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C2017] "내가 했던 조언들은 다 틀렸어" 선배 개발자가 말했다

게임뉴스 | 김규만 기자 | 댓글: 14개 |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은 이미 까마득히 옛말이 되었다. 어제까지 잘 가던 회사 앞 콩나물국밥집이 오늘 가보니 돈까스 무한리필집으로 변해있는 것처럼 이제 변화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하는 시간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찾아오곤 한다.

느닷없는 변화의 바람은 게임업계에도 마찬가지로 불곤 한다. 오늘날 모바일게임 산업을 보면서 10년 전까지만 해도 스마트폰이라는 것이 지극히 생소했다는 것을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기술의 발전은 이렇듯 더 빠르고, 더 급격한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작년에 할부로 산 그래픽카드로 올해 출시를 앞둔 게임을 돌릴 수 있는지 걱정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지 않을까.

이렇게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GDC 2017에는 자신이 과거에 한 조언이 이제는 소용이 없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은 개발자들이 강단에 섰다. 약 5년 전에는 진리라고 믿었고, 때문에 후배 개발자들을 위해 강연장에 서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선배 개발자들. 이들이 이렇게 자신들의 조언을 번복하기 위해 다시 강연장을 찾은 이유는 무엇일까?



게이브, 당신은 대체...


■ 먼저 자신의 상황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 베테랑 인디 개발자 리자 브라운(Lisa Brown)

가장 먼저 강단에 선 것은 '레지스탕스3', '선셋 오버드라이브' 등의 개발에 참여한 베테랑 인디 개발자 리자 브라운. 그녀는 조언을 해줄 당시에는 꽤나 그럴듯하게 들렸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그렇지 않다고 밝혀진 조언 세 가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리자가 꼽은 첫 번째 조언은 "게임업계에 어떻게 입문하면 되나요?"에 대한 답이었다. 당시 그녀는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학생들에게 "일단 게임을 만들어라. 그러면 게임 업계에 입문한 것이다"라고 조언을 해줬다. 하지만, 이제 와서 이 충고는 절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리자가 당시 이러한 충고를 한 데에는 자신이 개발자라는 것에 대한 알 수 없는 자신감과, '업계'에 대한 좁은 시야가 주요했다고 덧붙였다.

"그저 게임을 만들어라" 라는 충고, 혹은 조언이 '나쁜 조언'이라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모르는 이들에게 이러한 충고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조언이라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리자는 앞으로 위와 같은 질문을 받게 될 때는 다시 구체적으로 되물어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게임을 만들면서 지속적으로 수입을 벌면서 살아갈 수 있을까요?"나, "OO스튜디오에 들어가서 일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은 조금 더 구체적일 수 있으니까.

두번째로 리자는 "게임잼 게임 개발은 포트폴리오를 위한 좋은 방법"이라는 조언을 했던 것을 후회하고 있다고 전했다. 분명, 이같은 조언을 했을 당시에는 분명 이치에 맞는 근거가 함께 했다. 먼저, 처음 게임을 만드는 초보 개발자들에게 첫 프로젝트는 굉장히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고, 게임잼에 참여해서 제한된 시간 내에 게임을 만드는 방법들을 연습하다 보면 이러한 부담 없이도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었다. 또, 게임잼은 학교에서 내주는 숙제보다는 더 많은 것들을 숙련시킬 수 있는 무대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상황이 변했다. 먼저, 게임잼 자체의 속성이 달라진 것도 있고, 이전보다 훨씬 많은 게임잼이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이 변했다. 또한 학교에서 가르치는 개발 방법에도 변화가 생겼기에 이제는 무턱대고 "게임잼만이 포트폴리오를 위한 왕도"라고는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게임개발을 시작하기 위해 어떤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우는 것이 유리한가?"는 질문에 대한 조언을 꼽았다. 게임 개발에 대한 상황이 변화한 만큼, 어떤 프로그래밍 언어가 유리하고 불리하다는 것을 섣불리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녀는 일정한 수준까지는 "어떤 프로그래밍 언어를 사용하든 상관이 없지만, 메모리 관리나 최적화를 해야 하는 단계가 오면 슬슬 문제가 생기기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하며, "특히 VR 개발에 경우 이 문제가 확실히 드러난다. 90프레임을 넘지 못하면 멀미가 일어날 수 있다" 고 덧붙였다. 특정 프로그래밍 언어를 추천해주기 전에 당사가의 개발 목표나 현재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 구체적인 질문일수록 구체적인 조언을 얻을 수 있다



■ 때로는 조언보다 도전이 필요할 때도 있다



▲ 두 번째 발표를 맡은 스프라이폭스의 다니엘 쿡(Daniel Cook)

다음으로 강단에 선 것은 스프라이폭스의 다니엘 쿡(Daniel Cook). 그는 자신이 운영하던 게임 전문 미디어에서 기고했던 조언이 듬뿍 담긴 기사들을 예로 실패한 조언들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처음 그가 예로 든 것은 2005년도에 작성했던 F2P 게임 개발을 장려하는 기사로, 그는 F2P 개발 방식에 대해 당시에는 기가막힌 게임 판매 방식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서비스 기반 게임들은 당시에 상당한 이점을 가지고 있었는데, 퍼블리셔의 힘을 상대적으로 약화시키고 개발자에게 그 힘을 돌려주는 방식의 판매 방식이며, 지속적인 서비스를 통해 커뮤니티 증대와 창조성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는 것이 그가 기고한 기사의 골자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F2P 판매 방식이 그의 생각만큼 기막힌 전략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지고 말았다. 완벽한줄만 알았던 이 방법에는 실패를 초래할 수 있는 수백가지 요소가 곳곳에 숨어있었고, 모든 게임에 F2P방식이 적용되는 것도 아니었다. 게다가 F2P 게임을 정말 잘 만들기 위해서는 특정한 지식을 필요로 했다.

이러한 상황을 지켜보면서, 다니엘은 한가지 깨달은 바가 있었다. 매년 새로운 기술과 플랫폼이 등장하곤 하지만, 모든 것들이 항상 꿈에 그리던 만병 통치약은 아니라는 것이다.




2013년에는 멀티플레이 게임을 개발하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이라고 조언한 적이 있다. 멀티플레이 기반 게임의 경우 높은 리텐션을 유지할수 있고, 커뮤니티를 부흥시키기 상대적으로 쉽다. 같은 게임을 즐기는 모든 플레이어들을 한 데 묶는다는 것은 아주 이상적인 이야기로 들리기도 했다.

다들 예측할 수 있겠지만, 이후 멀티플레이 게임의 단점들이 나타났다. 일단, 개발 비용이 비싸고, 디자인과 기술적인 리스크 또한 매우 높았다. 때문에 기본적으로 멀티플레이는 전문가들이 바라봐야 할 게임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같은 게임을 즐기는 모든 플레이어를 한 데 놓게 되면 이들은 아주 높은 확률로 예측하지 못한 일을 저지르곤 한다. 이런 요소들을 막아내기 위해서는 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다니엘은 지난날을 되돌아보며, 멀티플레이 게임 개발은 그럴만한 능력이 되는 개발자들에게는 추천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특정한 배경지식이나 기술을 가지지 못한 상태라면 멀티플레이 게임 개발은 지양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세 번째로 다니엘은 개발자들에게 한 '잘못된 조언'으로 "크로스 플랫폼을 노려라"를 뽑았다. 당시 그는 크로스 플랫폼의 이점으로는 한 게임을 가지고 성공을 위해 여러 각도에서 접근을 할 수 있다는 점과, 잘만 하면 여러 플랫폼에서 꾸준히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점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역시 이 또한 단점이 더 많았다. 플랫폼들은 저마다 선호하는 장르의 게임이 다르고, 그렇기에 크로스 플랫폼을 목표로 게임을 개발할 경우 어떤 플랫폼들과는 상성이 맞지 않을 확률이 높다. 이러한 것들은 특히 게임이 새로운 디자인을 가지고 있을 때 더 큰 문제로 나타난다.

그는 마지막으로 때때로 남들이 해주는 충고는 한쪽 귀로 흘리고, 도전을 해봐야 할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GDC 같은 컨퍼런스를 통해 듣는 조언들은 대부분 특정 분야에서 정통한 사람들에 의한 것이며, 자신이 처한 상황과는 맞지 않을 수 있다. 그러니 모든 조언을 따르는 것 보다는 조언과 함께 자신만의 여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 사람이 만든 문화는 바꿀 수도 있다



▲ 유비소프트 게임 디자이너 리즈 잉글랜드(Liz England)

세 번째로는 유비소프트의 게임 디자이너 리즈 잉글랜드(Liz England)가 강단에 올랐다. 그녀는 자신이 초보 개발자였을 때 선배로부터 들었던 충고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하나 꺼내면서, 당시에는 이러한 충고들을 마치 불변의 진리라고 생각했던 자신을 후회한다고 설명했다.

리즈는 곧 자신이 선배 개발자들로부터 수없이 들어왔고, 그녀 자신도 경력을 쌓아감에 따라 후배 개발자들에게 해줄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들을 강연장 양쪽에 설치된 스크린에 띄웠다. 그러자 "모든 것은 네 능력에 달렸다. 일만 잘하면 성공할 수 있다"거나, "크런치를 해야만 한다", "나도 이 자리까지 고통받으며 올라왔으니, 너 또한 그래야 한다", "네 일자리를 대신할 수천 명의 사람들이 있다", "탈진하는 사람은 그저 그 정도의 그릇일 뿐이다" 등의 조언(?)들이 슬라이드를 가득 메웠다.



▲ 업계 선배들의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들

리즈는 이어 이러한 조언들에 대해서 업계 전반에 문제가 있어도 그 문제를 없다고 믿고싶은 조언들이며, 게임의 성공을 위해 개인의 행복이나 건강을 뒷전으로 미루는 조언들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조언들이 지금까지 변하지 않는 진리로 여겨져 전해내려오는 것에는 문제가 있는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어 그녀는 "함께 한 동료들이 퇴사를 결심할 때조차 이것이 업계의 문제라기보다는 이들 개인을 탓하는 문화가 존재했다"고 전했다. 강도 높은 업무량을 버티지 못하는 개발자의 잘못으로 치부하고, 이들에게는 게임업계가 맞지 않는다는 식으로 비춰지도록 말이다. 또한 리즈는 이러한 조언 들 중 몇몇은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 "때때로 저런 말을 하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하고, (이런 업계 문화가)좋은 것은 아니지만 성과를 위해서는 어쩔수 없다는 식으로 받아들이게 된다"고 덧붙였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이러한 조언들을 따르지 않고도 열심히 게임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미래의 개발자들은 앞으로도 크런치를 강요당하거나 개인의 희생에 대한 충고를 받아올 것이다. 리즈는 그럴 때마다 "30년 후 게임업계에는 어떤 문화가 있었으면 좋겠는가?" 하고 자신에게 물어보는 것을 권했다.



▲ 30년 뒤 어떤 문화가 있었으면 좋겠는가?

마지막으로 리즈는 앞서 스크린을 가득 매웠던 선배들의 변하지 않을것만 같던 조언을 하나 하나 반박하기 시작했다. 능력이 부족해서 게임이 실패했다? 개인의 능력 말고도 게임의 성공에는 여러 변수가 존재한다. 크런치? 안 해도 된다. 크런치 없이도 성공적인 게임을 만든 개발자들은 언제든지 있다. 돈을 보고 게임을 개발하지 말라? 그렇다고 열정이 밥을 먹여주지는 않는다. 번아웃을 호소하는 개발자들은 능력이 없다? 번아웃은 나약함의 증거가 아니다. 우울증의 전조일 수 있으며,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

게임업계의 문화는 사람으로부터 만들어졌고, 그렇기에 바뀔 수도 있다. 리즈는 이제 막 게임업계에 진출하기 위해 노력하는 미래의 개발자들에게 더 좋은 문화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강연을 마무리했다.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

1 2 3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