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게임 플레이를 공유하는 새로운 방법! 민코넷의 '스윙'이 만드는 콘텐츠 혁신

게임뉴스 | 석준규 기자 | 댓글: 1개 |



어릴 적 ‘컴퓨터’ 라는 고급 가전이 거실에 자랑스럽게 전시된 뒤로, 동네 놀이터와 방구석 이불 속이 세상의 전부였던 한 형제의 생활 패턴이 완전히 바뀌게 되었다. 게임에 대한 재능과 육체적 힘, 가족 서열 등 모든 것이 앞섰던 형은 컴퓨터에 주로 앉아 이제껏 본 적 없이 화려한(지금 생각하면 참 단순한) 컴퓨터 게임들을 하기 시작했고, 동생은 보조 의자에 쭈그려 앉아 몇 십 분이고 형의 플레이 장면을 뒤에서 지켜보곤 했다.

동생은 그것이 퍽 만족스러웠다. 이상하게 질리질 않았다. 스스로 뭔가를 해 보려는 마음을 먹어봤자 형이 하는 것과 같은 화려한 손기술을 발휘할 수도 없음을 알았다. 동생의 그런 마음을 아는 듯 형은 항상 멋지고 재미있는 플레이를 보여주면서, 때론 분기점이나 아이템에 대한 선택을 동생에게 맡기기도 했다. 형제는 게임이라는 콘텐츠를 각기 다른 방식으로 즐겼고, 양방향적 합의가 이루어졌으며, 둘 모두가 만족하고 있었다. 장난감만 보면 서로 자기 것이라고 하며 싸우던 모습을 비로소 덜 보게 된 부모님 또한 다른 의미로 만족했을 것이다.

20년에 가까운 세월이 지나고, 셀 수도 없는 무수한 게임들이 세상에 등장했다. 여전히 그 시절처럼 단순한 게임도 있고, 현실과 근접해버린 게임이 나타나기도 했다. 아케이드에서 e스포츠까지, 다른 사람들과 게임을 같이 즐길 수 있는 방법이 무수히 등장하기도 했다. 그리고 점차 새로운 형태로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인터넷 방송 플랫폼들이 등장하며 그것이 하나의 거대한 시장을 이루게 되었다. 게임 개인 방송. 한 플레이어의 게임을 지켜보며 채팅을 비롯한 다양한 방법으로 같이 참여하고, 그렇게 게임 플레이를 공유하며 소통했던 사람은 대단한 스타가 되기도 하는 것이었다. 마치 어릴 적 형의 게임을 지켜보고 참견하며 재미를 느꼈던 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은 즐거움이다. 내심 신기한 기분마저 든다. 어쩌면 동생이 느꼈던 본능적, 또는 관음에서 느낀 즐거움이 많은 사람들의 깊은 곳에서 공감을 일으킨 것이 아닐까.




게임 개인 방송과 스트리밍 시장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숱한 스타 스트리머들이 수만 명 이상의 팬들을 거느리고 있고, 다양한 방법으로 시청자들은 콘텐츠의 일부가 되어 소통하고 있다. 하지만 다채로운 스트리머의 방송을 보더라도, 항상 비슷한 시점의 게임 화면을 수동적으로 보다보면 가끔 내가 어떤 방송을 보고 있었는지 헷갈리기도 하고, 특별한 에피소드가 없다면 금세 진부함을 느끼기도 했다. 지금도 수많은 스트리머가 스타가 되는 한편, 또 많은 스트리머들이 콘텐츠의 부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와 같은 어느 정도 수동적인 시점의 시청 문화에서, 새로운 시도를 성공적으로 해내고 있는 국내 기업이 있다. 바로 ‘민코넷’으로, 2014년 10월에 설립된 이후로 게임 방송의 기술 혁신에 강한 열정을 보여 온 회사이다. GDC 2017에서 만난 그들의 부스는, 옹기종기 모인 한국관을 벗어나 커다란 독립 부스로 존재했다. 스트리밍 시스템이나 방송 시청에 관심이 있던 많은 개발자와 관객은, 부스에 들러 어찌 보면 복잡할 수 있는 기술의 원리와 방식에 대해 집중하여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과연 그들이 자랑하는 스트리밍의 기술 혁신은 무엇일까?






"너의 방식대로, 게임 플레이를 공유해라!"

그들이 개발한 ‘스윙’은 한 마디로 요약하면, 게임 플레이 안에 들어가 가상 카메라를 통해 VR 등으로 다이나믹한 관람이 가능하게 해 주는 솔루션이다. 상상해보면 이러한 것들이 가능해진다. 적에게 저격총을 쏘아 죽이는 단순한 장면이 지금까지는 1인칭 게임 플레이 화면으로만 보여졌다면, 스윙을 통해서는 내가 아닌 적의 시점으로, 혹은 날아가는 총알의 시점으로도, 심지어는 이러한 전투를 멀리서 보고 있던 새 한 마리의 시점으로도 보여지는 것 등 말이다. 그것도 '스윙 360'을 통하면 360도가 지원되는 VR 시점으로 더욱 능동적 관람까지 가능해지는 것이다.

어떻게 이런 것이 가능할까? 유니티와 언리얼 엔진을 사용한 게임에서, 민코넷은 적용 시 곧바로 활용이 가능한 SDK를 오픈 소스로 유저들에게 공개하고 있다(유니티 SDK는 지난 3월, 언리얼 SDK는 오는 6월). 이는 두 가지 전략을 사용한 것으로, 유니티를 이용하는 인디 게임 개발자들과 언리얼을 사용하는 다른 개발자 및 대규모 게임 개발사를 노린 것이다.

이렇게 공개된 스윙의 SDK를 해당 게임에 플러그인으로 적용만 하면, 게임 내부의 코드를 스윙 서버에서 받아 분석하여 새로운 게임 내의 구조를 생성하고, 이를 다양한 비디오 형식으로 번환하여 생방송 시청자에게 실시간 혹은 주문형 콘텐츠로 전달한다. 별도의 자체 스윙 서버를 이용하기에 스트리머는 게임 플레이와 동시에 여러 시청자들에게 공유를 하며 올 수 있는 부하를 줄일 수 있고, 시청자 역시 자신이 원하는 시점으로 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것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통채로 녹화를 하는 기존 영상 레코딩 방식에 비해 필요한 데이터만을 레코딩하는 원리로 무려 전송 용량의 95%를 감소시켰다고 한다.



▲ '스윙' 을 거쳐 콘텐츠가 만들어지는 과정


스트리머와 시청자들에게만 이득이 가는 것이 아니다. 인기가 많은 스트리머를 통해 광고 수익을 내고자 하는 업체 역시, 기존의 방식보다는 훨씬 동적인 방법으로 방송 내에 광고를 삽입할 수가 있다. 일반적으로 한 켠을 가리며 유감스럽게 시선을 가리는 배너 광고보다, 게임 내에 삽입된 시청자 전용 몰입 광고로써 시청자들 역시 광고를 보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방송을 통해 우수한 확장성까지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VR 애드 플랫폼 역시 민코넷이 지향하는 성장 방향성 중의 하나라고 하니, 특히 신경을 쓴 부분이 아닐까 한다.



▲ 도타 2 허브의 VR 관전 모습

관객의 몰입이 흥행을 좌우하는 e스포츠 시장에서의 도입을 생각해 보았다. 언제나 혁신을 시도하는 도타2의 경우에도, 도타 2 허브를 통해 e스포츠와 VR을 적극적으로 통합하는 시도를 했다. 게임 속으로 직접 뛰어들며 정규 방송 화면과는 관계 없이 좋아하는 영웅의 활약을 구경하고, 더 실감나는 관전을 하게 되며 많은 도타 팬들의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이후 등장한 슬리버 TV등의 시도도 마찬가지였다. 이와 같이 e스포츠에서 능동적 관람과 VR의 흥행 가능성이 증명되고 나서, 민코넷은 더욱 다이나믹한 e스포츠의 시각적 경험에 대한 니즈가 확대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스윙이 접목될 수 있는 모든 종목의 게임은 지금보다도 훨씬 동적인 VR e스포츠 콘텐츠로 거듭날 것이라는 확신 말이다.

다시 앞으로 돌아가, GDC 2017에서 직접 만난 민코넷 부스에서는 두 가지의 화면이 있었다. 하나는 정지된 위치에서 열심히 포를 쏘고 있는 탱크의 시점이었다. 일반적인 초기 VR 게임의 느낌이었다. 밀려오는 적들과 쏘고 싶은 곳을 보고, 빵! 폭발에 힘없이 쓰러지는 적들 사이로 비행기가 날아오기도 했지만, 이동과 탐험이 없어서인지 시각적으로 박진감이 크게 느껴지진 않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바로 옆 모니터에는 다른 화면이 재생되고 있었다. 같은 배경이지만 적의 입장에서 포를 맞고 넘어지기도 했고, 날아오는 비행기가 되어 맵 전체를 바라보기도 했다. 마치 앞서 본 영상이 실제 플레이 화면이라면, 후에 본 화면은 인게임 트레일러를 보는 듯한 느낌. 알고 보니 이 두 화면은 같은 게임이 실시간으로 플레이 되고 있는 것이었고, 그것을 알아차리는 데에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음에 쑥스러움을 느꼈다. 같은 게임도 보는 시점에 따라 박진감이 이렇게나 달라질 수 있다니. 콘텐츠의 보는 재미에 있어, 시점의 중요성을 느낀 순간이었다.




▲ 이 화면을,




▲ 비행기의 시점으로 볼 수도 있다!


지난 해부터 민코넷은 GDC에 스윙을 가지고 참가, 각종 개발자와 스트리머, 방송 업계 관계자들에게 수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동안 VR과 게임 시장이 시시각각으로 변화해 왔듯, 민코넷의 개발 방향 역시 모바일 게임 중심에서 PC 게임까지로 확장되기도 하며 끊임없는 개발과 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GDC 2017 부스에서 자사의 원천 기술과 개발 현황을 자랑스럽게 내비치던 김태우 민코넷 대표의 얼굴이 떠오른다. 스트리밍 산업의 혁신을 꿈꾸는 그와, 스윙에는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까?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는 스트리밍과 VR 시장에서, 슬로건에 맞춘 새로운 비전을 바라보는 스타트업인 민코넷과, 스윙이 그려나갈 앞날이 기대된다.






▲ GDC 2017 부스에서 공개된 스윙과 스윙 360에 대한 설명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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