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레퍼런스' VR 게임, '로보 리콜' 핵심 개발자 3인을 만나다

인터뷰 | 정재훈 기자 | 댓글: 5개 |



VR 콘텐츠 시장의 발전 속도는 굉장히 빠르다. 물론 PC게임이나 모바일 게임이 수없이 많은 작품을 런칭하는 속도나, 새 작품들이 등장하는 주기를 보면 그다지 빨라 보이지 않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산업의 규모를 생각하면 다르다. 아직 태동기에 불과한 산업임에도, VR 콘텐츠는 하루가 멀다고 새 콘텐츠가 등장하고 있다.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물론 이 '빠름'이 어느 정도는 허수에 불과할 수도 있다. 그럴싸한 '레퍼런스'를 따라 만들어진 작품들도 많고, '작품'이라고 부르기 모호할 정도로 엉망진창인 콘텐츠도 있다. 초기 시장의 풋풋함과 난해한 모습이 한 번에 보인다. 그럼에도 가끔은 보석 같은 작품들이 등장하곤 한다. 그리고 이 작품들은 곧 또 다른 '레퍼런스'가 되어 업계를 선도한다.

에픽게임즈가 개발한 '로보 리콜'이 좋은 사례다. 깔끔한 아트와 훌륭한 가시성뿐만 아니라 조작, 애니메이션, 그리고 게임의 재미까지 필요한 건 모두 갖췄다. 실제로 내가 플레이한 VR 게임 중 순수하게 가장 감탄하면서 플레이한 게임이기도 하다.




삼성동 코엑스에서 진행되는 '언리얼 서밋'을 하루 앞두고, '로보 리콜'의 주요 개발자들을 학동역 인근 에픽코리아 게임즈 사무실에서 만날 수 있었다. 지금 현재 VR 게임의 '표준'이라고 불러도 좋을 '로보 리콜'. 그 개발과 출시까지의 일면 뒤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있을까?

어느덧 가까워진 인터뷰 시각. 에픽게임즈의 '닉 와이팅' 테크니컬 디렉터, '닉 도널드슨' 리드 디자이너, 그리고 '어벤저스'를 비롯해 수많은 영화에서 시각효과를 담당해왔고, 현재는 에픽게임즈 VR 연구 분야의 리드 아티스트로 일하고 있는 '제롬 플래터스' 리드 아티스트가 인터뷰 석에 앉았다.



▲ 좌측부터 '닉 와이팅' 테크니컬 디렉터, '닉 도널드슨' 리드 디자이너, '제롬 플래터스' 리드 아티스트




Q. '로보 리콜'과 오큘러스 리프트의 독점 계약 기간이 있나? 다른 플랫폼으로 즐길 수는 없는 건가?

로보 리콜의 개발은 '오큘러스'로 어떤 게임을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도전과 같았고, 오큘러스의 펀딩을 받아 개발했다. 오큘러스를 통해 이정도 게임을 만들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달까? 독점 계약이기 때문에 다른 플랫폼으로 풀릴 일은 없을듯싶다.


Q. '로보 리콜' 개발 과정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어떤 부분인가?

손으로 무언가를 잡고, 상호작용하는 부분을 가장 중점적으로 만들었다. '불릿 트레인'때부터 신경을 쓰던 부분인데, 우리는 개발 과정에서 이런 상호작용이 VR이라는 플랫폼에서 가장 큰 재미를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로봇을 잡고, 뜯어내는 터치와의 상호 작용을 가장 신경 써서 만들었다.

시뮬레이션 멀미에 관한 연구도 굉장히 깊이 있게 진행했다. 유저가 움직이지도 않는데 화면이 움직이지 않도록 정밀히 조절했고, 텔레포트 기능도 공을 들여 개발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매우 많은 개선이 가해졌다. 포워드 렌더링을 실제로 적용했다. '쇼다운'과 '불릿 트레인'은 노하우를 쌓은 과정이었고, 이 과정에서 쌓인 모든 비결이 '로보 리콜'에 집중되었다.



▲ 붙잡고 찢고, 그 '상호작용'에 중점을 두었다.


Q. 개발 과정에서 느낀 'VR'의 매력은 어떤 것인가?

2D 작업을 하면 어쩔 수 없이 '가상'이라는 느낌이 드는데, 이번 작업을 할 때는 이 세계 구현에 너무 빠져들다 보니 기존 작업을 하지 못할 정도가 되었다. 이번에 '로보 리콜'을 개발하면서 처음으로 직접 만든 모델을 1:1 사이즈로 대면했다. 그 과정이 너무나 재미있었고, 다시 못 느낄 기분이 들었다. 마치 콘서트를 TV로 볼 때와 직접 가서 볼 때의 차이랄까? 개발하는 입장에서도 굉장히 달랐다.


Q. 로보 리콜 '모드킷'을 이용해 실제로 개발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나?

물론이다. 매우 많은 사례들이 쏟아지고 있다. '스타워즈' 모드가 이미 등장해 있고, 텔레포트가 아닌 직접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모드도 등장했다. 실제로 우리도 걷는 방식을 생각해 보았는데, 최대한 편한 플레이를 추구하기 때문에 직접 넣지는 않았다. 그런데 모드킷 발매 2일 후 바로 등장하더라.

'슈퍼 핫'처럼 시간을 매우 느리게 만드는 모드도 개발되어 있고, 총을 발사할 때 고양이 소리가 나는 모드도 나올 정도다. 굉장히 흥미로운 변형이 많이 가해지고 있고, 더 시간이 지난다면 완전히 다른 형태의 재미를 추구하는 게임이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



▲ '모드킷'을 이용한 모드 개발은 활발히 이뤄지는중


Q. 언리얼 엔진이 VR 게임 개발에서 가지는 장점은 어떤 것인가?

핵심은 블루프린트 비주얼스크립트 시스템이다. 최대한 쉽고 빠르게 아이디어를 테스트할 수 있는 언리얼 엔진의 시스템 덕분에 굉장히 많은 아이디어를 빠르게 게임에 적용할 수 있었다. 하나의 시도를 할 때 코스트가 적게 들어가기 때문에 굉장히 많은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결국 답을 얻을 수 있다.

언리얼 엔진은 단순히 VR 게임을 지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리가 직접 VR 게임을 만들면서 필요한 부분과 부족한 부분들을 찾아내 보완한다. 그러므로 현직 개발자들이 사용할 때도 훨씬 편하게 작업에 임할 수 있다.


Q. 게임 개발자로서 언리얼 엔진의 '블루프린트' 기능을 사용한 소감이 궁금하다.

요약하자면, 블루프린트가 있었기 때문에 이 게임을 만들 수 있었다고 말하고 싶다. 모든 아이디어나 새로운 개념을 적용하기에 '블루프린트' 기능이 없이는 쉽지 않았다. 블루프린트는 로보 리콜 개발의 문을 열어준 기능이다. 프로그래밍을 처음부터 한다고 생각했으면 하지 못했을 일도 블루프린트가 있었기 때문에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여러 데이터 조절 과정에서도 블루프린트 기능 덕분에 훨씬 빠르게 처리할 수 있었다.



▲ 개발공정을 획기적으로 줄여진 '블루프린트' 기능


Q. 게임은 완성되었지만, 이것으로 끝이라 생각하기는 힘든데, 앞으로 업데이트나 추가 개발 등의 일정이 있는가?

일단 커뮤니티 피드백을 꾸준히 받고 있으며, 컷신 스킵 기능 등의 간단한 업데이트부터 모드 관련 업데이트까지 계획 중이다. 지금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커뮤니티 피드백이다. 이를 통해 다음 업데이트 계획을 하고 있으며, 360도 트래킹 기능도 이에 따라 적용된 기능이다.

추가 콘텐츠나 스테이지의 경우 '모드킷'을 이용해 커뮤니티가 직접 개발하는 상황을 원하기 때문에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하지만 뛰어난 파트너들과 함께 모드킷을 이용한 추가 콘텐츠와 관련된 내용을 협의 중에 있다.


Q. 오버워치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하이퍼 FPS에 대한 인기가 높아졌는데, '로보 리콜'과 같은 형태의 게임이 e스포츠에 적용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가? 만약 된다면 어떤 점이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나?

e스포츠는 볼거리가 있어야 하고, VR 게임에서 볼거리는 플레이어의 움직임이다. 아무래도 VR과 e스포츠는 아직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아마 시간이 지난다면 다른 형태로 VR과 e스포츠의 만남이 이뤄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만약 이뤄진다면, MR 기능이 아마 재미있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최근 연구된 MR 기술 중 재미있는데,현재 쓰고 있는 고글을 아예 다른 고글처럼 보이게 할 수도 있다. 이런 기능들을 이용하면 매우 재미있는 콘텐츠로 만들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


Q. '제롬 플래터스'에게 묻고 싶다. 게임과 영화 두 분야에서 활동해온 입장에서 게임이 영화와 다른 점은 어떤 점인가?

예전에는 한 장면 렌더링하려면 몇 시간이 걸렸지만, 이제는 밀리 세컨드 단위에서 한 프레임이 끝난다. 완벽히 새로운 세계랄까? 이 부분은 굉장히 재미있다. 하지만 영화는 한 장면 안에 최대한 모든 것을 넣어 원하는 것을 넣으려 했다면, 게임은 카메라를 조작할 수 없으니 전체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야 한다. 이렇게 화면을 구성하는 과정은 게임과 영화가 완전히 다르다.

맥스나 마야처럼 사용하는 툴이 그렇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게임은 더욱 더 콘텐츠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더욱 섬세하게 신경을 써야 하고, 화면으로 나가면 끝나는 영화처럼 셰이더와 폴리곤을 무식하게 때려 박을 수 없으므로 더 머리를 써서 작업해야 한다. 프로그래밍 측면에서도 광원과 반사광을 배치하는 것을 더 신경 써서 해주어야 한다.



▲ '시퀀서'를 이용하면 언리얼 엔진으로도 영상을 만들 수 있다.


Q. 언리얼 엔진의 '시네마틱' 기능을 이용해 영화와 같은 느낌의 VR 게임을 만들 계획은 없는가?

저희가 직접 할 계획은 아직 없지만, 만들어지고 있는 사례들은 많이 보았고, 오큘러스 내 스튜디오의 작품들도 곧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VR에서 시네마틱을 경험하는 것은 영화와는 확실히 다른 경험이다. '로보 리콜'의 초반부에 나오는 영상은 이에 대한 작은 도전이라 할 수 있는데, 아마 영화와는 사뭇 다른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VR에 맞는 영화의 형태는 '상호작용'의 개념이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상 현실'이라는 단어처럼, 그 공간 안에서 내가 어떤 행동을 하는가에 따라 세계 속 인물들이나 사물의 반응이 달라져야 진짜 VR다운 영화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Q. DLC 형태로 무기나 모션, 스테이지 등이 추가될 예정이 있나?

일단 유료화 계획은 없다. '로보 리콜'은 커뮤니티가 왕성하게 모드킷을 사용해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을 장려하는 게임으로, 앞으로 어떤 콘텐츠라도 유료화할 예정은 없다. 우리가 만드는 것보다도 커뮤니티가 직접 여러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이 VR 개발업계의 발전에 더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하고, 애초에 '로보 리콜'의 개발 목적 또한 '레퍼런스'와 킷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Q. 유저들에게 가장 많이 받은 피드백은 어떤 것인가?

초기 피드백은 보통 움직임에 관한 내용이었다. 어디서 많이 넘어지고, 또 어디서 가장 많이 부딪히게 되는지 등 안전 문제에 대한 피드백을 많이 받았다. 그 이후에는 대도시가 배경인데 너무 깨끗한 것은 아닌지에 대한 피드백이나 360도 회전에 대한 피드백 등도 많이 받았던 것 같다.

그 외에도 게임에 등장하는 모든 요소에 대한 디테일도 많은 피드백이 나왔다. 아무래도 물건을 잡아 들여다보는 일이 많다 보니 우리도 이 점을 더 신경 써야 했다.



▲ 배경도시가 너무 깨끗하다는 피드백도 나왔다고


Q. '로보 리콜' 이후에 후속으로 개발 중인 VR 프로젝트는 없는 건가?

일단 1년간 열심히 만들었으니 휴가를 즐기고 있다.(웃음) 하지만 능력 있는 15인의 팀을 그냥 썩히는 것은 우리도 원치 않는다. 무언가를 할 것이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정해지지 않았다. 기대해 주셨으면 좋겠다.


Q. VR의 미래에 대해 각자 어떻게 생각하는가?

닉 도널드슨: 지금까지는 기술적 한계 때문에 가볼 수 없는 곳에 가거나 해볼 수 없는 것들을 해볼 수는 있지만, 문제는 많은 편이다. 하지만 이 문제들은 점차 해결될 것으로 생각하며, 페이스북이 말했듯이 단기적인 이득보다는 더욱 더 길게 보고 나아가야 할 시장이라 생각한다. VR은 마법같이 대단한 기술이다.

닉 와이팅: VR에 실망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으며, 아직 의견이 분분한 단계라 생각한다. 하지만 상용화 대작도 없고, 덜 성숙한 시장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2~3년 후면 시장이 성숙할 테고, '킬러 타이틀'이 점점 등장하게 되면 충분히 누구나 가능성을 볼 수 있는 시장이 되지 않을까 싶다.

AR과 VR이 딱히 합쳐질 거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두 시장이 겪는 문제는 비슷할 거라 본다. VR 시장이 먼저 뚫고 나가 문제점들을 파악하고, 해결해나가다 보면 조금 늦게 출발할 AR 시장도 충분히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제롬 플래터스: VR이라는 게 딱히 게임뿐만 아니라 여러 산업에 적용될 수 있는 확장성을 충분히 갖고 있다. 제대로 된 VR 게임을 해본 이들은 VR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 '대단함'을 다른 어떤 것에서도 느낄 수 없다. 언젠가 많은 이들이 이 감정을 느끼고, 다른 분야에도 VR이 응용되기 시작하면 VR의 가능성은 굉장히 높다고 생각한다.

닉 와이팅: 실제로 지금 VR이 상용화되어 많이 사용되고 있는 분야는 게임보다 여러 사업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자동차의 모습을 가상으로 살펴본다든가, 건축할 건물의 모습을 미리 살펴본다 하는 쪽으로 말이다. 이런 분야에서 비용 절약을 어마어마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지금의 '킬러 앱'은 사업 분야가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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