근거가 부족한 공격성을 통해 스스로 무너지는 경향이 많다.



▲ 압박만 넣고 올라갔으면 됐을 것 같은데

유니콘스 오브 러브와 H2K의 1세트에 양 팀 모두 근거가 부족한 공격성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 유니콘스 오브 러브가 먼저 1세트 10분 30초경에 탑 라인 다이브를 시도했다.

언뜻 보면 충분히 선택할 만한 운영이었지만, 조금만 더 살펴보면 이는 근거없는 무리수였다. 상대 신드라는 미드 라인에서 탑 라인 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상대 정글러의 동선 역시 파악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냥 압박만 넣어 상대 봇 듀오를 후퇴시키고 타워만 파괴하면 베스트였다. 하지만 유니콘스 오브 러브는 갑자기 싸움을 열었고, 상대의 반격 때문에 원래 취하려던 이득을 보지 못하고 후퇴했다.



▲ 타워 지킨 것에 만족할 줄 몰랐던 그들...

같은 상황에서 H2K도 마찬가지로 지나치게 공격적이었다. 깊숙하게 들어왔던 상대 아이번과 카타리나 중에 '랜턴'을 타고 도망간 카타리나 말고 아이번만 쓰러뜨리면 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H2K는 아이번에 만족하지 못했다. 자신들에게 압박을 넣었던 상대 전원에게 응징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순간이동'으로 합류한 마오카이와 카직스가 용감하게 적진으로 파고들었고, 2킬을 헌납했다.

마오카이가 W스킬을 써서 본의 아니게 상대 진영 쪽으로 끌려갔는데, 이때 그냥 뚜벅뚜벅 걸어서 후퇴했으면 이 사단은 안 났을 것 같다.


3. 바론만 안 치면 중상위권 간다고 하잖나




LCS를 즐기는 팬들은 항상 이런 생각을 가져본 적 있을 것이다. '그 때 바론만 안 쳤으면 역전이 나오지 않았을텐데'라는 생각. 그렇다. 유럽이나 북미 모두 다소 의아한 타이밍에 바론을 향한 일편단심을 보이다가 유리한 고지에서 허무하게 내려오는 장면을 수도 없이 연출하고 있다.

최근 LCS를 중계하고 있는 '히포' 석현준 해설위원은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LCS에서 바론만 안가면 중위권 이상은 간다." 이 얼마나 LCS의 상황을 잘 표현해주는 말인가. 항상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묵직하게 '일침'을 날리는 석현준 해설위원의 명언은 연전연승을 기록 중이다.

유럽 팀들이 바론에 집착하다가 무너지는 장면은 한 두개를 꼽을 수 없는 수준이다. 그걸 기사에 다 첨부하기엔 무리가 있으니 이해해주길 바란다. 하긴, 팬들의 기억 속에는 이미 그런 장면이 수도 없이 쌓여 있을 것이다. EU LCS를 평소에 시청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G2 e스포츠와 H2K, 유니콘스 오브 러브는 저런 허무맹랑한 움직임을 자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들 역시 언제라도 유럽 특유의 고질병을 드러낼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이미 G2 e스포츠가 매번 그랬던 것처럼.

최대한 빨리 고쳐야 한다. 폴란드 카토비체에서 주어질 짧은 연습 기간을 모두 소모하더라도. 또 한 번 유럽 팬들의 눈에서 피눈물이 나오는 게 싫다면 말이다. 다른 지역과 달리 최정예 군단을 투입하고도 IEM 월드 챔피언십에서 유럽이 우승하지 못한다? 유럽에게 이보다 더한 자존심의 상처가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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